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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비밀을 나누는 동맹인가] [美 원자력 추진 잠수함.. ] ....

뚝섬 2023. 3. 16. 08:38

[한미, 비밀을 나누는 동맹인가]

[美 원자력 추진 잠수함 호주에 제공, 한국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

[미국이 ‘金 정권 종말’ 경고한 까닭]

[美 “며칠 몇달 지켜보겠다”… 北 섣부른 모험 말고 기회 잡을 때]

[北 핵·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려는 이제 美·日만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김정은의 사기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한미, 비밀을 나누는 동맹인가

 

서독 의구심에 ‘특별 핵 브리핑’ 했던 미국
尹 내달 방미, 끈끈한 신뢰 쌓는 계기 되길

 

1962년 2월,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총리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국인 손님 두 명을 맞았다. 독일계 학자 헨리 키신저 하버드대 교수와 월터 다울링 주독 미국대사였다. 당시는 소련 핵 위협과 베를린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던 시절. 미국의 유럽 방어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서독도 핵무장 같은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자 존 F 케네디 행정부가 동맹에 대한 미국의 신뢰 회복을 위해 마련한 ‘특별 브리핑’ 자리였다.

하지만 아데나워로선 마뜩잖을 수밖에 없었다. 키신저가 미국의 방위공약 설명으로 서두를 꺼내자 아데나워는 대뜸 말을 끊었다. “워싱턴에서 이미 들은 얘기요. 거기서도 날 납득시키지 못했는데…. 자신은 관료가 아닌 학자이니 다 듣고 판단해 달라는 키신저에게 아데나워는 “미국 정부의 자문에 당신 시간을 얼마나 쓰느냐”고 물었다. ‘약 4분의 1 정도’라는 답변에 아데나워는 “그러면 진실의 4분의 3을 얘기해주는 셈 치자”고 응수했다.

그렇게 시작된 브리핑에서 키신저가 미소 간 핵전력 격차를 설명하자 아데나워의 태도는 바뀌기 시작했다. 키신저는 소련의 핵 선제공격(제1격)에 대응하는 미국의 반격(제2격) 능력은 더욱 크고 훨씬 효과적이며, 당연히 미국의 1격 능력도 소련을 압도한다고 했다. 브리핑에는 미국의 핵전력 구조와 핵사용 계획 같은 민감한 세부정보가 포함됐다. ‘특별한 동맹’ 영국과만 공유하던 1급 비밀이었다.

 

아데나워는 자리를 뜨려는 키신저를 두 번이나 붙잡으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알게 돼 안도했다”고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다만 “이제 주요 과제는 사람으로 인한 허점이 없도록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키신저는 ‘대서양 동맹에 대한 미국의 힘과 헌신을 얘기할 때 그건 그저 한가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재삼 강조했고, 아데나워는 “그럼 다행이다!”라며 손님을 보내줬다.(키신저의 책 ‘리더십’에서)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 속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한국의 의구심은 1960년대 초 서독의 기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파리나 본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과 뉴욕의 위험을 감수하겠느냐는 것이 당시 유럽의 질문이었다. 프랑스는 미국 핵 의존이 아닌 독자 핵무장의 길을 갔고, 서독은 전범국가의 굴레 속에서 깊이 갈등했다. 한국도 어쩌면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 달 전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 보유 가능’ 발언도 그 의도가 뭐였든 같은 맥락에서 미국에 질문을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 발언 이후 미국에선 화들짝 놀란 듯 한국의 비확산체제 이탈 가능성에 대한 경고와 설득, 회유조의 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그 반응은 대체로 곱지 않았다. 박정희 정부 시절 비밀 핵개발 전력을 소환하며 동맹의 파열음을 경고하거나 윤 대통령이 어휘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며 말조심을 주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논란 속에 워싱턴의 논의가 핵 정보 공유와 공동 계획 등 확장억제의 신뢰성 강화로 모아지는 것은 다행스럽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계획그룹(NPG) 같은 기구를 신설해 한국을 참여시키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비밀의 공유는 동맹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내달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서 신뢰에 바탕한 구체적 성과물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다시 아데나워 얘기. 키신저는 수십 년 뒤 당시 브리핑에 배석했던 아데나워의 통역으로부터 뜻밖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에 따르면 아데나워는 그 다음 날 통역이 정리해온 브리핑 내용에서 핵 관련 부분은 파기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미국이 요청한 비밀유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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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자력 추진 잠수함 호주에 제공, 한국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

