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민주 절차 필요 없고 이견 듣지 않겠다' 폭주하는 1당 국회] [총선 압승 후 정권 事故 신기록, 게다가 '오만과 뻔뻔'] [힘 있든, 힘 없든 소고기 한 근은 같아야 한다]

뚝섬 2020. 7. 30. 06:32

 

'민주 절차 필요 없고 이견 듣지 않겠다' 폭주하는 1당 국회

 

과거 군사정권 시절 여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날치기 처리할 때도 최소한의 토론 절차는 거쳤다. 법안 내용도 공개됐다. 그러다 막판에 강행 처리한 것이었다. 그런데 민주화 운동권이 집권한 한국에서 토론과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안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폭거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어제 국회 법사위에서 단독 처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지만 단 이틀 만에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소위원회 심사나 찬반 토론 한번 없었다. 여당은 법안 원안을 마음대로 수정하고선 야당에는 그 내용도 알려주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의사봉을 두드리기 직전에야 곧 통과될 법안을 볼 수 있었다. 담당 의원도 모르는 법안이 통과되는 일이 의회민주주의를 한다는 국가에서 어떻게 벌어지나.

민주당은 전날에도 국민에게 세금 부담을 더 지우는 11개 법안을 상임위에서 처리하면서 소위원회 구성 등 법안 심사 절차를 생략했다.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 삶에 영향이 큰 법안의 긍정·부정 측면을 다 살피라는 것이다. 그런 심의 절차를 모조리 생략하고 법안을 내던진 뒤 1시간여 만에 처리했다. 민주 절차가 거추장스럽다는 것이고, 이견(異見)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속도가 중요하다" "민주당이 국회를 온전히 책임진 지금이야말로 입법과 제도 개혁 최적기"라고 했다. 앞으로도 절차와 토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이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이 재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여당 국회의원 176명이 졸병처럼 줄을 선다.

민주당은 이날 공수처법 규칙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국회의장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지체없이 구성하고, 기한을 정해 교섭단체에 추천 위원 추천을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에서는 야당이 추천 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야당 측 위원 없이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자고 한다. 야당에 추천권을 준 것은 공수처 중립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공수처에 정당성이 있다면 그 기둥과 같다. 그 기둥을 뽑아버리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반민주적 행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일방 처리할 때 시작됐다. 그 폭거가 선거에서 심판을 받지 않고 오히려 대승을 하니 폭주 면허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국회의장의 야당 의원 상임위 강제 배정, 추경 단독 처리, 장관 청문회 무시, 모든 법안 절차·토론 생략 등이 이어지고 있다. 못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외형은 민주주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론 오직 권력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1당 국가일 뿐이다.

 

-조선일보(20-07-3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法案은 심사 없이 날치기 처리, 人事는 대통령 맘대로, 부동산 폭주로 市場은 대혼란. 정말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팔면봉, 조선일보(20-07-3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총선 압승 후 정권 事故 신기록, 게다가 '오만과 뻔뻔'

 

180석 압도적 의석 줬더니 실력 안 맞는 권력의 과부하… 100일 동안 사고 치기 바빠
오거돈, 박원순, 윤미향 사건, 北 도발, 집값 폭등, '인국공' 사과는커녕 목 세우고 호통까지

 

4월 23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비서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석 달 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비서의 성추행 고소를 전해 듣고 자살했다. 대한민국의 첫째, 둘째 도시가 동시에 '미투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성범죄는 "피해자 중심"이라던 정권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며 가해자를 감쌌다. 페미니스트 대통령, 여성 친화 집권당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

윤미향 사태는 5월 8일 터졌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30년 동안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폭로했다. "30년 동안 재주는 내가 넘고 돈은 그들이 먹었다"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 지원을 위한 기부금과 보조금 37억원이 회계장부에서 증발했다. 위안부 해결은 "피해자 중심"이라더니 "기억이 왜곡됐다" "심신이 취약하다"며 할머니를 치매로 몰았다. 위안부 운동을 반일(反日) 비즈니스의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던 정권의 민낯도 이렇게 드러났다.

