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깨시민' 차라리 臣民이라 칭하라] "문프께 모든 권리를 양도했다".. [조국 잣대, 김의겸 잣대]

뚝섬 2020. 2. 4. 07:33

'깨시민' 차라리 臣民이라 칭하라

 

깨어있는 시민이라더니 주군의 命에 무조건 충성
민주주의 위기 빠뜨리고 우리 미래 위협하는 존재로

 

요즘 '깨시민'이란 말은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명색은 깨어있는 시민이란 뜻인데 실제 행태는 주군에게 충성하는 신민(臣民)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깨어있는 시민의 단결된 힘이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우리의 미래입니다"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는 '깨시민'이 지금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변질 과정을 겪고 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에서 말하는 시민은 도시(都市)에 사는 주민을 뜻하는 게 아니다. 시민이란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의 주체로서 '자유롭고 자율적인 개인'(강원택 '시민이 만드는 민주주의')을 말한다. 자유롭고 자율적인 시장(市場)에서 권력에 구속받지 않고 생산·소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시민의 상대어는 군민이나 읍민이 아니라 권력에 예속되고 얽매인 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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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깨시민'은 지금 신민으로 전락하는 중이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구속 직후 "저와 제 남편을 기억하시고 격려해주신 그 손글씨를 통해 수많은 '깨시민'의 마음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 시민이라고 해서 팬레터를 보내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그런데 넉 달여 동안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서 "정경심 교수 사랑합니다" "우리가 조국이다"를 외치던 '깨시민'들이 설 직전 갑자기 집회를 중단했다. 이유가 기막히다. 주군이 명했다는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군에겐 '엄지 척'이다. 주군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간다. 깨어있는 시민이라더니 스스로 '문파'라 부르는 상상의 공동체에 충성을 바치는 신민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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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의 시민단체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를 거쳐 신민단체로 떨어졌다. 조국 사태에서 시민단체가 보인 신민의 행태를 비판하며 탈퇴한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최근 새로운 시민단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참여연대가 권력 감시 기능을 방기하고, 이를 수행하기 힘든 여건이라 따로 단체를 꾸리는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권력의 신민단체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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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신민임을 부끄러워하거나 성찰할 줄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오히려 신민 됨을 자랑스러워한다. "진보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유시민),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께 모든 권리를 양도했다"(공지영)고 당당히 밝힐 정도니 '신민 바이러스' 감염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황국신민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전쟁터에 나간 일본군 병사의 모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주군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신민은 또한 주군을 위해 상대를 기꺼이 죽일 수 있다.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은 1971년 노래 '이매진(Imagine)'에서 상상했다. "뭔가를 위해 죽일 것도 죽을 것도 없는(nothing to kill or die for)" 세상. 충성스러운 신민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민이 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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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살 수 없는 세상이란 한반도 북쪽 같은 곳이다. 그곳에선 백두혈통을 결사옹위하는 신민으로만 살 수 있다. 대한민국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시민으로서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주의 체제로 출발해 지금에 이르렀다. 기적이고 행운이다. 건국 이후 선거 부정과 왜곡 같은 민주주의 훼손이 있었어도 시민이 살아갈 세상으로 진보해왔다. 이제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권력의 불법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공수처법 첫 대상으로 삼겠다고 협박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해도 이를 응징할 1 1표 대한민국 체제는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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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번지는 '신민 바이러스' 감염을 막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끝장이다. 진짜 깨어있는 시민의 단결된 힘이 민주주의와 우리의 미래를 지킨다.

 

-이한수 문화부 차장, 조선일보(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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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잣대, 김의겸 잣대

 

"김의겸은 굉장히 억울해하겠는데…."

작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불법과 비리 의혹에도 조국 서울대 교수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을 때, 정치권 일각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김 전 청와대 대변인은 그해 3월 재개발 지역이던 흑석동 상가 건물을 257000여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자 사퇴했다. '집을 투기 대상으로 삼지 말라' '빚내서 집 사지 말라'는 정권의 부동산 억제 정책에 정작 '대통령의 입'이 정반대 행보를 하면서 서민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조 교수가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뒤, 일가 전체가 자녀 입시, 딸 장학금 수수, 사모펀드 투자 등 전방위 불법·비리 의혹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자, 뜬금없이 6개월 전 물러난 김 전 대변인 동정론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런 김 전 대변인이 최근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읍소' 전략까지 펴다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당의 거듭된 만류에 끝내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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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변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출마 의지를 드러내며 올린 글에서 조 교수를 '소환'한 대목이 흥미롭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 검찰의 반발을 샀다" "도전을 결심하는 데 조 교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어가면서도 의연하게 버텨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파동이 일었다"고도 했다. 검찰 수사와 광화문을 가득 메운 사퇴 시위 인파 속에서도 조 교수가 법무장관으로 임기를 수행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허물은 반성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게 됐다는 취지로 보인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법적·도덕적 기준을 들이대며 총선 후보자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모순(矛盾)이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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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찰에 11개 혐의로 기소된 조 교수의 각종 범죄 의혹에 대해 줄곧 "사실이 아니다" "검찰의 정치적 수사"라고 해왔다. 국민적 공분 속에 조 교수가 사퇴한 뒤에는 오히려 불법 혐의를 수사한 윤석열 총장을 겨냥해 '검찰 개혁에 저항하지 말라'며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다. 그래 놓고선 민주당은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들에 대해 검찰의 수사 내용과 기소 여부는 물론 사법 처리까지는 되지 않았던 도덕적·사회적 논란 등을 근거로 적격 후보자 심사 작업을 하고 있다. 정권 전체가 '조국 구하기'에 나섰을 당시와는 전혀 다른 잣대로 총선 후보자를 선별하는 '부조리극'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조국보다 법적, 도덕적으로 깨끗한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공천 심사에서 탈락할 후보자들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여당 공천이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승현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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