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 하는 통신망 구조 요청, 軍·警 시도도 안 했다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서욱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북측 해안에서 발견됐을 당시 "우리 측이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북한 당국도 이 채널을 듣고 있으며 우리 당국도 이를 알고 있다고 한다. 이씨가 북한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발견된 사실을 파악한 상황에서 이 채널을 통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서 장관은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저희들이 첩보를 가지고 북에 구조 요청을 취하기에는 조금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우리 첩보 자산으로 이씨 발견 사실을 파악한 것을 북한에 노출하는 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첩보 자산이 국민 목숨보다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이 이씨가 북한 해상에서 발견된 사실을 파악한 것은 이씨가 사살되기 6시간 전이다. 정부는 처음엔 북한과 채널이 없다고 거짓말했지만 얼마든지 연락할 수단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김정은과 친서를 주고받는 채널도 있었고 국제상선통신망 채널도 있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북한 어선이 한국 해역으로 표류했을 때 이 통신망을 통해 두 차례나 우리 측에 구조 요청을 했었다고 한다. 주민 인명을 가볍게 취급하는 북한도 구조 요청을 하는데 우리 정부는 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서 장관은 “국제상선통신망은 해경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서 장관은 “이씨 실종 당일에는 월북일 가능성이 낮거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별다른 근거 없이 이씨를 서둘러 월북자로 단정했다. 월북을 시도했으니 정부엔 책임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우리 국민을 방치해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정부가 책임 떠넘기는 솜씨만 귀신 같다.
-조선일보(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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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교관의 가족 ‘인질’
해외 나가는 북한 외교관의 최대 고민이 ‘자녀 동반’ 문제라고 한다. 자녀 중 한 명은 반드시 평양에 ‘인질’로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인사철마다 북 외무성 가정은 눈물바다가 된다. 쌍둥이도 예외가 없다. 김일성 시대만 해도 북 외교관들은 해외 근무자 전용인 남포혁명학원에 자녀를 맘 놓고 맡겼다. 그러나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로는 그럴 수가 없다. 북한 첫 장애인 선수로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 출전한 림주성이 외교관 자녀라고 한다. 어릴 때 혼자 북에 남겨졌다가 중장비에 치여 한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한국에 정착한 북 외교관이 10명쯤 된다. ‘자녀 문제’로 탈북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영국 공사를 지낸 태영호 의원은 자서전에 “자식에게만은 소중한 자유를 찾아주자. 노예의 사슬을 끊고 꿈을 찾아주자”는 결심으로 탈북했다고 적었다. 한류와 자유를 맛본 자녀가 갑자기 한국 공관에 들어가는 바람에 부랴부랴 탈북한 외교관도 있다. 한 탈북 외교관은 “자녀가 중환자이면 데려 나올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하려고 뇌물을 주고 멀쩡한 자녀를 불치병 환자로 꾸미는 동료도 있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알던 북 공관원이 어느 날 “용량이 큰 축전지를 사줄 수 있느냐”고 부탁한 적이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들이 북에서 평양외국어학원 입시를 준비 중인데 정전이 되더라도 밤새 탁상 등을 밝히려면 큰 축전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외고쯤 되는 외국어학원을 졸업하면 외교관이나 무역 일꾼 등으로 해외 나가기가 쉽다. 돈벌이·출세 기회와 직결돼 “입시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했다.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했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부부가 작년 7월 한국에 망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탈리아에 같이 있던 딸은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당시 이탈리아 외교부는 ‘조 대사대리 잠적 직후 딸이 북송됐다’고 했다. 딸과 함께 탈출하려던 계획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망명한 조 대사대리가 우리 정부에 ‘비밀 유지’를 당부한 것은 인질이 된 딸의 안전을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 대사대리와 외국어학원 동문인 태 의원은 “북이 조 대사대리 딸을 가혹하게 처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절대 권력자가 수도를 떠나는 관리의 자녀를 ‘인질’ 잡는 것은 일본 막부 같은 봉건시대 때 유습이다. 네가 나를 배반하면 가족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는 협박이다. 지금 어떤 문명국이 이런 만행을 하나. 조 대사대리 부부는 지금 가슴이 타들어가는 심정일 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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