6월 16일 북한은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집권당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포(砲)로 쏘지 않은 게 어디냐"며 북한을 감쌌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잘난 척, 정의로운 척,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가 역겹고 꼴불견"이라고 말 폭탄까지 보탰다. 문재인 정권의 자랑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치명상을 입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김정은 두 사람 회담에 끼워 달라고 매달렸다는 볼턴 회고록은 상처에 소금까지 뿌렸다.

6월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19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회사 정규직 1400명보다 많은 숫자다. 2030 취업준비생들은 "열심히 준비한 우리는 뭐냐"며 불공정에 분노했다. 민주당 의원이 "좀 더 배웠다고 월급 더 받는 게 불공정"이라고 끼어들었다. "득표 좀 더 했다고 세비 더 받는 것도 불공정"이라는 비아냥이 되돌아왔다.

7월 10일 이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매물은 잠기고 '패닉 바잉'만 부추겼다. 전셋값도 덩달아 수억원씩 뛴다. "안 사는 집은 파시라"더니 청와대 고위직부터 두 채씩 끼고 있었다. 대책이라고 띄운 천도론에 수도권 집값은 꿈쩍도 않고 세종시만 들썩인다. 중위 소득자가 월급만 모아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간이 문 정부 들어 16년에서 22년으로 늘어났다. '3040 문재인에 속았다'가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굵직굵직한 일만 꼽아도 이 정도다. 한 달에 두어 건씩 안 좋은 일이 터졌다. 몸을 낮추고 옷깃을 여며야 정상이다. 이 정권 사람들은 목을 더 빳빳이 세우고 국민에게 호통까지 친다.

집권당은 2004년 이후 야당 몫이었던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강탈했다. 야당이 항의하자 상임위 17곳 전체를 독식했다. 의석 비율대로 위원장을 분점하던 1988년 이후 관행도 깨졌다.

정권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사기 전과자와 손잡고 윤 총장 최측근을 '검·언 유착'으로 엮는 '작전'을 벌였다. 미리 시나리오를 써놓고 꿰맞추는 수법이 군사정권의 '간첩단 조작'을 빼닮았다. 가짜 검·언 유착을 만들어 내느라 지상파 방송과 진짜 검·언 유착을 저질렀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언 유착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며 작전 세력과 한배에 탔다. 국회에 가선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시비 거는 겁니까" "소설 쓰시네"라며 야당 의원들에게 언성을 높인다. 그 모습에 친문(親文)은 열광하고 국민은 열받는다. 이 정권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을 쓴다면 제목은 '오만과 뻔뻔'일 것이다.

이 모두가 4·15 총선 이후 벌어진 일이다. 그 총선에서 여당은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최대 의석인 180석을 얻었다. 그 후 100일 남짓 동안 악재, 악재… 또 악재였다. 단기간 이렇게 많은 일이 터진 걸 본 기억이 없다. 정권 사고(事故) 신기록이다.

야당이 발목을 잡은 것도 아니다. 103석으로 쪼그라든 야당은 그럴 힘도 없다. 장애물 없는 탄탄대로에서 정권 스스로 비틀대고 있다. 총선 직후 70%를 넘나들던 국정 지지율은 40%대 중반으로 곤두박질쳤다. 여전히 국민 열명 중 넷이 '정권이 잘한다'고 믿는다는 게 도리어 신기하다.

