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수리.. 美 국조인 최상위 포식자]
[미국 국회의사당]
흰머리수리.. 美 국조인 최상위 포식자
살충제 때문에 한때 멸종 직전까지 갔어요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 DC의 대통령 관저·집무실인 백악관 앞에서는 건국 250주년 행사로 종합 격투기(UFC) 경기가 열렸어요. 관객들로 가득 찬 특설 무대에서 경기 전 흥을 돋우기 위해 주최 측이 새 한 마리를 날려 보내 탄성이 쏟아졌어요. 갈색 몸통에 흰 머리, 노란 부리를 가진 ‘흰머리수리’였답니다.
미국의 국조(國鳥·국가를 상징하는 새)답게 국무부·법무부·국토안보부·중앙정보국(CIA) 등 수많은 정부 기관의 마크와 지폐에 등장하는 새이죠. 멕시코 중부에서 미국 전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 살고 있답니다. 흰머리수리의 영어 이름은 ‘볼드 이글(bald eagle)’이에요. 이를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하면 ‘대머리수리’가 되기 때문에 짐승 사체의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진짜 대머리수리(vulture)와 혼동되곤 하죠. 하지만 ‘볼드’의 어원이 된 옛 단어에는 ‘눈부시게 희다’는 뜻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대요.

미국을 상징하는 새인 흰머리수리. /위키피디아
많은 맹금류는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큰데, 흰머리수리는 그중에서도 덩치 차이가 제법 나는 편이랍니다. 암컷은 두 날개를 활짝 편 길이가 최장 2.4m이고 몸무게는 7.3㎏까지 나가 수컷(1.8m, 4.5㎏)을 압도한답니다.
미국이 건국되고 6년이 지난 1782년,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라고 불리는 초기 지도자들은 여러 차례 회의 끝에 국새(나라를 대표하는 도장)의 디자인을 확정했어요. 날개를 활짝 펼친 흰머리수리가 한쪽 발에는 올리브 가지, 다른 쪽 발에는 화살 다발을 움켜쥐었는데 올리브 가지 쪽으로 고개를 돌린 디자인이랍니다.
이는 흰머리수리로 상징되는 미국이 평화(올리브 가지)를 추구하지만, 스스로 지킬 강력한 힘(화살)도 갖고 있다는 뜻이래요. 위풍당당한 생김새에 걸맞게 생태계 최고 포식자로 군림하죠. 오리·논병아리·갈매기 같은 물새와 물고기를 잡아먹고, 토끼·뱀·너구리 등도 사냥한답니다. 물고기를 잡은 다른 새를 끈질기게 뒤쫓아 못살게 굴어 빼앗기도 하고, 죽은 짐승의 사체를 먹기도 해요. 사냥 기술을 완전히 익히지 못한 한 살 미만의 어린 새끼들은 주로 사체를 먹는답니다.
흰머리수리는 알에서 부화하고 5년이 돼야 완전한 어른이 되는데 어린 시절에는 갈색과 흰색이 섞인 얼룩무늬 깃털을 하고 있습니다. 흰머리수리의 울음소리를 처음 들어보고 ‘확 깬다’고 하는 반응이 적지 않답니다. 우렁차고 굵은 소리가 나올 것 같은데, 자그마한 산새처럼 높은 톤으로 앙칼지게 울거든요.
미국 건국 초기부터 나라의 상징이었으니 언제나 큰 사랑을 받았을 것 같지만 흰머리수리는 한때 멸종 직전까지 갔었어요.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 전역에서 ‘DDT’라는 살충제가 널리 쓰였는데, DDT에 노출된 물고기를 잡아먹은 흰머리수리가 독성 물질에 오염되는 일이 이어진 거죠. 이로 인해 알껍데기가 지나치게 얇아졌고, 품는 과정에서 그만 깨져버려서 부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져 숫자가 급감했죠. DDT의 사용이 금지되고, 미국 각 주(州)가 흰머리수리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에 나서면서 숫자가 회복됐답니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2007년 흰머리수리를 멸종위기종에서 공식 해제했어요.
흰머리수리는 1984년 LA 올림픽,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미국 마스코트로 선정될 만큼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상징이에요. 그런데 정작 국조로 공식 인정된 적이 없다는 점이 뒤늦게 이슈가 돼 2024년 12월에야 흰머리수리를 국조로 규정한 법이 만들어졌답니다.
-정지섭 기자, 조선일보(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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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회의사당
미국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영감 얻어 설계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특한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바로 연방 건축물에 전통적인 양식을 장려한다는 내용인데요. 모더니즘 건축 이전의 로마네스크, 고딕, 그리스·로마식 고전주의 등 전통적인 스타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생각하는 '연방 건축물'의 이상적인 예는 무엇일까요? 아마 미국 국회의사당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미국 국회의사당은 1800년 이래 미국 입법부를 상징하는 역사적 장소이자 신고전주의 건축의 대명사입니다. 미국인이 사랑하는 건물 10선에 드는 명소이죠. 1792년 조지 워싱턴은 국회의사당 신축을 준비하며 워싱턴 DC 중앙 동쪽에 자리 잡은 언덕인 캐피톨 힐 부근에 부지를 마련했는데요. 덕분에 이후 국회의사당을 '캐피톨'이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동쪽 파사드와 기둥, 그리고 국립묘지 판테온에서 영감받은 설계안에 따라 1793년 착공해 1800년 겨울 완공됐습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입니다. /위키피디아
커지는 국력에 비해 수용 가능한 인원이 부족해지자 1850년 건축가 토머스 월터의 지휘 아래 큰 확장을 진행하게 됩니다. 우선 캐피톨 양옆에 거대한 날개 건물 2개를 증축해 북쪽에는 상원이, 남쪽에는 하원이 머물게 되었어요. 월터는 현재 국회의사당의 상징이 된 웨딩 케이크 모양의 돔 설계를 주도했어요. 파리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성 이사악 대성당 등 유럽의 유명 건축물을 참고해 직경 29m짜리 돔을 재설계했죠. 특히 내부에 석조 돔을 쌓고 천장에 커다란 채광 구멍을 뚫고 그 외곽에 주철로 된 돔을 다시 만드는 이중 돔 구조로 만들었어요.
현재 국회의사당이 차지하는 부지는 110만m²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지만 대부분 산책로, 정원, 잔디밭이고, 실제 건물은 5층 규모로 연면적을 따지면 6만6800m²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8만1443m²)보다 약간 작은 편이죠. 의사당에는 북쪽 상원 회의당, 하원 회의당, 돔 동쪽과 서쪽 정면까지 총 네 곳에 깃발 게양대가 있는데요. 특히 돔에 있는 두 곳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국 성조기를 내린 적이 없답니다.
의사당 내부의 꽃은 돔 아래 있는 원형 공간인 로툰다입니다. 직경 29m, 높이 55m의 거대한 로툰다에서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콘스탄티노 브루미디가 그린 '워싱턴의 신격화'와 미국 역사를 주제로 한 프레스코화가 보입니다. 영국에서 독립한 초기 13주를 상징하는 13명의 여자와 두 여신에게 둘러싸여 승천하는 워싱턴은 로마의 최고신인 유피테르처럼 묘사됐습니다. 과학, 해양, 상업, 공업, 농업, 전쟁을 주제로 로마 신화와 미국 역사를 고전적인 상징체계로 융합시킨 프레스코화는 마치 미국의 건국 신화를 연상케 하죠. 로툰다는 미국 정부가 고인에게 최대한의 애도와 경의를 표하기 위해 관을 운구한 후 유해를 일반에 공개하는 장소로 쓰이기도 합니다.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 조선일보(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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