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백원우 별동대원' 극단적 선택, 왜 그랬겠는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비공식적으로 운영한 이른바 '별동대'에서 근무한 검찰 출신 행정관이 1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경찰에 울산시장 야당 후보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날 참고인 출석이 예정돼 있었다.
행정관이 속했던 백원우 별동대가 선거 전 울산에 내려갔던 이유가 야당 시장에 대한 비리 첩보 수집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울산 검경이 갈등을 빚었던 고래 고기 사건 때문"이라고 변명했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업무인 민정비서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게 되자 둘러댄 것이다. 노 실장 설명이 사실이라면 행정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 검찰 수사에서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에서 괴로움이 컸을 것이다. 청와대의 거짓 강변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것 아닌가.
노 실장은 울산시장 야당 후보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 "선거가 끝난 후에야 보고받았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9번의 보고 중 8번이 선거 전에 이뤄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노 실장은 "청와대가 보고를 요청한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검찰은 대부분 청와대 문의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은 울산 시장 관련 첩보를 "그냥 경찰에 넘긴 것"이라고 했지만 경찰이 받은 문건은 최초 제보 문건보다 내용도 충실하고 법률적 판단까지 담겨 있다고 한다. "개인이 아니라 법을 잘 아는 기관에서 쓴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내용을 손봐서 넘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백 전 비서관은 또 경찰에 넘긴 첩보가 너무 많아서 뭘 넘겼는지 기억도 안 난다는 식으로 변명했지만 백 전 비서관과 경찰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을 한 반부패비서관은 "백 비서관이 가져온 첩보를 공문 처리 않고 경찰에 보낸 것은 그것 한 건이었다. 유일한 사례여서 똑똑히 기억한다"고 했다. 비서실장과 백 전 비서관 두 사람의 변명은 모두 의혹이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리게 만들기 위해 둘러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관계와 맞지 않아 곧장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 허위로 드러난다는 것은 심각한 사태인데도 해명도 않는다.
백 전 비서관과 노 실장은 검찰 수사에 대해 "이 시점에 이 문제를 꺼낸 의도가 궁금하다" "비정상"이라고 했다. 노 실장은 "가짜 뉴스의 범람이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기"라고도 했다. 정권 차원의 의혹이 불거지면 청와대 반응은 늘 이런 식이다. 일단 부인하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윽박지른다. 그러다 거짓말이 드러나면 해명도 않고 딴청을 부린다. 도둑이 "도둑 잡아라"고 고함치는 모습은 '조국 사태' 때 익히 보던 광경이다.
-조선일보(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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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사실로 확인된 '김태우 폭로' 전면 재조사해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중단과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과거 폭로했던 내용들이다. 김씨는 유 전 부시장이 2017년 금융위 국장으로 있을 때 세금
감면 등 기업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감찰 내용을 작년 말 공개했는데 이번 검찰 수사도 같은 내용이었고 법원도 영장을 발부했다. 유씨에 대한 청와대 감찰이 윗선의 지시로 중단됐다는 김씨 주장도 김씨의 상관이었던 반부패 비서관의 검찰 진술로
확인됐다. 김씨는 또 청와대 특감반에서 울산시장 동향보고서를 봤다고 밝혔는데 이것 역시 청와대가 경찰에
울산시장 야당 후보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이 두 사건만이 아니다. 김씨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문건'을 공개하면서 불거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올 초 검찰 수사를
통해서 사실로 드러났다. 전 러시아 대사의 금품 수수, 도로공사
사장의 휴게소 사업 특혜 의혹 등도 정부가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덮고 지나갔지만 사실관계엔 오류가 없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업무 범위 밖 사찰 활동을 해왔다는 김씨의 주장 역시 옳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정비서관이
감찰해서는 안 될 울산시장 첩보를 경찰에 넘긴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과거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같은 김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해 왔다. 민정수석은 "김씨가 희대의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했고 국민소통 수석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고 했으며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청와대에는 사찰이라는 DNA 자체가 없다"고 했다. 김씨의 인격과 직급에 대해 공격을 퍼부어 그의 문제 제기 자체를 깔아뭉갠 것이다. 김씨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를 따지다 보면 정권에 밀려올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씨가 자신이 청와대 특감반에 몸담았던 시절 작성했던 첩보 보고서 내용을 야당과 언론에 공개한 것이
100건이 넘는다. 민간 업체나 언론, 전직
고위 관리 자녀의 동향 등 청와대 특감반이 들여다봐서는 안 될 대상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데다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큰 파장을 일으킬 내용도 적지
않다. 김태우 폭로가 하나하나 검찰 수사를 통해서 사실로 확인된 이상 전면 재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전 정권이 임기 중반 터진 '십상시 문건'을 '지라시에나 나올 쓰레기'라며
덮고 지나갔다가 어떤 운명을 맞았나.
-조선일보(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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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국에 최종 책임자 文은 "책 세 권 읽었다" 홍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금요일 하루 연가를 낸 덕분에 주말 동안 책 세 권을 내리
읽었다"며 국민에게 이 책들을 읽어보라고 했다. 모두
도올 김용옥씨의 책인데, 문 대통령은 "인식과 지혜를
넓혀주는 책들"이라고 했다. 평상시라면 대통령이
휴일에 책 읽는 걸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이 그런 한가한 때인가.
지금 온 국민 관심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중단 사건과 울산시장 야당 후보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에 쏠려 있다. 의혹
실체가 검찰 수사에 의해 속속 드러나고 있고, 모든 정황은 더 큰 배후가 있다고 가리키고 있다. 유씨 비리 문제는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을 것이고,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했느냐가 핵심이다. 월권까지 해가며 야당 시장 관련 첩보를 가져와 경찰에 수사를
지시한 비서관은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많은 사람이 "문
대통령이 '몸통' 아니냐"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며 의혹을 풀어도
모자랄 시점에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는 "책 세 권 읽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날은 핵심 측근이 비밀리에 운영한 청와대 별동대원이 자살까지 했다. 지금 대통령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책의 내용도 논란 소지가 많다. 한 권은 김용옥씨와 유시민씨의 대담인데 김씨는 "남북통일은 고조선 문명의 재등장을 의미하므로 주변에서 공포스러워한다.
이럴 때 남북이 도망가서 애를 낳으면 된다"고 했다. 김씨가 김정은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유씨가 "그가 성장 과정에서 매우 소박하고
정상적 과정을 거쳤다"고 맞장구치는 내용도 있다. 그런
것을 대통령이 '국민의 인식과 지혜를 넓혀준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조선일보(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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