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아! 우한] [기업인은 목숨 걸고 일한다] [방역에 정치적 고려를 왜 하나] [방역 당국은 철저 대처하고 국민은 일상생활로 돌아가자] ...

뚝섬 2020. 2. 11. 06:25

[! 우한]

[기업인은 목숨 걸고 일한다]

[방역에 정치적 고려를 왜 하나]

[방역 당국은 철저 대처하고 국민은 일상생활로 돌아가자]

[억울한 천산갑]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우한


최근 중국판 트위터(웨이보)에 우한의 한 여성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징을 치며 "코로나에 걸린 어머니를 구해달라"고 울부짖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어머니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입원을 못 했다는 것이다. 응급 전화를 아무리 걸어도 "병상이 없다"며 구급차를 보내주지 않았다. 버스·지하철·택시가 전부 끊겨 어머니를 병원으로 데려갈 방법이 없었다. 자가용 등 차량 운행이 전면 금지돼 주유소도 문을 닫았다. 지금 우한의 이동 수단은 자전거와 두 발뿐이다. 80년 전 일본과 전쟁 때도 이러지 않았다고 한다.

▶우한에 고립된 한 외국인이 외출 준비 장면을 영상으로 찍었다. 마스크 두 겹에 수영용 안경을 썼다. 두꺼운 장갑도 꼈지만 엘리베이터 버튼은 무릎으로 찍어 눌렀다. 서울보다 더 큰 도시, 차량이 넘치던 시내 8차선 도로는 텅 비었다. 주인 잃은 개들이 거리를 헤맨다. 약국 유리창에는 '마스크 매진'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영화에서 보던 유령 도시의 장면이 현실에서 등장했다


 

▶환자가 폭증하자 우한시는 132곳의 호텔·학교 등을 임시 격리소로 지정했다. 주부 왕원쥔은 "의료 인력이 상주한다"는 당국 말을 믿고 아버지와 숙부를 한 호텔로 보냈다. 그러나 그날 밤 왕씨 아버지가 전화로 "의사도 간호사도 없다. 산소 호흡기는커녕 마스크와 소독액도 없다. 식사는 차갑게 굳은 밥 덩어리"라고 알렸다. 이튿날 숙부가 그곳에서 사망했다. '호텔'에서 탈출한 아버지는 "난방조차 없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건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주 '음성' 판정을 받은 우한 여성은 "안 걸렸다가 아니라 병상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불신 속에서 우한발() 온갖 글이 중국 SNS에 난무하고 있다. 막아도 막아도 퍼진다. '샤오항(小杭)'이란 닉네임을 쓰는 여성은 폐렴으로 부모를 잃고 자신도 투병 중이라는 사연을 일기 형식으로 올렸다. "병원마다 입원 불가" "누구도 구해주지 않는다" "살려 달라"는 내용이다. 진위는 알 수 없으나 일부 네티즌은 '우한판 안네의 일기'라고 부른다
.

▶지금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서만 중국 전체 사망자의 96%가 나왔다. 인근 저장성은 확진자가 1100명을 넘었으나 전원 병원 수용이 가능해 어제까지 사망자는 없었다. 우한도 공산당이 진실을 은폐하지 않고 빨리 대처했으면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 시진핑은 어제서야 처음 방역 현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우한 시민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할 뿐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0-02-1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기업인은 목숨 걸고 일한다

 

"중국이 폐렴으로 난리 난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저 사람 혼자 보낼 수 있겠어요."

9
일 오후 김포국제공항 2층 출국장에서 만난 정경숙(55)씨는 먼발치에서 지인의 배웅을 받고 있는 남편 최경(59) 코스맥스 차이나 법인장(부회장)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원래 최 법인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9일까지 일시 중단 상태였던 현지 공장의 재가동을 위해 홀로 출국할 생각이었지만, 함께 가겠다는 아내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정씨는 "공장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멈춰 섰던 만큼, 남편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일에 빠져 살 게 뻔하다" "바쁘다고 집 안 소독이나 환기를 제대로 안 할 텐데, 내가 가서 챙겨주는 게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

최 법인장은 코스맥스가 중국에 처음으로 진출한 2004년부터 중국 업무를 담당했지만, 지금까지 부부가 함께 상하이에서 생활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는 "십수 년을 혼자 출국했는데, 전쟁터가 돼버린 곳에 아내와 같이 나간다니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부부의 두 딸은 이날 아침까지도 "정말 안 가면 안 되겠느냐"고 말렸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도 정씨에게 "너라도 가지 말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부부는 "마음속으론 겁이 났다. 그러나 책임감 하나로 중국으로 출국하는 직원만 20여명인데, 어떻게 우리만 안 가겠느냐"고 대답했다
.

