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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60%가 척추관 협착증… ] [‘척추 명의(名醫)’ 이춘성 교수... ]

뚝섬 2021. 6. 13. 06:10

[65세 이상 60%가 척추관 협착증… ‘양방향 척추 내시경’으로 바로 잡아]

[척추 명의(名醫)’ 이춘성 교수-장삿속 과잉 의료를 고발하다...]

 

 

 

65세 이상 60%가 척추관 협착증… ‘양방향 척추 내시경’으로 바로 잡아

 

앉아있을 땐 통증 없다가 걸을 때 몰려와
수술 두려워 말고 전문의 진료부터 받아야

 

한상범 서울바른병원 원장은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아 출혈이 적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며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도 수술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67세 신모씨는 수개월 전부터 다리가 저리고 시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증상은 점점 악화해 통증 때문에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병원에서는 ‘척추관 협착증’이라며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허리는 함부로 건드는 것 아니”라는 주변 만류에 섣불리 수술을 결정하기 겁이 났다. 약과 주사로 버텼지만 고통은 날이 갈수록 극심해졌다. ‘이대로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단다. 그러던 중 신씨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에 대해 알게 됐다. 작은 부위를 절개하고, 부분 마취만으로 수술이 가능해 매우 간단한 방법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바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신씨는 이제 보조기구 없이도 가볍게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척추는 몸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기둥도 점차 약해진다.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 ‘척추관 협착증’‘추간판 탈출증’이다. 60대에 접어들면 급격한 퇴행성 변화로 조금만 무리해도 이 같은 척추 질환이 발생하고는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약 60%가 척추관 협착증을 앓고 있다. 척추 질환은 제때 치료를 못하면 회복까지 더욱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후유증 걱정으로 병원 방문을 꺼린다. 최근에는 작은 부위만 절개해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빠른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척추 내시경 치료의 차세대 권위자로 손꼽히는 한상범 서울바른병원 원장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Q.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의 주요 증상은.

 

“일반적으로 허리 디스크 질환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 엉치부 통증과 다리 쪽으로 뻗치는 통증을 호소한다. 앉거나 누워있을 때도 아픔이 느껴진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마비가 나타날 수도 있다. 반면 척추관 협착증은 앉거나 누워 있을 때는 불편함이 없다가, 걸을 때 통증이 몰려온다. 처음엔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가, 서서히 진행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는 한다. 그러다가 마비가 올 정도로 악화해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Q. 퇴행성 척추 질환 치료법은.

 

“처음에는 보존적 치료를 한다. 약물, 물리치료를 하다가 심해지면 신경 차단 주사 같은 치료를 하기도 한다. 10명 중 9명은 보전적 치료만으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非)수술적 요법을 시도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권한다. 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같은 간단한 방법만으로 해결 가능한 경우가 많다.”

 

Q.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에 대해 설명한다면.

 

“우선 수술 부위에 7~8㎜짜리 작은 구멍 두 개를 뚫는다. 이전에 4~5㎝ 정도 절개한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크기다. 한쪽에는 카메라를, 한쪽에는 수술 기구를 넣는다. 초고화질 카메라로 혈관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MRI에서 놓칠 수 있는 작은 병변까지 확인하며 수술한다. 수술 기구는 발생 원인인 병변만 정확히 제거할 수 있다.”

 

Q. 절개가 작으니 수술 부담이 적겠다.

 

“그렇다. 근육·인대·혈관 같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 출혈이 많지 않고, 수혈도 불필요하다. 전신 마취 없이 부분 마취로만 치료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덕분에 고령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도 수술받을 수 있다. 치료 당일 보행할 정도로 회복 속도도 빠르다.”

 

바른병원(서울점, 경남 진주점)은 양방향 척추 내시경 분야 국내 1세대 병원으로, 10여 년 전부터 해당 시술을 해왔다. 당시에는 흔치 않은 수술법이었으나 최근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한 원장은 “지금까지 허리 수술은 대부분 절개법으로 진행했지만, 이제는 젊은 의사를 중심으로 양방향 내시경 수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맹장 수술이 절개술에서 복강경술로, 관절 수술이 절개술에서 관절경술로 넘어간 것과 같이 척추 수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Q. 여전히 수술을 두려워하는 환자가 많다.

