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기 첫해 22억 달러 벌었다]
[‘탈세왕’ 트럼프]
[가족 갈라놓는 대통령]
트럼프, 임기 첫해 22억 달러 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집권한 2017년부터 미 공군 수송기들은 중동을 오갈 때 기존 동선을 바꿔 스코틀랜드 턴베리 인근 공항에서 중간 급유를 했다. 경영난에 처한 그 공항이 폐쇄되면 37㎞ 떨어진 트럼프 소유 골프 리조트의 가치가 폭락할 것을 우려한 조치 아니냐는 의구심이 컸다. 2019년에는 트럼프가 ‘2020 G7 정상회의’를 자신 소유의 플로리다주 도럴 리조트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한 적도 있다. 외국 정부 대표단이나 기업들도 트럼프 제국에 속한 호텔과 리조트만 골라 묵으며 거액을 썼다. 트럼프는 “그들이 좋다는데 어쩌겠나”고 천연덕스럽게 반응했다.
▷트럼프 1기 때의 ‘사익 추구’ 논란이 주로 부동산 자산과 연계됐다면, 2기는 가상화폐가 핵심이다. 미 정부윤리청의 재산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첫해인 작년에만 22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중 14억 달러가 가상자산 사업으로 번 돈이었다. “가상화폐 사업가이자 최고 정책 결정권자로서 엄청난 횡재를 했다”, “미국 사회 계약에 대한 배신”이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자산 증식은 실제 자신이 주도한 정부 정책의 덕을 톡톡히 봤다. 트럼프는 작년 1월 취임 사흘 만에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동시에 암호화폐 위험성을 통제했던 조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을 취소해 버렸다. 트럼프 취임 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했던 게 그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전해 9월 두 아들과 함께 이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이라는 가상자산 플랫폼을 이미 설립한 상태였다.
▷애먼 피해자들도 속출했다. ‘알트5시그마’라는 나스닥 상장사는 작년 여름 WLF가 발행한 암호화폐 7억5000만 달러어치를 매입했다. 트럼프 일가는 단숨에 5억 달러를 손에 쥐었는데, 이후 코인 가격 폭락으로 알트5시그마는 주가 1달러 미만의 ‘동전주’가 됐다. 또 다른 코인인 ‘$트럼프’ 역시 출시 직후 74달러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2달러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가 쪽박을 찬 사이 트럼프가 챙긴 돈은 6억 달러가 넘는다.
▷미국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정부 고위 관료나 의원들에게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주식이나 사업체의 ‘백지신탁’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부통령은 직무 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물론 지미 카터,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관례에 따라 자산을 외부에 맡긴 대통령들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나는 내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정부를 완벽하게 이끌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정부 운영은 논외로 치고, 적어도 비즈니스 하나만은 완벽하게 이끌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창덕 논설위원, 동아일보(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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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왕’ 트럼프
오래전 은행 임원으로부터 전설처럼 내려오는 탈세 수법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제사 때 쓰는 제기(祭器)를 순금으로 만들어 자손에게 물려주거나 싼 땅을 매입한 뒤 희귀한 조경수를 심어 자식에게 증여하면 세금 없이 큰 재산을 넘겨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참 별 아이디어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계 거부(巨富)들이 즐겨 쓰는 절세법은 세금이 없거나 적은 나라로 도망다니는 ‘리치 노마드(rich Nomad)’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 국민 배우 알랭 들롱과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각각 스위스,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것은 일종의 세금 망명이다. 몇 년 전 세계 4위 부자 루이비통 그룹 회장이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면 경영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상속세율이 3% 수준인 벨기에로 귀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의 탈세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커피 체인 스타벅스는 유럽 비즈니스에서 매년 수억달러씩 벌면서도 세금을 한 푼도 안내다 몇 년 전 EU 세무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원두 구매는 스위스 법인, 원두 로스팅은 네덜란드 법인, 브랜드 사용료 징수는 영국 법인으로 나누고, 유럽 각국 스타벅스 매장들이 원두 값은 스위스, 로스팅 비용은 네덜란드, 간판 사용료는 런던 법인에 내게 함으로써 과세 대상 수익을 쪼개서 물타기하는 방법을 썼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부동산 재벌 출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놀라운 납세 전력을 폭로하는 기획 기사를 냈다. 