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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1000만 돌파] [앞으로 꼭 지켜야 할 백신 접종의 세 원칙]

뚝섬 2021. 6. 14. 06:24

백신 접종 1000만 돌파

 

“한국은 집단면역까지 2년 7개월이 걸릴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총 19만 명이던 4월 22일 미국 블룸버그가 내놓은 전망이다. 당시 하루 평균 접종 인구는 7만6000명. 그런데 백신 물량이 풀리고 일일 접종 인원이 수십만 명에 이르면서 블룸버그의 전망이 기분 좋게 빗나가게 됐다.

▷어제까지 1차 접종자는 1056만 명. 2월 26일 예방접종을 개시한 지 105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목표치인 1300만 명보다 많은 인원이 1차 접종을 마치게 된다. 하루 100만 명 이상 접종이 가능한 든든한 의료 역량을 감안하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4월 국회에서 공언한 대로 당초 목표보다 2개월 빠른 9월까지 3600만 명의 2차 접종도 기대해볼 수 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건 백신 리스크보다는 효과가 훨씬 크다는 과학을 신뢰한 성숙한 국민들 덕분이다. 우선 접종 대상인 고령층은 방역당국의 우려와는 달리 “손주와 자식들에게 피해 주지 않겠다”며 적극적으로 접종에 나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덕분에 코로나 치명률은 1.35%로 낮아졌고, 부모 세대의 성공적인 접종을 목격한 중장년층은 “가족과 회사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잔여 백신 접종 대열에 합류했다.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가도 해야겠다 싶으면 무섭게 불이 붙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상반기 접종률 목표 25%를 초과 달성한다면 얀센 100만 명분의 기여가 적지 않다. 접종 대상의 특성상 ‘예비군과 민방위 한정판’ 백신으로 불리는 얀센은 1일 예약이 시작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완판’됐다. 1차 접종으로 끝나는 데다 “더운 여름 마스크 벗고 지내자”는 수요가 몰렸다. 얀센 접종 100만 명은 숫자는 적어도 방역에서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접종 대상이 이동량이 많은 젊은층이어서 감염 규모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

 

▷일상 회복도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부터는 야구장을 포함한 실외 경기장과 공연장의 입장인원 제한이 완화된다. 다음 달부터 1차 접종자들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식당 영업시간 제한도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감염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적은 현실을 감안해도 마스크 규제 완화는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4월 가장 먼저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을 때 접종률이 61%였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까지 마스크를 벗고 다닐 가능성도 있다. 자율에 맡긴 만큼 집단 면역에 이를 때까지는 마스크 쓰기에 정직해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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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꼭 지켜야 할 백신 접종의 세 원칙

 

종류·대상자 늘어날수록 변수도 늘어나
‘미리 충분히 투명하게’ 정보공개 지켜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과정에서 정부가 쓰지 않는, 사실상 금지된 표현이 있다. ‘백신 부족’이다. 언론이나 국민이 ‘현장에 백신이 부족하다’고 아무리 지적해도, 정부는 좀처럼 같은 표현을 언급하지 않는다. ‘금기어’인 셈이다.

5월 초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중단됐을 때 그랬다. 2차 접종용 물량을 빼고 나면 신규로 쓸 백신이 거의 없었다. 정부는 백신 부족을 인정하는 대신 ‘수급 불균형’ ‘속도 조절’ 등으로 표현했다. “백신 물량은 충분히 확보됐다, 충분하다”는 설명을 반복했다. ‘확보’의 진짜 뜻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뒤이어 정부는 “미리 계획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런 중요한 계획을 국민도 언론도 몰랐다는 것이다. 보건소와 병원은 백신 없어 난리이고, 어르신들은 목 빠지게 자기 순서 기다리는데 접종계획을 만들어놓고 알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난처한 상황 때마다 마이크를 잡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나서서 “접종 순서나 일정에 대해 사전에 상세히 안내드리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런 일정에 대해서 좀 더 소상히 설명드리고 미리 말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 달 후 판박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브리핑 때마다 60세 이상 어르신의 예약을 신신당부하더니 정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부족해 제 날짜에 다 맞을 수 없게 됐다. 갖고 있는 물량은 501만 회분인데 고령층 예약만 552만 명인 것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교사 일부의 접종이 7월 이후 화이자로 바뀐 이유에는 그 탓도 있다. 그러고도 물량이 간당간당해 고령층 일부는 얀센 백신을 맞고 있다. 이번에도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건 사전에 언급조차 없었다. 예약 마감 후에야 정 청장이 “일부는 접종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정부는 17일 3분기(7∼9월) 접종 계획을 발표한다. 얀센 예약 때 ‘광클(컴퓨터 마우스를 매우 빠르게 클릭)’ 경쟁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나는 언제, 어떤 백신을 맞느냐’에 쏠려 있다. 주변에는 “백신만 있다면 지금 당장 맞고 싶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방역당국에는 나 먼저, 우리 먼저 맞게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밀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먼저 맞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 많이 만나는 택배나 배달기사, 대중교통 운전사, 코로나19에 취약한 희귀·난치병 환자, 반도체 등 수출기업 근로자까지 우선 접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한꺼번에 맞기에는 백신이 부족하다.

 

7월부터는 다양한 대상자가 접종을 받는다. 백신 종류도 늘어난다. 접종 상황은 상반기와 비교해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그만큼 변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례 없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모든 변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순 없다. 중요한 건 변수가 확인됐을 때 대응이다. 가능한 한 빨리, 충분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방역 과정에서 귀가 닳도록 정부가 강조한 투명성 원칙만 제대로 지키면 된다. 때로는 ‘당장 쓸 백신이 부족하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백신 맞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 모두가 안다. 현실을 억지로 감추려고 노력해봤자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동아일보(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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