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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집착에 흔들린 외교의 품격] .... [握手 잘못 했다가 惡手가 되는 경우]

뚝섬 2021. 5. 25. 06:34

[백신 집착에 흔들린 외교의 품격]

[팬데믹이 키운 외로움, 국가적 문제다]

[안타까운 ‘마꾸’ 열풍]

[握手 잘못 했다가 惡手가 되는 경우]

 

 

 

백신 집착에 흔들린 외교의 품격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불거진 백신 지원 여부
미국 시각에선 이상하게 비친 ‘백신 집착’
성장한 한국 위상에 맞는 외교 논의 필요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한미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축소되었던 동맹의 의미와 역할을 정상 궤도로 다시 올려놓았다. 트럼프 대통령 4년 동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애를 먹었다. 미국이 트럼프 집권 기간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집권기에 미국의 국격에 대한 평가가 떨어진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개별 국가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이익을 얻어야 하는 것이었으며, 한미동맹을 미국의 안보 서비스 제공이라고 본 그의 최대 관심사는 방위비 분담금 규모였다.

그러한 트럼프식의 외교에 4년간 시달렸기 때문일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는 ‘트럼프식 계산’에 기초한 경우가 많았다. 대북 정책에서 보다 많은 미국의 선제적 조치를 이끌어내는 대신 우리가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얼마만큼 협조 의사를 보일 것인가 하는 정도의 이야기는 그나마 우리의 외교적 고민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백신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면서였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많은 피해자를 내고 있을 때 우리는 적극적인 국민의 방역 협조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적게 입었다. 올 초 본격적으로 백신이 보급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데, 아무리 감염자의 수가 적다 하더라도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 정상적으로 사회를 되돌리는 시간이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일 감염자 수가 우리보다 많아도 빠른 속도로 정상적인 경제 및 사회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이유는 백신 접종 덕분이다. 미국의 상황과 대비되면서 정치권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한 공방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서 백신을 좀 얻어올 수 없느냐’ 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말았다.

 

정부는 백신 수급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지만, 백신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된 미국으로부터의 백신 지원 논의는 반도체와 배터리 협력이 그 대가로 등장하는 수준까지 진행되었다. 백신과 반도체는 교환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우리 기업의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대미 협력이 백신 지원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여 그러한 기대에 기름을 끼얹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000만 회분에 더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2000만 회분을 국제사회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에는 어느 정도 지원할 것이냐의 문제로 이어졌고, 500만 회분, 1000만 회분과 같은 헛된 기대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이러한 국내 논의는 미국 내에서 매우 이상하게 받아들여졌다. 회담을 앞두고 필자와 이야기를 나눈 미국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의 최대 관심사가 미국으로부터의 백신 지원이라는 데 놀랐고, 한국에서 그 대가로 반도체와 배터리 투자를 생각한다는 데 더 크게 놀랐다. 방역 성공을 자부하고 백신 확보에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미국에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맞느냐고 하면서, 미국이 생각하는 백신 협력은 쿼드 백신 파트너십에 나온 것처럼 저소득 국가들에 대한 백신 지원에 동맹 등 우방국이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일본이 자금과 저온 운송기술 등을 저소득 국가에 지원하기로 한 것과 같은 형식을 의미했다.

 

미국 기준에서 볼 때 한국이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전혀 한국의 국가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에 더해 미국에 반도체와 배터리 투자를 대가로 제공한다는 것은 한국 수준에 의문을 더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투자를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5G 중국 부품 사용이 문제가 될 때 민간 기업의 문제라는 논리를 폈던 것도 꼬집었다.

이번 회담은 여러모로 한미 동맹의 공고함과 미래 지향적 면모를 과시했으나,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다. 햄버거가 아닌 크랩케이크가 제공됐다고 해서 우리를 특별히 생각했다고 하기보다 이러한 백신 논의가 한국의 품격에 얼마나 타격을 주었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적어도 외국은 그렇게 보고 있다. 그에 걸맞은 외교가 곧 우리의 품격이 될 것이다.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동아일보(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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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키운 외로움, 국가적 문제다

 

청년 60% “외롭다” 호소… 빈곤보다 건강에 악영향
英은 ‘외로움 장관’ 두어 국가 보건 차원으로 관리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속에서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제적 압박, 변화하는 시대에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이 우리를 더 외롭게 만든다. 올해 2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미국인의 36%가 심각한 외로움을 겪고 있다. 청년들은 61%가 외롭다고 응답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은 51%가 심각하게 외롭다고 답변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를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 고독감이 든다고 답했다.

