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악함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조국 사태는 '진영' 아닌 '정의' 문제라고 분노하는 청년들
여성 단체의 선택적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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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악함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검찰 개혁이 도대체 왜 위선자 손에 좌우되는지 국민은 알지 못해
정치적 독선에도 명분이 있는 법… 정의·공정 되살려라
가을이 답답한 분노로 깊어간다. 인파로 가득한 광장에서 시위 참여가 처음이라는 30대 여성은 화병으로 죽을 것 같다며 '물러나라'를 하염없이 외쳤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조국 사태에 분노하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상식 이하의 위선적 인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수 없다는 단순한
심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수차례 반복된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권력의 사냥개 역할을 해온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단언컨대 없다.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먼지
떨이식 과잉 수사의 악습 역시 청산되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 개혁이 도대체 왜 조국 장관의 손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대통령은 이러한 민심의 한복판에 '조국'을 쐐기 박아 사회를 두 동강 냈다.
많은
이가 이 생병 같은 사태의 원인을 진영 논리 내지 신념 윤리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제아무리 빗나간
당파적 행위, 정치적 독선에도 명분이 있는 법이다. 금번
사태에선 그 어떤 정당성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정도면 정상을 벗어난 것이다. 속칭 홀린 것이다. 확증은 없지만 한 가지 심증은 있다. 조국 장관의 절묘한 이미지 정치 재주다.
수많은 과거 언행이 거짓과 위선으로 판명되었지만 그는 멈출 줄 모른다.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으로 폴리페서 논란이 일자 '앙가주망(지식인의 책무)'이라는 말로 자신의 처신을 정당화했다. 텀블러, 백팩, 쓸어 올리는 머리는 소탈한 지성의 상징이 되었다. 케이크 박스를 들고 귀가하는 뒷모습 연출 사진으로 박해받는 가정의 슬픈 가장이 되었고, '내가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개혁'이라는 수사로 거악에 맞선 순교자가
되었다. 한때 필자는 그에게서 황우석 교수를 떠올렸다. 과소평가였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범죄 피의자를 희생자로 둔갑시키는 이 놀라운 재주 앞에 국민은 쪼개졌다. 그의 실체를 본 다수의 국민이 분에 못 이겨 아우성치자 앙가주망을 말하던 한 입으로 조 장관은 이제 "나는 모른다" "법대로 하자"는 말을 되뇐다. 이 사회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그런 그를 방송, 유튜브, 국회, 법원 곳곳에 포진한 조력자들이 맹목적으로 싸고돈다. 이 집단의 실체를 이렇게라도 확인한 것이 다행이다.
많은 이가 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애초에 정치를 하면 안 되었을 불통의 인간 유형을 발견한다. 그러나
필자는 대통령이 최소한 추악함을 알아보는 능력은 있다고 믿는다. 조 장관과 그 일가의 법적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이 정치적 생명을 걸면서까지 지켜낼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최후로 호소한다. 아니, 국민의 이름으로
명한다. 조국 장관을 즉각 해임하라. 정녕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民主)', 화합해
살아가는 '공화(共和)'를
깨고자 함이 아니라면 지금도 무언가를 획책 중일 이 위험한 인사의 공적 권한을 즉각 박탈하라. 나쁜
선례라 말하지 말라. 그것만이 죽음에 이른 사회 정의와 공정을 되살릴 길이다.
'우리가 조국이다' '정경심 교수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시위 군중에게 묻는다. 입만 열면 거짓 정의를 남발한 조 장관의 위선을 본받자고 우리가 조국인가. 파렴치한 문서 위조, 불법 재테크,
증거인멸 의혹, 그리고 막장 같은 침대 축구 할리우드 액션에 반해 사랑을 외치는가. 편을 들더라도 최소한의 논거가 있어야 한다. 진영 논리와
이미지의 미혹에서 깨어나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라.
내각, 여당, 청와대 참모진에 엄중히 경고한다. 조만간 이 모든 일이 책임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늘 같은 민심이
무서운 줄 안다면 댓돌에 머리를 박고 죽는 충신은 못 될지언정 직을 걸고 대통령에게 충언하라. 검찰개혁위원회에도
요청한다. 검찰 개혁의 순수함과 공정성 차원에서 검찰 개혁 1호
권고는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에 앞서 조 장관 자진 사퇴 권고가 되었어야 옳다. 검찰 개혁의 대의가
조 장관 방패막이로 전락하지 않게 하루라도 빨리 그의 사퇴를 의결하라.
마지막으로 검찰에 바란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에 가해지는 조 장관과 그 일가의 수사 방해 공작, 그 나팔수들의 모든 행태를 국민은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다. 그 어떤 압박과 음해 공작에도 굴하지 말고
'조국 수사'를 완결하라. 오직 헌법과 법률, 사실 증거에 기초하여 추상 같은 정의를 세우라. 그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이다. 그것이 이 국민, 이 나라를 살릴 것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선일보(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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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는 '진영' 아닌 '정의' 문제라고 분노하는 청년들
지난 주말 대학생 수천 명이 서울 대학로에서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2차 집회를 가졌다. 같은 날 36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단체는 토론회를 열어 조국 사태가
진영이나 이념 아닌 "정의와 공정의 문제"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터트렸다. 토론회에 나온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법·정의에 엄격해야 할 법무장관이 법의 허점을 잘 이용한 모습에 분노한다"고 했고 "진보임을 표방한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다"는 등의 학생들 발언이 쏟아졌다.
