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니 100만"이라는 절망]
[장관 청문회도 전에 靑 비리 수사 무력화 인사 준비 ]
[기울어 보이는 '정경심 법정']
[비리 면허증 가진 듯한 유재수, 발급자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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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니 100만"이라는 절망
美 관료·군인, 대통령에도 반기… 政派 떠나 직업 규범 엄정 구현
韓 엘리트 집단 직업적 타락이 안보·경제 위기, 갈등의 한 원인
최근 진행된 미국 하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을 보면서 극적으로 대비되는 인물이 떠올랐다.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서초동에서 진행된 '조국
지지 집회' 참가자 수에 대해 "딱 보니 100만"이라고 한 MBC
보도국장이다. 보도국장은 방송사 '기자들의 대장'이라 할 수 있다. 기자라는 직업의 기본 중의 기본이 팩트(사실)를 확인하는 것이다. 큰
특종 기사를 쓰고도 혹시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지는 않을까, 두려워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기자의 대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확인했다'는 말은 없이 "딱 보니
100만"이라고 했다. 직업적 타락이자
기자라는 존재의 부정이다.
트럼프 탄핵 청문회에는 백악관과 국무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심지어 사표를 내면서까지 증언에
나선 군인과 관료들이 있었다. 이들은 대통령 개인을 지키기보단 자신의 직무(職務)가 요구하는 올바름에 순종했다.
불이익이 있더라도 공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기 희생적 공덕심(公德心)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안보회의(NSC) 소속 알렉산더 빈드먼(44) 중령도 청문회 출석 금지 지시를
받았으나 정복을 입고 의회로 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그는 "오늘 내가 입은 건 미 육군의 제복"이라며 "군인은 특정 정당이 아닌 국가에 봉사한다"고
했다. 한 의원이 그를 "미스터 빈드먼"이라고 부르자 그는 "빈드먼 중령입니다"라고 정정했다. 군인이라는 정체성을 거듭 강조한 것은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알리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지금의 미국은 현직·현역 신분임에도 상관을 거스르는 증언을 한 수많은 빈드먼들이 지탱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해 사표를 낸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개별 징계 사안에까지 정치적으로 개입한 대통령에게 맞서다 경질된 리처드 스펜스 전 해군장관도 그런 인물이다. 영국 관료 사회에서도 최근 비슷한 일이 있었다. 주미 브렉시트 특사가 "브렉시트에 대한 반쪽짜리 진실을 팔고 명백히 당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을 더 이상 못하겠다"며 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자신이 군인인 한, 관료인 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직업적 신념과 가치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한국의 엘리트 집단은 이런 직업 규범을 구현하고 있는가. 직업적 타락과 존재를 부정하는
행태가 너무 많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 능력 여부에 대해 국방장관이, 국방 정보를 총괄한다는 현역 장성이, 청와대 안보실장 말에 맞추느라 정반대로 말을 뒤집었다. 이들이 국방장관이고
군인인가.
성장과 일자리, 빈부 격차 등 경제의 전 분야 지표가 꼬꾸라지거나 악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 관료들은 "하반기가 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소리만 반복한다. 엄연한 팩트가 있는데 통계의 단면만을 교묘하게 부각시켜 유사 종교 집단 같은 맹신을 고집한다. 이들에게 직업적 자존심이 있나.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전공한 예일대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는 정치 지도자들이 부정적 본보기가 될 때 직업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했다. 법률가 없이 법치를 파괴하거나, 판사 없이 보여주기식
재판을 진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통치자에게는 복종하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스나이더는 "직업의 구성원들이 언제나 지켜야 할 규범과
규칙을 지닌 집단으로 생각한다면 그들은 일종의 권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기자들이, 관료들이, 군인, 법조인, 기업인, 여타의
직업인들이 기본적인 직업 규범을 지켜내는 것만으로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조중식 국제부장, 조선일보(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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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청문회도 전에 靑 비리 수사 무력화 인사 준비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은 바로 다음 날인 13일 법무부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준비에 들어갔다. 통상적 절차라고 하지만 누가 이 말을 믿겠나.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지난 7월에 이뤄졌고 매년 그맘때 실시돼
왔다. 인사 후 아직 반년밖에 되지 않았다. 더구나 추 후보자는
아직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이제 막 논문 표절과 다운계약서 의혹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다. 이런 의혹에 대한 청문회 준비에 정신이 없을 시점에 법무부가 엉뚱하게 검찰 인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통령은 추 후보자를 청문회와
상관없이 무조건 임명하고 추 후보자는 임명장을 받는 즉시 대대적인 검찰 인사를 하려는 정치 작전이다.
