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名不虛傳)]
[中 미워도 중국어 배워야]
명불허전(名不虛傳)
이름 명(名) 아닐 불(不) 헛될 허(虛) 전할 전(傳)
식객 3000명 대접한 귀족의 진심…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두고 ‘야구 역사에 획을 긋는 선수’라는 찬사가 쏟아지곤 합니다. 오타니는 2021년과 2023~2025년 리그 최우수 선수(MVP)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럴 때 쓰는 말이 ‘명불허전(名不虛傳)’입니다.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죠. 소문만 무성한 게 아니라 이름날 만한 까닭이 있다는 말이에요.

명불허전이라는 말은 기원전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귀족 ‘맹상군’에 대해 남긴 기록에서 비롯됐답니다. 왜 이런 평가를 받았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식객(食客)’ 문화부터 알아야 하는데요. 식객은 ‘밥을 얻어먹는 손님’이란 뜻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재능을 귀족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귀족의 집에 머물며 경제적으로 지원받았죠. 단순히 밥만 얻어먹은 게 아니라 귀족의 참모, 외교관, 심지어 자객 역할도 맡은 지식인·무인 집단이었죠. 당시 춘추전국 시대는 전쟁이 끊이지 않던 혼란의 시기였어요. 귀족 입장에선 뛰어난 식객을 많이 거느리는 게 중요했죠. 위급한 상황에서 식객의 지략이나 무력을 활용해 자신을 지키고 지위도 다질 수 있었으니까요. 식객은 귀족에게 ‘자산’이었던 거죠. 그래서 ‘식객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 귀족도 많았답니다.
제나라의 맹상군은 당시 대표적 귀족이었죠. 맹상군 역시 수많은 식객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손님의 상황을 꼼꼼하게 챙겼어요. 손님이 찾아오면 방안의 병풍 뒤에 항상 사람을 두고 손님과 나눈 대화를 적게 했죠. 친척 관계도 물었어요. 그러고 나선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친척 집에 사람을 보내 부족한 건 없는지 살피게 했고, 필요한 물건들을 보내줬어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중에 촛불이 꺼졌는데요. 한 손님이 “맹상군이 자신만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일부러 불을 끈 것 아니냐”며 화를 냈죠. 그러자 맹상군이 자신의 밥상을 보여줬는데, 맹상군의 밥상은 검소했어요. 손님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죠. 이 일로 맹상군이 식객을 차별 없이, 정성과 진심으로 대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맹상군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 갔어요. 식객들이 몰려 3000명까지 늘어났답니다.
맹상군이 죽은 뒤 사마천은 역사책 ‘사기’에 맹상군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 맹상군의 고향을 찾았어요. 맹상군과 식객들에 관한 기록을 찾는 현장 조사를 한 거죠. 조사를 마친 사마천은 이렇게 남겼어요. ‘세상에 전하기를 맹상군이 식객을 잘 대하는 것을 즐겼다고 하더니, 역시 그의 이름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이름이 헛된 게 아니었다’는 표현에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나왔답니다.
-채미현 박사·‘상식 밖의 고사성어’ 저자, 조선일보(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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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워도 중국어 배워야
0명. 2022학년도 공립 중등교원(중·고교 교사) 선발 예정 공고에 명시된 중국어 임용 선발 인원이다. 1997년 중국어 교과 교사 선발을 시작한 이후 한 명도 뽑지 않는 건 처음이다. 2020년도엔 43명, 2021년도에는 33명을 뽑았다. 중국어 교사를 새로 뽑지 않는 이유는 학교에서 중국어 인기가 식었기 때문이다. 선택 과목인 데다 난도 높은 중국어를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던 와중에 반중(反中) 정서가 겹친 탓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어 인기는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유커(遊客·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관광 가이드 준비생이나 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먼저 중국어 공부 행렬에서 이탈했다. 이후 중국발 미세 먼지·김치 종주국 논란 등으로 반중 정서가 퍼지면서 중국어 학습 수요가 크게 줄었다. 서울의 대형 학원에서 초급 중국어 강사로 활동했던 지인은 “매년 학생 수가 크게 줄어 코로나 확산 전에도 월급이 80만원에 불과했다”고 했다. 중국어 통·번역사도 비인기 직종이 되어간다. 서울 명문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한 중국어 통역사는 “염가로 통·번역 아르바이트를 뛰는 조선족과 유학생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로 일감 잡기 힘들다”며 “중국어 실력을 갈고 닦는 데 10년 걸렸는데 기업 계약직 채용에 목매는 처지가 됐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우려스럽다. 중국은 좋든 싫든 우리의 중요한 정치·경제 파트너다. 2013년 이후 중국은 줄곧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었다. 우리 전체 수출액에서 대중(對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8%로 미국(14.5%)과 일본(4.9%)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1999년 이후 계속 ‘수출 4위국’의 위상을 차지한다. 중국인들은 유독 ‘언어 유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비즈니스 미팅은 물론이고 정상 간 만남에서도 툭하면 고사성어나 한시를 인용하며 속뜻을 내비친다. 필자는 2017년 중국에서 한 사업가를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연사로 섭외하기 위해 만났다가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읽고 해석해 보라는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중국어 인재 양성은 우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 장려돼야 한다. 고려 때 통문관, 조선 건국 후 사역원을 설치하고 중국어를 교육했던 까닭은 국가 생존에 필수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7세기 명나라를 멸망시킨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멸시하는 풍조 속에서 ‘새로운 중국어’인 만주어 인재를 찾기 어려워졌다. 중국어도 만주어도 모르는 조선 사신이 청 황제를 만나는 상황이 오래 이어졌다. 그러니 우리 국익을 관철하는 일이 제대로 이뤄졌을 리 없다. 중국이 밉다고 중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우리의 경쟁력만 약화될 뿐이다.
-이벌찬 기자, 조선일보(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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