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결의 어긴 중·러, 북핵 반대하면 북 노동자 전원 귀환시키라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 조치와 새로운 부대 조직 문제를
토론했다"고 한다. 핵·ICBM 능력을 증강하겠다는 것이다. 북이 협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서울을 거쳐 베이징까지
달려갔지만 북측을 만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북 요구대로 대북 제재를 풀어주지 않으면 핵·ICBM 도발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미국에 보낼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와 잇달아 통화했다. 한반도
정세가 심각하다.
이제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모두가 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핵탄두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그대로 가진 채 고철이 된 다른 핵시설만 폐기하는 대가로 대북 제재를 해제해
명실상부한 핵국가가 되겠다는 것이 김정은의 계산이었다. 그 작전에 들러리를 세울 수 있는
한국 정권이 등장했지만 현재 미국의 벽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핵을 가진 집단과의 전면전은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의 군사 옵션 거론이 현실성 없는 엄포에 불과하다는 것은 북한도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철통 같은 대북 제재뿐이다. 돈·에너지를 틀어막는 대북 제재로 김정은이 '핵을 갖고 있다가는
정말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때 북핵 폐기의 길이 열린다.
어제는 유엔 회원국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전부 돌려보내야 하는 마감일이었다. 2017년
북이 6차 핵실험에 이어 ICBM 실험까지 시도하자 중국과
러시아도 여기에 찬성표를 던졌다. 최근까지 46개국 2만3000여명의 북 노동자가 짐을 쌌다고 한다. 그러나 북 노동자가 8만명 이상 있는 중·러는 온갖 꼼수로 송환을
미루고 있다. 특히 중국이 북에 숨구멍을 틔워주고 있다.
자신들도 찬성한 유엔 제재 결의를 어기고 있는 것이다. 북 노동자가 김정은에게 바치는 달러가
크기도 하지만 북 노동자 수만명이 한꺼번에 북으로 돌아갈 때 일어날 북한 사회 내 변화가 김정은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중·러는 얼마 전에는 북 노동력을 포함해 섬유·수산물 금수(禁輸) 제재를 풀어주자는 결의안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북핵 폐기보다
북한 정권 안정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엔은 북한 노동자의 귀환을 빈틈없이 챙겨 허점이
없게 해야 한다. 김정은의 생존 셈법을 바꾸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조선일보(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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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후 우린 어떻게 대응할 건가
김정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미국과 협상 잠정 중단과 핵무력 강화 회귀 선포일 것
美, 싱가포르 합의 무효 카드 때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어떻게 하나
모레면 크리스마스이다. 예년과 달리 이번 크리스마스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엄포를 놓은지라 긴장감 속에서 보낼 것이 예상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을
향해 기독교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신성한 휴일이며 이날만은 모두 평화롭기를 바란다면서 '이런 감성에 동의'해 줄 것을 부탁했다. 전직 북한 외교관인 필자는 미국이 북한에 이렇게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것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긴장 완화
역할'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게 미국 합참의장은 "북한의 그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기독교를 말살하고 크리스마스를 쇠는 것 자체가 불법인 북한이 기독교 국가인 미국을 위해 '좋은 선물'을 선택할 리는 만무하다. 그러니 북한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인공위성 중 어느 한 가지는 발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크리스마스를 체험한 김정은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물리적인 행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화염과 분노'로 떠밀지는 않을 것 같다. 먼저 레토릭(수사)으로
미국을 압박하면서 다시 한 번 간을 보고 그다음 물리적인 행동으로 정세를 서서히 긴장시켜 갈 것이다.
지난 21일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군 간부들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 문제를 먼저 결정하였다고 한다. 김정은은 필경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당 전원회의를 소집하고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결정을 당의 정책으로 공식화하는
방법으로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바 있는
핵과 ICBM 실험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을 '취소'하고 전략적 핵무력 강화로
'회귀'하는 결정을 선포할 것이다. 결국 북한이
말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미국과의 협상 잠정 중단, 핵무력 강화로의 회귀 선포일 것이다.
