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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도산 안창호의 인연] [월드컵의 '4쿼터 축구'] ..

뚝섬 2026. 6. 16. 09:40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도산 안창호의 인연]

[월드컵의 '4쿼터 축구']

[홍명보의 7번째 월드컵]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도산 안창호의 인연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 리그(group stage) 1·2차전을 치르는 과달라하라는 멕시코의 두 번째 큰 도시이자 서부 할리스코주 주도다. 멕시코를 상징하는 음악 ‘마리아치(mariachi)’와 전통 술 ‘데킬라(tequila)’의 본고장(birthplace)이기도 하다.

 

이 도시 이름은 16세기 할리스코 일대를 점령한 스페인의 정복자 누뇨 데 구스만이 자신의 고향 이름을 그대로 따다 붙인(name it after his hometown) 것이다. 그런데 그 어원은 스페인어가 아닌 아랍어에 있다. 스페인이 자리한 이베리아 반도가 과거 이슬람 지배를 받던(be under Islamic rule) 시절, ‘돌 많은 강의 계곡’이라는 뜻의 아랍어 ‘와디 알히자라’에서 유래했다(originate from the Arabic phrase).

 

한국 축구와 멕시코, 그리고 과달라하라의 인연은 각별하다(be particularly special). 한국은 1954년 스위스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에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1986년 멕시코 대회를 계기로 한 번도 본선행을 놓친(fail to reach the finals) 적이 없다. 불가리아와 1대1로 비겨(draw 1-1 with Bulgaria) 월드컵 원정 사상 첫 승점을 따낸(earn its first-ever point) 것도 멕시코 대회였다.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에선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대표팀이 아무도 예상 못한 ‘4강 신화’를 일궈내(make an unexpected run to the semi-finals)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stun the world). 8강전(우루과이 2대1)부터 4강전(브라질 1대2), 3·4위전(폴란드 1대2)까지 3경기 연속 연장전(consecutive extra-time matches)을 치르며 거둔 값진 결과였는데, 8강전(quarterfinal)과 3·4위전(third-place match)을 치른 곳이 과달라하라였다. 당시 붉은 유니폼을 입고 지치지 않고 달리는(run tirelessly) 한국 선수들에게 외신들이 별명을 붙여준(coin a nickname) 것이 훗날 ‘붉은 악마(Red Devils)’의 모태가 된 ‘붉은 유령(Red Ghosts)’ ‘붉은 투사들(Red Furies)이었다.

 

과달라하라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와도 깊은 인연을 지녔다(share a deep connection). 도산 안창호 선생은 1917년 10월 현지 한인들 초청으로 멕시코를 방문, 약 10개월간 독립운동 기반(foundation of the independence movement) 확대 활동을 벌였다. 이후 미국으로 가려 했지만, 당시 미국 영사관이 대한제국 여권을 인정하지 않아 난관에 부딪쳤다(run into a brick wall).

 

안창호 선생은 끝까지 일본 여권 사용을 거부하며 과달라하라에 약 두 달간 머물다가 북부 국경 도시 노갈레스를 통해 대한제국 여권으로 미국 입국에 성공했다. 한동안 머물렀던 과달라하라의 프란세스 호텔에는 안창호 선생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 동판(commemorative bronze plaque bearing his likeness)이 걸려 있다. 한국 정부가 2017년 호텔 측과 협의해 설치했다.

 

‘돌 많은 강의 계곡’이라는 이름의 과달라하라가 이번 월드컵에서 한 번 더 한국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지(serve as a stepping stone) 기대된다(remain to be seen).

 

-윤희영 기자, 조선일보(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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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4쿼터 축구'

 

어제 열린 월드컵 한국 대 체코전. 전반 22분이 지났을 때 체코의 거친 반칙으로 우리가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골을 기다리며 숨죽이는데 주심이 갑자기 휘슬을 불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어리둥절하는 사이 TV 화면에서는 느닷없이 맥주 광고가 시작됐다. 화면 구석에 작은 글씨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라고 적혀 있다. 이번 월드컵부터 의무 도입됐다는, 선수들의 ‘수분 보충 휴식’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청자가 본 것은 선수들 갈증 해소가 아니라 광고의 물결이었다. 맥주를 시작으로 에어컨·자동차·바디샴푸, 그리고 노릇한 피자 광고가 이어졌다. 휴식 시간은 전후반 각각 3분. 후반 황인범의 극적인 동점골 이후 “이제 역전 가자”를 외칠 때도 22분이 지나자 주심의 휘슬이 다시 울리며 흥이 깨졌다. 중계창엔 “이런 축구 처음 본다”는 댓글이 보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수분 휴식’을 전 경기 의무 도입했다.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선수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자는 취지다. 기온이 32도를 넘을 때만 심판 재량으로 주던 ‘쿨링 브레이크’와 달리, 지붕이 닫힌 실내 경기장에서도 예외 없다. 하지만 저녁 8시에 시작한 이날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기온은 영상 21도. 낮에 내린 소나기 덕분인지 선수들은 선선함까지 느꼈다고 했다.