 

미국이 대중(對中) 견제를 위해 호주에 최대 5척의 버지니아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판매하기로 했다. 호주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일곱 번째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국이 된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제공하길 꺼려온 원자력 잠수함과 기술을 호주에 넘기는 것은 대중 견제에 호주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과 솔로몬 제도가 안보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등 호주와 중국은 서태평양과 남중국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또 중국의 호주산 육류·보리·와인·석탄 수입 제재로 분쟁도 겪었다. 호주는 바다가 넓어 재래식 디젤 잠수함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호주 못지않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한 나라가 한국이다. 북한은 2015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에 성공한 뒤 북극성 4·5형을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 12일에는 잠수함에서 핵 탑재가 가능하다는 순항미사일도 발사했다. 북이 바다에서 SLBM을 쏘면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북한 잠수함 기지 부근에서 우리 잠수함이 상시 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장기간 물속에서 작전할 수 있어야 한다. 디젤 잠수함은 아무리 길어도 10여 일을 넘지 못한다. 이래서는 북한 잠수함을 감시할 수 없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3~6개월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속도도 50%가량 빠르다.

 

부산항에 입항한 美 핵 추진 잠수함, 북한 도발에 보란 듯 사진을 공개했다. /미 태평양함대

 

김정은은 이미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을 공언한 상태다. 이미 설계 연구를 끝냈다고 한 만큼 10년 안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싣고 다니면 이상 이를 억제할 방법이 없어진다. 남북, 미·북 관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에 대응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잠수함 감시는 미국이 할 테니 한국은 그냥 있어도 된다는 것이다. 말이 되는가. 한국민 안전보다 비확산에 신경을 쓰고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엔진이 원자로일 핵폭탄과는 관계가 없다. 원칙적으로 어떤 나라도 원자력 추진 함정을 가질 수 있다. 아무런 원자력 산업 기반이 없는 호주와 달리 한국은 미국의 허락만 있으면 자체적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미국을 설득해야 때다.

 

-조선일보(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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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金 정권 종말’ 경고한 까닭

 

北의 움직임 들여다보는 감시기술 발전으로 군사옵션 걸림돌 사라져
남은 정치적 결심뿐

 

미 핵잠수함 웨스트 버지니아함./미 국방부

 

한·미가 지난 22일 펜타곤에서 핵우산 훈련을 실시한 뒤 공동 발표를 통해 ‘북한 정권의 종말’을 경고했다. 핵을 쓰면 김정은 정권을 지구상에서 없애겠다는 얘기다. 바이든 정부가 공식 문서를 통해김정은 정권 종말 거론한 벌써 번째다. 미 국방부가 작년 10월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처음 등장했고, 다음 달 한미 국방장관이 함께한 연례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도 들어갔다.

 

미국 정부가 공공연하게 북한 정권의 종말을 입에 올리는 건 이례적이다. 익명 관리의 말이 아니라 정부 공식 문서를 통해 거듭 발표하는 방식도 전례가 없다.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 인사들이 북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레짐 체인지를 주장하긴 했지만, 종교적 신념 또는 정치적 수사에 가까웠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에서 나오는 것은 그런 차원이 아니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대북 군사 옵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난제들이 최근 과학기술의 진전으로 상당 부분 해결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의 영변 정밀 타격 계획이 무산된 뒤로 대북 군사 옵션은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어떤 시나리오를 검토해도 인명·재산 피해가 막대한 것으로 나왔다. 북이 핵무장에 본격 나서면서 군사 옵션은 뒷전으로 밀렸다. 북도 이를 노렸을 것이다. 핵이 있으면 선제공격을 당할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 공격을 받더라도 핵무기가 단 한 발만 생존하면 ‘너 죽고 나 죽자’식 보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포의 핵 균형’, 상호 확증 파괴(MAD)의 원리다. 북이 이동식 발사대(TEL) 지하 벙커, 잠수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핵무기의 생존성을 높여 보복 능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과학기술 성과들이 최근 몇 년간 쏟아졌다. 기술적 진전은 감시·정찰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조금 과장하면 북이 운용하는 수백대의 TEL을 상시 감시하는 수준이 됐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미국의 SAR(영상레이더) 정찰위성은 북한 상공을 지날 때마다 북한 전역에서 기동하는 군용 차량을 대부분 식별·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저궤도 SAR 위성은 북한 상공을 하루 2~3 지난다. 15대만 배치해도 감시 주기가 30분대다. 스페이스X 매달 인공위성 수백대를 우주에 뿌리는 시대다. 회사 고객 중엔 펜타곤도 있다.

