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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스펙으로 의사 자격 딴 조국 딸, ‘공정’이 짓밟혔다] [‘나쁜 놈’을 적법하게 처벌하는 게 法治다]

뚝섬 2021. 1. 18. 06:29

 

가짜 스펙으로 의사 자격 딴 조국 딸, ‘공정’이 짓밟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지난달 23일 오후 1심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씨는 이날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박상훈 기자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씨가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 자격을 얻었다고 한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축하 메시지를 올리면서 알려졌다. 조씨는 위조한 경력 증명으로 의전원에 합격했음이 재판에서 사실로 드러난 인물이다. 응시 자격조차 없는 조씨가 의사 면허를 따는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한 것이다.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의 1심 재판부는 조민씨가 입시 때 제출한 경력 증명서 4건이 위조·허위라는 검찰 기소를 모두 인정했다. 법원은 “경력 위조가 확인됐다면 의전원 입학에서 탈락했을 것”이라는 판단까지 밝혔다. 이 정도면 당사자가 수치스러워서라도 의사 국시 응시를 포기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1심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해 다투겠다”며 불복 의사를 나타냈다.

 

당사자가 버티더라도 교육부와 대학 측이 진작에 이 문제를 정리했어야 맞는다. 그러나 부산대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야 그때 가서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2016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실이 드러났을 때는 최씨가 기소되기도 전에 대학 측이 입학을 취소했다. 한 사립대 교수가 딸 이름의 논문을 대학원생들에게 대필시킨 뒤 서울대 치의학 전문대학원에 합격시킨 사건에서도 서울대는 교수가 재판에 넘어가자 바로 딸의 입학을 취소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남에겐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라”고 하면서 자기 딸은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법을 동원해 의전원에 합격시켰다. 조민 씨는 의전원 졸업반 진급 시험에서 두 번이나 낙제했는데도 구제됐고 지도 교수에게 장학금 1200만원까지 받았다. 이 가족이 벌인 일은 한국의 대학 입시와 대학 학사 운영이 공정한지에 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버티는 당사자들도 문제지만, 금세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을 방치하는 대학과 교육 당국이 공정을 원하는 이 땅의 청년들을 더 절망시킨다.

 

-조선일보(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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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을 적법하게 처벌하는 게 法治다

 

김학의 출금에 가짜 불법 서류, 정부 공식 해명은 ‘불가피했다’
불법 반복하다가 무감각해졌나.. 現정부, 법치·사법체계를 공격해

 

지난해 ‘채널A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일반인들에겐 낯선 ‘독직폭행(瀆職暴行)’이란 범죄 용어가 등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에 적용된 혐의이다. 글자 그대로 풀자면 ‘직(職)을 더럽힌(瀆) 폭행’이라는 뜻이다. 형법 제125조에 규정돼 있는 이 범죄는 재판, 검찰, 경찰 등 공무원이 인신 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폭행이나 가혹 행위를 한 경우를 말한다.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차장검사 측의 주장을 토대로 재구성한 압수수색 당시 상황. 위에 올라탄 것이 정진웅 차장검사.

 

독직폭행은 일반 폭행죄보다 형(刑)이 무겁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 선고만 가능하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 김근태 전 의원을 비롯해 수많은 야권·학생운동권 인사를 고문했던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 독직폭행 혐의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우리 형법 체계에 독직폭행에 관한 별도 조항이 있는 것을 알고 새삼 감동했다. 이 조항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불법적 권력 행사를 견제하는 내용이다. 민주(民主)와 민권(民權)을 상징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조작된 서류로 김학의 전 차관을 불법 출국금지한 것은 국가 권력이 민권을 짓밟은 일이었다. 형벌권 문제를 관장하는 법무부와 검찰이 그 짓을 했다. 김 전 차관은 검찰 간부 시절 건설업자에게서 난잡한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의 인물이다. 아무리 ‘나쁜 놈'일지라도 그를 처벌하기 위한 권력 행사의 과정은 적법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法治)이고 민주주의이다. 처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의 탈·편법을 용인한다면 고문이라고 하지 못하겠는가.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 횡행하는 일이다.

 

이근안이 그랬다. ‘용공(容共) 분자 처벌’이라는 그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관절 꺾기, 전기 고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근안은 7년 형기를 마치고 수년이 흐른 뒤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고문 기술자가 아니라 ‘심문 기술자’라고 했다. 자신의 행위는 ‘애국’이라고 했다.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일을 하겠다”고 했다.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불법에 눈감으면 이런 야만(野蠻)으로 돌아간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가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검사 개인의 범죄일까. 물론 가짜 사건번호를 적은 허위 문서로 출금 요청서를 만들고, 사후 승인요청서에 있지도 않은 내사번호를 적어 집행한 것은 그다. 그러나 법무부가 지난 12일, 16일 연이어 내놓은 공식 입장문을 보면, 이 같은 범죄가 정권과 정부 차원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법무부는 입장문에서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었다” “부차적 논란”이라고 했다. 국가 기관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사례가 하도 반복되다 보니, 이젠 정부 공식 입장문에서까지 불법을 따지는 문제에 “불가피했다” “부차적”이라는 해명을 버젓이 내놓는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 법무부 직원들이 긴급 출금 요청서가 접수되기도 전에 김 전 차관의 출국을 제지하기 위해 출동했던 것으로 확인된 영상이 공개됐다. /인천공항CCTV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됐을까. 정의를 독점하고 있는 양 도취해 있다 보니 불법에 무감각해진 것이다. 대통령의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의 7개 조직이 개입한 정권이다. 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원하는 대통령 뜻에 맞추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정부다. 이런 불법을 저지르고도 해당 사건 검찰 수사팀을 조각내 찢어 놓았고, 감사원장에겐 “집 지키라고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고 공격한다. 기가 막힌 건 그러면서 적반하장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법과 제도를 맘대로 재단한다”고 한다는 점이다. 법치와 사법 체계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집단이 법과 제도, 민주주의를 운운한다.

 

-조중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조선일보(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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