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마육(牛頭馬肉) 정권
'내로남불' 표현 어울리지
않아
사적 영역의 '사랑꾼' 범주와 공적 영역서 이권
탐하고 큰소리치는 뻔뻔함은 달라
지도층의 몰염치가 몰고 올 문화적 황폐 걱정돼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때 일이다. 평소 남장(男裝) 미인을
좋아한 임금은 가까운 시녀 몇에게 남장을 시켰다. 그러자 다른 궁녀들도 앞을 다투어 남장했고, 이는 곧 유행이 되어 궁 밖과 지방까지 퍼져 나갔다. 임금은 놀라서
남장을 금하는 명을 내렸으나 궁 안의 시녀는 그대로 놔두었다.
강력한 명령에도 길에 남장미인이 넘쳐나자 임금은 제상 안자(晏子)에게 대책을 구했다. 현명한 제상은
"이 금령이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궁 안에 있습니다. 궁 안은 묵인하면서
궁 밖 백성에게는 금지하시니 이는 마치 쇠머리를 문에 걸어놓고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懸牛頭於門而賣馬肉於內)"라고 아뢰었다. 거짓 간판을 내세우고 안으로는 기만을 일삼는
위선을 빗댄 이 말은 여러 사람 입을 거치며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판다(羊頭狗肉)"는 말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 정권을 특징짓는 단어로 '내로남불'이 언급될
때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 로맨스나 불륜은 사적 영역이고, 어쨌든 '사랑꾼'의 범주
아닌가. 그에 비하면 지금 정부 인사들의 행태는 공적 영역에서 각종 이권과 자리와 돈이 얽힌 추하고
탐욕스러운 모양새다. 거기다가 부끄러움이나 반성은커녕 외려 큰소리치는 위선과 뻔뻔함이 하늘을
찌른다. 말고기를 팔며 내가 쇠고기라고 하는데 무슨 잔소리냐는 식이다. 로맨스든 불륜이든 비슷하지도 않다.
그 유려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대장경'을
필두로, 지금 정부는 내용물과는 다른 말의 껍데기로 둘러싸여 있다. 권력과
연루된 다양한 비리 군상을 '피의 사실 공표'나 '피해자 인권 보호'라는 껍데기를 씌워 보호하고, 수사하려는 검찰에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으로 맞받는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것도 모자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자기 말도 먹어버리는[食言] 지경까지 이르렀다. 말과 내용물이, 또 말과 말이 지금처럼 부딪치며 어지럽게 난립한
정권은 없었다. 그 정점에는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놓고 철저하게
자기편만 챙겨온 대통령이 있다.
정치인의 위선을 어디까지 견뎌야 할까. 이 오래된 질문을 놓고 오랜 고민을 거듭한 서양의
정치철학자들은 경계해야 하는 정치인의 위선을 다음 몇 가지로 꼽았다. 가장
가증스러운 것이 위선에 대한 위선이다. 상대방을 도덕성으로 공격하며 자신을 도덕적 가치로 무장하는
위선이다. 둘째가 선한 지도자를 좇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이 대안인 것처럼 포장하는
일이다. 그들은 더러운 세상의 청소 역을 자임한다. 위선에도
층위가 있다. 정치인의 개인적 위선보다 문제가 되는 건 공적 업무에서 보이는 위선이며, 그보다 치명적인 위선은 국제 관계에서 거짓을 조장해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했다. 서양의 민주주의는 이러한 치열한 사유 과정을 거치며 정직함을 정치인의 바람직한 가치로 정립하고 추구하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서에 참여 정부의 유일한 자산인 도덕성을 잃었으므로 모든 것을 상실했다는 취지의 탄식을 드러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세상을 뜬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했다는 지금의 문재인 정권은 연쇄적이고 반복적인 위선적 행태로, 그가 죽음으로 지키려 했던 일말의 도덕성마저 파탄 내고 말았다.
지금 정권의 폭주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갖고 있다. 어떤 이는 세금
퍼주기와 분배 우선의 포퓰리즘 좌파 경제정책을 비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훼손을 우려한다. 북한에 끌려다니고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는 듯한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는 사람도 있다. 치솟는 인건비와 부동산 때문에 못마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위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지도층의 위선이 사막의 바람처럼 몰고 올 문화적 황폐이다. 지도층의 몰염치가 교란할 국민의 성정(性情)이다. 백 년 전 기미독립선언문은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나"라고
벅차했고, 김구 선생도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도덕이 땅에 떨어진 위력의 시대를 살아보니 알 것 같다. 내가 바라는 우리나라는 쇠고기를
판다고 내건 가게가 쇠고기를 팔고, 그걸 어긴 주인은 벌을 받거나 퇴출당하는 상식적인 나라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조선일보(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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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밥솥' 농담
밥솥에 비유하자면 文 정부는 가장 큰 밥솥으로 시작했지만
훗날 전해질 '밥솥 농담'은 '밥 배 터지게 먹고 밥통 박살 냈다'
'이승만은 미국서 돈을 빌려 가마솥을 장만했지만 밥 지을 쌀이 없었다. 박정희는 농사를 지어 밥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맛도 못 봤다. 최규하는
솥뚜껑 열다가 손만 데었고, 전두환은 그 밥을 일가친척끼리 다 먹었다.
노태우는 남은 누룽지를 긁어 혼자 다 먹었고, 김영삼은 밥솥 바닥을 긁다가 구멍을 냈다. 김대중은 국민이 모아준 금과 신용카드 빚으로 미국에서 전기밥솥을 하나 사왔다.
