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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에 동의하십니까? 그렇다면 서명하세요] [한국의 성범죄 量刑]

뚝섬 2025. 1. 16. 09:51

[키스에 동의하십니까? 그렇다면 서명하세요] 

[한국의 성범죄 量刑] 

['성범죄는 사법부도 공범' 분노 일으킨 손정우 재판] 

['부산시장 성추행' 유권자들은 알 권리 있었다] 

['여성 비하 방송' 두 번이라더니 23번, 민주당이면 거짓말해도 되나]

[김남국씨가 국회의원 되는 나라]

 

 

 

키스에 동의하십니까? 그렇다면 서명하세요 

 

“진짜 서로 좋아서 한 거였거든요? 근데 강제로 했다는 거예요!”

“저런, 보통 이런 사건의 경우 둘만 있는 상황이라 증거가 없다 보니..” 

“증거 있어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녹음해 놨거든요!”

 

요즘 데이트 트렌드는 ‘녹음’이다. 2018년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결은, 긍정적인 여파와 부정적인 여파를 동시에 가져왔다. 정황상 명백한데도 물증이 없어 강간범을 고소하지 못하는 억울한 성범죄 피해자들이 줄어들었지만, 일부 남성은 언제 어디서든 성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공포에 떨면서 녹음기를 켜게 되었다.

 

사실 성인지 감수성 판결은 피해자의 진술만 가지고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식의 우격다짐 판결이 아니다. 간접 증거와 정황 증거에 부합하는 범죄 피해자의 일관되고 신빙성 있는 진술은 유죄의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고,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사후 정황이 전형적인 피해자의 행동 패턴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진정한 취지다.

 

그러나 그 논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게다가 처벌까지 안 받는다 하더라도 성범죄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고소 ‘까방권’을 획득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성범죄 전문 변호사인 어떤 친구는, 아들이 성인이 되면 ‘데이트 동의서’, ‘스킨십 동의서’, ‘성관계 동의서’를 단계별로 작성해서 태블릿에 넣어줄 거라고 말한다.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진도(?)를 뺄 때마다 일일이 전자서명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증거 수집’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건 남성들뿐만이 아니다. 여성들은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전부터, 아니, 약속이 잡히기 전부터 쉴 새 없이 불안해한다. 소개팅을 하기로 한 이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이 맞는지, 어두운 곳에 둘만 남겨졌다가 돌변하진 않을지, 데이트 장소와 시간대도 신중히 골라야 한다.

 

오해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거부 의사를 딱 부러지게,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그걸 증거로 남겨 놓아야 한다. 날씨가 너무 춥고 술집은 다 문을 닫았으니 모텔에 가서 술만 먹자는 회사 선배의, 대학 동기의, 동창의 말에 ‘성관계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밝혔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통지서를 받아 들고 무너지는 피해자를 많이 봤다.

 

요즘 성범죄 피해자들은 스스로 가해자에게 연락하기도 한다. ‘사과받으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자백을 받아내려는 피해자와, 자칫하면 고소당하겠다는 생각에 적당히 사과는 하되 구체적인 자백은 하지 않는 가해자의 마라톤 녹취를 듣고 있다 보면, 정말 전자 서명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이게 맞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성 인식이 형편없었다고. 안돼안돼돼돼가 아니라 NO는 NO이고, 나무를 열 번 찍으면 스토킹으로 처벌받아야 하며, 90년대 드라마에 나오는 ‘벽치기’는 강제추행이라고. 혹자는 연애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로맨틱한 스킨십을 나눈 저 상대가 갑자기 돌변해 날 고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칼을 들고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모든 걸 녹음하고 녹화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끼어들 수 있겠냐고. 사랑과 법은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책상에 쌓여가는 고소장을 바라보며,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던져본다.