김정은이
핵무력 강화 회귀를 선포하는 경우 미국도 싱가포르 합의를 날려보낼 것이라는 레토릭으로 맞대응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핵합의를 어기고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주동적으로 제네바
핵합의를 깨버린 전례를 가지고 있다. 김정은이 미국의 싱가포르 합의 무효 경고도 무시하고 물리적인
도발로 나오는 경우 미국은 유엔을 중심으로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며 미 군부는 군사행동을 비롯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할 것이다. 벌써부터 '코피 작전' 등 2017년에 검토했던 많은 군사 작전안이 다시 테이블 위로 올라가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미국의 향후 대응을 사전에 알리자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
미국의 향후 대응은 윤곽이 보이는데 한국의 대응은 행방을 가늠할 수 없다. 가깝게는
싱가포르 합의가 무효화되는 경우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체결한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른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나온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이
북한의 핵계획 포기를 전제로 했음에도 북한의 핵무기 완성 후에도 살아 있었으며 지난해에는 남과 북이 공동으로 기념행사까지 열었다. 김정은이 2019년 한 해 동안 신형 단거리 '4종 세트 무기'를 실험하고 군사연습 금지 구역에서 직접 포사격을
지시하거나 금강산으로부터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해도 우리 정부는 선의와 평화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김정은이
핵과 ICBM 실험으로 되돌아간다면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이다.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무효화하고 우리는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그대로 살려 두면 한·미 사이에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자랄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대응이 향후 김정은이 살아 있을 수십 년 동안의
남북 관계의 행방을 좌우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북 정책은 보수는 강경을, 진보는 온건 평화로 일관되어 있어 수가 너무 뻔히 읽혔다. 이제는
진보 정권에도 '강온 전략, 계산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그래야 김정은이
현실을 바로 파악하고 한반도 정세를 군사적 충돌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태영호 前 북한 외교관, 조선일보(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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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대주는' 한국?
성관계를 뜻하는 은어(隱語)적 표현을 공개적으로 하면 논란이 되기 마련이다. 한 의원이 대학생 모임에서 특정 직업군에 대해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가 혼이 났다. 탁현민씨는 10여년 전 자기 책에 '하고 싶다, 이 여자'라는 제목 아래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 '몸을 기억하는 여자' 등을 열거했다가 두고두고 비난받았다.
▶정의당이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미국의 패권을 위해 돈 대주고 몸 대주는 속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심상정 대표의 연설 자료에 포함돼 있었고 당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랐다고 한다. '몸 대주다'는 지금까지 논란이 된 여러 성적 은어 가운데서도 특히 노골적인 표현이다. 성폭력특별법 판례에 몇 년 전 20대 남성이 아는 여성에게 '아무나 다 대주는 X 같은'이란 휴대폰 메시지를 보냈다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다. 그런 말이 정의당 대표 연설문에 올랐다. 더구나 그 정의당 대표는 여성이다.
▶정의당은 그동안 성 문제에서 앞장서 여성 편에 서 왔다. 남성적 시각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을 내걸었을 때 "마초 정당 후보가 여성 대통령 운운할 수 있나"라고 했다. 여성을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정당이 한국을 '미국에 돈 대주고 몸 대주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한다. 주한 미군 주둔은 일차적으로 한국 방어 때문인데 우리가 그 비용을 분담하는 것을 이렇게 비하한다면 미군이 주둔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모든 나라가 몸을 대주고 있다는 건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5조에 근거한 국군의 해외 파병을 몸 대주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점도 놀랍다. 이번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우리 국익에 따라 결정할 문제일 뿐이다. 수입 원유 70~80%가 이곳을 통과한다. 동맹이라면 미국만 한국을 돕는 것이 아니라 한국도 미국을 도와야 한다.
▶6·25전쟁 때 유엔 16국이 병력을 보내주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젊은 청년 178만명을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파병했고 그중 5만명이 전사하고 10만명이 다쳤다. 정의당 식으로 말하면 미국과 유엔 파병국 모두가 몸을 대준 것이다. 트럼프가 상식 밖 수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의당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비판이 아니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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