 

“병원에 가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할까봐 무서워하다가 도리어 병을 키워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가까운 병원에 가서 꼭 검사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무조건 수술부터 권하는 병원은 거의 없다. 겁내지 말고, 전문의 진료부터 받아보기를 바란다.”

 

-최지은 메디컬 리포트 기자, 조선일보(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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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명의(名醫)’ 이춘성 교수-장삿속 과잉 의료를 고발하다...

 

수술 안 해도 좋아질 환자를 수술대에… ‘획기적인’ 시술법이란 詐欺다”

사실은 내 허리가 안 좋아 30분만 서 있으면 못 견뎌 내가 내 허리 수술하는 꿈꿔”

레이저·로봇·내시경 수술… 요즘엔 ‘신경성형술’이 大유행, 길면 3년 짧으면 1년 만에 사라져”

 

절개된 살의 단면(斷面)은 두껍고 질겨보였다. 파인 살 속에 끈적한 피가 고여 있었다. 허옇게 드러난 척추는 생각보다 가늘었다. 수술대 옆에는 칼, 가위, 송곳, 고리, 망치 등 '목공' 연장이 놓여 있었다. 내가 아침부터 사람 피를 보고 있구나, 그제야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서울아산병원 3층 수술실. 이춘성(56) 정형외과 교수는 조각하는 것처럼 살을 째고 파고 벌리고 깎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그는 '척추 명의(名醫)'로 소문이 나 있다. 그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런 그가 최근 출간한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이라는 책에서 의료계의 '장삿속' 수술에 대해 내부 고발을 했다.

"척추 수술을 많이 하고 성공률이 어떻다고 자랑하는 병원은 일단 의심하면 된다. 허리디스크의 8할은 감기처럼 자연적으로 낫는다. 수술 안 해도 좋아질 환자에게 돈벌이를 위해 수술을 권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새로운 시술법'치고 검증된 게 없다. 보험 적용도 안 된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돈은 돈대로 버리고, 몸은 몸대로 망가진다."

 

-이춘성 교수는 “나이 들면 허리가 아프게 마련이고 대부분 수술 없이 자연 치유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두고 그렇게 참지 못하는가?

"척추 수술만 예로 들면, 한동안 '레이저 디스크 수술'이 유행했다. 레이저 고열로 디스크를 녹인다는 것이다. 그걸로 좋아질 증상이라면 가만 놔둬도 좋아진다. 오히려 시술 시 발생하는 고열로 주변의 뼈나 신경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로봇 수술, 몸에 흉터를 안 남긴다는 내시경 수술, 5~10분 만에 디스크를 제거한다는 수핵성형술 등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주현미의 노래 제목처럼 '길면 3년 짧으면 1년' 딱 이거다. 요즘에는 '신경성형술'이 획기적인 치료법인 양 퍼지고 있다."

시장에서 수요가 있다는 것은 그런 수술을 받아본 환자들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 아닌가?

"신경성형술은 가느다란 관(管)을 몸에 집어넣는데 그 비용만 200만원이 넘는다. 검증된 적 없는 이런 시술에 왜 고비용을 물어야 하나.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다. 좀 좋아진 기분이 느껴졌다면 시술 전에 맞은 '스테로이드' 주사 효과일 뿐이다."

그들도 같은 전공 의사로서 나름대로 판단이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양심을 속이고 한다. 그렇게 세 번쯤 반복하면 자신도 그런 시술이 정말 옳다고 믿는다. 사람은 합리적인 게 아니라 자기 합리화를 하는 존재라고 하지 않나."

그쪽 의사들의 반발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 한때 한 척추 전문 병원이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안다.

