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베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무협지의 생생한 무대… 달빛황제 文을 겨눈 협객 尹의 月光斬刀
2020년 경자년에는 천하대의 구현하여 나라를 구하리라!
#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중국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莫言)의 소설 가운데 '월광참(月光斬)'이 있다. 직역하면 '달빛을 베다'이다. 여기 등장하는 월광참도(月光斬刀)는 피를 내지 않고도 사람의 목을 벨 수 있는 칼이다. 신묘한 쇳덩어리에 대장장이 스스로 자신의 피를 떨구는 혈제(血祭)를 지낸 후 지옥불보다 뜨겁게 달구어 두드리고 또 두드려 만든 것이 월광참도다. 그 얼마나 날 선 칼이면 베어도 피가 나지 않을 정도이겠는가. 작금의 대한민국에 그 월광참도를 들고 홀연 등장한 협객(俠客)이 있으니, 다름 아닌 검사 윤석열이다. 얼마 전 청와대 압수수색은 그의 월광참도가 잠시나마 '번쩍'거린 예광이었다. 마치 칼집에 꽂혀 있던 칼을 살짝 들어올려 그 차갑게 날 선 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듯 청와대에 대한 압색은 앞으로 전개될 일들이 결코 예사롭지 않음을 강렬하게 예고한 것이다.
# "이게 나라냐" 싶을 만큼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무협지의
생생한 무대다. 만약 지난해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무협의
신필(神筆) 진융(金庸)이 살아 있었다면 최소 열 권짜리 대하장편 무협지를 작금의 대한민국을 무대로 썼을지 모른다. 여제(女帝) 박씨의 어처구니없는
몰락 이후 덩그러니 비어 있던 옥좌(玉座)에 정말이지
대책 없이 덜커덩 앉아버린 달빛황제 문씨의 난정(亂政)이
그치지 않자 월광참도를 지닌 협객 윤이 보다 못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했던 황제 문을 향해 날 선 칼을 들이대는 놀라운 반전(反轉)에 반전이 거듭되는 모습이니 말이다.
# 그런데
달빛황제 문이 협객 윤을 날 선 검사들의 대장으로 세운 것이 불과 다섯 달 전인데 당시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리라 생각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하지만 황제 문이 협객 윤을 중용한 것은 그 자신의 실수나 실책이기보다는 차라리 팔자요 운명인지 모른다. 달빛황제 문씨는 '재인(在寅)'이란 이름자에서 보듯 호랑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관상은 다분히
소(牛)다. 본래
소와 호랑이는 천적이다. 관상은 소인 사람이 이름자에는 호랑이를 지녔으니 자기 천적을 스스로 업고
다니는 형국이지 않은가. 결국 협객 윤이 소를 닮은 달빛황제 문의 급소를 치는 호랑이인 셈이다. 더구나 2019년 기해년 한 해 달빛황제 문의 운세는 12운성(運星)의 '태(胎)'에 해당하여 '갇히고 고립되어' 지극히 외로운 운세였다. 여제 박씨가 2016년에 딱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런데 내년 2020년 경자년 문의 운세는 12운성의 '절(絶)'에 해당한다.
갇히고 고립되는 것을 넘어서 '끊고 내쳐지는' 형국이다.
# 달빛황제 문은 세상이 요동치는 가운데 비어 있던 옥좌에 슬쩍 얹히듯 오르긴 했으나 자기 힘으로
오른 것이 아니었다. 그를 옥좌에 떠밀다시피 한 휘하들 역시 전투다운 전투도 하지 않은 채 성을 장악해
여제 박씨가 버리다시피 남겨놓은 전리품들이 성안에 발에 채듯 널려 있자, 그것을 게걸스럽게 집어
먹기에 바빴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태양광, 2차전지, 스마트시티 등으로 포장된 각종 이권에 빠져들어 흥청망청 어지럽게 돌아가며 자기편을 이곳저곳에 흩뿌리듯 진주시켰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그토록 표방했던 '공정'의 깃발은 빛이 바래다 못해 찢긴 지 오래다. 이른바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바이지만, 달빛황제 문의 최측근이라 할 윤건영(국정상황실장)과 김경수(경남지사)가 공식 인사 라인이 아닌 천경득과 유재수를 통해 인사를 쥐락펴락한 정황은 그들 네 명으로 구성된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이미 드러나 있다. 청와대 내부의 인사 관리에 국한해야 할 총무비서관실 인사담당 선임행정관
천경득이 어째서 청와대 바깥 인사까지 장기판의 차(車), 포(包) 치듯 인사 전횡에 나섰던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청와대 인사수석은 허수아비였고 총무비서실의 일개 행정관이 이를 뛰어넘어 사인방의 일원으로 인사를 쥐락펴락했으니
그토록 '공정, 공정!'을
강조했던 달빛황제 문씨의 얼굴이 '흙빛'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게다가 이게 어디 금융권만이었겠나. 이러니 최순실만 욕할 거 없다. 이건 남자 '최순실'이
하나도 아닌 여럿이 아예 청와대 안에 상주한 것이나 진배없는 일 아닌가.