 

외로움을 지속적으로 느끼면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폐해를 끼친다. 대규모 역학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 빈곤·영양·흡연·운동보다도 건강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영국은 2018년부터 정부에 ‘외로움’ 장관 자리를 만들고 외로움을 공공 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사회 전체에 만연한 외로움을 개인 문제로만 두지 않고 국가 보건 측면에서 관리하려는 노력이다.

 

시카고대 심리학자 존 카시오포 교수는 미국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 성인 대상 연구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 가지 요인을 발견했다. 첫째는 사회적 연결이다. 외롭지 않을수록 행복하고, 현재 행복한 사람이 미래에 외롭지 않다. 둘째는 경제적 수입이다. 그러나 돈과 행복의 관계는 전혀 뜻밖의 관계를 보여주었다. 경제적 여유가 행복을 만드는 게 아니라 외롭지 않아야 미래에 더 많은 수입을 예측할 수 있다. 셋째 요인은 나이다. 흔히 예상하는 것과는 달리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수록 더 행복감을 느낀다. 행복을 예측하는 세 요인은 모두 사회적 연결과 관련이 있다.

 

개인마다 외로움에 대한 기준이 다르고, 외로움이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배고픔을 느끼는 것이 영양을 섭취하라는 신호인 것처럼, 외롭다는 것은 사람들을 찾으라는 신호다. “나를 좀 챙겨줘! 나는 힘들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 외로운 뇌의 반응이다. 그러나 이런 뇌의 반응은 주의 집중 능력과 통제 능력을 해치고 인지 왜곡을 만들 수 있다. 심리학자들이 제안하는 사회적 연결과 만족의 비결은 왜곡되는 심리적 상태에 말려들지 않고 먼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뇌는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 보상을 만든다. 우리 뇌의 기제에는 달리기에서 느끼는 희열인 ‘러너스 하이’와 마찬가지로 남을 도울 때 느끼는 ‘헬퍼스 하이’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따뜻함을 건네고 도와주는 것은 내게 특별한 이익이 없더라도 나의 뇌에서 보상해준다.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으면 낮잠을 자라. 하루를 행복하게 살려면 낚시를 가라. 한 달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결혼을 해라. 일 년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집을 사라. 그리고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남을 도와주며 살아라.”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회적 연결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한국의 10가구 중 3가구는 1인 가구다. 나 홀로 가구가 많아지는 시대에 친구의 우선순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도 친구와 소통을 위해 사용하면 삶의 질을 높인다. 외로움의 문제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 인식 변화와 국가 보건 측면의 투자도 필요하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회적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다면 삶의 행복에 필요한 긍정적인 한 가지는 건지는 게 아닐까.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조선일보(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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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마꾸’ 열풍

 

신랑·신부를 위해 만든 웨딩 마스크. /김나란솔씨 제공

 

최근 결혼한 신부 김나란솔씨는 결혼식 당일 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신랑·신부를 위해 친구가 직접 만든 ‘웨딩 마스크’였다. 신부 마스크엔 하얀 레이스를 입히고, 신랑 마스크는 턱시도처럼 나비 넥타이를 붙여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마스크를 만들었다. 웨딩 마스크를 선물받은 김씨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결혼식 준비 스트레스가 컸는데 친구 선물 덕에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마스크 꾸미기’의 줄인 말인 일명 ‘마꾸’가 새로운 유행이 됐다. 거리에서 하트 모양이나 캐릭터 모양 스티커를 붙인 마스크, 화려한 구슬 장식을 한 마스크 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꾸’ 열풍에 맞춰 스티커 종류도 다양해졌다. 마스크 스티커를 판매하는 한 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아이들 이름으로 주문 제작할 수 있는 ‘네임 스티커’부터 어버이날·스승의날을 기념해 감사 문구와 카네이션이 그려진 ‘기념일 스티커’까지 아이디어가 넘쳐 났다.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한 이 업체 대표는 “마스크 끼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예쁜 스티커로 꾸며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 업체는 요즘 많게는 하루 택배만 1000건 이상 발송할 정도로 바쁘다고 한다.

 

웃는 입 모양이 그려진 마스크. /소소한빛 제공

 

네덜란드 인류사학자 요한 하위징어는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점을 놀이와 유희에서 찾았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기 어려워하는 아이를 보며 ‘마꾸’ 스티커를 만들고, 코로나 시기에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를 위해 웨딩 드레스와 턱시도를 본뜬 신랑·신부용 마스크를 디자인한다. 온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불편 속에서도 재미를 찾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가 경이로우면서도 안타깝다.

