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실수 논란]
[서열 25위 밖 왕이, 한국 오면 국가 원수급]
[더 굳어지는 중국의 얼굴]
[儀典을 무기 삼는 외교]
의전 실수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기간에 불거진 외교 결례와 의전 실수 논란이 시끄럽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눈길을 마주치지 못한 채 이른바 ‘노룩 악수’를 당했다. 나토 공식 홈페이지에는 윤 대통령이 눈을 감은 사진이 게재됐고,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은 30분 지연되다가 결국 당일 열리지 못했다. 만찬장 입장 시 윤 대통령 부부는 남성의 오른쪽에 여성이 선 다른 정상 부부들과 정반대로 섰다. “의전팀은 뭐 하고 있느냐”는 말이 나왔다.
▷아무리 작은 행사도 단체사진을 올릴 때는 참석자들의 표정을 꼼꼼히 살펴서 가장 좋은 한 장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주요 국제회의의 공식 웹사이트에 한국 정상만 눈을 감은 사진이 올라가 국내 언론까지 퍼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노룩 악수’의 경우 원인 제공은 바이든 대통령이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인사를 건네는 식으로 매끄럽게 대응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SNS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의전 실수 모음’ 콘텐츠가 돌아다닌다. 누리꾼들은 “중세시대 기사가 왼쪽에 칼을 차고 여성은 오른쪽에 서는 유럽의 에티켓을 몰랐느냐”며 윤 대통령 내외의 위치 같은 미세한 부분까지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실은 “작은 행정상의 미스”라고 했다. ‘찰나의 사진’으로 전체를 판단하지 말라고도 했다. 다소 억울하다는 뉘앙스다. 회의 일정이 밀린 것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라는 역사적 결정을 확정짓는 협상이 길어진 탓이니 의전팀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온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의 귀국 비행기가 땅에 닿기도 전부터 “의전 실패”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행사보다 못한 의전”이라는 혹평까지 나왔다.
▷외교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예상치 못한 의전 실수와 결례를 완전히 피해가기는 어렵다. 국기를 거꾸로 걸거나 브로슈어 자료를 잘못 표기한 사례들은 해외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튀르키예(터키)는 EU 정상회담에서 여성인 EU집행위원장의 좌석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 성차별 논란까지 불렀다. 유독 의전이 까다로운 영국 왕실에서는 해외 정상들의 결례와 실수가 속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몇 년간 어이없는 의전 실수가 이어지면서 외교부가 감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총리가 움직이는 외교 무대는 수많은 변수가 실시간 작용하는 예측 불가능한 전장이다. 돌발 상황까지 감안해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게 외교 현장이다. 의전 논란 때문에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성과에 결과적으로 흠집이 나는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외교 행사의 꽃’이라는 의전을 얼마나 치밀하고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지 새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2-07-02)-
______________
서열 25위 밖 왕이, 한국 오면 국가 원수급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에 따른 의전 계획에 없던 악수라 왕이 부장이 머뭇거리고 있다.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강경화 외교장관과 회담 시간에 24분 지각했다. 외교부 청사에서 4~5km 떨어진 숙소에서 출발하고도 ‘교통 체증’ 핑계를 댔다. 회담 모두 발언에선 사과 한마디 없다가 오찬 때서야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회담 직후 ‘미·중 경쟁’을 묻는 질문에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에 와서 ‘미국 편들지 말라’고 압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코로나 방역상 예정에 없던 의전이라는 이유로 머뭇하기도 했다. 작년 12월 방한 때는 한국 인사 100명을 갑자기 오찬에 불러놓고 37분 지각했다. 사과도 없었다. 정작 왕이는 미 국무장관이 30분 늦자 사과를 받고도 얼굴을 붉혔던 사람이다.
왕이의 공산당 서열은 25위권 밖이다. 정치국원도 못 되는 중앙위원이다. 그럼에도 방한 기간 대한민국 의전 서열 1·2위인 대통령과 국회의장, 전 여당 대표, 대통령 특보·측근 등을 줄줄이 만난다. 자가 격리 중인 여당 대표는 “코로나 와중 방한에 큰 감동”이란 편지를 보냈다. 어느 장관은 면담에서 밀리기도 했다. 반면 서열이 높은 양제츠 외교 정치국원은 지난 8월 문 대통령도 예방하지 않고 서울 아닌 부산에서 안보실장만 만나고 돌아갔다. 그 이상한 행태에 어느 쪽도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주변국과 평등에 기초한 외교를 해본 역사가 없다. 조공(朝貢) 외교뿐이었다. 이런 나라를 상대할 때 섣불리 고개를 숙이면 계속 무시당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는 중국이 문 대통령 특사를 홍콩 행정장관 자리에 앉혀도, 대통령 취재 기자가 죽도록 집단 폭행을 당해도, 왕이가 대통령 팔을 툭 쳐도 항의 한마디 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중국에 문을 열어두고 중국이 6·25 남침을 왜곡해도 침묵했다. 중국 앞에만 서면 고양이 앞의 쥐다. 세계 10위권 민주 국가 국민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조선일보(20-11-27)-
___________________
더 굳어지는 중국의 얼굴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은 늘 무겁다. 도시의 얼굴인 천안문(天安門) 광장이 특히 그렇다. 옛 황궁(皇宮)인 자금성(紫禁城)의 붉은 담이 우선 일반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광장 복판으로는 과거 최고 권력자만이 거닐던 황도(皇道)의 축선이 지난다.
