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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이 정파 따질 일인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오해와 진실]

뚝섬 2021. 6. 4. 06:12

백신 접종이 정파 따질 일인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화이자사(社)는 코로나 백신 출시를 한 달 앞둔 작년 11월 ‘과학이 이긴다(Science will win)’라고 쓴 큼직한 문구로 건물 외벽을 장식했다. 화이자의 mRNA 백신은 1년도 안 돼 개발됐다. 지금까지 나온 다른 감염병 백신은 개발 기간이 5~30년이었다. 화이자는 ‘과학이 이긴다’ 짧은 문구에 코로나 전투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기를 담았을 것이다.

 

현실은 그 다짐대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영국 등 백신 접종 선두국들은 빠른 속도로 안정과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가족 여행을 다니고, 벗들과 어울려 맥주잔을 기울인다. 그제 영국은 17개월 만에 ‘하루 사망자 제로(0)’ 기록을 처음 세웠다. 여기에 더해 “올해 안에 코로나 치료제를 내놓겠다”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예고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전투에 필요한 창과 방패가 모두 갖춰진다. 독성·전파력이 더 강한 코로나 변종(變種)이 나오는 예외적 상황이 아닌 한 인류가 이기는 게임이 돼 가는 양상이다.

 

지난 2월 26일 전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처음 접종된 다음 날 조선일보는 ’403일의 기다림, 이제야 희망을 맞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血栓)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백신 접종이 희망이라고 썼다. 그로부터 꼭 석 달 뒤인 지난달 26일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을 때는 ‘우리도 백신 맞읍시다’ 제안을 독자들에게 드렸다.

 

정부도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백신 접종을 권유하고 있다.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인지 백신 접종 예약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한때 정체 양상을 보이던 백신 접종 예약률이 3일 현재 77%로 급등하고 특히 70~74세 연령대에선 80%를 넘어섰다. 미국이 선물한 얀센 백신은 더 극적이다. 예약 시작 17시간 만에 90만명분이 동났다. 얀센 백신 접종 대상인 30~40대 예비군·민방위 사이에선 “군대 갔다 온 보람을 느낀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딴지를 거는 듯한 얘기들이 들린다. ‘백신 불안을 부추기더니 접종 독려로 선회했다' ‘대선 국면을 앞두고 집단면역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미리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기로 해서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는 보도를 줄였을 것’이라고 한다.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국민이 우려하는 안전성, 효능 문제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할 일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효능 논란은 유럽 각국에서 먼저 제기됐다. 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임상 설계가 미흡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각국 정부는 처음엔 접종 제한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잡더니 나중엔 30세 미만 또는 40세 미만으로 정반대로 바꾸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극히 드문 혈전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1초라도 빨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낫다는 사실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명백해졌다. WHO 같은 국제기구들도 같은 입장이다.

 

보수 일각에서도 ‘조선일보가 왜 이러나'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백신을 접종받자고 말하면 문재인 정권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백신은 과학이다. 선진국 국민들은 백신을 맞고 나서 감염 공포에서 속속 벗어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빨리 백신을 맞자고 제안 드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 안전이 정파나 편가르기에 휘둘릴 수는 없다. 필자는 지난 6개월 코로나 취재 담당 부장으로 일하며 ‘과학이 이긴다’는 말을 받들어왔다. 온 국민이 코로나 공포로부터 벗어날 때까지 과학과 상식을 맨 앞자리에 둘 것이다.

 

-박은호 사회정책부장, 조선일보(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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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오해와 진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뒤 생산해 보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의료진과 교직원 4500여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1차 접종 대상이 됐다. 마침 유럽에서 해당 백신의 혈전 부작용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던 때라 상당수가 접종을 꺼렸다. 하지만 의료원장 이하 모든 보직자가 솔선수범해 접종에 나섰다. 병원은 직원들에게 미리 해열진통제를 지급하고 휴가도 제공했다. 또 예상되는 부작용과 접종 때의 이익을 상세히 알리며 설득했다. 그 결과 임신부 등을 제외하고 의료진 대부분(4460명)이 백신을 맞았다. 이 중 149명은 발열이나 몸살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아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단 한 명도 중증 이상반응이 없었다. 지난주 2차 접종이 시작돼 1725명이 맞았는데 지금까지 2명에게서만 경증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기 서울의 대형 A병원 상황과 대조적이다. A병원에서도 젊은 의료진 사이에서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결국 절반가량만 백신을 맞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종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짜 뉴스로 인해 가장 많은 오해가 생긴 백신이 됐다.

첫 번째 오해는 효능이 낮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공급가격은 4달러(약 4400원) 정도다. 화이자 백신 19.5달러(약 2만1600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더나 백신과 비교해도 10분의 1 가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싼 이유는 효능 때문이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결정 덕분이다. 옥스퍼드대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판매 및 글로벌 공급을 위한 파트너사 선정 때 조건을 걸었다. 백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에 주겠다는 것이었다. 백신은 개발비가 수조 원에 이르고 수익은 다른 약에 비해 좋지 않다. 수익성이 낮으면 제약사가 개발이나 공급을 꺼릴 수밖에 없다. 결국 저렴한 가격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이른바 ‘비영리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목표 때문에 가능했다.

두 번째 오해는 효능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임상 3상 데이터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6%의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서는 예방효과가 85%로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요구하는 유효성 기준(50%)을 상회한다. 또 접종을 통한 중증 이환 및 입원에 대한 예방효과는 100%에 달했다. 고령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10%로 여전히 높은데, 백신 접종 후에는 걸려도 감기 정도라는 이야기다.

 

부작용에 대한 오해도 많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인한 혈전 발생 위험은 100만 명당 4명,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발생 가능성은 100만 명당 1명 정도다. 국내는 영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혈전 발생 가능성이 더 낮다. 혈전은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때나 흡연 시에도 나타날 수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피임약으로 인한 혈전 발생 빈도는 약 0.09%,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0.0004%다. 백신으로 인한 희귀 혈전도 현재 치료 가이드라인이 잘 마련돼 있어 신속히 대처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후 사망자’가 화이자 백신보다 많다고 알려진 것 역시 ‘연령 보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5000만 명 넘게 백신을 맞은 영국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 접종자 비율이 3 대 2 수준이다. 또 60세 이상은 대부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접종 후 사망자 발표에서도 연령 보정을 해야 한다. 백신 인과관계가 없어도 자연 사망자는 고령층에 많기 때문에 연령 보정이 없다면 아스트라제네카의 사망 신고율이 화이자보다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백신과 방역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요소가 개입되곤 한다. 심지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백신 접종 여부가 갈리기도 한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은 과학과 의학 영역임에도 정치적인 시각에 따라 백신 접종이 갈리는 것은 안타깝다”면서 “의사와 전문가들이 전 세계의 부작용과 국내 부작용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하고 백신 접종을 꼭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동아일보(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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