 

가까운 미래에 닥칠 디스토피아를 그린 BBC 드라마 ‘이어즈 앤드 이어즈’에서 10대 주인공은 홀로그램 이모티콘을 가면처럼 뒤집어써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부모는 그에게 아침 먹을 때만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다며 이모티콘을 벗어달라고 부탁한다. 자유자재로 꾸민 마스크들을 보면 자신의 얼굴을 이모티콘처럼 쓰는 세상이 예상보다 빨리 도래한 듯하다. 한편으론 어린 아이들이 표정이나 입 모양을 보지 못하니 언어 학습이 느리고 소통 능력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아무리 마스크를 예쁘게 꾸민다 해도 마스크를 완전히 벗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예쁜 마스크만으로 충분했다면, 백신 접종에서 앞서가는 나라 젊은이들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된 자유에 그토록 열광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집에서 혼자 하는 ‘마꾸’보단 마스크를 벗고 교실이나 놀이터처럼 더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꾸밀 날이 하루빨리 와야 한다. 마스크 꾸미기는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세상을 버텨내는 놀이일 뿐이다.

 

-백수진 기자, 조선일보(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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握手 잘못 했다가 惡手가 되는 경우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한 직후 옷에 손을 닦는(wipe her hand on her clothes after shaking hands) 무례를 범했다(wipe her boots on him). 코로나19로 인해 세균에 민감해진(become germ-conscious) 탓이라고는 하지만, 자칫 모욕적일 뿐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적으로(be not only insulting but also racist) 비칠 수도 있었다.

 

악수는 선사시대에(in prehistory) 무기를 숨기고 있지 않음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손짓에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오랜 기록 중 하나로는 서기전 9세기 고대 아시리아의 왕과 바빌로니아의 왕이 동맹 관계를 확정 짓고(seal an alliance) 악수를 한 것으로 남아있다.

 

악수는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인사법(globally widespread greeting)이지만, 문화에 따라 다양한 관습(various customs)이 있다. 가령 이성(異性)에게 접근하는(get close to the opposite sex) 것조차 어려운 중동 국가들에선 여성에게 악수 청하는 것이 금기시돼 있다. 하지만 터키는 같은 이슬람권이면서도 예외적으로 남녀가 자유로이 악수를 나눈다.

 

러시아에선 남성들만이 악수를 한다. 여성이 악수하는 경우는 드물다(be rare). 이에 비해 스위스에선 악수를 할 때도 여성과 먼저 하는(shake women’s hands first) 것이 에티켓이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 지중해 국가들에선 악수를 할 때 손을 강하게 꽉 쥐는 것이 관례다.

 

반면, 터키와 아랍 지역에선 손을 지나치게 세게 잡는 것은 무례한(be disrespectful) 짓이자, 이슬람 율법을 어기는(violate Islamic law) 행위로 간주된다. 모로코에선 악수를 나눈 뒤 양쪽 볼에 키스를 해주는 것이 관례다. 일부 국가에선 악수한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대기도(place the palm on the heart) 한다.

 

아프리카 일부에서 악수를 하며 흔드는 것은 대화 중이라는 표시다. 더 이상 흔들지 않을 때에야 제3자가 대화에 끼어들 수 있다(be permitted to enter the conversation). 라이베리아에선 악수를 하고 나서 서로 손가락을 튕겨주는(snap their fingers against each other) 것이 관례다. 그런가 하면 에티오피아에선 어른들에게 인사를 할(greet the elderly) 경우, 한국과 비슷하게 악수와 동시에 머리를 숙여 절을 하면서(accompany the handshake with a bow) 왼쪽 손으로 오른손을 받쳐주는 것이 예의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며 19초 동안 손을 놓아주지(set his hand free) 않았다. 같은 해 프랑스를 방문해선 29초 동안 마크롱 대통령 손을 붙잡고(grasp his hand) 흔들어댔다.

 

영국 던디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악수는 3초 이상 지속되면(last longer than three seconds) 거북해진다(get awkward). 아무리 좋은 의도일지라도 불안감을 촉발해서(trigger anxiety) 신경이 곤두서고(be on edge) 기분이 나빠지게(feel uneasy) 한다. 3초를 넘어가면 자칫 어색한 웃음 뒤로 적대감을 심는(implant hostility)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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