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감염 주도 방역']
[文 '중국發 전염병 또 나와도 또 문 열겠다' 선언해보라]
['정치꾼' 트럼프도 한 일]
[이런 판단력과 속도로는 우한 코로나 못 이긴다]
[지적인 낙관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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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감염 주도 방역'
재작년 어떤 사람이 '소득 주도 성장'을 비꼬아 인터넷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소득 주도 성장은 마차가 말을 끈다는 식으로 선후가 뒤바뀐 주장이다. 그래서 결혼부터 하면 사귀게 된다는 '혼인 주도 연애', 두꺼운 옷을 벗으면 봄이 온다는 '탈의 주도 입춘', 피로를 미리 풀면 잠이 잘 온다는 '휴식 주도 수면' 같은 말을 만들어 냈다. 허구적 경제 논리를 꼬집은 것이다.
▶요즘 '감염 주도 방역'이란 말이 인터넷에서 돌고 있다. 누군가 인터넷에 "문재인식 방역법: 바이러스를 창궐시켜 중국인들이 알아서 떠나게 한다. 이것이 외교 마찰 따위는 없는 감염 주도 방역"이라는 글을 올린 뒤 퍼지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으로 세계 유례없는 경제 발전을 이룩하더니 감염 주도 방역으로 세계 유례없는 방역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을 막지 않는 청와대의 큰 그림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글들이 이어진다.
▶그런데 '감염 주도 방역'이 우스개만 아닌 것으로 현실이 흘러가고 있다. 정부 방역 정책의 실제 결과가 그렇게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3명뿐이던 지난달 26일 중국발 외국인의 전면 입국 금지를 처음 권고한 이래 총 일곱 번이나 중국 차단을 요구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전문가들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는 한 달 만에 76만여 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그러나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지않아 종식된다"며 "행사 취소하지 말라"고 독려했다.
▶그러는 사이 국내 확진자는 2300명을 넘었고 요 며칠 새 매일 500명 넘게 폭증하며 확진자 증가 폭이 중국을 뛰어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중국인들이 한국에 오지 않고 중국 유학생들은 '알아서' 중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하루 1만2000명가량이던 중국인 입국자 수는 최근 그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한국을 중국보다 더 위험한 나라로 만들어 외교 마찰 없이 중국인 입국을 막는다는 '감염 주도 방역' 아닌가.
▶엊그제 청와대는 "최근 입국하는 중국인 숫자 자체가 많지 않다"며 중국인 입국 제한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마치 감염 주도 방역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조금 있으면 국경을 차단하든 말든 중국인을 비롯해 아무도 한국에 오지 않으려 할지 모른다.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나라도 60국 안팎이다. 이렇게 처량할 수가 없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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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중국發 전염병 또 나와도 또 문 열겠다' 선언해보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우한 코로나 사태와 관련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야당 대표 주장에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실효적이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많은 전문가와 국민이 '초기
감염원 입국 차단'을 요구해왔다. 초기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효과가 없다"고 하나. 이날 한·중 교육 당국은 양국 유학생의 출국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데 합의했다. 대통령 말대로라면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닌가. 앞뒤가 안 맞는다. 문 대통령은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면 우리도 다른
나라의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중국을 포함한 60국이 우리 국민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데 무슨 엉뚱한 말인가.
하루 전엔 청와대가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 제한을 하지 않는 이유로 "한국에 오는
중국인보다 중국으로 가는 우리 국민 숫자가 두 배 더 많은 상황"을 거론했다. 알고 보니 두 배 많은 건 중국으로 돌아가는 중국인 숫자였다. 중국
감염원 차단 포기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청와대가 이런 기본 숫자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처음부터 '시진핑 방한'이 목적이었는데 다른 이유를 급히 둘러대려니 이런 실수가
나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온갖 수모를 겪고 있다. 난징의 국민 30여명은 아파트까지 갔지만 주민위원회가 정문을 막아 인근 호텔로 쫓겨갔다. 칭다오에선
아파트 주민들이 한국 교민을 막아서며 "(전염병으로) 오염시키면
어떡하느냐"고 손가락질했다. 한국인 집 주소와 여권
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것이 한국이 위험을 감수하고 중국인을 받아준 결과다.
중국
공산당원인 감염병 전문가가 "코로나가 중국에서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發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우한시도 "최초 확진자가 (발원지로 지목된) 우한 화난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홍콩 매체는
"우한의 신천지 교회가 작년 12월까지 모임을 가졌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이 코로나 발병 책임을 한국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청와대와 이른바 '문빠'들은 이 중국의 시도를 우리 국민과 같이 '어처구니없는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하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인 책임론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우한 코로나'를 '코리아 코로나'로
둔갑시키는 중국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14억 인구가 밀집한 데다 농촌은 아직 위생 상태가 열악하다. 전염병이 발원하고 창궐할 구조다. 1910년대 폐페스트, 1968년 홍콩독감, 2003년 사스, 2010년대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중국에서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한
코로나가 잡히더라도 또 다른 중국발 전염병이 얼마 안 있어 확산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그때도 중국에 문을 열어놓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해 보라.
-조선일보(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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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꾼' 트럼프도 한 일
미국에 있다 보니, 한·미 양국의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를 비교해서 보게 된다. 공통점은 양국 모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둔 한국,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인 모두 '코로나발(發) 선거 악재'를 두려워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성급하게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가 역풍을
맞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우리는 잘하고 있고
매우 잘 준비돼 있다'고 발언했다가 자화자찬만 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차이점은 전문가에 대한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를 필두로 한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TF)'와 함께 기자들 앞에 섰다. CDC는 감염병과 관련해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기관이다. 소위 '차르(czar·러시아어로 황제)'라
할 만큼 확실한 전권(全權)을 행사한다. 전날 CDC가 '미국
내 지역사회 유행' 가능성을 경고한 것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는 기자회견에서 줄곧 전문가를
앞세웠고 이들의 조언에 따랐음을 강조했다.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조기 차단한 것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좋은 결정이었다"며 "우리의 최우선순위는 미국인의 건강과 안전"이라고 했다.