의도는 뻔하다. 조국 비리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비호 등 현 정권의 중대 비리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해임은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으니 수사를 하고 있는 핵심 간부들을 다른 보직으로 이동시켜 윤
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이렇게 인사를 하면 윤 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다. 검찰총장이 손발이 잘린 허수아비가 되고 수사 책임자들이 대거 바뀌면 청와대의 선거 공작과 비리 비호에 대한
수사는 곧바로 흐지부지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국회에선 공수처 법안 통과로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킬 이중 장치를 마련하는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공수처장이 검찰로부터 이 사건들을 넘겨받아 뭉개버리면 그만이다. 무서운 사람들이다.
-조선일보(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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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 보이는 '정경심 법정'
"재판장이 결론을 정해놨다거나 특정 성향을 가졌다는 것은 판사 개인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자 재판
독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3일 기자단에 이 같은 문자를 보냈다.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은 형사 25부 송인권 부장판사에
대한 일부 언론 비판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법리적인 검토를 거친 결정이라고 했다. 법원이 특정 사건에 대해 입장을 내는 일은 좀처럼 없다.
문제가 된 지난 10일 재판을 돌아봤다. 변호인
측이 "개인 정보를 지우느라 재판 기록 복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하자 송 부장판사는 "그걸 왜 변호인이 하나, 검찰이
해야지"라며 "이렇게 늦어지면 보석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형사사건 기록은 통상 변호인 측이 개인 정보를
지우고 이를 검찰에 확인받아 복사한다. 기록이 방대하면 늦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송 부장판사가 변호인도 꺼내지 않은 '보석' 얘기를 하며 검찰을 압박한 것이다. 당황한 검찰이 "신속하게 준비해서 복사할 수 있게 했다"고 했지만
송 부장판사는 단호하게 "이번 주까지 하라"며 "천천히 하는 걸 원하시면 보석 청구하게 해서 천천히 하겠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 "일시, 수법, 범행 장소 등이 다르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먼저 기소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과 지난달 11일 기소된 입시
비리에 드러난 표창장 위조 사실관계가 달라 같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타당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나름의 법리적 검토를 거친 것은 맞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검찰이 항의하자 송 부장판사는 정씨 변호인에게
"감기에 걸렸으니 대신 읽어 달라"며 변호인 의견서를 읽게 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변경하면서 그에 따른 증거도 내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이
재판부에 항의했는데 재판부가 상대편인 변호인의 입과 논리를 빌려 응대한 것이다. 재판부가 직접 "검찰이 증거도 안 내지 않았느냐"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심판인 재판부가 변호인과 한편이 돼 검찰과 싸우는 식이었다. 검찰이 계속해서 공소장 변경 필요성을 주장하자 "재판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퇴정 요청하겠다"고 했다. 방청석이
술렁거렸다. 퇴정은 난동을 부리는 피고인에게나 내리는 조치였다.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으로 검찰이나 변호인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는 있다. 문제는 재판장이 결론을
정해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실제 공정한 것 못지않게 공정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어떤 결론이 나든 과정은 공정했다고 믿을 수 있다.
공정하지 않아 보이는 재판을 지적하는데 '재판 독립' 운운하며
반발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대응이다. 언론 비판으로 재판 독립이 훼손될 법원이라면 더 이상 재판을
맡을 자격이 없다.
-양은경 사회부 법조전문기자, 조선일보(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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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면허증 가진 듯한 유재수, 발급자는 누군가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업체들을 뜯어먹은 그의 대담하고도 안하무인의 수법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서울 강남 아파트 구입 자금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뒤 "집값이 안 올라 손해 볼
상황"이라며 1000만원은 떼먹었다. "쉴 수 있는 오피스텔을 얻어 달라"며 보증금·월세를
업자에게 대납시켰다. "아내가 쓸 것"이라며
고급 골프채를 요구해 챙기고, 가족의 해외여행 항공권 구입 비용 수백만원을 대신 내게 하는가 하면 금융투자
업체에 청탁해 동생을 취업시키기도 했다. 더욱 놀랍게도 유씨 비리는
2017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을 받은 뒤 작년 부산시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이어졌다.
"내가 지정하는 3명에게 내 명의로 추석 선물을 보내 달라"며 38만원짜리 한우 세트를 받고, 자신이 쓴 책을 강매하면서 100권 구입 대금 198만원을 장모 계좌로 넣게 했다는 것이다. 마치 '비리 면허증'을 받은 사람 같다.
검찰은 "유씨의 비리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유씨 혐의가 "경미한 품위 위반 수준"이라며
덮어버렸다. 유씨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 부르고, 작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할 때는 주변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호철이 형'이라 부르며 친분을 과시 하고
다녔다. 그가 청와대 감찰에 걸렸을 때는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선임행정관 등 문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총출동해 구명 운동에 나선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든든한 뒷배를 믿었기에 마음 놓고 영화 속 조폭이 자신의 관할 구역 업체들을
뜯어먹는 식의 행태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든든한 뒷배의 정체가 밝혀져야 한다.
-조선일보(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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