 

축구는 원래 전·후반 45분씩 90분을 쉼 없이 뛰는 스포츠다. 그 무모할 정도의 스피드와 체력적 한계마저도 축구의 일부이자 매력이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일종의 ‘4쿼터 축구’다. 미국 스타일 스포츠의 특징일까. 미국 프로농구 NBA는 탄생했을 때부터 4쿼터제였고, 시작할 때는 전·후반제였던 미식축구도 1910년부터 쿼터제로 전환했다. 쿼터 사이에는 광고가 들어간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맨체스터 시티)은 “FIFA가 선수 건강을 핑계로 돈벌이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여러모로 새로운 제도가 많다. 사실상의 4쿼터제 도입 말고도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늘어났다. 경기 수도 늘어나 기존에는 조별리그가 끝나면 바로 16강이었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32강부터 토너먼트가 시작된다. 대회 전체 기간도 그래서 일주일 늘어난 39일이다. 2차전은 일주일 뒤다. 모든 것이 ‘더 많이’ ‘더 길게’ 그리고 ‘더 상업적으로’ 변했다. 1차전 승리로 기쁘지만, 우리가 알던 월드컵은 아닌 것 같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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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7번째 월드컵

 

선수로 네 번, 지도자로 세 차례
싸늘한 팬심 속 12년 만의 복귀
짜임새 있는 전술로 체코전 승리
축구 팬들의 심장도 다시 뜨겁게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는 누구일까. 팬들의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로 좁혀졌다고 본다. 두 선수가 세운 갖가지 기록을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메시와 호날두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6회 연속 그라운드를 밟는다. 축구 역사에서 단둘뿐이고, 이걸로 모든 경쟁자를 제쳤다. 메시는 19세, 호날두는 21세였던 2006년부터 20년 동안 월드컵에 나갈 실력과 몸 상태를 유지한 것이 두 선수의 위대함이다. 마흔 줄에 출전하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메시와 호날두는 팀의 핵심 전력이자 정신적 지주다.

 

지도자 경력까지 통틀어 메시나 호날두보다 월드컵 경험이 많은 사람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중 한 명이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이번 북중미 대회가 그의 일곱 번째 월드컵 무대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선수로 4회 연속 출전했고, 감독과 코치 자격으로 세 차례 나왔다.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선수 시절 홍 감독에게 월드컵은 그야말로 ‘영광의 훈장’이다. 한국에서 월드컵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이던 1990년 대표팀 막내로 전 경기를 출전했고, 1994년 미국 대회에선 수비수임에도 스페인과 독일을 상대로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두 골을 넣었다. 한국 선수 최초의 단일 월드컵 멀티 골 기록이다. 히딩크호의 주장이었던 2002년,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한 뒤 두 팔을 뻗으며 환하게 웃는 홍명보는 ‘월드컵 기적’의 상징 같은 장면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개인상인 ‘브론즈볼’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은퇴 후 지도자로 마주한 월드컵은 깊은 상처로 남았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끈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수석 코치를 맡았지만, 자격증 미비 논란에 휘말렸다. 8년 뒤 대표팀 감독으로 출전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축구 인생에서 가장 쓰라린 오점(汚點)이 됐다. 선수 선발과 기용은 ‘의리 축구’라는 비난을 불렀고, 본선에서 처참한 경기력으로 국민적 공분의 표적이 됐다. 1무 2패로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뒤 2주 만에 만신창이가 되어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러 홍 감독이 다시 월드컵 무대로 돌아왔다. 복귀 여정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2년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 때문에 팬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작년 10월 브라질에 0대5로 참패하자 서울 상암벌이 야유로 뒤덮였다. 올해 3월 유럽 평가전에서 한 골도 못 넣고 2연패하자 ‘스리백 전술’을 고집하는 홍 감독에 대한 비난은 더욱 커졌다.

 

많은 우려와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에 나선 축구 대표팀이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선수들의 공이 우선이지만, 감독의 전술도 칭찬받을 만했다. 1-1로 맞선 후반 24분 주장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를 투입한 ‘결단’이 하이라이트였다. 

 

12일 북중미 월드컵 체코전 승리가 확정되자 홍명보 감독이 선수단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경기가 끝나고 홍 감독은 “선수 때도 월드컵 첫 승까지 12년이 걸렸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1990년부터 월드컵에 출전해 2002년에야 승리의 감격을 맛봤는데, 감독으로도 같은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였다. “2014년엔 실패했지만 이번엔 잘 준비했다”는 그의 말처럼 대표팀은 짜임새 있는 경기력으로 승리를 따냈다.

 

첫 단추는 잘 뀄다.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의 더 높은 곳을 향할수록 홍 감독을 겨냥했던 차가운 시선이 따뜻한 격려로 바뀔 것이다. 원정 월드컵 첫 8강 진출 목표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식은 줄 알았던 축구 팬들의 심장도 다시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

 

-진중언 스포츠부장, 조선일보(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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