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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제 개편 반발, 군사작전 하듯 밀어버리나] [판사들의 강 건너 불구경] [항상 기뻐하라고 윽박지르는 기둥서방]

뚝섬 2020. 8. 17. 06:35

 

검찰 직제 개편 반발, 군사작전 하듯 밀어버리나

 

법무부가 검사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찰 직제 개편을 강행하기로 했다.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에 대해 일선 검사 수백 명이 "아무 고민이나 연구 없이 만든 조잡한 내용"이라며 반발했고, 개편안을 만든 법무부 검찰과장이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검도 13일 '국민 권익 침해' '반부패 역량 축소'가 우려된다며 1차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법무부가 14일 밤 원안과 사실상 똑같은 개편안을 제시하면서 18일까지 최종 의견을 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연휴기간(15~17일)을 감안하면 의견 수렴이 아니라 일방 통보에 가깝다. 검찰 의견은 깔아뭉개고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직제 개편안에 따르면 대검 반부패부와 공공수사부, 과학수사부, 수사정보정책관실 조직이 대폭 축소된다. 권력형 비리 수사와 범죄 정보 수집, 선거·공안 담당 부서만 콕 집어 칼날을 들이댔다. 검찰총장의 손발을 잘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직제 개편으로 폐지되는 대검 인권부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 정권에서 신설됐다. 그런데도 '한명숙 사건 재조사' 등에서 정권 말을 듣지 않았다고 없앤다는 것이다. 국가 형사사법의 근간인 검찰제도를 정권 호주머니 속 공깃돌 다루듯 한다.

이 정권의 마구잡이 검찰제도 실험은 끝이 없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인권 수사 규칙'이라며 고검장이 중요 사건 수사를 보고받는 안을 내놨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했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이 장관 승인을 받아 수사하라는 황당한 방안을 내놓았다. 부패 범죄 수사는 검찰이 제한 없이 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하위법인 시행령을 바꿔 '4급 공직자'만 수사하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서민 울리는 금융사기를 수사하는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한 결과 사모펀드 비리가 창궐하고 있다. 공수처는 헌법기관인 검찰총장과 검사들 사찰이 목적이고, 검찰총장을 건너뛰고 고검장들이 장관 지시를 받아 일선 수사를 지휘하라는 '개혁안'까지 나와 있다. '검찰 개혁'은 허울이고 오로지 검찰을 장악해 권력 비리 수사를 막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조선일보(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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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의 강 건너 불구경

 

"30년은 젊어졌어요." 화장품 광고 문구가 아니다. 폴란드의 크시슈토프 파르히모비치라는 고위 검사가 자신의 처지를 풍자한 표현이다. 파르히모비치는 정치권력의 검찰 통제에 반대하는 검사 모임을 만들었다가 직급이 세 단계 강등됐다. 30년 전 처음 임관했을 때 직급으로 되돌아갔다. 불행히도 이 정도로는 뉴스 취급을 못 받는다. 여당인 법과정의당이 2016년 검찰총장직을 없애고 법무장관이 겸임하게 만든 이후 흔히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앞세운 검찰 장악은 서막에 불과했다.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인 즈비그니에프 지오브로의 관심은 법원에 쏠려 있다. 지오브로는 작년 말 전국 검사들에게 공문을 돌렸다. "정부를 비판하는 판사들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여라." 이미 지오브로는 개별 판사를 위협할 수 있다. 2017년 법과정의당이 과반수인 의회는 법무장관이 지방법원장을 지명할 권한을 부여했다. 2018년부터는 판사 임면권을 가진 기구인 국가사법위원회 위원 25명 중 15명을 사실상 법무장관이 지명할 수 있게 됐다. 명분은 '사법 개혁'이다.

법원을 손에 쥐려는 의도는 간단하다. 장기 집권을 위해 선수(검사) 교체는 첫 단추일 뿐, 심판(판사)을 주무르는 게 더 확실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친(親)정부 검사가 엉성하게 기소하더라도 유죄를 요령껏 찍어내는 판사가 그들에겐 필요하다. 법원이 형사재판만 하는 곳인가. 민사·행정 사건에서도 '정치 판사'가 부역할 공간은 넓다.

이런 차원에서 사법부 독립을 뭉개버리는 나라로는 헝가리도 있다. 헝가리 집권당은 EU 반대에 부딪혀 주춤하고 있지만 '신개념 행정법원'을 설립하려는 계획이 구체적이다. 선거·부패·시위 등 시국 사건을 전담하는 법원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곳에 배치할 판사의 임용·승진 권한을 법무장관이 갖는다는 게 요체다. 수사·기소·재판이 법무장관 손바닥 위에서 진행된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에서는 집권 세력이 검찰을 순치하려 애쓰는 중이다. 그게 마무리되면 다음에는 시선이 어디를 향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는 판사들이 들어 있다. 물론 폴란드·헝가리만큼 막가파식으로 법원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이 가만있겠나.