 

-서아람 변호사, 조선일보(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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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범죄 量刑

 

법원 100년사에 소개된 옛 판결 가운데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이 있다. 성추행범의 혀를 깨문 열여덟 여성이 상해죄로 처벌받고 추행범은 풀려난 사건이다. 법적으론 '정당방위'가 쟁점이었지만 성범죄에 대한 당시 법원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순결을 지키려고 젊은 청년을 일생 불구로" "범행 장소까지 따라간 것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의 소치" "키스 충동을 불러일으킨 도의적 책임"…. 판사가 성추행범을 변호하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법원 흑역사라 할 만하다.

 

▶수십년 세월이 흘러 '성적 자기 결정권'이 강조되고 '성인지 감수성' 판결이 내려지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판사들의 '가해자 변호'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초범이라고 깎아주고 반성한다고 풀어준다. "돌볼 식구가 있는 가장(家長)"이라서 집행유예, 심지어 "앞날이 창창하다"며 감형을 해준다. '피해자와 합의하라'면서 성폭력상담소에 돈을 기부했다고 또 깎아준다. 성범죄는 재범률이 가장 높은 범죄다.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 판결 때문일 것이다.

 

▶성범죄 법정형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미성년 성폭행, 동영상 제작, 성인 상대 강간 치상죄는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으로 처벌하라고 돼 있다. 살인죄와 비슷하다. 지하철 몰카도 최고 징역 5년까지 내릴 수 있다. 성범죄에 가장 엄격하다는 미국과 비교해도 크게 낮지 않다. 그런데 막상 법원에만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작년 미성년 상대 성범죄자의 48.9%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4.4%는 벌금형이었다. 법 따로 재판 따로다.

 

▶엊그제 법원이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했다. 지난해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 솜방망이 판결을 선고한 일까지 알려지면서 국민 분노가 치솟는다. 6개월 영아까지 유린했지만 '어릴 적 어렵게 살았다' '부양가족이 있다'며 터무니없이 형을 깎아줬다. 판결 2주 전 손씨가 낸 혼인신고서가 위조라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미국이라면 무기징역이나 30년 넘는 징역이라고 한다.

 

성폭력 당한 아동의 뇌는 정상인보다 15% 작고, 특히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해마 부위 손상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살인과 다르지 않다. 성범죄는 피해자 개인에 국한된 범죄가 아니라 사회 안전과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는 사회적 범죄이기도 하다. 이춘재의 연쇄살인도 성범죄와 함께 저질러졌다. 더 이상 "가해자 인생도 감안해야 한다"는 식으로 넘길 수 없다.


-이명진 논설위원, 조선일보(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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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는 사법부도 공범' 분노 일으킨 손정우 재판

 

법원이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불허하고 석방했다. 국내 회원들을 더 찾아내자면 손씨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주권국가로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말로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법원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워싱턴 DC 법원의 손씨 기소장을 보면 '웰컴 투 비디오' 피해자 중엔 생후 6개월 된 영아까지 있고, 수십명은 실종 상태에서 구출됐으며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짐승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이런 손씨 사이트에서 아동 성착취 동영상이 무려 36만건 다운로드됐다. 손씨가 고안한 암호 화폐 결제 시스템 등으로 인해 성착취물 제작과 유통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미국·영국 등 32국이 국제 공조수사에 나선 이유다.

우리 관련법에 따르면 아동 성착취 영상 제작·수출은 최고 무기징역, 판매는 최고 10년 징역형으로 처벌하라고 돼 있다. 그런데도 법원은 손씨에게 고작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이트 회원 대부분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았다. '초범' '반성' '피해자와 합의' 등을 이유로 형량을 턱없이 깎아준 것이다.

