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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한국 정치권의 경쟁이 추잡한 두 가지 이유]

뚝섬 2020. 2. 10. 07:0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 출마의 결단을 내린 데 이어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는 합치라는 국민 명령을 따르겠다" "새보수당과 한국당의 신설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유 의원은 합당 때 공천 지분 등을 일절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본인도 불출마하겠다고 했다. 통상 당 대 당 통합 때 공천 지분 문제가 가장 큰 장애물이지만 이 기득권을 모두 버리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종로 출마 결정을 내린 것이나 유 의원이 자신의 불출마로 통합 걸림돌을 스스로 치운 것은 결코 쉽지 않은 희생이자 헌신이다. 황 대표는 유 의원에 대해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해 귀한 결단을 했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다.

이번 4·15 총선은 4년마다 치러지는 그런 선거가 아니다. 무능한 것도 모자라 불법까지 저지르며 폭주하는 무도한 정권에 대한 심판이다. 우리 국민의 다수가 이런 정권에 찬성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민심은 이 정권의 무능 폭주를 심판하고자 하는데 야당이 분열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라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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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보수 진영은 4년 전 진박 감별 논란으로 시작해 총선 패배, 탄핵, 연이은 선거 참패를 거치며 이리저리 분열하기만 했다. 정권에 대한 견제는커녕 자기들끼리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데 더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질리도록 본 국민은 아예 한국당을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권을 비판하지만 한국당도 지지할 수 없어 마음 둘 곳 없는 국민이 너무 많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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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는 구호만큼 지금의 나라 사정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청와대가 불법 선거 공작의 총본부였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고 측근들이 무더기 기소됐다. 당장 탄핵될 수 있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정권 실세들이 총동원돼 비리 공직자를 비호하기도 했다. 이 비리들을 덮기 위해 검찰 공소장을 숨기고 검찰 수사팀을 공중 분해했다. 법원이 정당하게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마저 뭉개버렸다. 희대의 파렴치 인물을 법무장관에 기어이 임명했다. 작년 연말 국민은 집권 세력이 나라의 기본 틀인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야당 반대를 짓밟고 야합 처리하는 폭주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떤 경우에도 선거법만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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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행위의 책임자인 대통령은 딴청을 피우고 있다. 4·15 총선만 이기면 모든 불법을 덮고 넘어갈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암울한 경제 사정을 뒤로하고 총선을 겨냥한 세금 쏟아붓기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 수백 명이 마스크를 쓰고 지방에 모인 풍경은 선거로 범죄를 넘으려는 안간힘을 보여준다. 야권이 분열해 민심이 이런 정권에 회초리를 들지 못하게 된다면 단순히 한 선거의 패배가 아니라 나라가 방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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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이토록 무도한 폭주를 해온 것은 제대로 된 야당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통합되고 강력한 야당이 있었으면 결코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분열되고 나약한 야당도 이 정권 폭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총선을 목전에 두고도 통합은 지지부진한 채 얕은 계산과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이 계속돼 야당이 정권의 총선 승리를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개탄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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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통합키로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없다. 국민 염증을 부르는 탄핵 시비를 완전히 넘어서는 것과 함께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지도급 인사와 중진 의원들은 황 대표와 유 의원이 결단한 자기희생에 동참해야 한다. 제대로 된 야당이 서 있어야만 정권의 폭주가 멈추고 국정이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다.

 

-조선일보(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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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권의 경쟁이 추잡한 두 가지 이유

 

국민들 사이에 국가에 대한 일치된 관념이 없고
주심이 홈팀의 12번째 선수로 뛰는 한국 통치 시스템의 결함

더러운 정치 고치려면 이 문제 해결해야

 

정치권에서 신당 창당 소식들이 들리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돌아온 모양이다. 다른 나라에서 선거 시즌 개막은 역사가 긴 기성 정당 내 예비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작된다. 한국에선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이 기존 정당에 합류 또는 탈퇴하거나 새 정당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안철수 전 의원은 최근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대한민국이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 말을 "대한민국은 대통령 안철수 없이는 안 된다는 뜻이냐"고 하는데 그건 너무 냉소적 해석이다. 그보다는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 안 전 의원이 진심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우리에게 뭐가 필요한지 알기 어렵지 않았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당신이 대통령 후보였다고 상상해보자.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는 구호를 만들었을 것이다. 1950년이라면 "우린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1955년엔 "하루 세끼 쌀밥을…" 하고 외쳤을 수 있다. 1960년대엔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나라를 만들자", 1970년대엔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이제 민주주의는 어떻게 하실 거죠?"라고 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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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그런 작업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됐다. 또 후보자들의 이념과 개인적 이해관계, 성격상 특성 등이 진짜 필요한 일에 눈멀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통일부 장관 출신 집권당 후보였던 정동영씨는 민주화 이후 최다 득표 차로 졌다. 국민들은 나라 경제와 생계 문제로 고민하는데 그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최고 우선순위로 삼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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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의원은 이념적·정치적 분열을 극복해 무책임하고 파괴적인 정치를 구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우리 모두 함께 갑시다"라는 식으로 허망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선거에서 이긴 사람들이 흔히 이런 말을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감옥에 보낸 뒤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보면 안 전 의원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분열의 실체는 무엇이고, 정치를 무책임하고 파괴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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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치적으로 좌파 또는 우파로 분류되는 정당이 여럿 존재한다. 심지어는 한 정당 안에도 좌우 정파가 있었다. 한 세대 전에 미국도 그랬다. 이런 정파와 정당들이 권력을 위해 투쟁한다. 사실 투쟁 자체는 파괴적이지 않다. 경쟁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경쟁이 대단히 추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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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한국 국민이 국가에 대해 갖는 일치된 관념이 없다. 국가란 무엇인가, 정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공유하는 생각이 있다면 국민은 수많은 차이에도 서로에게 동료애를 느낄 수 있다. 과거엔 한국 국민들 사이에 그렇게 공유하는 국가적 비전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좌파 쪽 사람들은 현존하지 않는, 환상 속 통일 국가 한국을 사랑한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파 사람들을 악이라고 보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선 좌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지금 청와대도 주사파가 장악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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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한국 통치 시스템의 결정적 결함이다. 한국 정치는 주심이 홈팀의 12번째 선수로 뛰는 축구 경기 같다. 사법부는 행정부에서 독립돼 있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정하지 않게 대우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음에 박 전 대통령 우호 세력이 청와대에 돌아가 주사파 세력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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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슈를 꺼내드는 게 선거에서 이기는 전략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은 어떤 특정 정치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더 윤리적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는 원래 더러운 거야. 당신들은 권투 장갑을 끼고 링 위에 올라가시오. 경제와 우리 삶을 개선하기 위해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시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럴땐 차라리 '헬조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일지 모른다. 하지만 새 정당들이 더러운 정치를 고칠 수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면, 그들의 메시지는 이 두 문제에 대한 해결이어야 한다. 그러면 정치는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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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략을 선택하든 정치인들은 트럼프에게서 슬로건을 빌려 올 수는 있을 것이다. "이 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듭시다."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한국, 한국인' 저자, 조선일보(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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