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영웅'의 무성의한 사과]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결국 中이 "韓 가지 말라" 문 열어놓은 우리는 뭔가]
[영숙이 이모의 '루틴카드']
'K방역 영웅'의 무성의한 사과
'이물질 백신' 논란 이후
보름 만에 원론적 사과만
'숨김없던 소통'은 어디로
원인 규명해 신뢰 되찾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현 정부 장관들을 대상으로 인지도 조사를 한다면, 비(非)정치인 출신 중에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질병관리본부장(현 질병관리청장)으로 거의 매일 상황 브리핑을 하며 ‘방역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현재 유행 규모와 확산 속도는 역학조사, 검사, 격리 조치 등 방역 조치만으론 한계가 있다” 같은 정보를 숨김없이 전달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한국은 보건 당국의 노력과 일선 의료진의 헌신에 힘입어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았다. 방역 책임자였던 정 장관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직접 타임지에 정 장관 소개 글을 보냈다. “그는 방역의 최전방에서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며 K방역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의 성실성이야말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와 맞서는 수많은 ‘정은경’들에게, 그리고 인류 모두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발탁하며 “감염병 위기 속에서 매일 직접 언론 브리핑에 나서 국민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방역 상황을 지휘하며 국민이 안전한 일상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감사원이 공개한 ‘코로나19 대응 실태 진단 및 분석’ 감사 결과 보고서로 ‘K방역’이 얼마나 관리가 허술했는지 드러났다. 곰팡이·머리카락 같은 이물질 발견이 신고된 코로나 백신과 같은 공정에서 만든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만회분이 국민에게 접종(2021~2024년)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이물질 발견 사실을 백신 제조사에만 통보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알리지 않은 중대한 절차 위반도 확인됐다.
그런데도 코로나 방역 책임자였던 정 장관은 당일 관계 부처 합동 참고 자료에 ‘감사원 지적에 대해 관계 부처와 협력하여 개선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국민이 기억하는 책임 있는 ‘방역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직접 해명 요구가 빗발치자 정 장관은 감사 결과 공개 보름 만인 지난 11일에야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께 송구하고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사과했다. 그는 “백신 원액을 제조하는 공정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동일 제조번호 백신에 모두 이물질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을 뿐, 원인·책임 규명에 대해선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코로나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감사원도 이를 감안해 공무원 문책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 장관이나 보건 당국의 대처는 백신을 맞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입증 여부를 떠나 ‘백신 후유증’을 호소하는 국민도 적지 않은 상태다.
최소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의 방역 정책에 따르는 것은 완벽한 무결성에 대한 신뢰 때문이 아니라, 혹여 문제 발생 시 국가가 정직하게 알려주고 책임질 것이란 신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방역 당국에 보내준 신뢰가 코로나 대응에 큰 힘이다.” “불신이 있으면 심리적 방역에 실패해 방역 자체가 어려워진다. 국민적 갈등도 불필요하게 많아진다.” 정 장관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 했던 말들이다. 신뢰는 한번 허물어지면 회복이 어렵다. ‘방역 영웅’이라는 칭송은 과거의 영광일 뿐,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실과 책임이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후속 조치와 신뢰 회복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봉기 기자, 조선일보(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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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웬만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엔 백신이 있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에게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800여개인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예방 효과를 인정한 백신은 B형간염·소아마비·천연두 등 25개뿐이다. 인플루엔자 독감 백신도 개발 착수에서 탄생까지 반세기 넘게 걸렸다. 에이즈에 돈을 그렇게 쏟아부었건만, 아직 백신이 없다. 게다가 코로나, 에이즈처럼 RNA 바이러스는 변이가 잦아 백신을 만들기 더 어렵다.
▶공포의 에볼라에도 백신이 없다. 주로 아프리카에 퍼지기에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수조원을 들여 백신을 개발할 시장 가치가 낮다고 본 탓이다. 메르스도 중동 풍토병이고, 조류인플루엔자는 동남아시아서 소수만 걸리기에 제약 회사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 의료계에는 "이왕 병에 걸릴 거면 돈 많은 미국이 많은 병에 걸리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그래야 치료제나 백신 구경을 한다는 얘기다. 백신에도 양극화가 있다.

▶2009년 신종 플루가 75만명의 감염자를 양산하며 우리나라를 휩쓸 때, '백신 주권' 말이 나오면서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았다. 마침 그때 제약 회사 녹십자가 같은 플루 계열인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 플랫폼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신종 플루를 얹어 7월에 개발을 시작했다. 신속 승인을 거쳐 10월에 백신을 내놨다. 신종 플루 사망자를 260명으로 막은 데는 치사율이 낮기도 했지만 초고속 백신 덕도 봤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치자 많은 제약 회사와 연구소가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팬데믹인 데다 매년 돌 것 같으니 백신 개발에 호재다. 하지만 감염 차단 타깃을 찾아야 하고, 동물실험서 효과가 입증돼야 하고, 임상시험도 거쳐야 한다. 기존에 쓰던 RNA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플랫폼도 없기에 맨땅에서 시작한다. 아무리 빨라도 1년은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 코로나 태풍에 백신 덕 보긴 힘들어 보인다.