문재인 정부는 실력에 비해 버거운 권력을 손에 쥐었다. 그 과부하가 곳곳에서 '삐그덕' 금가는 소리를 내고 있다. 그 경고음에도 정신을 못 차리면 붕괴의 임계점을 맞는다. 그때는 '우두둑'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안 바뀔 것이다. '오만과 뻔뻔'이 정권 DNA 아닌가.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0-07-3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힘 있든, 힘 없든 소고기 한 근은 같아야 한다

 

공적·적폐가 제멋대로인 세상… 소고기 한 근의 기준이 권력자 입맛 따라 다른 것과 무엇이 다른가

 

"역대급 치적을 남긴 왕들의 공통된 업적이 무언지 아는가?"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들은 얘기다. '도량형 통일'이었다. 도(度)는 길이, 양(量)은 부피, 형(衡)은 무게를 말한다. 그러고 보니 도량형 통일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었다. 역사를 거슬러 가면 중국 진시황이 그 시초다. 15년간 집권한 그가 만들어 낸 도량형 통일은 2000여 년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 역시 '미터법'으로 대표되는 도량형 통일을 일궈냈다. 우리도 고려의 정종, 조선의 세종·영조 등이 그랬고, 개화기의 갑오경장 역시 도량형 통일을 내걸었다. 박정희 정권 때 '엿장수 가격'을 대신해 내세운 '정가제'도 마찬가지 맥락일 것이다.

왜 도량형 통일이 중요할까. 과학을 발전시키고, 세금을 제대로 거두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당시 시대를 상상해보자. 고기 한 근을 사려고 점포에 갔더니 손님에 따라 500g, 100g 등 제각각 준다면 누구는 횡재했다고, 누구는 억울함을 느낄 것이다. 옷감 한 필을 사려는데 여기는 2m고, 저기는 1m라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 도량형은 정치의 으뜸 명분인 '공정(公正)'의 가치를 세우는 척도였다.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고기 한 근, 옷감 한 필의 도량형을 속일 방법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도량형을 통해 구현하는 공정과 정의에 대한 인간의 소망은 바뀌지 않았다. 그런 심정을 최대한 활용해 집권한 이들이 현 정권이다.

그런데 이들이 보여주는 공정과 정의의 도량형은 어이가 없다. '조국' '울산 시장' '유재수' '윤미향' 같은 단어는 수많은 국민에게 '도량형 파괴'와 동의어이다. 자기편은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나도 무죄 추정이지만 상대방[敵]은 의혹만 불거져도 범죄자 낙인을 찍는다. 자기편은 공적(功績)에 대한 가산점이 무한대이고, 상대편은 과실에 대한 감점이 무한대이다. 최근 백선엽과 박원순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기형적 지배 구조의 공수처가 두려운 것도 이 기관이 검찰 개혁은커녕 '도량형 파괴처'가 될까 봐서이다. 이런 공포심은 최장집 등 진보 진영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도량형 파괴의 최종 목적은 권력자가 '내 맘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고등학생이 의학 논문에 '제2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표창장을 조작해 대학에 입학해도, 그 사람이 '조국씨의 딸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른 도량형이 있음을 공부해야 한다. 보수 진영 학자인 KBS 이사는 커피 한 잔 비용 처리까지 탈탈 털어 내쫓지만 윤미향씨는 코 묻은 돈까지 들어간 최소 수억원의 사용처를 대지 못해도 정권 차원에서 방패를 쳐주는 도량형을 학습해야 한다.

'검·언 유착' 논란을 보라. 진중권의 말처럼 KBS 등 방송이 민주화 이후 이렇게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한 적이 있는가. 조만간 권력의 입맛에 따라 '검·언 유착'과 '검·언 공조'가 구별되는 현상을 봐야 할지 모른다.

도량형 통일의 기본은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소고기 한 근의 도량형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같아야 한다는 얘기다. 권력자와 친소(親疎) 관계에 따라 도량형이 달라지는 게 불(不)공정이요, 반(反)정의다. 프랑스 혁명 직전엔 왕족과 귀족이 맘대로 만든 15만여 개의 도량형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기존의 도량형까지 무너뜨리는 세력이 '정의 바로 세우기'를 우기는 아이러니를 목도하고 있다. 5공 세력 '정의 사회 구현'의 데자뷔다. 이런 건 진보가 아니라 퇴보가 분명하다


-이인열 사회정책부 차장, 조선일보(20-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