한국은 비(非)전문가인 정치인들 목소리가
전문가를 압도한다. 한국 최고 방역 전문가들이 모인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감염학회, 대한의사협회 등이 중국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나 제한 확대를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과학이 정치에 밀려났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우리 집 불났는데
남의 집 불길을 챙긴다. 출입국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은 미국의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정치적'이라 깎아내린다. 국민
건강 챙기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 한다. 이 와중에 외교부 장관은 한국인 입국을
막는 나라들에 항의한다고 한다. 자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나라에 무슨 염치로
항의하나.
정치·외교도 물론 중요하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다만 국민의 생명, 안전보다 앞선 정치라는 게 있을 수 있나. 지금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게 필요한 건 대통령이 주는 홍삼액이나
"허탈하겠다. 힘내라"는 격려
같은 게 아니다. 그저 정치 논리 신경 안 쓰고 직업적 소신으로 뛰게 하면 된다. 순수하게 국민 건강만을 최우선에 두고 전권을 쥔 '방역 대통령' 역할을 하게 하면 된다.
지금이라도 비전문가들은 비켜달라. 제대로 이끌지도,
잘 따르지도 못하겠거든 비켜라도 주는 게 국민을 위한 길이다.
-박순찬 실리콘밸리 특파원, 조선일보(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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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단력과 속도로는 우한 코로나 못 이긴다
대구의 우한 코로나 감염자가 28일 하루에만 3명
숨졌다. 전국 확진자는 2300명을 넘었다. 1000명을 넘은 지 이틀 만이다. 무서운 속도다. 중국 우한에선 환자가 1000명 넘은 지 일주일 뒤에 1만명으로 늘었다. 대구·경북 환자가 하루 수백 명씩 늘고 있고 수도권도
언제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환자 1만명'이 되면 한국 의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에 빠져들게 된다.
대구 환자 1300명 가운데 600여명이 병실을
못 구해 집에서 자가 격리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선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대구 의료
시스템의 붕괴부터 막아야 한다. 13번째 사망 환자가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다 숨진 다음, 상대적으로 젊고 경증인 환자들은 따로 모아 격리 치료하거나 자가 격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입원한 경증 환자들이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증세가 심한 중증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지금 환자 발생은 메르스의 수십 배 수준으로 가는데 5년 전 메르스 매뉴얼(완치 판정 평균 3주일)을 고집할 수 없다.
우한 코로나는 처음 겪는 바이러스여서 누구도 면역력이 없다. 무증상 감염, 감염 초기 전염이 가능해 전국 확산이 우려된다. 28일엔 전 국민의 40%가 감염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예측 못 한 상황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바이러스 전파 속도보다 한발 더 앞선 빠른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그 판단은 정확해야 한다. 그러면 정부가 그 결정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 현재 하루 1만건씩 감염 검사를 하는 신속 진단 키트는 정식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감안해 질본이 그런 의사 결정을 한 것이다. 진단 키트뿐 아니라 방역 전반에 걸쳐 질본이 신속한 대책을 주도적으로 내놓도록 해야 한다. 마스크나 병상 확보 문제 등을 볼 때 이런 판단이 신속하게 내려지고 집행되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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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낙관주의자
코로나 19의 확진자가 600명이 넘었다는 기사를
봤을 때, 미세 먼지 수치는 20을 넘지 않았다. 간만에 보는 '좋음' 수치였다. 하지만 마스크 없이 밖을 나갈 수 없으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절망이 가득한 요즘 옌스 바이드너의 책 '지적인 낙관주의자'에서 인상적인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
"독일이라는 국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독일인은 28%에 불과했지만, 개인사와 관련해서 63%가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했다. … 공공장소에서 비관주의자인 불평꾼도 사생활에선 낙관주의자일 수 있다."
가령 회사 임원이 결정한 내용을 직원이 일방적으로 수용할 때보다 함께 사안을 결정할 때, 직원들의
낙관성은 올라간다. 하지만 사생활은 다르다. 이사부터 휴가까지
자신이 직접 결정, 실행, 책임까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의 낙관성은 올라간다. 심지어 그 일이 잘 안됐더라도 잘됐다고 느끼려는 경향이 크다.
개학은 연기됐고, 마트는 폐쇄됐으며, 코스피 지수는
폭락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그것'을 찾아 행동해야 한다. 지적인 낙관주의자는 물이 반 컵이나 차 있으니 됐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저자는 "현실론자라면 그 컵을 다시 조사할 것이고, 항공 엔지니어라면 이 컵이 실제 필요보다 두 배 더 크니 크기를 줄여 무게를 덜어보자"고 제안할 것이라 말한다. 이렇듯 회의적 시각을 포함했을
때 낙관주의는 제대로 작동한다.
"질병은 초기에는 진단하기 어렵지만 치료하기는 쉽고,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진단은 쉬우나 치료가 어려워진다." 마키아벨리의 이 말이 자주 떠오르는 요즘이다. 우울한 비관론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고, 근거 없는 낙관론은
세상을 큰 혼란에 빠뜨린다. 중요한 건 현실을 직시하는 판단력이다.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자. 나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게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이다.
-백영옥 소설가, 조선일보(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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