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새를 타고 알프스 넘는 고난의 보나파르트
폴 들라로슈, 알프스를 건너는 보나파르트, 1850년, 캔버스에 유채, 289×222㎝, 리버풀, 워커 아트 갤러리 소장.
1839년 당시의 최신 발명품이던 사진을 처음 본 프랑스 화가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1797~1856)는 '오늘부터 회화는 죽었다'고 탄식했다. 역사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게 회화의 사명이라고
믿었던 그에게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기계는 큰 위기감을 안겨줬을 것이다. '알프스를
건너는 보나파르트'는 그런 들라로슈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1800년 봄 나폴레옹은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를 몰아내기 위해 4만 대군을 이끌고 눈
덮인 알프스의 준령을 넘었다. 독자들은 대부분 힘차게 발길질하는 백마 위에 올라타 붉은 망토를 바람에
휘날리며 정상을 향해 손을 뻗은 위풍당당한 나폴레옹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한때 국산 양주병을 장식했던
그 그림, 위대한 승리자의 아이콘이었던 나폴레옹의 그 모습은 들라로슈의 앞 세대였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대표작이다. 그러나 아무리 스타일이 중한들 빛깔
고운 망토를 떨쳐입고 백마를 끌고 설산을 넘어 전쟁터에 나서는 장수는 없다. 나폴레옹은 실제로는 촌부가
이끄는 노새를 타고 추락의 위기를 넘기면서 힘겹게 진군하여 악전고투 끝에 승리를 거뒀다.
영국 귀족 아서 조지로부터 '현실적인 나폴레옹' 그림을
주문받은 들라로슈는 다비드의 유명작으로부터 부질없는 허세와 과장된 장식을 걷어냈다. 수북한 눈길을 헤치는
노새의 발걸음은 더디고, 칼바람이 두꺼운 외투 속으로 파고들 때 어둡고 지친 얼굴로 고민에 잠긴 나폴레옹이야말로
현실적인 지도자의 상이었다.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었을 이 모습으로 아마 회화도 죽다 살았을 것이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조선일보(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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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백마 쇼'
예전 초·중학교 주변 서점을 주름잡던 참고서 표지에는 백마(白馬) 탄 나폴레옹 그림이 실려 있었다. 앞발을 치켜든 백마 위에서 망토를
휘날리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리는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영웅 그 자체다. 궁정화가의 작품인 이 그림은 진취적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켜 나폴레옹의 인기를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을 때 탄 것은 크고 역동적인 백마가 아니라
작은 노새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백마는 회색 말이 나이가 들면서 하얀 털이 많아진 것으로, 자연적인 백마는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새하얀 갈기를 휘날리는 백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물(靈物)로 대접받았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는 백마가 하늘로 올라간 자리에 남겨진 알에서 태어났고, 서양 신화에서 힘과 순결의 상징인
유니콘은 하늘을 나는 백마의 모습이다. 왕자나 기사(騎士)도 늘 백마를 타고 등장한다.
▶근대 들어서는 절대 군주나 전쟁 지휘자들이 주로 백마에 올랐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
일왕은 '눈보라(후부키·吹雪)'라는 이름의 백마를 탔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 '사막의 여우'로 불린 독일 롬멜 장군이 백마를 탄 사진도 남아
있다. 1945년 6월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소련군
승전기념식에서는 스탈린 대신 전쟁 영웅 주코프 장군이 백마에 올라 군 사열을 했다. 백마가 앞발을 들고
일어나 스탈린이 타지 못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엊그제 북한 매체가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회색
털이 섞여 있는 다른 간부들의 말과 달리 김정은 말은 눈처럼 하얗고, 화려한 별 장식까지 달려 있다. 북은 3대에 걸쳐 백마를 소위 '백두
혈통'의 상징물로 삼아 왔다. 김일성·김정일이 백마를 타는
그림은 북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김일성이 백마를 타고 전장을 누비며 항일운동을 했다고 선전하는가 하면, 김정일을 위해선 '장군님 백마 타고 달리신다'라는 찬양 가요도 만들었다.
