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國內-이런저런..]

["그래 봤자 집값 안 떨어져"] [비움과 채움]

뚝섬 2020. 7. 18. 06:15

 

"그래 봤자 집값 안 떨어져"

 

청와대 정책실장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작년 국회에서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관료들이 이상한 짓을 많이 해" "정권이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내뱉은 진담이었다. 그런데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 작년 나토 정상회의에선 캐나다 총리 등이 마이크가 켜져있는 줄 모르고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웃었다. 미 의회 청문회에선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트럼프는 미쳤다"고 속내를 드러낸 공화당 의원도 있었다. 취중진담이란 뜻의 로마 격언 '진리는 와인 속에 있다(In vino veritas)'를 빌리면 '진리는 마이크 꺼진 후에 있다'가 될 것 같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부동산을 주제로 한 TV 토론회 직후 "(정부 대책처럼)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것이다. 부동산이 어제오늘 일인가"라고 했다. 마이크는 켜져 있었고, 유튜브 중계는 계속되고 있었다. 진 의원은 토론 내내 '7·10 부동산 대책이 근본 처방'이라고 했다. "집값을 잡아갈 수 있는 기본 틀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나자마자 '그래 봤자 집값 안 떨어진다'고 한 것이다.

 

 ▶토론회 제목 '100분 토론'에 빗대 "99분 거짓 토론, 1분의 진실"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솔직한 고백" "대통령보다 낫다"는 칭찬 같은 비아냥도 있었다. 청와대 출신 진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에 여당 전략기획위원장이다. 부동산 정책을 조율하는 핵심이 은연중 내뱉은 속내가 허투루 들릴 수 없다.

 

▶다주택 청와대 수석과 장관들은 온갖 비난에도 꿈쩍 않고 집을 쥐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노 노(No No) 2주택' 국민운동, 매매 서약 등 각종 쇼를 했던 여당 의원 중 40명 이상이 다주택자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한창일 때 청와대 대변인은 거액 은행 빚을 지고 전 재산을 올인해 '딱지' 투자를 했다. 최근 집을 팔면서는 여러 사람이 지역구 집을 버리고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택했다. 말은 다르게 해도 속마음은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왔다. 대통령은 진 의원이 속내를 드러낸 그날도 국회에서 "부동산 투기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 정부 대책을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대신 고위 관료와 여권 핵심들이 실제 하는 개인적 행태, 마이크 꺼진 후 내뱉는 속내를 더 주시한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0-07-1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비움과 채움

 

코로나 이후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은 '이 급격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서조차 '경력을 쌓으며 힘들게 축적한 경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때면 참 혼란스럽다. 나 또한 출판사 마케팅 회의에서 코로나 때문에 8월에 나올 신작의 북 콘서트를 취소하기로 했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 채로 진행하자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감염 우려 때문에 포기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 취소된 강연이나 공연이 많은 사람의 생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취소만이 능사는 아니라, 다들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유튜브를 통한 라이브 방송이나, '줌' 같은 화상 앱을 이용한 소통 방식 같은 것들 말이다. 얼마 전 만난 전문가에게 바이러스 창궐 주기는 짧아질 것이고, 백신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것이 '디폴트' 값이 된 세상이 온다는 말도 들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처럼 생활 백신이 일상화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면 당장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막막해진 사람들에게 와 닿는 키워드가 뭘까.

김미경의 책 '리부트'에서 코로나 이후 자기 계발의 핵심이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말을 발견했다. 이미 지닌 능력에 '플러스'하는 것으로는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것, 즉 쓸모가 다한 능력을 버리는 능력이 역설적으로 자산이 될 것이란 말이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복원하는 방법은 일단 리셋하는 것이다. 이때 프로그램이 묻는다.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시겠습니까? '아니요'라고 누른 채 컴퓨터의 초기화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이렇듯 변화의 핵심에는 기존 것을 버리는 능력이 있다. 오래전, 주역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가리라. 하지만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


-백영옥 소설가, 조선일보(20-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