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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1달러도 안 줬다"] [文, '대북 밀약'엔 침묵하며 박지원 급히 임명 강행] [미·중 사이 '외교 줄타기' 유효기간이 끝나간다]

뚝섬 2020. 7. 29. 06:27

 

"北에 1달러도 안 줬다"

 

2002년 3월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연구원이 '현대가 북한에 금강산 사업비 외에 4억달러의 비밀 자금(Secret payments)을 줬다'는 보고서를 썼다. 당시 현대와 북한의 이면 계약설이 돌았지만 구체적 금액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그는 "한국 국회가 조사하면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와 현대 모두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해 6월 서해에서 북 경비정이 우리 고속정을 기습 공격했다. 국군 6명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이다. 북 경비정이 우리 고속정을 단번에 명중시켰다는 보도를 보고 북이 신무기를 썼다고 생각한 국민이 적지 않았다. 엄낙용 당시 산업은행 총재도 그중 한 명이었다. '닉시 보고서'에는 북한이 한국에서 받은 거액의 현금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CIA 분석이 나온다.

 

▶그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엄낙용 총재가 현대상선이 산은으로부터 대출받은 4000억원(4억달러)에 대해 엄호성 의원의 질의를 받았다. 그는 현대상선 사장이 "우리가 쓴 돈이 아니다.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문제로 국정원 대북담당 차장을 만났다고도 했다. 4000억원 대출을 승인한 전임자(당시 금감위원장)가 "나도 고민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하도 말씀하셔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불법 대북 송금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엄 총재는 2017년 회고록에서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군의 무장이 남한에서 보낸 자금으로 이루어진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또 2002년 초 만난 S그룹 임원이 '(김대중) 정부가 대북 사업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데 골치가 아프다'고 하더라며 '(나는) 현대에 이어 다른 기업까지 대북 사업에 연루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다'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북 송금을 직접 밝히기로 결심한 이유다.

 

▶결국 2003년 대북 송금 특검 수사에서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뒷돈'으로 북에 4억5000만달러가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발표 직후 엄 총재는 "덮어두면 가슴속에 암(癌)이 될 것 같아 진실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대북 송금에 합의한 사람은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다. 그는 "1달러도 안 줬다"고 거짓말을 계속 했다. 증거가 다 드러나 감옥에 갔다. 그 박지원이 국정원장이 됐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북에 30억달러 제공 이면 합의서'에 대해 "위조 서류"라고 했다. '1달러도 안 줬다'는 거짓말이 떠오른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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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북 밀약'엔 침묵하며 박지원 급히 임명 강행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을 재가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박 원장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30억달러 경제 지원을 제공하기로 이면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사실이라면 국정원장이 북한에 약점을 잡힌 것이 된다. 치명적 결격 사유다. 이 때문에 야당이 "진위 확인 때까지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보란 듯이 하루 만에 임명을 밀어붙였다. 폭주에 브레이크가 없다.

박 원장은 이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기억이 없다' '위조다' '논의는 했다'고 4차례 말을 바꿨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에 대해 기억이 헷갈릴 수는 없다. 말이 오락가락하니 의혹은 더 커진다. 박 원장 말처럼 위조 서류인지 아닌지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사실 확인에 1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박 원장이 2000년 당시 북과 협상을 할 때 국정원 과장으로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인사가 국정원장을 거쳐 지금 청와대 안보실장을 맡고 있다. 모든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국정원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의혹이 사실이니 말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을 하루 만에 강행한 것도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30억달러 이면 합의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위증한 것이며, 정보 수장으로서 국가 안보 최일선을 담당할 수 없다. 반대로 위조라면 그 또한 심각한 범죄행위다. 국정원장을 급하게 임명한다고 덮을 수 없다.

 

-조선일보(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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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 '외교 줄타기' 유효기간이 끝나간다

 

항행자유, 화웨이, 영사관… 미·중 "누구 편이냐" 선택 압박

 

이달 중순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외교부 고위 간부를 저녁 식사에 초청해 '항행의 자유 작전'(FONOP)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 표명을 요청했다고 한다. FONOP는 미 군함을 남중국해에 진입시켜 이 지역이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공해(公海)임을 강조하는 작전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힘으로 억누르는 것이다.

미국의 FONOP 지지 요청은 그동안 사무관급에서 이뤄졌다. 그러던 것을 대사가 직접 팔 걷고 나선 건 우연이 아니다. '누구 편인지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다. 우리는 '항행 자유'라는 국제법상 원칙에는 원론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이에 기반한 미군 작전에는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해왔다. 대중(對中) 관계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재촉에 정부는 조만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미 관리들을 만나면 "미·중 사이 선택을 강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한·미 동맹'과 '한·중 밀착'이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는 태평성대의 립서비스다. 지금은 중국이 대놓고 패권 야욕을 드러내고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해리스의 압박 얼마 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을 더 이상 정상국가로 대하지 않겠다"며 "중국 공산당을 바꾸기 위해 자유세계 국가들과 새로운 동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전 세계를 향해 '누구와 함께할 거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항행자유작전, 화웨이,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 등은 겉으로 드러난 일각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 차원인 '중국 때리기 쇼'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 재선 비상이 걸린 트럼프가 일부러 더 요란한 소음을 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중국 압박은 트럼프의 개인 어젠다가 아니다. 미 의회는 올 들어 '대만' '티베트' '신장위구르' '홍콩' 관련 법을 줄줄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결로 통과시켜 대중 포위·봉쇄망을 법적으로 완성시켰다. 중국의 패권 도전, 인권 탄압, 사이버 해킹, 기술 도둑질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초당적으로 형성돼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수십 년간 미 대중 정책의 근간이 됐던 가설, 즉 '미국이 중국 경제성장을 도우면 중국이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민주당 대선 승리 때 국무장관 1순위로 꼽히는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트럼프 이상의 강력한 중국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실현을 천명한 시진핑과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

지금 모든 신호는 '선택의 순간'이 미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닥칠 것이라고 가리킨다.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싸늘한 현실이다. 특히 우리는 지정학적 입지 때문에 최전선에서 결단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외교적 줄타기는 유효기간을 다했다. 트럼프 등장 이후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니고 한·미 동맹이 만고불변의 진리도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일본·영국·프랑스·독일·호주 등과 한 팀을 이루고 있다. 중국 편에 선다는 것은 북한·이란·쿠바·파키스탄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별 사안에서 유연성을 둘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그런데 새 외교안보팀의 면면과 발언을 보면서 이 정권이 우리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임민혁 논설위원, 조선일보(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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