현대 중국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공산당의 최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을 비롯해 건국 영웅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와 그 시신이 놓인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불만을 지닌 사람이 시위를 할라치면 편복(便服) 경찰이 순식간에 나타나 즉각 제압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공산당 최고 권력의 선율(旋律), 옛 황제 권력의 기운이 그대로 살아 흐르는 곳이다. 그래서 베이징은 예부터 '천자의 발밑[天子脚下]'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백성은 권력에 짓눌려 말 잘 듣는 백성, 순민(順民)의 숙명을 피할 수 없었다.
베이징의 다른 이름은 많다. 춘추시대 연(燕)나라가 있었다고 해서 연경(燕京)으로 적었고, 북쪽의 깊고 어두운 이미지 때문에 유주(幽州)로도 불렀다. 수도가 들어서 있는 곳이라 경성(京城), 권력의 교체 등으로 수도 지위를 잃었을 때는 북평(北平), 행정구역 명칭을 따를 경우엔 탁군(涿郡), 몽골의 원(元)나라가 지배할 때는 대도(大都)였다.
그러나 베이징의 대표적 명칭 중 으뜸은 계(薊)다. 가시가 돋은 식물 엉겅퀴의 한자다. 이 식물이 베이징 일대에서 잘 자랐던 모양이다. 약 3000년 전 이곳을 지칭했던 이름으로 문헌에 일찍 등장한다.
서양에서 유래한 꽃말로 보면 엉겅퀴는 '엄격' '근엄'이다. 손을 찌르는 가시가 많아서 그렇다. 사람을 억누르는 베이징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 건국 70주년 대규모 열병식 이후로 집권 공산당은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할 분위기다. 개혁·개방으로 조금 풀리는가 싶었던 중국의 얼굴이 더 굳어지며 딱딱해질 듯하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조선일보(19-10-05)-
__________________
儀典을 무기 삼는 외교
2007년 12월 송민순 외교장관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차례로 순방했다. 먼저 도착한 팔레스타인에선 벤츠를 타고 교통이 통제된 도로를 달렸다. 그러나 이스라엘로 넘어온 송 장관은 볼보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앞타이어가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볼보는 문짝이 긁힌 채였고 'VOLVO'의 'V'자도 떨어져 나갔다. 이스라엘 외교부 청사에 걸린 태극기는 4괘가 엉터리였다. 이스라엘 측은 실수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송 장관이 팔레스타인을 먼저 방문한 데 대한 '의전(儀典) 보복'이라는 말이 나왔다.
▶1793년 영국 왕 조지 3세의 중국 특사인 조지 매카트니는 "의관을 제대로 차리고 자금성으로 가자"는 청나라 관리의 전갈을 받았다. 건륭제를 만나 전했던 '외교 및 무역 관계를 열자'는 영국 왕의 요청에 대한 황제 답을 받들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금성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계단을 올라 비단으로 덮인 의자까지 갔다. 거기에 건륭제는 없고 영국 왕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만 놓여 있었다. 매카트니는 한쪽 무릎을 꿇고 받아 펼쳤다. 문체는 겸손했지만, 영국 왕의 요구를 모조리 거절한다는 내용이었다. 청나라는 주변 조공국을 다루던 의전으로 중국의 문을 열려는 영국의 외교 시도는 차단했으나, 50여년 뒤 아편전쟁 참패의 굴욕을 자초했다.

▶외교 무대에서는 의도적인 의전 소홀이 상대를 압박하는 무기가 될 때가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선수'로 통한다. 그가 약속보다 20~30분씩 늦게 나타나면 상대는 '왜 늦을까' '얼마나 더 늦을까' 생각하다가 정작 협상할 내용에 대한 집중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냥개를 '외교 무기'로 삼기도 했다. 그는 2007년 앙숙이던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독·러 정상 회담장에 시커먼 사냥개를 풀어놓고 메르켈의 기(氣)를 죽이려 했다.
▶의전을 뜻하는 '프로토콜(Protocol)'의 어원에는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윤활유'라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중국을 국빈(國賓) 방문하고 있다. 정상외교에서 국빈 방문은 최고로 높은 단계다. 중국이 지난달 트럼프 미 대통령 방중 때처럼 자금성을 통째로 비우고 대접하지는 못하더라도 국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제대로 된 국가다. 문 대통령 영접 인사로 '사드 담당' 차관보를 내보내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외교 홀대를 계속하는 것은 한국을 길들이려는 수작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 외교력과 국격(國格)의 문제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7-12-15)-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3나노의 세계] [通商국가 한국 興亡 걸린 동맹 전략] [무역적자 만성화... ] (0) | 2022.07.02 |
|---|---|
| [이준석 의혹 일파만파... 진상부터 명확히 규명하는게 순서] (0) | 2022.07.02 |
| [‘文 비판 대자보’ 20대 무죄 확정.. ] [ .. “민주 새 장 열린다”는 文] .... (0) | 2022.07.02 |
| [연애도 정치화] [무서운 ‘좋아요’] (0) | 2022.07.01 |
| [문재인 정권, 더불어민주당은 왜 실패했는가] [해경의.. ] [국가의 본분] (0) | 2022.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