트럼프는 재산이 25억달러에 이르고 한 해 수입이 많을 땐 4억달러가 넘는데도 지난 15년 중 10년은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2017년에도 그가 낸 세금은 750달러(약 90만원)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사업 실패로 인한 손실을 세금공제 항목으로 활용하거나 개인적 지출을 사업적 경비지출로 속이는 수법을 즐겨 썼다. 리얼리티쇼 진행자 시절엔 이발비라며 7만달러, 맏딸 이방카의 화장비라며 10만달러를 경비로 처리했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세금 신고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다. 이런 대통령 후보는 당연히 낙선시키는 것이 미국이었다. 그런데 미국민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잘못하고도 뻔뻔하게 화를 내면 상황을 반전시키는 일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닌 모양이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NYT가 만들어낸 가짜 뉴스”라고 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말도 무조건 믿을 가능성이 있다. 설사 트럼프의 탈세가 공식적으로 확인된다 해도 트럼프를 찍을 것이다. 지구촌 곳곳의 ‘뉴노멀’ 정치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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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갈라놓는 대통령
지난 8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핵심 참모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사임을 밝혔다. 이유는 가족이었다. 켈리앤과 그의 남편 조지 콘웨이는 미 정가에서 ‘왜 이혼 안 하는지 궁금한 부부’로 꼽힐 정도로 관계가 파탄 났었다. 아내는 연일 방송에 나와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반(反)트럼프 보수 단체를 이끄는 남편은 “트럼프는 무능한 정신병자”라고 했다. 자녀들은 소셜미디어에 “당신들 결혼은 실패했고 우리 인생도 망쳤다”고 썼다.
벼랑 끝에 선 이 가족의 해법은 정치가 아닌 가족을 중심에 두기로 한 것이다. 일단 부모는 모든 대외 활동을 접고, 자식들은 소셜미디어를 끊고 관계 회복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콘웨이 가족의 경우는 미국에서 보기 드문 해피엔딩이다. 올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수전 라이스 전 유엔대사는 트럼프에게 푹 빠진 스탠퍼드대생 아들과 절연했다고 한다. 공화당 하원 법사위원장 밥 굿라테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맞선 민주당 지역구 후보에게 거액을 기부하며 “트럼프 똘마니들 몰아내자”고 외친다. 트럼프 정권 들어 정치적 견해 차로 갈기갈기 찢어진 집안이 부지기수다. 2017년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 국민 39%가 “정치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했고, 이 중 절반은 “그래서 가족과 절연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문재인 정권 기간 가정 내 갈등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있는지 모르겠다. 체감으론 미국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 것 같다. 멀쩡하던 사람이 “문재인이 대통령이었으면 세월호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상식 밖 말을 시작으로 가족과 다투다 절연한 경우를 봤다. ‘조국 흑서’를 쓴 서민 교수가 “어떤 문팬은 자기 부모 욕하는 건 참아도 문 대통령 욕하면 밥상 엎고 나가버리더라”고 했을 때, 그 역시 황당한 일을 겪은 건가 싶었다.
문 대통령은 자기 가족과는 정치적 견해차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가 ‘양념’ 정도로 알고 있는 친문들의 공격성과 선민의식이 각 가정에 파고들어 얼마나 많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수십 년 보듬은 자식·형제와 말이 안 통해 가슴을 치다 하소연할 데가 없어 정권 규탄 집회에라도 나와보는 사연들은 알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 추석엔 우리 국민을 불태워놓고 발뺌한 김정은이 ‘계몽군주’인지, 전·현직 법무장관이 개인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꺼내드는 ‘검찰 개혁’이 도대체 뭔지를 두고 가족끼리 친지끼리 다툼이 벌어지는 집이 많을 것 같다.
국민 개개인이 어떤 정서적 대가를 치르건 정권은 언젠가 끝난다. 가족은 여전히 가족이고, 공동체는 유지될 것이다. 먼 훗날, 상처가 너무 깊어 아물지도 않는 지경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시행 뉴욕 특파원, 조선일보(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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