[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절도 장관' '위증 장관' 그리고 '법무 장관'] [民心 꺾은 정권, 국민 조롱하며 자축] [법무장관 對 검찰총장]

뚝섬 2019. 9. 11. 06:30

'절도 장관' '위증 장관' 그리고 '법무 장관'

 

서울대 PC 무단 반출은 불법
딸 출생 위증 드러나자 선친 탓 이어 행정기관 탓
이러고 법무장관 자격 있나

 

조국 법무부 장관은 그에게 쏟아진 무성한 의혹을 '모른다, 아니다, 기억 안 난다'로 피한 끝에 결국 장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가지 의혹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딸 출생신고와 관련한 국회 위증 문제와 서울대 PC 절도 문제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서울대에서 안 쓰는 중고 PC를 서재에 갖다 두고 가족과 공동으로 썼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의대 논문 초고 파일엔 '만든 이=조국, 마지막 저장한 사람=조국'으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조 장관은 딸 대신 논문을 대신 써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제 집에 갖다놓은 (서울대 법대) PC에서 제 딸이 작성했다"고 한다. 일단 이 주장을 사실이라고 가정하자.

법률 용어에 '사용(使用) 절도'라는 말이 있다. 남의 물건을 가져다 썼어도 사용 기간이 일시적이고, 물품을 훼손하지 않고, 원래 자리에 되돌리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 중 한 가지라도 어기면 절도죄라는 게 대법원 판례다. 조 장관은 서울대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물품관리법상 외부 무단 반출이 금지된 학교 PC를 자기 집 서재에 두고 쓴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언제, 어떻게 PC를 가져와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은 함구한 채 "제 불찰"이라고만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불찰이 아니라 불법 문제다. 법조계에선 "PC에 대한 서울대의 지배권을 침해하고 하루 이틀 사용한 게 아니라면 문제가 된다"는 말이 나온다. 조 장관 딸이 논문 초고를 쓴 것은 2007년이다.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지만 공소시효(7)가 지나 문제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장관 적격성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절도 경력자가 어떻게 대한민국 법무장관이 될 수 있나.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도 검찰 압수수색에 앞서 한밤중 학교 연구실에서 학교 소유 PC를 빼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공교로운 일이다
.

조 장관의 국회 위증도 드러났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출생일과 신고 시기, 신고자가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서류 제출을 한사코 거부했다. 자신의 딸 출생 문제를 "선친(先親)이 출생신고를 했다. (딸의 출생일을 7개월 앞당긴 이유를)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나"라며 남 말 하듯 했다. 그런데 실제 신고자가 조국 본인이라는 문서가 나오자 이번엔 "행정(行政) 착오일 것"이라고 한다. 어떤 증거를 들이대도 뻔뻔하게 부인하는 범죄자 특성을 닮았다
.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사건 질문에 "그 활동을 한 번도 숨긴 적 없다. 독재 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전복을 기도한 사노맹 활동을 뜬금없이 경제민주화로 포장했다. 경제민주화를 추구할 정도라면 경제에 웬만큼 지식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일가족 '사모 펀드' 의혹이 나오자 관보에 펀드 재산 신고까지 했으면서 "사모 펀드가 뭔지 이번에 공부했다. 사실 경제나 경영을 잘 모른다"며 빠져나간다. 그러더니 결국 자신의 딸 문제에 대해선 선친 탓에 이어 행정기관까지 물고 들었다. 이러니 '절도 장관' '위증 장관' 소리가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위법이 없었다'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 것은 올바른 어휘 선택이다. 그의 절도·위증 여부뿐 아니라 사모 펀드, 아들의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딸 논문 개입, 웅동학원 소송 사기 연루 등 어느 곳에서 어떤 지뢰가 터질지 모른다.