이들이라고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최 법인장은 "당장 현지에서는 마스크는 물론 식자재 공급도 불안하다" "전투하러 나가는 심정으로 짐을 쌌다"고 말했다. 이날 부부는 고추장, 김치, 손 소독제 등을 가득 챙긴 20㎏짜리 이민 가방 4개를 짐으로 보냈다. 최 법인장은 만일을 대비해 혈압약을 평소의 두 배로 처방받아 챙겼다. 사태가 잦아들기 전엔 최소 수개월은 한국으로 못 돌아오고 중국에 갇힐 각오를 한 것이다
.

이날 김포공항 출국장은 '코로나 포비아' 영향으로 텅 빈 상태였다. 최 법인장은 "아마 이 시국에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기업인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LG전자·아모레퍼시픽 등 기업의 수많은 주재원은 이날 전후로 속속 공장으로 복귀했다. 한 대기업 주재원은 "다들 어떻게든 이 난관을 버텨내자는 비장함을 갖고 현장에 갔다" "경제 일선인 기업이 힘들어지면 나라 경제도 크게 휘청거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서로 닮아 보이는 부부의 얼굴은 단호했다. 아름답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를 그들의 표정을 본 뒤, 문득 '어떻게 저렇게 흔쾌히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한 중견 기업인은 "이것저것 계산한다면 불가능한 선택"이라며 "누군가는 최전선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 기업인을 현장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부부 같은 '평범한 영웅'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오로라 산업2부 기자, 조선일보(20-02-1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방역에 정치적 고려를 왜 하나

 

감염원 차단 방식으로는 한계
中 확진자 많은 곳 입국 제한하고 동네 병원서부터 감시·진단해야
방심하면 큰 위기 맞을 수 있어

 

우려가 현실로 닥치고 있다.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와 가족과 접촉자 위주로 퍼지고 있다. 확진자들과 접촉한 이들이 수천 명에 이른다. 교회·회사·아파트 등 어디서 옮을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어도, 확진자 행적과 일치하는 부분이 없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이제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현재 싱가포르가 그런 상황이기에 지역사회 전파 단계로 방역 체계를 올렸다. 한국은 확진자가 27명이다. 4만명이 넘는 중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로 보일지 모르겠다. 숫자에 안심해선 안 된다. 27인이 이제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

정부는 국내 첫 감염자가 나온 이후 방역에 실책과 실기를 거듭했다. 접촉자 기준을 느슨하게 하여 밀접 접촉자를 놓쳐 2차 감염의 빌미를 제공했다. 무증상 내지 경미한 증상 상태에서도 전염이 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음에도 증상 발현 후 접촉자 관리에 치중했다. 확진자 이동 동선과 행적 공개도 지연됐고, 불투명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대상도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우한, 중국, 중국 밖 발생지 등 새로운 출처의 감염자가 나올 때 뒤늦게 바꿨다. 메르스 때보다 방역 인프라는 좋아졌다지만 방역 행정은 메르스 때를 연상시킨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얼마나 확산됐는지, 확산될지 알 수가 없다.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도 없다. 발생 초기라서 그렇겠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 검사를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확진자 발생 밀집 지역부터라도 중국이나 접촉자 동선과 전혀 상관없는 발열 환자들에게도 검사를 해봐야 한다. 그래야 지역사회에 퍼진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

지금은 지역사회 전파 예방과 대응을 위해 방역 체계 재편이 시급한 과제다. 지금까지 해온 방역, 감염자가 새로 발견되면 접촉자를 찾아내 격리하는 감염원 차단 방식(reactive approach)으로는 지역사회 전파를 막을 수 없다. 확진자의 동선을 매번 뒤쫓아 가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의미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수준에서의 조기 진단과 감시 체계 운영이다. 감염원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나서는 선제적(proactive) 대응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 중앙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방역 시스템을 개편하고, 동네 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과 밀착형 인프라를 형성해야 한다. 발열 증상이 보여 동네 의원을 찾은 환자들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게 한 후 일단 자가 격리를 권하고, 결과 여부에 따라 다음 단계가 이뤄지도록 해나가야 한다
.

