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오메가 열돔] [재앙의 판도] [대홍수의 서판]

뚝섬 2026. 7. 1. 06:16

[오메가 열돔] 

[재앙의 판도] 

[대홍수의 서판]

 

 

 

오메가 열돔

 

북위 43도에 있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는 비교적 여름에 선선해 여름 휴가지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제 옛일일 것 같다. 지난해 7월 삿포로의 평균기온은 전년 대비 2.5도 상승한 26도에 육박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을 기록했다. 홋카이도 에어컨 보급률이 2014년 26%였는데 지금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엔 주문이 폭주해 업체들이 에어컨을 설치할 기술자가 부족해 애를 먹을 정도였다.

 

유럽은 지금 거대한 ‘오메가 열돔’에 갇혀 있다.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온 뜨거운 공기를 저기압이 양옆에서 그리스 문자 오메가(Ω)처럼 에워싸 기류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뚜껑이 덮인 것처럼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일부 지역은 44도를 넘었다. 서유럽을 강타하더니 북유럽, 동유럽을 거쳐 그리스 등 남유럽으로 향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곳마다 폭염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낮다. 유럽, 특히 서유럽·북유럽은 여름이 짧아 학교와 주거 시설 등 건물을 폭염을 전제로 만들지 않았다. 2003년 7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유럽 대폭염’ 이후 에어컨을 설치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설치율이 20% 안팎에 불과하다. 에어컨을 다는 것도 만만치 않다. 유럽 구도심 대부분은 실외기 설치를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 건물의 미관과 문화재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에선 에어컨 설치 확대 여부가 벌써부터 내년 프랑스 대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메가 열돔은 알프스 빙하를 빠르게 녹이고 있다. 지난겨울 동안 쌓인 눈과 얼음은 이미 6월 말까지 다 녹아 없어졌다고 한다. 알프스 빙하는 이번 세기 들어 벌써 38% 사라졌다. 이러다 알프스 만년설이 빙하수가 아니라 온천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알프스 빙하가 이번 세기 중반까지는 남아 있을 것이라던 추정도 흔들리고 있다.

 

▶오메가 열돔은 유럽과 북미에서 종종 나타났지만, 전례 없이 강력해진 것은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하필 오메가는 그리스 문자의 마지막 글자여서 묘한 느낌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 북극 해빙 영향, 북태평양의 높은 수온 등으로 올여름 더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오래 머물면서 유럽의 열돔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 여파가 점점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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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판도 

 

지난 15일 밤 집중호우에 이은 에르프트강의 범람으로 큰 피해를 입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한 도시에서, 지역 상인들이 호우 피해 구호를 돕는 사람들을 위해 내놓은 '스노 글로브'가 17일 사진에 담겼다. 서유럽에서는 집중호우와 하천 범람으로 집과 차가 떠내려가고 주민이 고립되며 이재민과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호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dpa 연합뉴스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접경 지역에서 폭우로 인해 땅이 꺼지고 집들이 떠내려가며 18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실종됐다. 2020년 여름에 우리도 겪었지만 요즘 여름비는 예년에 비해 훨씬 세차게 그리고 오래도록 내린다. 이번에 독일 일부에는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하루에 다 쏟아졌다. 서유럽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나라인 네덜란드는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0.1㎜ 이상 비가 내리지만 1년 내내 모아본들 800㎜를 넘지 않았다.

 

남극과 북극의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두세 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극지방의 기온이 오르며 열대와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 제트기류의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습도는 7%씩 상승한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예전에 비해 훨씬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극한 기후가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재앙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 재앙은 주로 후진국을 덮쳤다. 그러면 지켜보던 선진국들이 원조도 하고 긴급 구조 작업도 돕곤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전혀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의 폐해를 제일선에서 겪었다. 홍수는 주로 배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저개발국들이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고질적 재앙이었다. 이제 홍수는 그 규모가 우리가 구축한 시설 한도를 뛰어넘는다.

 

홍수의 홍(洪)은 모두(共)가 힘을 합해야 큰물(水)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글자라고 한다. 제방을 넘어 밀려드는 강물을 막으려면 모두가 함께 방재 작업에 나서야 한다. 온실 기체는 부자 나라들이 내뿜는데 정작 물에 잠기는 건 투발루인 줄 알았다. 이제 기후 위기에는 저지르는 나라와 당하는 나라가 따로 없다. 지구촌 모든 나라가 손을 맞대야 함께 이 재앙을 이겨낼 수 있다. 

 

지난 15일밤 집중호우에 이은 에르프트 강의 범람으로 큰 피해를 입은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의 한 도시에서, 손수레로 피해 지역 정리 작업을 벌이는 주민 모습. 최근 서유럽에서는 집중호우와 하천 범람으로 집과 차가 떠내려가고 주민이 고립되며 이재민과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호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dpa 연합뉴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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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의 서판 

 

대홍수의 서판, 기원전 7세기, 진흙판, 15.24x13.33㎝, 런던 영국박물관 소장.

 

이 진흙판은 쐐기문자 문서 중 가장 유명하고도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 바로 신들이 대홍수를 일으켜 세상을 파괴했지만, 한 남자가 미리 커다란 배를 만들어 온갖 동물을 태우고 긴 항해 끝에 살아남았다는 것.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보다 천년 앞서 쓰인 이 이야기는 인류 최고(最古) 문학이라 할 길가메시 서사시의 일부다.

 

‘길가메시 서사시 11번 서판’이라고도 하는 이 문서는 고대 아시리아 왕국의 마지막 왕, 아슈르바니팔의 도서관에 있었다. 문자와 지식을 중시했던 아슈르바니팔은 천문학과 수학, 문학, 사전을 아우르는 장서를 체계적으로 제작해 니네베의 궁전에 도서관을 지어 소장했다. 아시리아 멸망 후 2000년 동안 모래사막에 묻혀있던 방대한 그의 도서관은 1850년대에 영국 고고학자들이 발굴해 런던으로 옮겼다. 

 

1872년, 서판 내용을 처음 해독한 건 영국 박물관 아시리아 부서의 조수였던 조지 스미스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제대로 학교를 다닌 적 없는 스미스는 다만 아시리아라는 고대 왕국에 매료되어 그 문자를 홀로 터득했고, 일하다 점심시간이면 박물관으로 달려가 새롭게 발굴된 서판들을 한없이 살펴보던 명민한 청년이었다. 마침내 박물관 관계자 눈에 띄어 조수로 고용된 그는 밤마다 수장고에서 먼지 쌓인 서판의 파편들을 정리하다 대홍수 이야기를 읽게 됐다. 흥분한 나머지 옷을 벗어 던지며 뛰어다녔다는 그는 이후 발굴단 일원으로 아슈르바니팔의 도서관 현장에 파견됐다가 이질에 걸려 36세에 세상을 떴다. 손바닥 크기의 이 서판은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왕과,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지식을 사랑했던 젊은이의 시대를 초월한 협업 덕택에 세상에 나온 셈이다.

 

-우정아 포스텍교수·서양미술사, 조선일보(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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