그래도 우려스럽다. 검찰 장악 시도를 판사들이 강 건너 불로 여기는 듯해서 그렇다. 이미 특정 성향 인물들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채워지고 있는데도 법원 내에서 이의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유죄가 선고되고, 영장에도 없는 사유로 언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조용하기만 하다. 폴란드에서 4년 전 검찰총장 자리를 없앴을 때만 해도 정치권력이 지금처럼 법원을 짓밟아버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손진석 파리특파원, 조선일보(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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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고 윽박지르는 기둥서방

 

소설가 김연수의 신작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에서 이 표현을 읽었다. 항상 기뻐하라고 윽박지르는 기둥서방. 최근 출간된 이 장편은 현대 한국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백석(1912~1996)의 7년을 다룬다. 그런데 백석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던 순간이 아니라, 그 좋아하던 시를 쓰지 못하고 침묵하던 일곱 해다. 대략 1957년에서 1963년까지. 서슬 퍼런 북의 치하에서 시인과 작가 모두 '주석님'을 위한 창작에 매진할 때, 차마 찬양시를 쓸 수 없었던 서정시인은 저 추운 함경도 삼수갑산으로 쫓겨나 양치기로 삶을 마쳤다.

나이 쉰이 되던 무렵, 시인은 동갑내기 고향 친구 준을 찾아가 탄식한다. 외로워봐야 육친의 정을 아는 법인데, 이 사회는 늘 기쁘고 즐겁고 벅찬 상태만을 노래하라 강요한다고. 아니면 '원쑤'를 증오하고 저주하든지. 육중한 철근을 멘 채로 활짝 웃고 있는 제철소 노동자를 그린 프로파간다 미술을 예로 들면서, 이건 마치 항상 기뻐하라고 윽박지르는 기둥서방 옆의 억지 춘향 꼴 아니겠냐고 말이다.

윽박지르는 존재가 없던 시절이 있겠냐마는, 2020년 대한민국의 기둥서방은 한 개인이나 정당이 아니라 '팬덤'이라는 완장을 차고 있다. 민주당의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강성 친문(親文)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지만, 최근에는 더 위력적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내면 안 된다고 했던 경기도지사는 사흘 만에 말을 바꾸고, 나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국회의원과 대권 후보들도 최고위원·대표 선거를 앞두고는 '항상 기뻐하라'와 '당신은 나의 원쑤'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의 위력 행사는 정치인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상식으로 삶을 살고 싶어하는 평범한 시민에게도 침묵을 압박한다는 점에서 더 문제적이다.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묻는 질문을 가장 혐오하는 친구는 가면을 벗어도 되는 자리에서 이런 푸념을 했다. 소위 '태극기'는 광화문에만 가지 않으면 피할 수 있는데, '대깨문'은 어딜 가도 피할 수가 없다고. 하도 여기저기서 피곤한 일을 겪다 보니 차라리 입을 닫게 된다고. 조국·윤미향·박원순 사태 이후 이런 피곤함은 더욱 심해졌다고 했다. 소설 인용으로 시작한 글이니, 최근 소설을 하나 더 추가해 보자.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소설가 류소영의 소설집 '내 인생의 사방연속무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제가 정부 개편안에 대해 어떤 견해를 표명하는 일에 보수적인 인간 혹은 진보적인 인간이라는 색깔이 덧입혀지는 순간이 무척 싫습니다. 그래서 말을 삼키기도 하고, 눈치 보며 절반쯤 뱉었다가 분위기가 우호적이면 논리를 더 이어가 보지요. 사회 선생이라는 자가 그러고 있는 꼴이 참 싫어요."(단편 '그 무엇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주영씨')

앞에서 '가면'이라는 표현을 썼다. 86세대의 마지막 학번에 속하는 친구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의 최전선에 나선 적은 없지만, 이후 늘 도덕적 부채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역시 가면이 필요 없는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전에는 우리 정치가 착한 놈과 나쁜 놈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더군.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의 대결이야.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지."

8월 2주 차 여론조사 뉴스의 큰 제목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급락했다였지만,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수치가 있다. 중도 혹은 지지 정당 없는 무당층 시민들의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했다는 점이다. 갤럽은 잘한다 22% 못한다 62%, 리얼미터는 각각 26%와 63%. 주석 치하에서 백석은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곳의 윽박지르기는 이제 한계에 이른 것일까.


-어수웅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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