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장발장'
프랑스혁명 때 "빵을 달라"는
시위대에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프랑스어 '브리오슈')를 먹으면 되잖아"
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원래 프랑스혁명 20여년
전 루소가 쓴 고백록에 나오는 표현인데 왕비의 발언인 양 선전되면서 민중의 증오심에 불을 질렀다. 왕비에겐
비정하고 철없는 사람, 사치의 화신이란 프레임이 씌워졌고 결국 단두대로 끌려갔다.
▶인천의 한 마트에서 너무 배가 고파 식료품을 훔쳤다는 10대 소년과 30대 아버지의 스토리가 가짜 뉴스 논란에 휩싸였다. 딱하게 여겨
국밥을 사준 경찰관이 표창장을 받고, 대통령까지 사건을 언급하면서 '현대판
장발장'이란 타이틀을 쓰고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하지만
한 언론의 심층 취재로 소년의 아버지가 택시 기사 시절 절도 전력이 여럿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폭력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33만원 닭강정
사건'도 알고 보니 사실과 달랐다. 대출사기 범죄를 공모하다
혼자 떨어져 나간 사람에게 보복하려고 다른 공범들이 그의 이름으로 닭강정을 33만원어치나 주문했다고
한다.
▶현대판 장발장과 닭강정 사건은 공중파 TV 방송이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주요 뉴스로
다루는 바람에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 정부 들어 친정부 매체들이 진영 논리에 갇혀 입맛에 맞는다 싶으면
과장·확대 보도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수호하려는 시위를 보고 한 TV 보도국장이 "딱 봐도
100만명"이라고 했을 정도다.
▶이와 정반대 상황도 있다. 청와대는 정권 비위를 비판하는 언론에 '가짜 뉴스' 프레임을 씌워 본질을 흐리는 전략을 자주 써왔다. 엊그제도 청와대 대변인실 행정관은 법원이 조국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기각 사유에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이 없다. 언론이 소설을 막 써도 되냐"고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법원은 "판사가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을 썼다"고 다시 확인했다.
▶'울산 선거 공작 의혹'도 따지고 보면 현
정권 핵심들이 상대 당 후보를 모함하여 선거 구도를 바꾼 가짜 뉴스 사건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말대로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가짜 프레임 전쟁은 더 심해질 것이다. 미국의 한 팩트 체크 시민단체는 가짜
뉴스 식별법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정권 핵심부가 진짜를 가짜로 만들고,
코드를 맞추려는 방송이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나라다. 이 분야에서 이보다 영리한 정권은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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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선거제 끝내 강행 통과, 나라가 갈 데까지 간다
민주당과 군소 정당 등 범여권이 27일 야당의 반대 속에 선거법을 강행 처리했다. 국회 방호원들이 동원됐고 고성과 몸싸움이 난무했다.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선거의 규칙인 선거법이 선거 주요 참여자가 반대하는데도 강제로 통과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 일방 변경의 방망이를 두드렸다. 민주화 운동권이 민주주의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애초에 선거법은 이들의 목표도 아니었다.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이 군소정당 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미끼로 던진 것이다. 민주제도가 한낱
미끼로 전락했다. 이 누더기법은 국회의원들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국민이 이해 못 하는 선거제도가 존재할 수 있나. 그
자체가 반(反)민주다.
전문가들은 이 선거법은 위헌 소지가 적지 않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지역구
투표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제도는 직접선거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 때문에 정당득표제가
도입된 것이다.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는 별개라는 취지인데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선거 결과가
비례대표 배분에 영향을 미치게 돼 헌재 결정에 위배된다. 지역구에서 일정 의석을 얻으면 비례
투표에서 아무리 많은 표를 받아도 1석도 가져오지 못한다. 비례
투표에서 사표가 대량 발생하기 때문에 표의 등가성을 해쳐 평등선거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선거법
처리 과정도 탈법과 위법의 연속이었다.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법안과 이날 통과된 수정안은 틀 자체가 바뀌었다. 패스트트랙 제도를 농락한 것이다. 만약 선거를 치르고 난 뒤
선거법 개정 무효 결정이라도 나오면 누가 감당할 수 있나.
피해자인 한국당은 예고한 대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할 것이다. 불가피한 정당방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원래 목적인 공수처법만 통과시키고 나면 본색을 드러내고 비례민주당을 만들려 할
가능성이 크다. 비례한국당에 이어 비례민주당이 만들어지면 이 누더기 선거법은 그나마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게 된다. 연동형 제도를 도입했던 다른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선거법을 다시 원위치시키자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엉터리 제도는 결국 폐기가 불가피하다. 나라와 선거가 희화되는 전적인 책임이 정권에 있다.
1988년 만들어진 현행 소선거구제 선거법은 30년이 지나도록 그 골격을 유지해왔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법은 범여권 정당들이 잇속을 챙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의도에서부터 '일회용 선거법'일 운명이다.
이런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르고 나면 패배한 쪽은 승복하지 못한다. 나라 통합은
물 건너갈 것이다. 이런 무도한 폭거를 집권 세력이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조선일보(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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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조국 죄질 좋지 않다"는데 잘됐다는 靑
청와대는 조국 전 법무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검찰의 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조국의 범죄 혐의는 소명되지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는 낮다"는 것이다.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법원은 특히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우리 사회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내 구속 등 사정을 참작해 불구속 재판을 받도록 한 것이다.
조씨 스스로도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친문(親文) 실세'들의 청탁 때문에 감찰이 중단됐다고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 결과가 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도망갈 우려가 없다고 기각된 영장을 갖고 마치 범죄 혐의 자체가 부인된 양 엉터리 입장을 내놓았다. 판사가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판사의 영장 결정문 전체를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가 무능하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렇게 태만하기까지 하다. 사실관계조차 모르고 엉뚱한 얘기를 하면서 "한쪽의 일방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언론 탓까지 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를 것이다.
지금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관련해 송병기 울산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됐다. 송
부시장이 청와대 측과 공모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라고 한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시장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고 검찰이 공식화한 것이다. 송 부시장은 청와대에 야당 후보 관련 첩보를 건넸고 민정수석실은 이를 경찰에 내려 보내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그 사무실을 덮쳐 선거에 찬물을 끼얹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실상 송철호 후보 공약을 만들어 주다시피 했고, 당내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줘 매수하려고 시도했다. 객관적 증거와 증언들이 이미 숱하게 드러나 있다.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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