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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지나친 공포 누구에게도 도움 안 돼] [노비의 얼굴과 무릎] [떼쓰기가 통하면] 노조의... '떼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뚝섬 2020. 1. 31. 06:50

우한 폐렴 지나친 공포 누구에게도 도움 안 돼

 

우한 폐렴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한 달여 만에 남미 대륙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WHO는 국제 비상사태 선포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0일 확진자가 두 명 늘어 6명이 됐다. 빠른 속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경계심을 풀 때가 아니다. 2차 감염자도 나왔다.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초기에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중국 내 위험 지역을 고려해 국내 입국 항공편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는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6 "현재로선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 금지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나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중국인 입국 금지는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 내 감염 환자는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후베이성 외에도 수백명 넘는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곳이 여럿이다. 현재 중국 노선 항공편은 우한 폐렴 사태 이후 평소보다 대폭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매일 2만명 안팎 중국인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이 정도면 공항에서 아무리 검역을 강화한다 해도 제대로 된 방역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미국·독일·영국 등은 이미 항공편 조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도 국민 건강 보호를 우선적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응책 검토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과장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화관, 식당, 호텔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고 한다. '감염자와 같이 숨 쉬고 눈만 마주쳐도 전염된다'는 등 괴담과 거짓 정보까지 돌아다닌다. 과거 사스·메르스 때도 이런 괴담이 퍼지면서 국민이 심리적 공황까지 겪었다. 30일 현재 우한 폐렴 감염자는 7800여 명에 170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2% 수준이다. 사스 때는 치사율 9.3%, 메르스는 30% 수준이었다. 우한 폐렴은 공기 전염 가능성도 없다는 게 정설이다. 제대로 손 씻기 등 개인위생만 잘 지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평상심을 잃지 않아야 이 사태를 잘 극복할 수 있다.

 

-조선일보(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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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의 얼굴과 무릎

 

나를 낮춰 남을 높이는 과거 호칭이 제법 많다. 이른바 인비달존(因卑達尊)의 격식이다. 예치(禮治)를 근간으로 삼았던 이전 동양 사회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정치 체제에서는 그 정도가 심했다. 황제를 폐하(陛下), 제후를 전하(殿下)라고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계단[] []의 내가 그 위의 황제를 치켜세우며 '폐하'라고 불렀다. '전하'는 전각(殿閣) 아래의 내가 그 위의 제후를 받드는 호칭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유행했던 각하(閣下)도 마찬가지다. 관공서를 지칭하는 각()의 아래 사람이 윗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자리 밑의 제자는 스승을 좌하(座下), 좌전(座前)이라고 했다. 귀하(貴下)는 남을 높이는 흔한 존칭이다. 가장 먼저 등장했던 관련 호칭은 족하(足下). 남의 발아래 자신을 두면서 상대를 높이는 말이다. 예전 편지글에 자주 등장했다. 절하(節下)와 휘하(麾下)는 자신을 통수하는 군 지휘관을 부르는 말이다.




예치의 틀인 서열과 계급에서의 존비(尊卑) 개념이 매우 두드러진다. 형식적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다 문제가 생긴다. 저를 낮추다가 스스로 땅바닥과 '혼연일체(渾然一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귀결은 노안비슬(奴顔婢膝)이다. 노비의 얼굴과 무릎이다. 윗사람 앞에서 종놈처럼 헤프게 웃거나 바닥을 기며 아첨하는 행위. 중국의 역대 조정(朝廷)에서 늘 벌어졌던 풍경이다. 현대에는 권력이 크게 쏠렸던 마오쩌둥(毛澤東) 때 심했다.

'
최고 권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定于一尊]'는 말을 내세우는 요즘도 비슷해 보인다. 우선 대형 재난으로 번지는 우한(武漢) 폐렴 사태가 심상찮다. '안정 유지[維穩]'를 국정 지상의 목표로 강조하는 공산당 중앙권력의 눈치만 살피며 은닉과 얼버무림으로 일관했던 중국 관료의 어두운 근성이 사태를 키운 것 아닐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조선일보(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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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쓰기가 통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 거주 교민을 전세기로 데려와 아산·진천의 공공시설에 격리 수용하겠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이 진입로를 막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 차관이 주민들에게 멱살 잡혔고 행안부 장관은 계란 세례를 받았다. 주민들만 나무랄 수도 없다. 애초 수용지를 천안으로 검토했다가 천안 시민들이 들고일어나자 뒤집은 모양새여서 주민 분노를 더욱 키운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누구든 화가 날 것 같다.

▶언제부턴가 '헌법 위에 떼법' '~한민국'이란 말이 등장했다. 떼를 쓰면 국가적 프로젝트마저 올스톱된다. 경부고속철 구간에 터널을 뚫으면 도롱뇽이 죽는다고 한 승려가 떼를 쓰자 공사가 2년 반이나 중단됐다.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터널은 완공됐지만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렀다. 터널 개통 10년이 지났지만, 도롱뇽 피해 소식은 없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삼성전자는 공장에 전기를 공급할 송전탑 건설을 막는 지역 주민 탓에 수년간 고생하다 결국 자비로 송전선로를 땅에 묻겠다고 약속해서야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떼쓰기 앞에선 국가 안보 계획까지 뒤틀린다. 정부가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경북 성주의 기존 미사일 기지에 사드를 배치키로 했는데, 주민들이 전자파 괴담 때문에 집단 반발하자 사드 부지를 갑자기 롯데 골프장으로 바꿨다. 사드 배치 수년이 지났는데 지금 전자파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의 보복으로 애꿎은 롯데는 1조원 넘는 손실을 봤다.

''의 사전적 정의는 '부당한 요구나 청을 들어 달라고 고집하는 짓'이다. 우리나라가 '떼 공화국'이 된 데는 가정교육 탓이라고 지적하는 교육 전문가도 있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 기를 안 죽이려 떼쓰기를 단호히 거절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의 효용성을 체득하게 된다. 노조의 떼쓰기가 거의 매번 성공하면서 '떼의 대중화'가 이뤄졌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

▶꼭 필요한 국가적 시설물이라면 한번 결정된 사항을 절대 바꾸지 말아야 한다. 처음 결정할 때 신중하게 하되 일단 결론이 내려지면 어떤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다는 선례를 쌓아가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떼쓰기에 밀려 기존 결정을 번복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천안으로 알려졌다가 아산, 진천으로 바뀐 이번 문제는 최악의 사례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천안, 아산, 진천 주민들과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 모두 개운치 않을 듯하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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