▶치료제 개발도 만만치 않다. 언제 후보 물질 찾고 임상시험 해서 내놓는단 말인가. 완치자 혈액의 항체를 갖다 쓰는 시도도 실용화가 시원찮다. 그러기에 여러 나라가 기존에 나온 에볼라, 에이즈, 말라리아,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우한 코로나에 테스트하기 바쁘다. 용도 변경해서 임시변통해보는 것이다. 당분간 백신도 없고, 특효약도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밀집 공간서 마스크 쓰고, 손 자주 씻고, 잠 잘 자서 면역력을 높이는 '셀프 백신'에 기대며 이겨내야 한다.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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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中이 "韓 가지 말라" 문 열어놓은 우리는 뭔가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한국 등 10여국에 당분간 여행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중 외교부와 문화관광부는 18일 동시에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고 일부 국가와 지역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느라 여전히 중국에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중국 주변 주요국 중 중국발 입국을 차단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빼고는 거의 없다. 그러다 마침내 중국이 한국으로의 여행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런 식으로 '중국인 입국 차단'이 이뤄졌다. 희극인가 비극인가.
올해 초 중국에서 코로나 피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부터 많은 전문가와 국민은 '초기 감염원 차단을 위한 중국 경유 외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7차례나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제한 권고를 했고,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질병관리본부도 입국 차단이 방역에 유리하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에는 76만명이 동참했다. 감염 원천을 차단하자는 기본 상식에 따른 요구이자 감염병 방역의 첫 단계이지만 청와대는 매번 외면했다.
'창문 열어놓고 모기 잡는다'는 비판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시진핑에게 전화해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여당은 "중국 혐오를 멈추라"고 했고, 감염병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을 다녀온 우리 국민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며 우리 국민에게 책임을 돌렸다. 출입국 관리를 맡은 법무장관은 "중국이 (입국 제한을 하지 않은) 우리에게 각별히 감사해 한다"고 자랑했다. 정권을 편드는 사람들은 감염 지역으로부터 오는 외국인 입국 차단이 방역에 소용이 없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들에 따르면 세계의 모든 선진국이 바보짓을 하는 것이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처럼 초기 차단으로 방역에 성공한 나라들은 이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 방한에 집착하다 보니 이런 궤변으로 국민을 속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렇게 중국 눈치를 본 결과가 어땠나. 우리가 중국에 거꾸로 "외교보다 더 중요한 건 방역"이라는 훈계를 듣더니, 이젠 중국이 먼저 "위험하니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는 상황까지 왔다. 아마도 이 정부 사람들은 "시진핑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중국인 입국 차단을 이뤄냈다"고 자랑할지 모른다.
-조선일보(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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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이 이모의 '루틴카드'
코로나 확진자를 태운 보건소 차량이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갔다.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가 올림픽의 집에 마련됐기 때문이다. 코로나와 벌이는 경주는 달리고 달려도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이 된 기분이다.
'국가 대표 멘털 코치' 김영숙 연구원에게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다. 2012년 올림픽부터 양궁, 펜싱, 체조, 볼링, 피겨 대표 선수들의 평정심을 관리해준 스포츠심리학 박사다. 선수들의 걱정을 들어주며 토닥여주는 일을 한다. '영숙이 이모'로도 불린다.
선수가 불안해하면 설문을 작성하게 해 수치를 보여준다. "이거 봐. 너 불안하다고 하는데 지난번이랑 별 차이 없네" 하면서 안심시킨다. 좀 높게 나올 경우 '루틴(routine) 카드'에 집중하게 한다. 멘털이 흔들릴 때 붙잡아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양궁은 메달밭이고 선배들이 쌓아온 게 있잖아요. 내가 못 해내면 망신이라는 압박감이 커요. '기본기만 하자' '바람도 내 편이다' 같은 루틴 카드를 화살통에 넣고 가끔씩 보라고 합니다. 문구는 긍정적이고 단순할수록 좋아요."
불안해지는 까닭은 관중이나 심판, 상대 선수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 때문이다. 생각이 결과(금메달)에 먼저 가 있으면 더 흔들린다. "통제할 수 있는 부분만 생각하도록 이끈다"는 영숙이 이모에게 요즘 한국인에게 필요한 루틴 카드를 물었다. '현실적 낙관주의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예를 들면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이 곧 풀려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팔굽혀펴기를 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냥 낙관적인 사람보다는 현실적인 낙관주의자가 더 많이 살아남았다는 사례가 있어요."
코로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바이러스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할 수 있다. 영숙이 이모는 "코로나와 싸우는 일이 마라톤이라면 장거리 경주에 대비한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도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훈련할 땐 잘하다가 시합을 그르치는 선수들이 있다. 체조의 김한솔 선수가 그런 경우였다고 한다. 훈련에서 90점쯤 나오면 대회에선 100점 맞으려고 덤비는 것이다. 영숙이 이모는 2018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그에게 "이번엔 80점만 하자"고 당부했다. 마음을 비우면 편해진다. 결국 실수를 덜 하게 됐고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땄다.
코로나와 벌이는 대결은 자만하지 않고 실수를 줄이는 선수가 승리하는 스포츠와 닮아 있다. 방역 당국도 국민도 완벽주의나 장밋빛 기대를 버리고 '현실적 낙관주의자'가 돼야 한다. 코로나 시대의 루틴 카드다. 묵묵히 기본에 충실해지자. 국가 대표 멘털 코치가 하는 말이다.
-박돈규 주말뉴스부 차장, 조선일보(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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