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美·中 바둑판 '돌' 된다
바둑을 중국어로 웨이치(圍棋)라고 한다. 주변을 둘러싼(圍) 돌(棋)을 다루는 게임이란 뜻이다. 키신저 박사가 중국의 외교 안보 전략을 바둑에 비유한 적이 있다. 중국은 주변의 '빈 곳'을 향해 움직이면서 포위를 뚫고 역으로 상대를 에워싸는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고대에는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을 놓고 바둑을 뒀다. 중국 공산당은 농촌을 장악한 뒤 도시를 포위하는 전법으로 국민당을 꺾었다. 주변 세력에 포위당하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그래서 1950년 6·25 참전으로 동쪽의 미국과, 1962년 국경 분쟁으로 서쪽의 인도와, 1969년 우수리강에서 북쪽의 소련과, 1979년 남쪽의 통일 베트남과 전쟁을 치렀다. 미·중 수교도 소련 견제 목적이 컸다. 시진핑이 내건 육·해상 실크로드 역시 바둑판을 중국 주변에서 유럽·아프리카까지 확대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14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주변에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 없다. 바둑을 둘 필요가 없었다. 대신 특정한 적을 바로 공격하는 체스를 뒀다. 체스가 단기전이라면 바둑은 장기전이다. 그랬던 미국이 최근 중국에 대해 '바둑 전략'을 쓰는 모습이다. 중국을 뺀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와 반중(反中) 군사 블록을 짜려는 것은 전부 중국 포위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G7(주요 7국) 정상회의를 G11으로 확대하자며 한국·호주·인도·러시아를 콕 찍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중국을 사방에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가만있을 리 없다. 러시아와는 7월 시 주석이 직접 푸틴 대통령을 만나 팔을 당길 예정이다. 호주와 인도에 대해선 때리기에 나섰다. 호주산 보리에 5년간 7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매긴 데 이어 호주산 일부 쇠고기도 수입을 금지했다. 호주산 보리와 쇠고기의 최대 고객이 중국이다. 얼마 전 중·인도 국경에서 중국군이 '쇠못 몽둥이'로 인도군 수십 명을 때려죽인 것도 미국 쪽으로 기울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 6월 30일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자 미국은 홍콩에 대한 수출 특혜 등을 없애는 수(手)로 맞섰다. 미·중은 홍콩을 넘어 충돌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기존 방식은 이제 효력을 다했다. 문 정부 출범 직전 핵심 안보 당국자는 "과거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는 미·중·일이 전부 달려와 귀동냥을 했다"며 "북핵 문제도 남북 관계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지난 3년간 정부는 북한만 쳐다보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라는 것을 창조했다. 미·중이 지금처럼 부딪치지 않았다면 이런 구상도 일부 통했을지 모른다. 남북 모두 운신의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중 양쪽의 '선택' 압박이 예사롭지 않다. 이달 초 주미 대사가 "이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가 "한국은 수십년 전 (미·중 가운데)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며 곧바로 반박했다. 5월 말 주한 미군이 성주의 낡은 사드 장비를 교체하자 중국은 '사드 3불(不)'을 들이대며 즉각 반발했다. 대미·대중 외교 3년의 결과가 샌드위치 신세다.
한반도 주변 판이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북한 타령이다. 특히 북핵은 우회로가 없다. 지금 북이 남북 연락사무소를 박살 내고 군사 도발을 위협하는데도 '비핵화'란 말은 꺼내지도 못한 채 "미국 때문"이라며 핵을 움켜쥔 김정은 세력과 '우리 민족끼리'를 하려고 한다. 그러는 순간 미·중 바둑판의 일개 '돌'로 전락할 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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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G7 참가' 반대 아니라 환영해야 한다
일본이 주요 7국(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키겠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G7은 미국·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일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한국·호주·인도·러시아와 브라질을 포함해 G11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고 싶다며 한국 초청 의사를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초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일본이 'G7+4'회의에 한국 참여를 반대하며 훼방꾼으로 나선 것이다.
일본은 G7의 기존 멤버로서 새로운 회원 가입을 반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를 하며 내건 이유부터 납득되지 않는다. 일본은 '북한이나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자세가 G7과는 다르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며 한국 참여에 반대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화해를 우선시하며 친(親)중국 성향을 보이고 있어 반대한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어느 때보다 주요국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상호 협력이 논의되는 G11 체제는 오로지 반(反)중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한국 정부의 대북 자세는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정권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과 정권은 구별돼야 한다.
일본이 한국의 G7 참가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G7 회원국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을 정식 멤버가 아니라 일시 초청 형태로 참석시키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일본은 오랫동안 아시아 유일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왔는데 한국이 선진국 클럽의 정식 멤버가 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치졸하고 속 좁은 생각이다. 그런 생각으로 당한 것이 태평양전쟁의 비극이다. 일본 정부는 명분 없는 한국의 G11 참가 반대 입장을 거둬들이고 오히려 환영해 세계 무대에서 아시아의 발언권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선일보(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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