"그런 새로운 시술법을 팔아먹는 쪽에서는 내게 '당신이 해봤느냐. 안 해보고서 왜 떠드느냐'고 한다.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서 아는 것이지, 꼭 직접 해봐야 나쁜 줄 아는가. 이런 시술은 보험 적용 대상이 되는 순간부터 횟수가 뚝 떨어진다. 요즘 무릎관절 치료에서 자기 피를 뽑아 주사하는 'PRP 주사'가 난리다. 내 전공은 아니나 대학병원의 전공의사들과 얘기해보면 이 역시 전혀 검증이 안 됐다."

새로운 시술법을 부정하면 고전적인 방법이 늘 옳은가?

"의료 행위는 인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학적인 검증 과정이 몹시 중요하다. 어떤 치료법이 행여 몇몇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전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위험하다. 척추 수술은 현미경을 보면서 손으로 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방법으로 좋아질 환자라면 당초 수술을 하지 않아도 좋아질 환자다. 다시 말해 그건 불필요한 수술이고, 차라리 안 하는 게 맞는다."

허리 디스크 대부분은 수술을 안 받는 게 맞는다는 뜻인가?

"척추 수술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상업적인 의사는 환자에게 늘 얻는 것만 말한다. 수술을 했다면 목에 굴레가 씌워진 것과 같다. 어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재발해 또 수술을 받으면 결과는 더욱 나빠진다."

선생은 어떤 경우 수술을 결정하나?

"수술받아야 할 환자는 꼭 받아야 한다. 가령 척추관협착증이나 척추측만증이 심한 환자는 수술이 아니고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노인이 '허리 아프다'며 수술해달라고 하면, '감기 걸렸는데 폐를 잘라내나요' 하고 달랜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아프게 마련이다. 이를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운동하면 된다. 어떤 분들은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그랬는데 여기서도 똑같은 말만 한다'며 역정을 낸다."

이번 책에서 '광고를 많이 하는 의사, 실적 홍보가 심한 의사, 운동선수나 유명 인사를 치료했다고 떠벌리는 의사는 일단 의심하라'고 했다.

"흙탕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극소수 의사다. 문제는 그런 의사들이 돈을 잘 벌고 번성하고 젊은 의사들의 모델이 된다. 이 때문에 의료 행위가 왜곡되는 것이다."

 

그런 의사들의 경력을 보면 대부분 외국 명문대에서 연수해 선진 의료를 배운 걸로 되어있는데도.

"외국 명문대 병원에서 일주일쯤 어깨너머로 슬쩍 들여다보고 와서는 이력서에 '어느 대학 연수'라고 쓴다. 특정 수술법 세미나에 참가비를 내고 하루이틀 참석하고도 '수술법 연수 과정 수료'라고 한다. '교환교수'니 '초빙교수'도 하나같이 사기다외국 명문대 병원에서 그런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드물게 특정 분야의 대가라면 몰라도. 그런 타이틀을 앞세우고 방송에 자주 출연하면 우리 사회에서 스타 의사로 대접받는다."

선생도 '스타 의사'로 분류되지 않는가.

"나도 한때 유명해지려고 했겠지만, 그건 정말 젊었을 때 잠깐으로 그쳐야지. 인생 살면서 그런 게 다 부질없는 것 같았다. 돼지는 먼저 도살될까봐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듯, 사람도 추락하지 않으려면 유명해지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人怕出名 猪怕壯·인파출명 저파장)고 했다. 정말 실력 있는 의사 중에는 매스컴을 거부하는 의사도 많다."

선생의 수술 일정은 1년 뒤까지 꽉 차 있다고 들었다.

"나는 학생들 척추측만증이 관심사다. 여름·겨울방학에는 그 수술에만 집중한다. 1년에 150명쯤 한다. 어른 환자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110도가 휜 S자형 척추' 사진을 보여줬다.

"열다섯 살 여자아이인데, 어제 수술실에 아침 9시 15분에 들어가 오후 2시 반에 나왔다. 수술 도중 아이의 오른쪽 발 신경 기능 수치가 떨어졌다. 순간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수술을 앞두고 수류탄을 투척하는 꿈을 꾸는데 내가 잘못 던지는 꿈까지 꿨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렇게 수술이 잘되면 2~3일은 기분이 정말 좋다. 소풍 가는 날 아침처럼 오늘 4시 반에 깼다."

