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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브랜드의 몰락, 그 이후] [감염병 시대의 '뉴 노멀'] 코로나 감염병 사태의 끝을 예상하고 전략을 짜면 안 된다

뚝섬 2020. 3. 30. 08:20

'서양' 브랜드의 몰락, 그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 21세기 최대의 글로벌 위기다. 9·11테러도, 2008년 금융 위기도 전 세계인에게 미치는 위협 면에선 코로나에 미치지 못했다. 당연히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지금과 같을 수 없다. 외교·정치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들은 벌써부터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해 예측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9·11 테러나 금융 위기 이후의 세계보다 더 크고 더 깊은 본질적인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선 '서양(Western)'이란 브랜드의 몰락을 예상했다. 분명히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출발했지만, 궤멸적인 타격을 받은 곳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이었다. 유럽연합(EU)의 공동 번영이란 고상한 목표는 코로나 앞에서 서로 국경을 막으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세계 최강국이란 미국은 중국보다 많은 감염자를 내고 초기 대응에 완벽히 실패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서양' 세력이 전 세계적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물론 이것이 공산 독재 사회인 중국의 체제 우위를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 대처에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낸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을 포함한 '동양'식 사회·경제 체제의 강점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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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덜 개방되고 덜 자유롭고, 덜 세계화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정치인들은 세계화와 자유 무역이 번영의 보증수표라고 국민에게 설득하기 쉽지 않아졌다. 전 세계로의 공급망 다변화는 코로나 같은 대재앙 앞에선 오히려 공급의 단절만을 가져온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제 각 국가와 기업들은 수익성만큼이나 공급의 안정성을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를 근거로 관세 장벽 등을 높일 수도 있다.


코로나의 확산은 정부가 경제와 복지·안보 모든 측면에서 전면에 등장하도록 만들어 큰 정부의 등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 또 정부가 거대한 제약 회사가 되어 각종 신약과 백신 개발에 나서면서 민간의 영역을 잠식해가는 시나리오도 등장하고 있다. 각국이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우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아 국제적 협력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냉전 종식 후 세계화의 물결을 정확히 짚었던 삼성과 현대 등 한국 기업들은 IMF 외환 위기를 겪고 나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시와는 정반대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한국의 정부와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대비한 비상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급격히 변할 세계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향후 대한민국의 번영과 쇠퇴를 결정지을 것이다.

 

-조의준 워싱턴 특파원, 조선일보(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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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시대의 '뉴 노멀'


"이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 것 같습니까?" 요새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물어오는 질문이다. "이번 코로나 감염병은 종식이 없습니다. 메르스 같은 방식을 상상하시면 안 됩니다." 이렇게 답하면 모든 사람이 '멘붕'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 그러면 어쩌라고요? 끝이 없으면 언제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고 애들은 계속 학교에 못 가나요?"

그렇다. 코로나는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메르스 때처럼 일정 기간 열심히 노력하면 머지않아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허망할 수 있다. 일시적 소강상태를 가지더라도 금년을 지나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크다
.

전 세계 유행에 따른 해외 유입이 새로운 감염원이 되고, 산발적 지역사회 감염도 소규모 단위로 지속될 것이다.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중증 환자 폐렴 치료가 주된 역할이지,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처럼 걸리면 먹는 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백신 역시 빨라야 1년 넘게 걸린다. 코로나는 방역 취약 지역에 지속적으로 남아 북반구와 남반구를 돌며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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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증유 사태를 맞이해 이제는 장기전 태세로 국면 전환을 준비하고 전략을 재수립해야 할 때가 됐다. 앞으로 몇 주 동안이 국내적으로 추가 확산세를 막는 중요한 고비인 것은 맞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더 열심히 하면 조기 종식이 가능하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바람은 소모적인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감염병 사태의 끝을 예상하고 전략을 짜면 안 된다. 단언컨대 우리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감염병 시대의 '뉴 노멀(new normal)'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의료 시스템의 경우 장기전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로 재편해 가야 한다. 비상적 기동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진지전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요체는 '안정적인 감염 대응 진료 체제'와 암이나 뇌졸중 등의 '일상적 환자 진료 체제', 두 트랙의 공존 병행이다. 임시변통의 병원 밖 천막 선별진료소가 병원 내 상설 진료실로 들어가야 한다. 권역별·지역별 컨트롤 타워를 재편해서 중앙정부 주도의 방역 지휘권과 현장 진료 역량이 충돌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 주도 감염병 비상 체계가 지역 밀착형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에 돌아온 문명사적 전염병이자 세기적 전환점이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이 역설적으로 이 전염병 때문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가 최근 쓴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두 가지 힘들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첫째는 전체주의적인 감시 체제와 시민적 역량 강화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둘째는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

중장기전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철학과 창의적 방역 전략이 필요하다. 자원과 인력의 선택과 집중, 효율적 배치와 관리를 하려면 결국 의료인들의 헌신과 시민적 참여가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중앙 집권적 감시와 무서운 처벌이 만능이 아님을 공감해야 한다. 스스로의 이익을 알고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이 오히려 감시받는 무지한 대중보다 훨씬 강력하고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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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 총성으로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이 20세기 실제적 시작을 알렸듯이, 이번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새로운 21세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총성이다. 이 도전에 대한 대응과 적응 능력이 우리의 미래를 가를 것이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코로나비상대응 실무단장·명지병원 이사장, 조선일보(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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