 

집중 감시는 유사시 제거를 전제로 한다. 관건은 1차 공격을 통해 핵 보복 능력을 없애면서도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존의 전략 핵탄두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정밀도는 떨어지고 폭발력과 방사능 낙진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북 군사 행동의 결심을 주저하게 만드는 최대 걸림돌이었다. 최신형 저위력 핵탄두(전술핵) 문제를 해결했다. 2020 실전 배치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탄두 W76-2 대표적이다. 요새화된 지하시설을 확실히 파괴하면서도 족집게 타격이 가능하다. 미국 오하이오급 잠수함 14척이 이 무기를 싣고 있다. 한미 외교·국방 관리들이 지난 22일 기념촬영을 한 웨스트버지니아함이 그중 하나다.

 

미국의 잠재적 타격 대상엔 김정은을 비롯한 전쟁 지휘부가 포함돼 있다. 정보 소식통은김정은을 스토킹 수준으로 지켜본다 했다. 북이 작년 9월 김정은 등 지휘부가 공격받을 경우 자동으로 핵 공격을 가한다는 내용의 법을 채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수령의 안위를 걱정할 만한 심각한 징후를 감지했다는 뜻이다. 북이 겁내는 미국의 군사기술적 우위가 저위력 핵탄두와 정찰위성뿐이겠나. 미국의김정은 정권 종말운운은 빈말이 아니다.

 

-이용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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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며칠 몇달 지켜보겠다”… 北 섣부른 모험 말고 기회 잡을 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이 기회를 잡길 바란다”며 “우리는 다가올 며칠, 몇 달간 북한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 대북정책은 적대(hostility)가 아닌 해결(solution)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적대시 정책’이 아님을 강조했다. 미국 외교안보라인의 투 톱이 연달아 북한을 향해 도발 자제와 대화 복귀를 촉구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30일 ‘정교하고 실용적인(calibrated, practical)’ 접근법을 완성했다고 밝힌 이래 일관되게 대결이 아닌 외교적 해결 기회를 잡으라는 대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간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해법을 사실상 수용하고 북-미 싱가포르 합의도 존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톱다운식 정상 담판을 제외하곤 북한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인 셈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대미 협박부터 하고 나왔다. 일단 새 대북정책 발표가 나오기 전의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걸고넘어지면서 향후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떠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나아가 모험주의 사이클을 재가동함으로써 버락 오바마 행정부처럼 넌더리를 내며 질리게 만들거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처럼 맞대응하다 직거래에 나서도록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는 이런 상투적 대응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새 대북정책이 눈금 매기듯 정밀하게 고안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일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서면 정확한 주고받기식 거래를 하겠지만 도발을 택하면 치밀한 제재와 봉쇄에 들어갈 것이다. 김정은은 힘에는 힘, 선의에는 선의로 대응하겠다는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내세워왔다. 북한은 이제라도 ‘강대강’을 접고 ‘선대선’으로 응답해 궁핍과 고립에서 탈출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동아일보(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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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려는 이제 美·日만 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일 런던에서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미 국무부가 3일 미·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에 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같은 날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선 이 문구가 빠졌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협력”이란 표현만 있었다. 우리 외교부 발표엔 ‘한·미·일 협력’이란 말도 빠졌다. 한국민을 겨냥한 북 핵·미사일 전력은 지금 순간에도 증강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우려는 한국이 아니라 미·일이 했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김정은은 핵·탄도미사일 능력을 ‘환골탈태’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발전시켰다. 2019년 ‘비핵화 사기극’이 끝나자 한미 연합군의 요격망을 뚫을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3종 세트를 실험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KN-23)의 경우 하강 단계에서 고도와 궤적을 바꿔 우리 군의 레이더 추적을 두 번이나 피했다. 사거리는 500~600㎞로 제주도까지 타격할 수 있다. 북이 핵을 탑재한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 쏘면 요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핵탄두를 갖고 있고 전술핵 개발까지 공언한 상태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이런 북의 위협이 마치 없는 듯, 평화가 온 듯 한다.

