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대통령 사냥개로 되돌리려는 '개혁안'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검찰총장은 수사에서 손을 떼고 법무장관이 6개 고검장에게 구체적 사건 수사를 지휘하라는 내용이다. 헌법기관인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사실상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직하라는 것이다. 법무장관은 대통령의 수족과 같으니 실제로는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겸하는 것과 같다. 그러지 않아도 위태로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아예 뿌리부터 뽑아 없애겠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은 임기(2년)가 보장된 총장이 중심이 돼 검사들의 수사 결론 혼선을 막고, 정치적 외풍을 차단해 수사 중립을 지키라는 것이다. 차기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들은 인사권자인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장관 지휘도 거부하기 어렵다. 정권 비리 수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대신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와 수사를 빙자한 폭력이 횡행할 것이다. 헌법기관인 검찰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방안을 내놓고선 "검찰 분권화 개혁"이라고 한다.
개혁위는 이 권고안이 프랑스 제도를 참고한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고검장이 수사를 지휘한다. 그런데 법무장관은 지휘권이 없고, 수사에 개입할 수도 없다.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제도로 보장한 것이다. 그와는 정반대 방안을 내놓고선 '프랑스를 본뜬 것'이라고 한다. 국민을 바보로 보고 대놓고 속이고 있다.
개혁위는 검찰청법이 보장한 총장 인사권도 무력화시켰다. 판사·변호사 출신을 총장에 임명하라고도 했다. 민변과 정권 편 판사들이 검찰총장이 될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오로지 검찰을 정권에 예속시켜 정권 사냥개로 부리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이라고 한다.
우리 검찰에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검찰이 정권의 충견이 돼 정작 수사해야 할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에는 눈감고 이미 죽은 과거의 권력만 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권의 검찰 개혁은 그 정반대 길로 가고 있다. 검찰은 4급 공무원만 수사하고 중요 사건은 장관 허가를 받아 수사하라는 황당한 시행령안까지 나왔다. 윤석열 총장을 따르는 검사들에 대한 2차 인사 학살도 예고돼 있다. 이제는 어용 위원회까지 동원해 검찰을 충견으로 되돌리려 한다. 5년짜리 정권의 권력 사유화와 권한 남용이 도를 넘었다.
-조선일보(20-07-29)-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것은 대한민국 법이 아니다
그제 국회에 발의된 4·3 특별법 개정안은 조항의 문제점이 특별법의 大義를 크게 훼손할 정도로 중대하고 심각하다
국회의원 132명이 제주 4·3사건 특별법 개정안을 27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거대 여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졸속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그동안 상식으로 통용됐고 사법부가 인정한 한국 현대사의 한 대목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제주 4·3사건은 엄청난 비극이다. 죄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상당수가 한국군의 토벌 과정에서 희생된 것도 사실이다. 희생자의 원혼을 위로해야 한다. 생존 부상자를 돕고 후손을 살펴야 한다. 충분치 않지만 이미 실행하고 있다. 불법적 공권력에 희생됐다면 배상도 이뤄져야 한다. 특별법은 그런 정신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특별법 정신을 크게 훼손할 정도로 중대하다.