-박은호 논설위원, 조선일보(19-09-1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民心 꺾은 정권, 국민 조롱하며 자축

 

10일 국무회의에 처음 출석하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청와대 비서관들이 응원 구호를 외치면서 맞았다고 한다. 이날 국무회의 장소는 조 장관 딸이 허위로 인턴 증명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었다. 조 장관의 임명 강행에 분노한 민심을 조롱하는 행태.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소재·부품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장소를 선택했다는 변명을 곧이곧대로 들을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동양대가 조 장관 딸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조 장관 임명 직후 취소한 것도 이런 막무가내 정권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이유가 "굉장한 원리원칙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장관 아내는 이미 기소됐고 장관 본인도 증거 인멸 혐의가 확인됐으며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위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임명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원리원칙에 맞는다는 것이다. 2000년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이후 낙마한 수십명의 공직 후보자 중 위법 여부가 확인된 경우는 극소수다. 역대 대통령들이 성난 민심을 수용해 후보들을 사퇴시킨 것이 무원칙한 결정이었다는 얘기인가. 문 정부 들어 임명 과정에서 낙마한 후보들도 제법 되는데 이들은 모두 위법이 확인됐나. 조 장관은 이미 거짓말한 것이 드러났다. 법을 지키는 법무장관이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는 이 어이없는 경우가 원리원칙인가. 국민을 바보로 알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가 아는 조 장관은 대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품성을 가진 사람"이라며 "개인적 모욕과 모멸을 견뎌낸 것은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감당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번 검증 과정에서 조 장관은 남의 잘못은 가혹하게 비난하고서 자신은 뒤에서 그와 똑같은 잘못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저지르는 사람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은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품성'이 아니라 '양심 마비'. 원내대표는 또 "조 장관이 법무장관 업무를 잘 수행하고 그다음 총선에 출마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반드시 그렇게 해서 가짜 여론조사 아닌 진짜 민심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

'
정치검찰 퇴장'을 외치며 조 장관 옹호에 나섰던 소설가는 "검찰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와 같은 임명 축하 글을 수십개 공유했고, 친여 방송인은 "검찰이 쏜 네이팜탄 뚫고 법무장관 취임한 조국 위해 폭탄주 한 잔 말겠다"고 했다. 이른바 개념 연예인을 비롯한 정권 응원단의 승전가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모양이다
.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른 대통령 결정에 국민이 화나고 상심했는데 정권 주변 분위기는 딴판이다. 대통령과 지지 세력들만 똘똘 뭉쳐 정권 마음대로 밀어붙인 것이 그렇게 자랑스럽나. 적을 꺾고 승리해 기쁘고 즐거운가. 이제 선거법만 강제로 바꾸면 자신들 세상이라고 믿을 것이다.

 

-조선일보(19-09-1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법무장관 對 검찰총장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2003 3월 초 '전국 평검사와의 대화'에는 강금실 법무장관이 배석하고 있었다. 당시 검찰총장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한참 아래인 데다 판사 출신인 강 장관 기용은 '검찰 개혁'을 위한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법무장관에는 검찰총장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높은 인사를 임명한다는 암묵적 룰이 깨진 것이 이때가 처음이다. 강 장관은 '검란(檢亂)'이라는 이름의 반발만 불렀다. 대검 중수부 폐지를 밀어붙이자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중수부를 없애려거든 먼저 내 목을 치라"고 치받았다.

▶수사지휘권 문제를 놓고 장관과 총장이 맞붙은 적도 있다. 2005년 천정배 장관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검찰청법8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발동된 지휘권에 당시 김종빈 총장은 사표를 던지며 맞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장관·총장은 대부분 불편한 관계였다. 2013 '국정원 댓글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황교안 장관과 채동욱 총장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둘 다 장관급이다. 법무장관이 인사권을 갖고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상급자이지만 그 존재감은 검찰총장에 비해선 미미하다. 그래서 관계가 미묘하다.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권의 개입을 막고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법무장관이 청와대의 수사지휘권 발동 요청을 거부한 경우도 있다. 2002년 송정호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 아들을 불구속 수사하도록 지휘권을 발동하라는 청와대 요청을 거절했다.

 

▶조국 법무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검찰 인사권 행사"를 언급하자 즉각 보복 인사설이 돌고 있다고 한다. 자신과 가족을 수사한 검사들을 좌천시키는 인사안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다. 형사 피의자가 법무장관에 취임하고 검찰이 이런 법무장관을 수사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미묘한 관계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한국 법조 역사에 남을 황당한 사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민심(民心)이란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고, 조국 법무장관은 대통령 등에 올라타 있다. 윤 총장은 역대 검찰총장 중에서 가장 힘이 세다. 수사팀은 전원 '윤석열 사단'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조국만큼 대통령의 비호를 받는 사람도 없었다. '장관 대() 총장'의 결말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도 피곤하다.


-정권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9-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