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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스 감독과 '최고의 경치'] [월드컵에서 받은 상처.. 사우디]

뚝섬 2026. 7. 2. 07:31

[모리야스 감독과 '최고의 경치']

[월드컵에서 받은 상처, 치료해줄 나라는 사우디]

 

 

 

모리야스 감독과 '최고의 경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은 예선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이겼지만 16강에서 크로아티아에 패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독일과 스페인을 이겨 새 시대를 열었지만 ‘최고(最高)의 경치’에는 이르지 못했다. 우리가 ‘최고의 경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역사는 바뀐다.” 감독의 눈은 젖어 있었고 선수들도 울었다. 모리야스는 목표를 8강이나 4강 같은 말 대신 ‘최고의 경치’라는 은유적 표현을 썼다.

 

일본 축구협회는 2026년 월드컵 공식 구호로 모리야스의 말을 인용해 ‘최고의 경치를 2026’으로 정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경치라는 뜻도 있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풍경이라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승하겠다는 말이었다. ‘최고의 경치’가 새겨진 열쇠고리와 가방, 배지 같은 굿즈도 만들었다. 이후 모리야스는 모든 공식 석상에서 이 배지를 달고 나왔다.

 

▶모리야스는 2025년 홍명보 감독과의 대담 때도 배지를 달고 나왔다. 그는 “우승이 목표라고 하면 헛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홍 감독을 보며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것을 보고 아시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4강을 경험했으니 ‘최고의 경치’는 이제 결승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홍 감독은 “우리 역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지향점을 두고 있다. 16강은 기본”이라고 했다. 모리야스는 “언젠가는 두 팀이 결승에서 만나자”고 했다.

 

▶일본 스포츠인들은 종이에 의지를 새긴다. 오타니는 고등학교 때 81칸으로 ‘계획표’를 만들었다. 구속이나 변화구 같은 기술적 목표와 함께 남이 버린 운을 줍기 위한 쓰레기 줍기 같은 내용도 있다. 모리야스도 작은 수첩을 들고 끊임없이 메모를 한다. 선수들에게 전술을 말할 때는 수첩에 적힌 구체적 숫자로 전달한다. 생각을 글로 적어 시각화해야 실행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일본 축구에 ‘최고의 경치’는 그런 마음가짐이다.

 

▶이번에도 일본은 ‘최고의 경치’를 보지 못했다. 모리야스는 4년 전 그때처럼 선수들을 불러 이런 말을 했다. “목표였던 ‘최고의 경치’를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감독인 나에게는 ‘최고의 경치’를 보여줬다.” 감독도 울고 선수도 울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다음을 향해 가자”며 선수들을 안아 줬다. 리더는 말만 잘해선 안 되지만 말도 잘해야 한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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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 받은 상처, 치료해줄 나라는 사우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야경. /로이터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때문에 한국인은 누구나 기분이 안 좋을 것이다. 바람대로 32강에 진출했다면 원래 준비한 나의 멕시코 썰을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풀어놓을 텐데 이제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조금 뜬금없지만 주제를 확 바꿔볼까 한다.

 

독자 여러분, 사우디아라비아 여행 해보셨나요? 사람은 갑자기 신기한 무언가와 시간을 보내면 힐링이 된다는 말이 있다.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한국과 가장 달라서 신기해 보일 나라는 아마도 사우디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사우디는 은근히 친근한 나라다.

 

사우디아라비아 여행을 다녀온 분들에게 늘 똑같은 말을 듣곤 했다. “겉보기에는 너무 낯설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왠지 모르게 친근하고 친숙하다!” 나 역시 2025년 한국의 톱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종교나 풍습뿐만 아니라 사우디는 여러 분야에서 우리와 달라 보인다. 대표적인 게 커피 문화다. 사우디인들은 커피를 아주 작고 화려한 컵에 따라 대추야자를 곁들여 마신다. 화려한 주전자를 사용해 커피를 음미하며 지인들과 오랫동안 수다를 떤다.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게 아니라 관련 문화와 예술을 소비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 우리도 커피를 많이 마시지만 사우디처럼 천천히 즐기지는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꿀꺽꿀꺽 빠르게 마셔버린다. 내가 사우디에서 커피를 급하게 마실 때마다 현지 친구들은 “슈에이 슈에이(천천히 천천히)”라는 말을 건넸다.

 

물론 나도 사우디 친구들에게 “슈에이 슈에이”를 외칠 때가 많았다. 바로 그들이 운전할 때다! 일상에서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왜 그렇게 급해지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벌써 7월이다. 아직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한 분들께 사우디 여행을 추천한다. 마침 이란과 미국의 갈등도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이니 지금이 적기다. 특히 1970~80년대 중동 건설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겪으신 부모님이 계신다면 가족 여행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아버님들은 치열했던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사우디 여행을 추천하는 핵심 이유는 한 사회의 다이내믹한 변화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과거 극도로 보수적이었던 사우디가 전례 없이 개방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직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우리와 문화가 완전히 상반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 자신이 처한 환경을 객관적으로 재평가하고 자아 성찰을 하게 된다. 진정한 정신적 휴식을 원한다면 이런 낯선 곳에서의 짧은 성찰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끝으로 다시 축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다친 우리의 마음을 치료해 줄 나라도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다. 다가오는 2027년 아시안컵이 바로 사우디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꺼낸 사우디 여행 이야기가 그리 뜬금없는 것만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알파고 시나씨 프리랜서 기자, 조선일보(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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