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속도전]
[신념 말고 과학으로 국가 과제 해결을]
[꿈꾸고 애쓰면 이루어지는 새해이길]
백신 접종 속도전

지난달 24일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한 병원에서 의료 종사자들이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AP 연합뉴스
2000~2001년 우리나라에 홍역 환자 5만여 명이 생기고 7명이 사망하는 대유행이 발생했다. 방법은 백신 접종밖에 없었다. 방역 당국이 인도산 백신을 수입하려 하자 “인도산밖에 없느냐”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 2001년 5~7월 전국 초·중·고교생 580만명을 일제 접종하는 속도전이 벌어지자 많은 국민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다행히 별 사고 없이 접종을 마무리해 2006년 국가 홍역 퇴치를 선언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단기간에 감염병을 종식한 교과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백신 확보전을 벌인 나라들이 이번엔 백신 접종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빠른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지난달 20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해 지난 2일까지 전 국민의 13%인 109만명에게 1차 접종을 마쳤다. 최근 하루 접종자가 15만명을 넘을 정도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전 국민의 5분의 1에게 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집단 면역'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독일도 2일까지 24만명 가까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반면 프랑스는 1일까지 516명을 접종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27일 같이 접종을 시작했는데 무려 462배 차가 나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백신 거부 정서가 만연한 데다 느리기로 악명 높은 행정 절차 때문이라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화가 났지만 어쩌지 못하고 있다.
▶접종 속도가 안 나는 것은 미국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코로나 확진자 사망자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백신 보급 속도는 목표의 20%에 그치자 백신 접종량을 절반으로 줄여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영국 보건 당국은 1·2차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로 대폭 확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지난달 23일 “더 많은 사람이 1차 접종이라도 할 수 있도록 1월 백신 확보량을 모두 1차 접종으로 활용하자”고 한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원래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3~4주 간격으로 맞도록 설계됐다. 미국과 영국 의사들은 대체로 “검증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우리나라엔 백신 거부 정서가 거의 없다. 2009년 신종 플루 때도 10월 말 백신 접종을 시작해 12월 유행을 잡을 정도였다. 코로나 백신은 2회 접종인 데다 유통도 더 복잡하지만 물량만 확보하면 몇 달 내 접종을 마칠 수 있다. 그런데 백신 확보가 늦어 다른 나라의 백신 속도전과 그에 따른 논란을 그저 지켜보고 있다. 정부 사람들은 이것도 ‘다행’이라고 할 것 같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1-01-0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신념 말고 과학으로 국가 과제 해결을
1년 새 코로나 논문 25만건, 미국, 중국, 영국 順.. 백신 개발도 그 나라들이
K방역 자아도취가 국민 고통 더 끌게 만들어.. 궁극엔 과학이 해결사

전 세계 과학매체들은 2020년 최고의 과학 성과로 코로나 백신을 꼽았다./사이언스
코로나 확산 11개월 만에 등장한 백신은 인류가 코로나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백신은 생명의학계가 축적해온 과학 지식의 결과물이다. 세계 최대 논문 검색 데이터베이스인 ‘다이멘션즈’의 집계로는 지난 1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간된 코로나 관련 연구 논문이 25만건이 넘었다. 모든 논문의 4%가 코로나 논문이었다. 미국이 4만1800건, 중국 1만7800건, 영국 1만7600건의 순이다. 논문을 많이 낸 나라들이 대체로 백신도 개발해냈다. 대학으론 미국 하버드가 2000건, 영국 옥스퍼드가 1700건이었다. 중국 우한의 화중(華中)과기대도 1200건으로 미국·영국 대학들 틈새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국가 전체로 1949건, 하버드대 한 개 대학 수준이다.
환경오염, 기후 붕괴 대처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욕망 억제형’이다. 덜 소비하고 덜 배출하고 에너지도 덜 쓰는 방법으로 생태 충격을 줄여가자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과학기술 해결형’이다. 과학기술로 더 많은 효용을 창출하면서 자원과 에너지는 적게 쓰는 방법으로 생태 부담을 줄여가는 것이다. 과학기술 해결형은 기술 낙관주의(techno-optimism) 입장에 선다. 기아, 질병 등 난제(難題)들도 결국은 혁신 기술로 극복이 가능하다.
현 시점의 인류 최대 위기는 코로나 바이러스일 것이다. 이것의 극복에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그리고 백신이다. 욕망 억제형인 거리 두기는 자유의 구속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한다. 모이지 말고, 마스크 쓰고, 추적하고, 격리시키는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고통이 따른다. 모든 나라가 가혹한 통제 정책을 썼지만 바이러스를 누르는 데는 실패했다.
백신은 과학기술 해결형 접근법이다. 과학기술은 연구 성과, 인재 양성의 축적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술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시간도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실책은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 단기적으론 거리 두기가 유효하지만, 궁극적 해결책은 백신이라는 걸 간과한 데 있다. 정세균 총리는 “100명 미만일 때는 백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확진자가 하루 100명 미만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돌아다니는 이상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거리 두기를 늦추면 감염자가 늘고 조이면 줄어드는 일이 반복될 뿐이다. 인구 70%가 감염돼 저절로 집단면역이 생기길 기다릴 수는 없다. 결국 백신밖에 없다. 정부에 그걸 꿰뚫어보는 컨트롤 타워가 없었던 점과 K방역 자아도취가 국민을 몇 달 더 코로나 터널 속에서 고통받게 만들었다.
국내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과학 역량도 부족했겠지만, 임상시험을 시도할 만큼 감염자가 많지 않았다. 모더나는 3만명 상대 3상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95명 나왔다. 화이자는 4만명 가운데 170명이었다. 백신의 유효성을 판정할 유의미한 통계를 뽑아내려면 임상 그룹에서 100명, 200명의 감염자가 나와야 한다. 한국에서 그만한 감염자를 만들어내려면 임상 규모가 수십만명은 돼야 했을 것이다. 초기 단계에 감염자 규모가 작았던 우리로선 외국 백신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까지 판단이 섰다면 정부가 민관 안테나를 총동원해 외국의 백신 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진작부터 백신 대량 구입에 나섰어야 했다. 판단 착오를 인정하기 싫다 보니 “화이자, 모더나가 백신 사라고 우리를 재촉하고 있다” “터널 끝이 보인다” 같은 거짓말, 허풍이 입에서 나온다.
어떤 백신이 성공할지 미리 내다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여러 종의 백신을 중복 구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캐나다는 국민 전체가 10번 이상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해뒀다. 선구매 방식이어서 돈을 날릴 수 있겠지만, 그 손해보다는 국민과 경제의 코로나 탈출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결국은 과학기술의 진흥에 산업의 운명, 국가의 운명이 달렸다. 문제는 여러 기술이 경합할 경우 무슨 기술이 최종적 해결사 역할을 할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분야에선 태양광, 풍력, 원자력, 탄소 분리 저장, 수소, 바이오 등의 기술이 경쟁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기후 붕괴와 대기오염의 궁극적 해결책이 될 거라고 예단하는 건 섣부르다.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의 현명한 선택은 주기적으로 기술의 발전 동향을 재평가해가며 유망 기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형성해가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에서 여러 종의 백신을 확보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정부의 의사결정 최종 책임자가 개인적 직관과 신념에 의존해 어떤 기술은 아예 배제시키거나 다른 어느 기술에 ‘다 걸기’를 한다면 그건 국가 운명을 걸고 도박하는 것이 될 뿐이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1-01-0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꿈꾸고 애쓰면 이루어지는 새해이길