수술 잘하는 비결이 있나?

"전문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무모한 담력, 뛰어난 수술 기술이다. 이번 책 제목으로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여자의 손'이라고 한 것과 같다. 신경을 덮은 뼈가 1㎜ 두께라도 나는 망치로 칠 수 있다. 전혀 신경에 손상이 안 가게 하고. 그럴 때면 '이건 보기 좋은 예술이야' 하는 생각도 든다."

척추 수술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신경을 다쳐 하반신 마비 같은 합병증이 오는 것이다. 나는 1년에 250명쯤 척추 수술을 해오지만 그런 마비가 없었다. 다만 환자 사망을 딱 한 번 경험했다. 140도 측만증의 뇌성마비 환자였다. 수술 과정에서 심장 문제로 숨졌다.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경우에 일부 의사는 "나처럼 잘하는 사람이 수술했는데도 문제가 생겼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하지 않나?

"그런 사건을 겪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곧 다시 수술하거나 아랫사람한테 '이건 네 책임이야' 하고 미루는 의사들도 있다. 병적인 자기도취의 성격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의사들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훌륭한 수술 의사가 되려면 그런 성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술 도중 환자가 사망하면 차라리 담담해진다. 보호자들에게 멱살 잡히고 화끈하게 며칠 당하면 된다. 환자에게 마비 합병증이 생기면 그때부터 견디지 못한다. 나도 과거에 한 노인분을 수술한 뒤 발목 마비가 와서 정말 괴로웠다. 심약한 의사들은 이런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기도 한다. 한 보고서를 보니 산부인과 의사 자살률이 5%가 넘었다. 출산한 아기가 뇌성마비이거나 어떤 문제가 있으면 감당해낼 수 없다."

의료 사고를 걱정해 어려운 수술은 아예 피하지 않는가?

"어려운 수술이라고 해서 수당을 많이 받는 게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사라면 8000m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인이 북한산에 만족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더 어려운 수술에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막대한 손해배상과 형사 책임을 떠올리면 무모하게 할 수는 없다. 미국 병원에선 수술 후 환자에게 합병증이 나타나는 사례가 거듭되면 해당 의사의 칼을 뺏는다."

선생은 외래 환자를 볼 때 한 명당 1분도 안 걸리는 것 같았다.

"수요일 하루, 금요일 오후에 외래 환자를 본다. 나도 많이 알려져 외래 진료 스케줄이 2년치가 차 있다. 연결된 진료실 4개 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본다.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나와 인간적으로 대화하고 싶어 한다. 환자는 밀려있고 이들과 눈 맞추고 인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아는가대부분 수술해야 할 환자가 아니다. 내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만 시간을 많이 쓴다."

선생을 보면 허리가 좀 불편하더라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사실은 내가 허리가 안 좋다(그의 연구실에는 스트레칭 매트, 윗몸일으키기 기구가 놓여 있었다). 30분만 서 있으면 못 견딘다. 서점에서 책을 읽을 때도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다. '내 허리 수술을 형(한 살 위인 서울대병원의 이춘기 교수로 척추 분야 전공)한테 맡길까. 하지만 너무 터프해'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내 허리를 수술하는 꿈도 꿔봤다."

그 허리 상태로 환자들 허리를 본다는 게 역설적이다.

"오늘도 수술 전에 윗몸일으키기를 70회쯤 하고 들어갔다. 수술대에 기대면 몇 시간 서서 수술해도 괜찮다."

―MRI는 찍어봤나?

"안 찍어봤다. 그 결과로 수술해야 된다면 굉장히 의기소침해질 것이다. 내 의사적 소견으로는 지금 증상으로는 수술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암이라면 모르겠지만 허리 병을 빨리 안들 무슨 도움이 되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는 과거 정기 검진에서 혈압이 아주 높게 나오자 그 뒤 십몇 년 동안 검진을 아예 안 받았다. 당시 너무 놀랐고 의사로서 창피했다고 한다. 그를 봐도 훌륭한 직업인이 꼭 상식적인 인간은 아니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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