첫째 사건의 정의를 뒤집었다. 김대중 정권 때 만든 현행법은 1948년 4월 3일에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폭동을 '소요(騷擾)'로 규정하고 있다. 다수가 폭행·협박·파괴 행위를 통해 질서를 망가뜨렸다는 뜻이다. 개정안은 이 문구를 '봉기(蜂起)'로 바꿨다. 중립적인 뜻이지만 역사 서술에선 주로 억압에서 떨쳐 일어나는 피(被)지배자의 항쟁을 이 단어로 표현한다. 덧붙여 개정안에서 '경찰 발포'가 '봉기'의 원인으로 명기됐다. 4·3사건은 '경찰의 폭력 탓에 일어난 봉기'로 요약된다. 주민 다수를 죽인 뒤 북한으로 들어가 국가 훈장을 받고 김일성을 위해 빨치산으로 목숨을 바친 주모자 김달삼의 흔적은 어느 구석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시위 및 경찰 발포, 1948년 4월 3일 대한민국 탄생을 막기 위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제헌국회 선거 방해와 좌익 무장대의 주민 살해, 1954년까지 이어진 좌우 무력 충돌과 공권력 진압에 의한 집단 희생이 핵심이다. 역사학자는 어느 한 편에서 역사를 서술할 수 있다. 법은 그래선 안 된다. 이번 개정안은 경찰과 공권력의 폭력만 명기하고 좌익의 불법과 폭력을 상징하는 최소한의 문구(소요)조차 삭제함으로써 그들에게 당한 억울한 희생자를 정당한 봉기의 희생자로 전락시켰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법이 아니다.
둘째 개정안은 현행 특별법에 관한 200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당시 헌재는 특별법이 보호할 수 없는 희생자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했다.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선거를 저지하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부정하며, 북한 공산정권을 지지하면서 경찰·선거 종사자와 가족을 가해하기 위해 무장세력을 조직해 공격한 행위까지 포용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헌재가 현행법을 합헌으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이 법이 '주민'이란 문구로 법의 보호를 받는 무고한 희생자를 특정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개정안에서 이 '주민' 문구는 '민간인'으로 대체됐다. 헌재가 헌법적 의미까지 부여한 특별법의 핵심 단어를 구태여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개정안엔 또 다른 논쟁적 조문이 담겨 있다. 사건 당시 혐의자를 처벌하기 위해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과 이 명령에 따라 이루어진 군법회의 판결은 무효라는 것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갓 태어난 시기였다. 법령이 정비되지 않았다. 법적 요건을 완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권력이 행사됐다.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희생됐다. 당시 증언집을 읽으면 군법회의 명령과 판결을 무효화해 한꺼번에 신원(伸 )하는 조문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대한민국을 공격해 죗값을 치른, 즉 헌법재판소가 특별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가 없다고 규정한 반(反)헌법적 무리까지 보호하고 배상하는 딜레마를 안게 된다. 개정안은 이렇게 헌재의 2001년 결정을 사실상 무력화한다.
문제는 이런 결과가 4·3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해 일어난 여순 사건도 14연대 남로당 조직원의 폭동과 좌우 무력 충돌, 공권력의 과도한 진압에 의한 집단 희생 등 발생 원인과 전개 과정이 비슷하다. 4·3사건 특별법 개정안의 논리대로라면 여순 사건 역시 폭동이 봉기로 미화되고 폭동 가해자들은 대한민국 법의 보호를 받을 길이 열린다. 정말 이래도 될까.
4·3 특별법 개정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부인 또는 왜곡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는 조문이다. 정부가 "봉기"라고 하면 '봉기'라는 것이다. 이런 규정이 4·3사건에 적용되면 얼마든지 5·18 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로 확대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이번 개정안의 가장 독소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선우정 부국장, 조선일보(20-07-29)-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휴대폰 뺏으려 검사가 한동훈 폭행까지, 광풍이 부는 나라] (0) | 2020.07.30 |
|---|---|
| ["北에 1달러도 안 줬다"] [文, '대북 밀약'엔 침묵하며 박지원 급히 임명 강행] [미·중 사이 '외교 줄타기' 유효기간이 끝나간다] (2) | 2020.07.29 |
| [김대중·김정일 회담 대가로 30억달러 지원 밀약 사실인가] [김정은의 '코로나 출구전략'] (0) | 2020.07.28 |
| [美 "중국 아닌 中共"] [중국은 미국에 패한 것일까]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전방위 공세가 오히려 고마울 수도.. 미·중 패권 전쟁은 이제 시작 (0) | 2020.07.27 |
| [法의 독재 공화국] ['민주 국가'에서 '정권 비리 수사죄'에 걸린 사람들]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법무장관] (0) | 2020.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