반면 손씨 사이트에서 영상을 2686개 내려받은 미국인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단 한 차례 내려받은 사람에게도 징역 70개월이 선고됐다. 영상을 직접 제작한 영국인은 징역 22년형을 받았다. 피해자의 삶과 영혼을 파괴하는 성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법원은 엉뚱한 '사법 주권'을 따지기 앞서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영국 BBC 한국 특파원이 트위터에 "한국 검찰이 계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는데 이는 손정우 형량과 같다"는 글을 올렸다. 국민 사이에선 "사법부도 공범" "n번방 사건 같은 성범죄는 판결을 먹고 자란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 와중에 성폭행으로 실형을 살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상가(喪家)에 대통령과 국회의장, 총리를 비롯한 유력 인사들이 조화와 조기를 보냈다. 개인 자격으로 조용히 조문하는 것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총리라는 직책은 다르다. "내 세금이 왜 여기에 쓰이느냐" "대통령이라 쓴 조화가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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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성추행' 유권자들은 알 권리 있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을 몰랐다고 일제히 말하고 있다. 민주당 사무총장은 "사퇴 기자회견 1시간 30분 전에야 사건을 알았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도 보고받고 굉장히 놀랐다"고 했다. "중앙당은 물론 부산시당도 몰랐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 측은 "오 전 시장 관련한 얘기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여권 주요 인사인 부산시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사퇴를 약속하는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 청와대와 민주당이 전혀 몰랐다는 설명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부산·경남은 총선 승부처로 알려져 있었다사건 전날 민주당 지도부가 대거 부산을 찾기도 했다이런 가운데 대형 악재가 터졌는데 오 전 시장과 그 주변의 민주당 소속 측근들이 중앙당에 이 문제를 일절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제일 먼저 알렸을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사건 이후 피해자와의 대화도 오 전 시장 측근 정무 라인이 맡았다. 그중 핵심은 직전 청와대에 근무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이 큰 문제를 청와대에 즉각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오 전 시장 사퇴서 공증에 관여한 변호인도 여권 핵심과 연관돼 있다고 한다. 그 많은 관련자들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오 전 시장의 성추행을 알고도 총선 때까지 덮은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유권자는 출마한 후보자와 소속 정당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그 정당이 유권자들의 판단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를 숨긴다는 것은 유권자들을 속이는 것이다. 실제 만약 이 사건이 총선 전에 공개됐으면 부산·경남은 물론 전국에서 크든 작든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선거는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남의 약점은 드러내며 경쟁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부산이라는 2위 대도시의 시장이 다른 장소도 아닌 시장 집무실에서 여직원을 일부러 호출해 성추행한 것은 감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땅히 드러내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았어야 했다.

 

-조선일보(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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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하 방송' 두 번이라더니 23번, 민주당이면 거짓말해도 되나

 

민주당 김남국 당선자가 작년 인터넷 방송에서 여성 비하,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이번 총선 기간 중 불거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직전 "두 차례 정도 게스트로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당선자의 방송 출연 횟수는 두 차례가 아니고 최소 23차례 이상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27차례의 방송 녹취록 중 4차례만 빼고 전부 김 당선자 발언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5차례 방송에선 김 당선자가 "본 방송은 섹드립(성적 농담)이…"로 시작하는 오프닝 멘트를 직접 했다고 한다. '두 차례'도, '게스트'도 거짓말이었다.

민주당 지도부와 김 당선자는 "(여성 관련) 문제 발언들을 직접 한 바 없다"고 했다. 오히려 야당을 향해 "성(性)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 당선자의 방송 녹취록 내용은 도저히 지상(紙上)에 옮길 수가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김 당선자와 민주당이 한 말 중 진실된 것은 찾기가 힘들다. 그래도 당선됐으니 그만인가. 민주당이면 거짓말을 해도 되나.

공직자가 될 뜻이 있었던 사람이 왜 이런 방송에 나가서 이런 노골적인 말들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사람이 조국을 지지하는 '개싸움국민운동본부'의 변호사라는 경력으로 여당의 공천을 받았다. 그리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까지 됐다. 아무리 진영으로 나뉘어 패싸움식 투표를 한다고 해도 도를 넘었다.

 

-조선일보(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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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씨가 국회의원 되는 나라

 

女性의 몸 품평하고 조롱해도 문제없다는 여당과 공영방송
정권과 결탁한 여성단체들이 '잡놈들 전성시대'를 열었다

 

민심이 곧 법(法)이라지만, 경기 안산에서 김남국씨가 당선되는 걸 보고 잠시 혼돈에 빠졌다. 미성년자 성 착취를 일삼은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직후라 더 그랬을 것이다.