# 윤석열은 '협(俠)'의 정신을 지닌 이 시대의 협객(俠客)이다. 협(俠)의 정신이란 대의를 위하여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사신취의(捨身取義)의 정신이다. 달리 말해 천하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기쁨은 나중에 기뻐하는 자세다. 그런 그를 보노라면 이순신이 오버랩된다. 변경 녹둔도에서 만호로 떠돌다 종6품 정읍현감에서 수직 상승해 정3품 전라좌수사를 거쳐 삼도수군통제사에 올라 왜적에게 무너지는 조선을 홀로 떠받치고 있다가, 다시 선조 임금에 의해 역적으로 내몰려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으나 백의종군한 후, 13척으로 적선 330척을 멸절시킨 명량대첩을 이뤄내고 끝내 노량해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충무공과 닮아 보인다. 그래서 협지대자(俠之大者), 즉 협(俠)의 대의가
있는 이는 위국위민(爲國爲民), 곧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 것이리라.
# 시절이 하수상하게 요동칠수록, 시대가 더없는 난세의 수렁으로 빠져들수록 강호의 무협은
되살아 난다. 인재강호(人在江湖) 신불유기(身不由己)라
했다. 사람이 강호에 있으면 그 몸은 더 이상 제 것이 아니다. 협객
윤도 마찬가지다. "목숨에 기대지 말지어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사는 것이다." 영화 '명량'에서 최민식이 분한 이순신이 한 말이다. 때론 영화가 역사이고, 무협이 미래다. 협객 윤의 월광참도가 달빛을 베는 광경을 곧 목도하리라.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조선일보(19-12-1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검사 윤석열'로 남는 길
정권과 맞서는 검찰에 보복
인사로 대응할 것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 정권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을 때 어느 전직 검찰 간부가 사석에서 했던 말이다.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박근혜 정권에서 좌천돼
한직을 돌다 현 정권에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검사가 정권 '신세'를 진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 전직 간부는 오랜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까딱하면 호랑이 등에서 떨어져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최원규 사회부
차장, 조선일보(19-12-06)-
타협의 유혹에 넘어가면 그의 리더십은 끝난다
지금 윤 총장이 그 순간을 맞고 있다. 2년 넘게 '적폐 수사' 하며 현 정권과 호흡을 맞춘 그는 지금 정권을 겨눈
수사를 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 수사에서 시작해 청와대 특감반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까지 확전 일로다. 정권이 눈 뜨고 당할 리 없다.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을 향해 "피의사실 공표하지 말라"고
했고, 여당 원내대표는 법무부를 향해 "검찰을 특별감찰하라"고 했다. 여당 대표는 검찰을 "불공정의 상징"이라며 "그냥 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임기 절반을 남긴 정권과 검찰의 이런 충돌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선 흉흉한 소문이 다시 돌고
있다. 정권이 검찰 물갈이 인사(人事)를 통해 윤 총장을 고립시키려 한다는 '보복 인사설'이다. 애초 이 얘기가 돈 건 '조국
수사' 착수 직후였다. 어느 일선 지검장은 두 달 전쯤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12월에 인사가 날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이후 검찰이 자체 개혁안을 잇달아 발표하고, 지난달
초 세월호 특별수사단을 발족시키는 '유화 제스처'를 쓰면서
인사설은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그러다 최근 정권을 겨눈 수사가 본격화되자 다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권 인사 스타일을 보면 보복 인사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쓴 책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검찰 간부는 해마다 보직 인사를 받는데 두 번만 한직으로 발령 나면
회생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그런 인사를 했다. 전(前) 정권에 유리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일선 지검장을 초임 검사장이 가는 고검 차장검사로 발령 내더니 두 달도 안 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시켰다. 그는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던졌다. 검찰의 약한 고리가 인사라는
걸 이 정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등은 정권의 비리다. 개인 비리에 가까운 조국 일가 수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검찰을 향한
정권의 공세는 더 격렬해질 것이고, 보복 인사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어제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추미애 의원을 지명한 것은 그런 인사의 신호탄 같은 것이다. 서초동 일각에선 "정권이 윤 총장을 직접 흔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윤 총장이 전 정권 수사할 때는 그를 "총장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다 이제 와 "불공정의 상징"으로 매도하는 정권의 이중성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중요한
건 윤 총장의 선택이다. 정권과 맞붙는 건 위험한 일이다. 타협의
유혹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자리는 지킬 수 있겠지만 그의 리더십은 거기서 끝난다. 어느 검사가 그를 총장으로 인정하겠나.
윤 총장은 누구보다 검사로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가 진정 검찰을 위하고, '검사 윤석열'로 남고 싶다면 주춤거리거나 곁눈질해선 안 된다. 제대로 수사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그러면 정권에 의해 쫓겨나더라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 현 정권에 빌붙느냐 아니면 '검사
윤석열'로 남느냐는 갈림길에 지금 그는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