“그는 우연히 대학 생활을 화려하게 그려낸 소설을 읽었다. 훌륭한 청년이 고학하며 우등상을 타고 친구들과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새벽까지 소설을 읽은 예순네 살의 액셀브로드는 대학에 갈 결심을 했다. 예전에 하루 18시간씩 밭에 나가 일할 때처럼 입학 준비에 매진했다. 그는 하루에 12시간씩 공부하며 어려운 과목들을 마스터해갔다.” -싱클레어 루이스 ‘늙은 소년 액셀브로드’ 중에서
5인 이상 모임 금지 명령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은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K방역만 홍보하느라 1년 내내 국민 손발을 묶어놓고 한 달 운영비도 되지 않는 지원금을 주는 대신,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저마다 자립하도록 지나친 규제와 엄격한 제재를 풀어주어야 한다.
미국에 첫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싱클레어 루이스가 1927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늙은 소년 액셀브로드’는 노년이 되어서야 삶의 여유를 얻은 액셀브로드가 65세 늦깎이 대학생이 되는 이야기다. 젊은 날 밭을 갈듯 열심히 공부한 그는 지성의 전당이라 믿었던 명문 대학에 입학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건 자기보다 마음이 더 늙은 청년들, ‘농장 헛간 뒤에서 떠벌리는 일꾼들의 수작’만도 못한 교수들의 작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에 꼭 맞는 학생을 만나 문학과 역사와 음악에 대해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꿈에 그리던 대학의 낭만을 만끽한다. ‘인생 70년을 살고 고향 떠나 1500마일을 달려온 목적이 바로 이거야.’ 너무도 행복했던 그는 만족감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젊은 친구에게 작별 편지를 남긴 뒤 미소를 지으며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의 결정이 지혜로워 보이든 엉뚱해 보이든, 인간이 원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고 자유롭게 도전하고 마음껏 경험하며 스스로 책임지는 세상이다. 하라, 마라, 된다, 안 된다,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회가 아니다. 그런 곳에서는 아무도 꿈꿀 수 없고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 개인은 어리석지 않고 나약하지 않다. 건강한 욕망을 통제하고 자유를 박탈하며 생존을 가로막는 권력이 반드시 무너지는 이유이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1-01-06)-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펜트하우스’ 뺨치는 막장의 정치] [高宗 허세 생각나는 文의 6조 경항모 쇼] (0) | 2021.01.07 |
|---|---|
| [지금 우리는 제2의 1·4 후퇴 중이다] [ ... 선거가 다가온 것] [임금이 아첨을 좋아한다면] (0) | 2021.01.06 |
| [조국·추미애 이어 박범계까지 3연속 ‘無法’ 법무장관] ['삼류' 법무부] .... (0) | 2021.01.05 |
| [국가 존립 걸린 ‘인구 감소 시작’ 유난히 관심 없는 정부] ... [사상 첫 인구감소 재앙… ] (0) | 2021.01.05 |
| [탈원전 속 대통령이 장담한 2050 탄소중립… 與 싱크탱크 “불가능”] (0) | 2021.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