▶21세기에 말 타고 산에 오르는 시대착오 쇼가 북한 말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 가능할까. 북 매체들은 백마 위 김정은을 향해 "위대한 사색의 순간"이니 "세상이 놀랄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니 하며 우상화에 나섰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등으로 북한의 정상 국가화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백마 쇼는 모든 게 사기극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과 함께 코리안이라 불린다는 것이 정말 부끄럽다.
-임민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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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국가대표가 악몽을 당해도 무마에 급급한 정권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돌아온 축구 대표팀이 악몽 같았던 경기 상황을 전했다. 주장
손흥민은 17일 "상대(북한)가 너무 거칠게 나왔고 심한 욕설도 했다"며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축구협회 최영일 부회장은 "(북 선수들이) 팔꿈치를 휘두르고 무릎을 들이댔다"며 "지금까지 그런 축구는 처음 봤다"고 했다. 최 부회장은
"전쟁 같았다"고 했다. 경기
중 완전히 폭행을 당한 우리 선수도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평양 공항에서부터 곤욕을 치렀다. 소지품을 전부 적어내야 했고 일일이 검사받느라
통관에만 3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고기·해산물
등 선수단 음식 재료 3상자를 빼앗겼다.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고 위축시키려는 목적이다. 호텔에선 거의 감금당했다고 한다. 호텔
내 기념품점에도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유령 경기장에 군인들만 있는 광경을 본 선수들이 어떤 느낌이었겠나. 선수단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했다.
우리 대표팀이 '전쟁'과 '지옥'을 경험해야 했던 건 신(神) 같은 독재자 1인 때문이다. 북한
축구는 올 초 카타르에 0대6으로 대패했다. '김일성 경기장'에서 한국에 지는 모습을 김정은이 보기 싫었던 것이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북이 졌더라면 최고 존엄(김정은) 얼굴에 X칠을
하는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다리가 하나 부러졌든지 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05년 '김일성 경기장'에서 북이 이란에 지자 북 관중은 이란 팀 버스를 가로막고 난동을 부렸다.
북에서 스포츠는 김정은을 위한 정치 도구이자 선전 수단일 뿐이다. 태 전 공사는 "무승부로 여러 사람 목숨이 살았다"고 했다. 그 말대로 북 선수는 '살려고' 뛰었을
것이다. 이것을 스포츠라 할 수 있나. 미·중 '핑퐁 외교'처럼 스포츠가 평화와 화해의 매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미국 대표팀이 중국에서 푸대접을 받았나, 무관중 경기를
했나, 지면 죽는 선수라도 있었나. 지금 국제사회에선 "북이 월드컵을 정치화한 것은 심각한 (스포츠 정신) 위반" "북 행태를 제재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북과 공동 올림픽을 추진할
게 아니라 북이 바뀔 때까지 스포츠 무대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통일부 장관은 "실망스럽다"면서도 "(무관중은) 남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성 조치를
취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고 했다. 김정은
대변인을 해도 정도가 있다. 국가대표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정권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폭력 집단을
비호하고 있다. KBS 등은 북에서 받은 경기 영상을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 '화질이 나쁘다'고 했지만 핑계일 것이다. 영상에서 유령 경기장의 모습과 축구가 아닌 폭행을 하는 북한 선수들을 보고 여론이 나빠지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현지 영상을 당장 전부 공개하라.
-조선일보(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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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 北 '평양 축구' 해괴한
갑질에도 항의 한마디 못하고 오로지 北 감싸기. 축구공이 웃겠다.
▲퍼주고 답례품으로 받는 게 아프리카돼지열병(공다라, 10월 14일 네이버)
[평양 축구 현지 생중계 무산, 정부는 北만 보며 속수무책] 기사: 북한이 29년
만에 평양에서 치른 월드컵 예선 남북 축구 경기의 중계권료로 한국 지상파 3사에 10억원 이상을 요구해 경기 생중계가 불발. 우리 응원단과 취재진
방북도 불허함.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를 외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해 "축구도 못 보는데 웬 공동 올림픽"이냐는
반응도.
-팔면봉/촌철댓글, 조선일보(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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