노무현은 110V를 220V에 잘못 꽂아 밥솥을
태우고 코드가 안 맞는다고 불평했다.'
노무현 정부 때 유행했던 '대통령과 밥솥' 농담이다. 김대중 대통령 퇴임 후 측근들이 동교동 자택을 찾아 이 우스갯소리를 들려주자 대북 송금 특검 등으로 침울해
있던 김 대통령이 껄껄 웃었다고 한다. 이후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조금 더 살이 붙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몇 가지 버전 중 '이명박은 밥솥 기술자인 줄
알았는데 어디 꽂는지도 모른 채 삽질만 했고, 박근혜는 최순실이라는 식모한테 밥통을 내줬다'가 가장 그럴듯하다.
밥솥에 비유하자면,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튼튼하고 커다란 밥솥으로 시작한
정부다. 우선 대내외 경제 여건이 꽤 좋았다. IMF 외환
위기 속에서 출발한 김대중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각각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 위기, 남유럽 재정 위기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시점은 세계경제가 지난 10년간의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와 본격적으로 반등하던 시기였다. 전 정부가 담뱃세 인상, 세제 개편 등 욕먹는 정책을 추진하고, 반도체를 비롯해 기업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에 나라 곳간도 어느 때보다 풍족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202조원이던 국세 수입은 2018년 300조원에 육박했다. 요컨대
국민이 최순실에게서 빼앗아 건네준 밥솥을 문 대통령이 열었더니 흰쌀밥이 그득했던 셈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전임자들이 갖지 못한 든든한 자산이 하나 더 있었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다. 그는 문민정부 이후 80% 넘는 지지율로 출발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한 밥을 지어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해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을 할 기회가 문 대통령에게는 충분히 있었다. 기득권 세력을 설득해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해 기업이 부담 없이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각종 연금을 개혁하는 일 같은 것이다.
모두가 알듯 이런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가 밥을 지은 양 여기저기 퍼주며
생색을 냈을 뿐이다.
집권 반환점을 돌아서자 화수분인 줄 알았던 밥솥은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며 작년 세금은 목표했던 것보다 1조3000억원 덜 걷혔다. 기업 실적 감소가 본격 반영되고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은 올해는 세수 사정이 더 심각할 것이다. 그래도 한번 커진 씀씀이는 줄일 수 없어 이미 60조원 빚을 내기로
돼 있는데, 아마 총선 때쯤엔 '우한 폐렴으로 침체된 국내
경기 진작을 위해 추경이 불가피하다'며 마이너스 카드를 더 긁겠다고 나설 게 뻔하다. 공고하던 지지율은 40%대로 떨어져 이제는 뭘 해보려 해도 지지보다
반대가 더 많아졌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조용히 잊혀지고 싶다"고
했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문 대통령도 훗날 '대통령과
밥솥' 농담에 한 줄 추가될 것이다. 아마 "밥을 배 터지게 퍼먹고 밥통을 박살 낸 다음 '이제
모두 공평해졌다'고 주장했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최규민 경제부 차장, 조선일보(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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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불공정, 경찰은 정보 강화, 文은 마스크 선거운동
중앙선관위가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지도부 임의로 결정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비례대표 후보는 지도부나 공천 심사위 등이 사실상 순위까지 결정해 추천하는 이른바 전략 공천을 해왔는데 이번 총선부터 안 된다는 것이다. 당원 투표 등으로 결정하라는 것이다. 당장 미래한국당(한국당의 비례 정당) 공천이 제한받을 수 있다.
지역구 후보는 정당이 전략 공천을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비례 후보는 안
된다는 것은 해괴한 논리다. 헌법과 정당법이 규정한 정당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크다. 선관위는 민주당 등 범여권이 작년 말 한국당 반대 속에 강행 통과시킨 선거법에 그런 취지의 조문이 새로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범여권이 누더기 선거법을 공수처와 거래해 일방 통과시키는 초유의 폭거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던 선관위가 여야 합의도 없이 들어간 이상한 조문을 근거로 야당 손발을 묶으려 하고 있다.
선관위는 '안철수 신당' 이름도 유권자 혼란
등을 이유로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얼마 전엔 한국당에 대해 '비례한국당' 명칭을 쓸 수 없다고 했다. 이 정권은 '문재인 캠프 특보' 출신을 선관위 상임위원에 억지로 임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야당 발목을 잡기 위한 장기 포석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
규칙인 선거법을 맘대로 바꾸더니 이제 심판을 봐야 할 선관위까지 중립을 지키고 있느냐는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 경찰이 선거 정보를 수집했다고 경찰청장 등이 처벌받았다. 그런데 이
정권 경찰도 최근 정보 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청은 소속 정보 경찰들에게
매일 보고서를 한 건씩 쓰도록 하고 지방별 담당자를 두고 전국 정보를 모을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당초
정부 여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힘이 세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정보 경찰을 줄이고 정보 수집 범위도 제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거꾸로다. 선거를 앞둔 경찰의 정보 활동 강화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보 경찰 개혁을 다짐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다 빈말이 되고 있다.
집권 세력은 이번 총선에서 이기고자 무슨 일이든 하려 하고 있다. 야당 반대를
짓누르고 선거 규칙을 강제 개정하고 매표(買票) 의도가 뚜렷한
세금 살포도 이어가고 있다. 심판을 봐야 할 선관위가 선수로 뛰려 하고, 역사 흐름을 거슬러 정보 경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이 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약지인 부산에 내려가 단체로 마스크를 쓰고 집회를 강행했다. 선거가
아니었으면 그런 무리를 했겠나. 이렇게 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달려든 정권은 없었다.
-조선일보(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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