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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해양 패권 전쟁 각축전이 펼쳐질 한반도] [美·中 대책 부서 1년간 한 일]

뚝섬 2020. 10. 8. 06:41

 

전 세계 해양 패권 전쟁 각축전이 펼쳐질 한반도

 

2013년 해군참모총장 시절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당시 중국의 우성리(吳勝利) 해군사령원(사령관)은 우리 해군이 경도 124도를 기준으로 서쪽에서 활동하는 걸 놓고 강하게 항의했다. 모든 활동을 중지해달라고까지 요구했다. 타국 군 수뇌부를 초청한 상황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위였다. 무척 황당했다.

 

당시 필자는 두 가지 이유에서 중국 주장이 크게 잘못된 것임을 강하게 지적했다. 첫째, 중국이 거론하고 있는 해역은 공해(公海)로 국제법상 누구도 자유로운 해상 활동을 제한할 수 없다. 둘째, 6·25전쟁 이후 북한이 124도 이서(以西) 해역으로 수많은 공작선을 우회 침투시키고 있어 탐색 작전을 중단할 수 없다. 당시 중국은 우리의 해명에 동의했으나 이후에도 우리 해군의 활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했다.

 

중국은 15세기 초 명나라의 ‘정화함대’를 통해 멀리 아프리카에 이르는 인도양, 태평양의 광활한 해상을 통제했고,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중심 국가로서 위상을 정립했다. 그러나 그러한 위상은 청나라가 집권하며 해금정책(海禁政策)을 펴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아편전쟁(1840), 중일전쟁(1937)과 같은 치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통감한 등소평은 당시 해군사령원 유화청을 통해 해양 팽창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후 역내 해상 통제권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패권 국가가 될 수 없다는 해양 팽창 정책은 중국의 모든 지도자에게 어김없이 계승되었다.

 

시진핑은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주변국들의 강력한 항의에도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남중국해에 인공 섬을 만들어 군사기지화하는 등 관할 해역을 넓혀가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관할 해역에서 요구하게 될 국제법상으로 보장된 ‘항행 자유’에 대한 제한이다.

 

미국은 이런 중국의 해양 팽창을 절대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일 동맹을 적극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에도 대단히 매력 있는 정책이다. 일본은 미국의 후원 아래 주변국에 대한 우려 없이 평화 헌법을 개정하고 해군력을 증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역내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해군력을 증강할 것이다. 이렇게 동북아 지역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갈등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자국 이익을 지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는 전 세계 해군력의 60%가 집결해 있다. 해군력 증강을 중심으로 하는 군비 경쟁이 계속된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주변국들의 막강한 해군력으로 봉쇄된 형국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 해군 전력 대부분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북한 위협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대두하는 원해(遠海)의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2021~2025 국방 중기 계획을 통해 해군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한 국방부 조치는 오랜 고민과 혜안의 결과다. ‘4000t급 잠수함’ ‘3만t급 경항공모함’ ‘탄도탄 대응 복합 다층 방어체계 해상 요격미사일’ 등은 새로운 해양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전력을 현시(顯示)하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유사시 독자적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을 통해 원해 작전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입증한 바 있다. 국력이 신장함에 따라 그런 작전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해군 전력 증강은 계획에서 실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가적 정책 지원과 국민적 공감대를 거쳐 차근차근 준비해가야 한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현 한양대 에리카 특훈교수, 조선일보(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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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대책 부서 1년간 한 일

 

1년간 기밀문서 단 한 건 낸 외교부 전략조정지원반

 

한반도를 주제로 한 공개 강연이 열린다고 해서 주말 베이징의 한 서점을 찾았다. 강연자는 40대 중국 학자 A씨였다. 연평도에서 독도, 양구 펀치볼 마을까지 안 가본 곳이 없었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과거 경상도 남자는 ‘밥 묵었나’ ‘아는(애는)’ ‘자자’라는 세 마디만 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을 때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 나머지 중국인들은 잘 이해를 못한 듯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연 중반 그는 현대 한국인의 특징을 꼽았다. 동맹에 기댄다는 의미의 ‘동맹 사유(思惟)’, 두 마리 상어에 낀 작은 새우, 재벌에 대한 애증,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이다. 비록 관방(官方)학자이긴 해도 지한파(知韓派)인 그에게도 한국은 그렇게 비친다.

 

두 마리 상어에 낀 작은 새우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다. 중국에서 어떤 때 쓰나 궁금해 찾아보니 19세기 이래 한반도가 주변 강대국에 의해 간섭받는 상황을 표현할 때 등장했다. A씨는 강연에서 미국의 동맹이면서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인들의 불안을 새우에 빗대 말했다.

 

한국 언론은 미·중 갈등 속 한국을 새우에 비유하곤 한다. 우리 외교관들은 “다른 나라 언론에서는 자신을 그렇게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한다. 공감한다. 한국은 2차 대전 이후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룬 거의 유일한 국가다. 19세기식 약소국 운명론에 자신을 내던질 필요는 없다.

다만 고래가 싸우는 건 현실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의 자세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지난 6월 “우리는 미·중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5년 전 윤병세 외교장관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윤 장관은 2015년 3월 대사·총영사를 모아놓고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딜레마 아닌 축복”이라고 했다. 사드 배치, 중국이 만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이 논란이 되던 때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기대하며 그해 9월 미국 동맹국 지도자로는 유일하게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고 중국으로부터 찬사를 들었다. 하지만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청와대 기대만큼 나서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그해 7월 한국이 자위적 조치로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한국 관광을 중단하며 가혹하게 보복했다. 축복과는 거리가 먼 결론이다.

 

미국과 중국의 설득과 압박 강도가 세질수록 한국의 미래는 정보와 전략에 달렸다. 문재인 정부가 미중 갈등에 대비해 신설한 외교부 전략조정지원반이 지난 1년간 생산한 기밀문서는 코로나 외교 방안 단 한 건이라고 한다. 5년 전 데자뷔를 보는 것 같아 두렵다.

 

-박수찬 베이징 특파원, 조선일보(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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