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컨트롤러블' 秋
법무부는 지난달 1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일선 검사들과 첫 만남 가져"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추 장관이 대한변협 선정 '2019년도 우수 검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는 내용이다. 1월 3일 취임한 추 장관의 첫 동정 자료였다.
이날 오찬 대상 우수 검사 20명 중 6명이
불참했다. 변호사들 평가로 선정된 이들은 '윤석열 사단'도 아니다. 법무부는 "수사
일정이 겹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인사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 제안한 행사에 상당수 검사가 불참한 건 상징적이다. 취임 닷새 만에
정권 수사 지휘부를 모두 날린 '1·8 대학살' 인사를 하고 일선 고충을 듣겠다는 추 장관을 보며 검사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추 장관 취임 한 달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법무부와
검찰 갈등의 연속이었다. 인사안을 다 짜놓고 의견을 듣겠다며 호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지 않자 추
장관은 "내 명을 거역했다"고 했다. "징계 법령을 찾으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지난달 9일 언론에 찍혔다. 징계는 없었다. 판사 출신인 추 장관도 징계감이 안 된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일부러
카메라에만 찍힌 정치 행위였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달 20일 추 장관은 조국 전 장관을 무혐의 처리하자는 대검 간부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한 부하 검사를 콕 찍어 "추태"라고 비판했다. 이 검사는 중간 간부 인사에서 지방으로 좌천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전 장관 무죄를 주장한 대검 간부가 비상식적이라는 반응이 다수였지만 추 장관은 모른 척했다.
추 장관은 23일 윤 총장이 최강욱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하자 '날치기 기소'라며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수사팀이 윤 총장 지시만 듣고 '친문(親文)'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결재 없이 기소한 게 감찰 대상이라는 것이다. 감찰은 없었다. "윤 총장의 기소 지시를 어긴 이 지검장부터 항명으로 감찰해야 한다"는
다수 검사의 기류가 추 장관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헌정 사상 여성 최초의 지역구 5선 의원인 추 장관이 왜
6선과 국회의장 도전까지 포기하고 법무부 장관직을 택했을까. 정치권에선 본인 지역구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승부를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대신 서울시장
등으로 향후 정치 노선을 수정한 추 장관이 이번 기회에 '검찰 개혁'을
확실한 자기 브랜드로 삼으려는 것 같다.
2017년 대선 직후 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은 청와대로부터 '언컨트롤러블(uncontrollable·통제 불가능한)'이라는 굴욕적인 말을 들었다. 특유의 아집으로 '좌충우돌' '예측불가'라는 것이다.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이 추 장관 취임 한 달을 그렇게
느끼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라는 법무부를 개인 정치 플랜을 위해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도 스스로를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한다.
-박국희 사회부 기자, 조선일보(20-02-03)-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윤석열 차기주자 2위... 진중권 "尹 대통령 되면 與 다 죽음"
황교안 "자유우파가 국민 지지받는 건 좋은 일"
與 "극우보수
대표" 평가절하
윤석열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제치고 2위를 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정치권이 술렁였다. 현직 검찰총장이 사실상 대선주자군에 처음으로 포함돼 실시된 조사에서
단번에 황 대표에 앞서면서 한국당 인사들 사이에선 "반문(反文) 대안 세력의 대표 이미지를 윤 총장이 잠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1%p,
신뢰수준 95%, 응답률 10.1%)에서, 윤 총장은 10.8%를 기록해 황 대표(10.1%)를 앞섰다. 1위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32.2%)였다.
이와 관련 3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한 황 대표에게
기자들이 소감을 물었다. 황 대표는 "이런 인재들이
많이 나오기 바란다"며 "우리 자유우파가
여러 국민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당적이 없는 현직 공무원인 윤 총장을 '우리 자유우파'라고
칭한 게 눈에 띄었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보이면서 한국당 의원들은 사석에서 술렁였다. 한 수도권 한국당 의원은 "윤 총장이 작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사실상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지지율이 나온다는 건 상당수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척점에 윤 총장이 서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윤 총장이 설마 정치판에 뛰어들겠느냐" "언론이 윤 총장의
대선 가능성을 너무 빨리 거론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풉. 이 분, 출마한다고 하면 바로 1위 될 것이지만 정치할 분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니 이 분, 자꾸 정치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지
마세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여 이 분이 대통령 되면 너희들 다 죽음이기에 그냥 이 분 총장 하실 때 얌전히 조사받고 깨끗이
처벌받고 깔끔히 끝내세요"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고 "이
정부에 맞서서 철저히 싸워주는 윤 총장의 모습이 향후 극우보수를 대표하는 대권후보로 추대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의원의 '극우보수' 평가와 달리 윤 총장은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무당층(無黨層)에서
15.8%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새보수당 지지층 내에서도 28.9%의 지지를 얻어 유승민 의원(29.2%)과 경합했다.