지역사회 전파 감시, 조기 진단 및 격리는 검사 가능한 보건소와 대형 종합병원만으로는 효율이 떨어진다. 지역사회 일차 의료를 통해 감시와 진단이 효과적으로 일어나야 지역사회 전파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으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국 제한 지역 확대가 필요하다. 방역에 정치적 고려를 왜 하나 싶다. 최소한 중국 내에서 확진자가 많이 생긴 곳이라도 입국 제한 조치를 해야 한다. 방역 실기와 순간 방심은 대한민국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

내일이라도 당장 해외여행과 기존 확진자와 전혀 무관한 신규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오늘부터 대응 체계를 짜야 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민관합동 긴급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지역사회 전파 관리와 예방책을 지금 시행해야 한다. ()과 민()이 합쳐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감염병 정책·규제 개선위원장·고려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 조선일보(20-02-1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방역 당국은 철저 대처하고 국민은 일상생활로 돌아가자

 

우한 코로나 공포가 번지면서 상가와 식당에 발길이 끊겼고 행사와 모임도 속속 취소되는 분위기다. 어느 곳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일대 업소 전체가 날벼락을 맞는다. 이렇게까지 불안에 떠는 나라는 중국 빼고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지자체, 공공기관이 더 심하다. 서울시교육청은 확진자의 동선(動線)에서 1㎞ 이내인 7개구 74개교에 대해 일시 휴업 명령을 내렸다. 경기도 시흥시는 일가족 확진자가 나오자 어린이집 등 517개 돌봄 시설의 운영을 중단시켰다. 지금의 분위기는 지나치다.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는 10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 학교와 상점 등이 문을 닫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고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우한 폐렴은 후베이성 내에서는 9일 현재 2.9% 치사율이지만, 후베이성 바깥에선 0.35%. 메르스(34.4%), 사스(9.6%)에 비해 크게 낮다. 후베이성은 의료 시설과 인력이 감당할 수 없게 되는 바람에 치사율이 높아졌을 것이다. 국내에선 중증으로 진행한 경우가 아직 하나도 없다. 중국 춘제 연장 휴무가 9일로 끝나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은 있다. 방역 당국은 더 긴장하고 더 철저히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확진자가 수백m 근방을 스쳐 지나갔다고 모조리 폐쇄부터 하고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는 식이어선 피해가 너무 크다
.

국민의 과도한 불안심리를 없애려면 정부가 방역에 허점이 없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국민 건강보다 중국 관계를 더 신경 쓰는 듯한 태도는 불신을 초래한다. 폐쇄, 휴업 등에 관한 합리적 세부 지침을 정해야 하고, 국민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되 일상의 리듬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20-02-1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억울한 천산갑(穿山甲)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천산갑을 거쳐 인간으로 전파됐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화난(華南)농업대학 연구진은 최근 다양한 야생동물에서 추출한 시료들을 검사한 결과 천산갑에서 나온 바이러스 유전체 염기 서열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서열과 99% 일치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분석한 천산갑 시료가 우한 화난시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서 직접적인 경로가 판명된 것은 아니지만 천산갑이 중간 숙주일 가능성은 충분해졌다.


천산갑은 비늘로 뒤덮인 개미핥기다. 우리가 흔히 개미핥기라고 부르는 동물은 아메리카 대륙 열대지방에 살며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다. 천산갑은 특이하게 머리·몸·다리·꼬리 윗면이 마치 솔방울처럼 비늘로 켜켜이 덮여 있으며 대만과 중국 남부에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걸쳐 분포한다. 길이가 30~40㎝에 이르는 긴 혀로 주로 개미나 흰개미를 잡아먹으며 위협을 느끼면 몸을 공처럼 동그랗게 말아 방어한다.

천산갑의 비늘은 예로부터 갈아 먹으면 종기를 가라앉히고 혈액 순환에 좋다 하여 한약재로 쓰인다. 이 때문에 천산갑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는데도 대량으로 포획돼 중국으로 밀수출되고 있다. 천산갑 비늘의 화학 성분은 머리털·손톱·발톱·피부 등 상피 구조의 기본을 형성하는 각질 단백질 케라틴(keratin)이다. 비싼 돈 주고 어렵게 구한 천산갑 비늘은 화학적으로 볼 때 가끔씩 깎아 버리는 우리 손톱, 발톱과 진배없다
.

이 법석판에 공교롭게도 2 15일이 '세계 천산갑의 날'이다. 아무리 뜯어봐도 딱히 약재로 쓸 만한 게 없어 보이는데 언제부턴가 뜬금없게도 정력에 좋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중국에서는 밀수하다 적발된 천산갑 비늘이 때로 수십t에 달한다고 한다. 케라틴 쪼가리 떼려다 바이러스 혹 붙여올 일 있나? 제발 천산갑도 살리고 우리도 살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20-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