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健康-疾患]

[확진자 12일 입원-접촉자 14일 격리, 불합리한 기준 손볼 때] ....

뚝섬 2021. 6. 1. 06:26

[확진자 12일 입원-접촉자 14일 격리, 불합리한 기준 손볼 때]

[머리에서 가슴까지]

[악수 뒤 손 닦기'와 ‘행동적 면역 시스템’]

 

 

 

확진자 12일 입원-접촉자 14일 격리, 불합리한 기준 손볼 때

 

뉴스1

 

코로나19 환자들의 입원일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올해 1∼3월 환자들의 격리치료기간은 11.9∼24.6일로 지난해 1∼5월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단축됐다. 환자의 98%가 경증 환자여서 평균 입원일수는 약 12일이 된다. 치료법이 향상된 데다 증상 발현 후 10일이 지나면 감염력이 거의 사라진다는 데이터에 근거해 퇴원 기준을 완화한 덕분이다. 5월엔 10명 중 9명이 입원한 지 12일도 되지 않아 퇴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와 밀접 접촉자나 해외 입국자들은 무조건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환자도 아닌 사람의 격리기간이 환자의 격리치료기간보다 긴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14일로 추정하고 격리기간을 정한 후 지금껏 그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복기가 10일 정도 지나면 전파 위험이 미미한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격리 기간을 7∼10일로 줄여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축적된 지식에 따라 환자의 퇴원 기준은 완화하면서 자가 격리 기준은 그대로 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가 격리 기간이 길어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격리 지침을 어기고 격리 장소를 무단이탈하거나, 격리에 대한 두려움으로 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오히려 방역에 방해가 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여행업계는 해외 입국자들의 자가 격리기간이 너무 길어 여행 산업이 고사 직전이라며 격리 기준의 탄력적 적용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은 백신 접종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섰고 신규 환자의 치명률은 0%대로 떨어져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인 방역정책에만 의지할 단계는 지났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을 감안해 지속가능한 방역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감염병법 시행령을 개정해 질병관리청장의 결정에 따라 격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과학적인 데이터에 따라 경직된 자가 격리 기준을 손봐야 한다.

 

-동아일보(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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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가슴까지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5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5월 27일 1차와 2차 접종자가 무려 71만1194명에 달했다. 이 중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사람은 57만5176명으로 전체의 80%가 넘는다. 그동안 AZ 백신은 화이자 백신에 비해 효율이 낮은 ‘이류’라는 둥, 혈전 등 부작용이 심하니 대통령이 1호로 맞아야 한다는 둥, 근거 없는 ‘백신 불안’을 조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이 많았음에도 우리 국민은 의연히 팔을 걷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뇌에서 가슴까지”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실제로 이 거리는 성인의 경우 약 36㎝밖에 안 되지만,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데 뜻밖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미국 생활 15년 동안 참 많이 보았다. 실컷 토론하고 어렵게 결론을 이끌어내고도 막상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또 부지하세월 시간을 보낸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조심성은 존중하지만 솔직히 답답하다.

 

내가 지켜본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언론마다 우리 사회의 장묘 문화를 걱정하며 조만간 전국이 무덤으로 뒤덮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통이란 본디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부정적으로 예측하는 문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의 끈질긴 설명과 계몽 덕에 바야흐로 화장률 90% 시대를 맞았다. 지금은 화장장 부족이 고민이다.

 

우리 국민은 일단 머리에서 이해되면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실행한다. 물론 머리가 이해하는 과정은 치열하다. 온갖 상반된 의견이 난무하고 차분히 다양한 의견을 숙고하기보다 다짜고짜 공격부터 퍼붓는다. 합리적 비판보다 흠집 내기식 비난이 판친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런 와중에도 사실에 입각한 전문가들의 설명이 쉼 없이 이어지고 우리 국민은 끝내 옥석을 가려내어 현명하게 행동한다. 이게 대한민국의 역동성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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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뒤 손 닦기'와 ‘행동적 면역 시스템’

 

[윤대현의 마음 속 세상 풍경]

 

악수는 친밀감을 표시하는 인사 예절이다. 그런데 반갑게 악수를 한 상대방이 곧장 손을 자기 옷에 닦는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상대방이 싫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면, 행동적 면역 시스템(behavioral immune system)’이 작동되어 일어난 행동일 수도 있다.

 

보통 면역 시스템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반응을 가리킨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우선 일반적인 대응을 하고, 백신을 맞으면 더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게끔 생물학적 면역 시스템이 작동된다. 그런데 행동적 면역 시스템도 함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신선도가 떨어져 보이는 음식 재료에는 손이 가지 않는 것은 몸에 해가 될 느낌을 주는 것엔 회피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상한 음식 색깔을 입힌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 식욕을 떨어뜨려 다이어트에 활용할 수 있다. 일종의 행동적 면역 시스템을 활용한 것이다.

 

생체 에너지를 상당히 사용해야 하는 생물학적 면역 시스템에 비해 행동적 면역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그런데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일어나는 ‘아시안 혐오’ 같은 비정상적 분노 현상을 과도한 행동적 면역 반응으로 해석하는 주장도 나온다. 자신의 생물학적 생존에 위협을 줄 것 같은 부정적인 감정 자극에 대해 처음에는 ‘회피’라는 수동적 거리 두기 반응을 보이다, 더 강화되면 ‘배제’라는 적극적 거리 두기 반응을 나타내고, 심하면 ‘증오’라는 공격적 거리 두기에 이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 감염 환자 4명 중 1명꼴로 우울 증상을 호소한다는 통계가 있다. 일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까지 한다. 확진자가 느끼는 주된 스트레스 중 하나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에 대한 우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켰는데 회사에서 자신만 코로나에 감염됐다며, ‘자기 관리도 못 한 사람'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코로나 감염 증상 자체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하는 분이 적지 않다.

 

요즘 타인에 대한 짜증, 분노를 호소하는 이가 늘어났다. 세상이 긴 시간 비정상적으로 작동되다 보니 우리 마음 안의 위기 관리 시스템도 과열되고 있다. 중요한 정보와 필터로 걸러내야 할 정보를 잘 나누지 못하고, 분노와 같은 ‘비상 사이렌'을 지나치게 울리는 상황인 것이다. 분노, 혐오, 짜증 같은 내 마음의 감정 신호에 대해 살짝 한발 물러나 객관화해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한 시기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선일보(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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