대학생들은 청년층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회의 공정성'이란
가치가 조국 일가에 의해 무너졌다고 했다. 가짜 표창장과 허위 인턴 경력을 만들고, 논문에 엉터리로 이름을 올려 명문대학과 대학원에 들어갔다. 가난한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는데 조 장관 딸은 신청하지도 않은 장학금을 유급하고도 받았다. "용
말고 붕어·개구리·가재로 살라"고 하던 조 장관이 자기 자녀는 온갖 반칙을 다 써가며 '용의 코스'를 밟게 했다. 그런데도
정의의 화신인 양하던 이 정권은 검찰 수사까지 방해해가며 비리를 은폐해주려 하고 있다. 청년들이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여권과 친정부 지식인들은 '진영 논리'로 청년들
분노를 덮으려 하고 있다. 어떤 운동권 출신 교수는 "적폐들에게
조국을 먹잇감으로 넘기는 자는 적(敵)"이라 선동하고,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청년들에게 "보수 정권 때 교육을 잘못
받은 탓"이란 모욕적 언설을 퍼부었다. 연일 궤변을
쏟아내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서울대생 집회에 대해 "한국당 패거리의 손길이 아른아른하다"며 '야당 배후설'을
주장했다. 그런 유 이사장을 향해 대학생 토론회에선 "당신이
말하는 궤변을 당신 자식에게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란 성토가 터져 나왔다.
대학생들은 "공정·정의·평등이란 가치가 진보·보수로 나뉠 수 있는 가치인가"라고 반문했다. 청년들은 조국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청년 세대가 오랫동안 미사여구로 그들을 속여온 586 운동권과 그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조선일보(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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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단체의 선택적 분노
"반(反)조국
잘하게 생겼네" "선배들이 치근덕대지도 않을 상(相)" "옥상에서 떨어진 개떡".
요즘 친문(親文) 네티즌들이 얼굴 사진을 띄워놓고
이렇게 욕하는 여성 검사가 있다. 조국 법무장관 자택을 압수 수색했던 김모 검사다. 여성 혐오 사이트에서나 봐왔던 "잡X" "X슬검새" 등 저질스러운 혐오 표현이 '진보'를 자처하는 친문의 손가락 끝에서 쏟아졌다. 그러면서 조 장관 가족은 "연약한 여성 두 명"으로 표현하고 "'남자 검사'들이 구둣발로 뒤졌다"고 했다.
외모 비교도 했다. 비교 대상은 조 장관이 이른바 '검찰
개혁'의 아이콘처럼 말하는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다. 그
두 명의 사진을 나란히 걸어놓고 친문 네티즌은 "임 검사는 정의로운 상" "같은 여자지만 김 검사는 정 안 가는 상" 따위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최근 국회에서 "검찰의
조국 장관 압수 수색은 이중적 잣대가 적용됐다"고 주장하며
'조국 수호'에 합류한 상태다.
사실 애초 친문 진영은 김 검사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당시 현장에는 김 검사 외에도 여성 수사관이 있었고, 조 장관 측에서도
조 장관 아들과 변호인 3명이 더 있었다. 하지만 친문 네티즌과
정부·여당은 한목소리로 '조 장관 아내와 딸만 있는 집을 남성 검사들이 짜장면까지 시켜 먹으며 11시간 동안 뒤졌다. 비인권적이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다 밝혀진 여성 검사의 존재에 대한 불편함을 이런 식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럴 때 나서라고 후원금을 받는 여성 단체들은 뭘 했을까. 아무것도 안 했다. 단 한 줄의 성명도 내지 않았다. 그동안엔 달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작년 1월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당시 직함 기준)가 방송에 나와 성추행 피해 관련 인터뷰를 했을 때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철저히 사건을 조사해 가해자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주일 뒤에는 두 번째 성명을 냈다. 한 검사가 개인 페이스북에 "(서 검사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적은 사건이 계기였다. "근거 없는 소문 확산과
외모 조롱은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달창'이라고
부른 올해 5월에도 이들은 "여혐 표현"이라며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물론 우리가 그들의 '선택적 분노'를 처음 보는
건 아니다. 극단원 상습추행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된 친문 연출가 이윤택(67)씨의 범죄가 드러났을 때도 여단협은 일주일이나 침묵하다가 여론에 떠밀리듯
성명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분노를 선택하는 기준이 여성의 '친조국
외모'냐 '반조국 외모냐'를
보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면 이제 그만 간판을 내릴 때가 됐다.
-윤수정 사회부 기자, 조선일보(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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