변호사가 직업인 그는 500원만 내면 누구나 들어가는 팟캐스트 '쓰리연고전' 출연자였다. '섹드립(성적 농담)과 욕설이 난무하는 연애상담'이라 대놓고 자랑하는 이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가슴이 머리만 하네" "남미 계열 백인이 탄력이 좋다" "결혼 전 100명은 따먹고 가야 된다" "빨아라"는 말들을 쏟아냈다. 함께 나와 낄낄댄 이도 나름 명사들이다. YTN에서 시사프로를 진행하고,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단골로 출연하고, 온갖 방송에서 여당 대변자로 나오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그래서인지 옹호 세력이 막강했다. 지상파부터 김어준 '다스뵈이다'까지 누비는 양지열 변호사는 "김남국은 진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너무 고지식해서 주변을 답답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김남국 공격은) 네거티브이자 마타도어"라며 발끈했고, 윤호중 사무총장은 "정도가 심하지 않다"며 감쌌다. '고지식한김남국씨는 왜 '공자 왈 맹자 왈 찾는 사람은 청취를 삼가라'고 경고한 저질 방송에 스무 번도 넘게 나간 걸까.

KBS도 거들었다. '저널리즘토크쇼J'의 임자운 변호사는 김남국 성희롱 논란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김남국과 n번방 사건을 엮어 민주당 전체를 공격하려 했다"며 질책했다. '기승전-권력편'인 이 방송은 밥 먹듯 편파 방송을 하면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 프로에서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만 '묻지 마 공격'하던 최강욱 변호사는 청와대로 직행했다.

"n번방은 우리 사회 일그러진 성(性)문화가 만들어낸 범죄"라는 주장에 "일부 사이코패스의 일탈을 왜 모든 남자 탓으로 돌리느냐"며 반발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이유를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인권에 유난히 관심 많다는 김남국씨를 비롯해 그를 옹호한 정치인, 변호사, 시사평론가들 덕분이다. 이른바 엘리트라는 남자들이 죄의식 없이 쏟아내는 성적 농담과 욕설을 보라. 여성 혐오 가득한 그 말들이 자라 여성 학대, 여성 폭력, 여성 살해를 낳는다. 탁현민의 '따먹다'와 쓰리연고전의 '따먹다', 정준영의 '따먹다' n번방의 '따먹다'는 어떻게 같고 다른가인종까지 들먹이며 여성의 몸을 품평하고 조롱하는 말들이 난무하는 문화이를 묵인하는 사회에서 제2, 3 'n번방'은 만들어진다.

이런 위인들이 국회 등 공적 영역으로 진출한 데는 여성들도 한몫했다. 김남국 사건을 비판한 여당 내 여성 의원이 있었던가. 세월호 추모식에서 민주당 이재정 당선자가 김 당선자와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을 보았을 뿐이다. '쓰리연고전'의 저질 행태를 문제 삼은 여성 단체도 못 봤다. 진영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여성의 인권에 눈감는 80년대 악습정치와 결탁한 여성 단체들의 타락이 안희정-정봉주-민병두-오거돈 같은 인물들을 줄줄이 배출하고 있다.

김남국씨뿐이랴.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완장을 차고 여의도에 입성한 면면을 보니 좌파 경제학자 우석훈이 2015년에 쓴 명문(名文)이 떠올랐다. "우리는 드디어 만개한 잡놈들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국가가 많은 것을 틀어쥐고 금융과 방송을 완벽하게 장악해 고전적인 공론장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 국가는 잡놈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이제 어쩔 것이냐, 이 나라를! 우리의 삶은!" 보수 정권을 향했던 이 개탄은 총선 후 대한민국에 더 어울리게 되었다.

 

-김윤덕 문화부장, 조선일보(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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