-김민우 기자, 조선일보(20-02-0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급부상 차기 주자’ 윤석열, 이제 그의 운명은?
여론조사는 어떻게 하는가. 어떤 여론조사가 좋은 여론조사인가. 요즘 여론조사는 대체로 믿을 만한가. 조사비용, 즉 돈 내는 사람이 듣고 싶은 말만 들려주는 여론조사, 정권에 아부하는 여론조사는 없는가.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작·왜곡하는 사례는 없는가.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
결과는 비슷한가, 아니면 전혀 다를 것인가. 도대체 우리나라
여론조사 기관은 믿을 만한가. 우리는 여론조사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할 수 있다. 현재로선 시원스러운 답을 얻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들을
전제로 하고, 그런 한계 속에서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세계일보가 창간 31주년을 맞아서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서 설날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남녀 1007명에게 물었다. 결과가 오늘 나왔다. 독자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 하실 요소를 따로 뽑아서 들려 드린다. 첫째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물었다. 그랬더니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8%를 얻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제친 것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주자 2위로 급부상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온갖 압력과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밀고 나가는 윤석열 총장에게 국민적 성원과 지지가 엄청나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차기 대통령 적합도’란 숫자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이 신문은 "보수진영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부상하면서 황교안 대표의 독주 체제가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황 대표에게 나쁜 일만도 아니다. 윤 총장이 10.8%, 황 대표가 10.1%다. 사실상 공동 2위다. 지금 두 사람의 경쟁과 콜라보레이션을 얘기할 단계는 전혀 아니지만,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곳에서 정치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윤 총장이 보수 진영일지, 좌파 진영으로 갈지 속단해서도 안 된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총장에
임명한 사람이다. 다만 윤 총장은 본인 자신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주의자란 점을
올해 신년사에서도 수없이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금 차고 오르는 기세다. 그런데 혹시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겨서 윤 총장이
올 4월 총선부터 국민적 여망을 담아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우리 판단으로는 그런 기대는 할 수 없다. 그것은 섣부른 희망이다. 사실 ‘대권 주자’라는 말도 너무 앞선 말이다. 윤 총장은 총장
임기가 1년 6개월이나 남았다. ‘청와대의 울산선거 개입 사건’은 관련자 13명의 전격 기소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제 윤석열 검찰은 공소 유지를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전국 곳곳으로 흩어버린 기존 수사팀을 다시 불러 모아 재판과 공소 유지에 투입할
것이다. 이것은 청와대도 추 장관도 막을 수 없다. 검찰총장의
고유 권한이다.
윤석열 총장이 현직 검찰총장 신분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 2위로 보도됐다는 것은, 검찰 내부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던 일선 검사들도 윤 총장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원칙과 의지가 얼마나 국민적 신망을 얻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중심으로 단합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 ‘차기 대권 주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청와대에 복종할 뿐인’ 추미애 법무장관이 대비된다면 말의 무게와 운신의 폭과 검찰 내외부에 대한 영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좀 자세히
보면, 윤석열 총장은 무당층과 새로운보수당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특히
무당층에서는 15.8%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들
중에는 주말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정치적 의사 표시와 결집에 온 힘을 기울이시는 분도 많지만, 여기에도
저기에도 마음을 두지 못해, 마치 최백호 노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처럼, 무당층, 부동층으로 남아 계시는 분들도 많다. 특히 그분들로부터 윤석열 총장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론조사는 이런 질문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가.’ 응답자 67.5%가 ‘영향력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도가 점점 옅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한 셈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을 하든 신당을 만들든, 많은 국민은 그에게
관심이 없다는 뜻이 된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전국적 정치 무대에 계속 남아 있으려면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는
길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40대, 한국당은 60세
이상에게 강세를 보였고,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한국당 구도도
여전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조사결과가 있다. 이번 총선은 우리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따라서 ‘비례대표 투표 정당’을 묻는 질문이 매우 중요하다.
조사 결과 보수 통합이 무산됐을 경우엔 미래한국당이 얻는 지지가 15.0%, 새보수당이 3.1%다. 둘을 합해도 18.1%
밖에 안 된다. 그러나 보수 통합에 성공해서 통합 정당을 만들었을 경우엔 그 지지율이 24.1%로 민주당의 25.8%와 비슷하게 된다. 보수 진영에 대한 국민의 명령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다시 정리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처음 이름을 알렸고, 2위가 됐다. 윤석열 검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수치로 드러났다. ‘울산선거’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 유지가 힘을 얻을 것이다. 우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에서 윤석열 총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닷컴(20-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