虎父犬子
반칙과 특권 타파 꿈꾼 盧, 그와 거꾸로 가는 文정부…
盧의 뜻 따를지 버릴지 文 대통령이 결단할 시간
여권이 자식들 때문에 난리다. 정권에서 ‘정의’를 담당하는 법무부의 조국·추미애 장관이 모두 자녀 입시·병역을 둘러싼 특혜와 불공정 시비에 휘말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의원은 재산 은닉 의혹으로 ‘호부견자(虎父犬子)’ 소리까지 들었다. 호랑이 아비에 개의 새끼란 뜻으로 훌륭한 부모에 못난 자식을 일컫는다. 결국 아버지가 만든 당에서 쫓겨났다.
자식들이 죄를 타고나는 건 아니다. 잘못을 해도 바로잡아주지 않거나, 자기 욕심을 위해 자식을 특권과 반칙에 길들인 부모가 문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가 욕을 먹는다. ‘부전자전(父傳子傳)’ 아니냐는 것이다. 김홍걸 의원의 숨겨둔 재산이 나올 때마다 “5년간 소득세 135만원밖에 안 낸 사람이 어떻게 100억 재산을 가질 수 있느냐” “아버지가 감춰뒀다 물려준 돈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기무사 문건을 보고 박정희 시대의 계엄령을 떠올리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정치권에는 박정희·박근혜, 김대중·김홍걸 같은 생물학적 부모‧자식 관계도 있지만 ‘정치적 부자’ 관계도 있다. 김무성 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치적 아버지’라고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자식’은 ‘친문’들이다. 이들은 조국, 윤미향, 추미애 등 불리한 일이 터질 때마다 앞장서서 집안을 지킨다. 그 과정에서 비합리, 몰상식, 궤변이 넘쳐나고 그래도 안 되면 억지를 부린다. 하지만 아버지는 “양념” “마음의 빚” 하면서 자식들을 감싼다. 추 장관도 “엄마가 당대표여서 미안해”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득의양양 자식들은 더 엇나간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직계 존속’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욕을 후대에 투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치하지 마라”고 했다. “농담 아니라 진담”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가는 길에는 거짓말, 정치자금, 사생활 검증, 이전투구의 수렁이 있고, 이를 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이 충고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전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어떤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정치하지 마라, 그 말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 (노무현) 5년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10년, 20년 세월이 걸려야 비정상이 정상이 되고 우리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로 될 수 있다. 그래서 못다 한 그 길을 제가 가겠다”고 했다.
정치인 노무현이 평생 꿈꾼 것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었다. 퇴임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한평생 신념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으리라 짐작한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의 못다 한 길을 가겠다고 했지만, 그가 꿈꾼 세상은 오지 않았다. 문재인 시대 들어 오히려 그 길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년의 날 기념사에서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 같은 불공정의 사례들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했다. ‘공정’을 37번이나 언급했다. 그러나 조국·추미애 사태에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이런 침묵 속에 반칙과 특권은 정권의 DNA 코드처럼 굳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그의 ‘정치적 아버지’가 함께 욕을 먹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노무현이 꿈꾸던 세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그를 두 번 죽이는 길로 갈 것인가.
-황대진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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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총책임자 文이 37번 “공정” 외쳐, 또 ‘유체이탈’ 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09.19./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했다. “공정은 촛불 혁명의 정신이며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첫 대선 도전 때 선거 광고에도 쓰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공정’은 일반인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다른 편을 비난하고 공격할 때만 쓰이는 잣대이고, 자기 편 사람이 저지르는 불공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국, 추미애 사태가 생생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는 고등학생 때 박사 과정 학생도 버거운 영어 의학논문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하지도 않은 인턴 활동 증명서를 얻어내 대학입시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대학교수 부모를 둔 특혜를 누린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은 군의관이 “군 병원에서 충분히 진료 가능하다”고 진단한 질환을 핑계로 19일 병가를 연장해 4일 휴가를 더 다녀왔다. 일반 사병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정해진 시간에 부대에 복귀하지도 않고 전화로 휴가를 연장했다.
20대 인생을 좌우하는 대입과 병역에서 벌어진 명백한 불공정을 통해 젊은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위선을 목격했다.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준 ·이런 반칙의 주인공들을 다른 자리도 아닌 ‘정의’를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연이어 앉혔다. 그래놓고도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는 대신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불공정 행위자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집권당 사람들은 국민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법무장관의 사퇴를 건의하기는커녕 이들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서 국민의 화를 돋우었다.
대통령이 청년의 날 공정을 말하려면 먼저 조국, 추미애 사태에 대한 사과로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대통령은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면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 같은 불공정의 사례를 본다”고 했다.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데 마치 남 얘기를 하는 듯한 ‘유체 이탈’ 행태가 4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다.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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