 

두 달 전 한미 외교·국방장관 공동 성명에선 ‘비핵화’란 말이 단 한마디도 없었다. “북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우선 관심사이고 해결한다”고만 했다. 오히려 미일 외교·국방장관 성명에서 “완전한 북 비핵화”를 명시했다. 5년 전 한미는 핵과 탄도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촉구하며 “북한 압박”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북이 수소폭탄까지 성공한 지금은 ‘우려한다’는 말조차 넣지 못한 것이다. 문 정권은 이런 식으로 김정은에게 ‘우리는 미국·일본과 다르게 북한 편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쇼'를 한번 더 열어 내년 대선 판을 흔들려는 계산일 것이다.

 

-조선일보(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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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김정은의 사기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완료되었다고 4월 30일 백악관이 밝혔다. 대북 정책의 구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단계적 접근법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었다. 이제 미·북 간 탐색전과 북한의 몸값 올리기 게임이 끝나면 협상 재개의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험난한 비핵화 여정에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는 미국이 보유한 협상 레버리지와 이를 활용할 전략에 달려있다. 미국은 북한의 운명을 좌우할 레버리지를 갖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가혹한 경제제재에다 국경 봉쇄와 자연 재해까지 겹쳐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협상 레버리지만 두고 본다면 북한은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난 30년간 핵개발 카드 하나로 미국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버텨온 것은 비범한 지략과 뚝심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허술한 협상 전략과 집중력 부족도 큰 몫을 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북한의 변함없는 목표는 핵을 보유하면서 경제발전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핵물질 생산 시설을 내어주는 대가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고 핵무기와 이의 원료로 사용할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Pu)등 핵물질을 지키는 것이다.

 

북한이 이미 군사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확보했다면 핵물질 생산 시설의 군사적 용도는 소멸된 셈이다. 기존 핵무기·핵물질을 모두 폐기하고 그만한 분량을 다시 생산하는 데 10년이 걸린다면 핵무기·핵물질 재고가 북한 핵 능력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용도 폐기된 핵물질 생산 시설을 핵무기·핵물질을 지킬 협상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는 귀재다. 2년 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영변단지만 내어놓는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고 영변 외부에 숨겨둔 핵 시설을 계속 가동하여 핵무기·핵물질 재고를 더 늘리려는 과욕을 부리다가 천금 같은 딜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앞으로의 협상에서는 이런 술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므로 영변 외부의 일부 핵 시설을 폐기 대상에 추가하는 소위 ‘영변+α’로 제재를 해제 받고 핵무기와 핵물질을 지키는 전술로 후퇴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현란한 술책에 미국이 우롱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북한의 핵물질 생산 ‘동결’에 급급한 나머지 핵무기·핵물질의 폐기를 지연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게 가장 절박한 제재 해제를 핵무기·핵물질의 폐기와 연계해야 한다. 제재 해제와 등가성이 있는 북한의 자산은 핵무기·핵물질뿐이다.

 

빅딜을 통한 일괄 타결이든 스몰 딜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든 핵무기·핵물질 폐기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게 좋은 딜이다. 미국이 핵물질 추가 생산을 막는 데 제재 해제 카드를 허비해 버리면 ‘완전한 비핵화’는 공염불로 끝난다. 제재 해제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북한은 핵무기·핵물질 폐기 압박에 대항할 체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 동결의 대가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 미국은 핵무기·핵물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당장 해제해 주겠다고 역제안해야 한다. 북한이 이를 거부하더라도 핵동결의 대가로 제재 해제를 요구할 명분과 근거를 박탈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이 핵 폐기를 개시할 때까지는 대북 제재 이행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핵과 정권 유지 가운데 양자 택일의 상황으로 몰리지 않는 한 김정은이 순순히 핵을 내려놓을 이유는 만무하다. 제재는 북한에 양자택일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수단이다. 핵에 대한 집착이 정권의 종말을 재촉할 수 있음을 김정은이 깨닫게 하려면 돈줄을 완전히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자발적 협조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과 연계할 의지만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셋째, 미국 본토에 대한 ICBM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을 공격하는 데만 사용할 단거리 전술핵무기의 개발을 방치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끝으로, 제재를 아무리 철저히 이행해도 그것만으로는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 미국이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에 약속한 한반도 평화 체제와 안전 보장도 비핵화가 완료되는 시점에는 반드시 발효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북한의 핵 동결 시점에 맞추어 평화 체제 수립의 첫걸음으로 종전 선언을 수용하는 데 인색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회장, 조선일보(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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