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단일화 넘어 ‘연합의 정치’ 어떤가] .... [또 등장한 ‘후보 단일화’.. ]

뚝섬 2022. 1. 17. 06:42

[단일화 넘어 ‘연합의 정치’ 어떤가]

[안철수 빼고 이재명과 윤석열만 TV 토론, 공정한가] 

[와락, 왈칵, 뭉클] 

[여론조사]

[또 등장한 ‘후보 단일화’, 윤석열과 안철수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까]

 

 

 

단일화 넘어 ‘연합의 정치’ 어떤가

 

[朝鮮칼럼] 

 

DJP 연합… 한배 탄 김종필·김대중·박태준-1997년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앞줄 가운데) 전 대통령이 김종필(왼쪽) 전 국무총리, 박태준(오른쪽) 전 자민련 총재와 함께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세 사람은 ‘DJP 연합’을 성사시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란 스튜디오 제공

 

딱히 눈에 띄는 굵직한 이슈가 안 보이는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번 선거의 핵심은 결국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 생겨도 후보 간 지지율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도 많은 사람이 어느 한 쪽으로 이미 마음을 정한 탓인 것 같다.

 

얼마 전 국민의힘의 내홍과 가족 문제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하락했을 때, 그것이 이재명 후보 지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제3 후보’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지지 하락의 수혜자가 되었다. 주요 두 후보 간 지지의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유권자들이 후보의 개인적 매력이나 공약이 아닌 다른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은 윤석열이나 국민의힘이 마뜩잖아 보여도 이재명 지지로 옮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재명의 지지는 민주당 지지층에 묶여 있고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서 이재명 후보가 ‘탄압받았다’는 말까지 하게 되었을 것이다. 논란이 있더라도 이재명 후보를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해야만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차별화를 하려면 왜 많은 사람이 정권 교체를 원할까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상징되는 정책 실패, 그리고 탈원전이나 소득 주도 성장 등 현실을 무시한 이념 지향적 정책 추진이다. 이런 무능함이 ‘바꾸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한 건 맞지만, 지난 5년 동안 쌓여온 불만이 오롯이 여기서만 비롯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문재인 5년 동안 국민을 정말 힘들게 한 건 정치였다. 자기편끼리 똘똘 뭉친 편 가르기의 정치, 독선과 독점의 정치, 그리고 이로 인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이 지난 5년의 정치였다. 국정은 배타적으로 구성된 소수의 청와대 인사들이 주도하였고, 여당은 수적 우위에 기반한 밀어붙이기식 정치를 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졌고 행정부는 자율성을 잃어버렸고 국민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정책의 무능보다 국민을 힘들고 아프게 만든 건 바로 문재인 정부의 정치였다. 그래서 ‘탈문재인’을 하려면 부동산만으로는 안 되고, 무엇보다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제기된 ‘연합의 정치’는 주목할 만하다. 이 아이디어가 부상한 것은 윤석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안철수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후보 단일화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단일화 논의는 눈앞의 선거 승리를 위한 셈법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단일화가 선거 전술의 차원에만 머문다면 그 파괴력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단일화로 권력 교체를 이뤄도 과연 뭐가 달라질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누가 승리하든, 선거가 끝나면 캠프를 중심으로 자기들끼리 자리를 나눠 갖고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국정을 제멋대로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불신이 깔려있다. 권력 교체라지만 박근혜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였다. 단일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그저 선거 전술이 아니라,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공유와 타협’의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대안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몇 차례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1997년 대선의 DJP 연합이다. 이는 김대중·김종필 두 노련한 정치인의 전략적 합의였고 이들의 연합은 김대중 당선에 기여했다. 그런데 DJP 연합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공동 정부 구성과 내각제 개헌에 대한 합의다. 전자는 성사되었고 후자는 무산되었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DJP 단일화는 선거 승리를 위한 결합 이상으로 정치 변화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권력을 독점해 온 대통령만을 겪어온 상황에서 김대중과 김종필이 권력 공유에 합의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신선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몽준이나 안철수의 단일화는 의미 있는 정치적 성과나 유산을 남기지 못했다.

 

이러한 연합의 정치는 보수·진보 어느 쪽에서나 주도할 수 있다. 그런데 특히 보수 정치 세력에게 연합의 정치는 그동안 기득권에 집착해서 정치 개혁에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그래서 공동 정부 구성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망가뜨린 선거 제도 개혁 등 정치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약속도 필요하다. 정권 교체 열망이 높다고 해도 명분 없는 단일화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다만 새로운 정치를 위한 연합의 정치라면 그건 고려해 볼 법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선일보(22-01-17)-

_________________________

 

 

안철수 빼고 이재명과 윤석열만 TV 토론, 공정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앞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설 연휴 전 양자 TV 토론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를 지상파 방송사가 생중계한다는 것이다. 2월 21일부터 3차례 진행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법정 TV 토론과는 관계없이 별도로 열리는 것이다. 그러자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반발하고 있다. 안 후보의 반발에는 일리가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두 사람만의 토론을 하는 것이라면 논란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공공 재산인 전파를 사용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들의 토론을 생중계하기로 한 이상 법 규정과 공정성에 부합해야 한다. 선관위 주관 법정 토론에는 ‘직전 대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전국 지지율 3% 이상 기록한 정당의 후보’ ‘최근 한 달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상회’ 등의 참가 자격이 규정돼 있다. 안 후보는 이 자격을 충족하고 있다.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이 후보, 윤 후보, 안 후보 지지율이 각각 37%, 31%, 17%였다. 이런 안 후보를 지상파 중계 토론에서 배제한다면 선관위 규정에도 맞지 않고 선거의 기회 균등도 아니다.

 

현재 추세대로면 대선 법정 TV 토론에선 당연히 안 후보도 참석하게 된다. 그렇다면 법정 토론 아닌 별도 토론에도 안 후보가 참석하는 것이 맞는다. 토론은 국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고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인데 누구를 뺀다는 것은 토론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정하지 않다.

 

-조선일보(22-01-15)-

________________________

 

 

와락, 왈칵, 뭉클

 

[백영옥의 말과 글]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됐다. 믿지 못한다는 건 사람을 의심한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법을 힘들게 익혔다는 말에 가깝다. 특히 부담스러울 정도의 친절로 무장된 사람들에게 더 그렇다. 과도하게 호의가 있었던 사람들의 마지막이 아름답지 못했던 탓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호의’ ‘친절’ ‘착함’ 자체가 아니라,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과도함’이다. ‘착한 것’과 ‘착해 보이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착하다’는 말은 보통 잘 참는다는 뜻으로 ‘순수하다’보다는 ‘순진하다’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과거에 비해 어린이가 아닌 어른에게 착하다는 칭찬은 반드시 좋은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인생역경을 많이 겪은 내 지인은 착한 사람을 “아직 나쁜 상황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라고까지 정의하기도 했다. 사실 사람은 극한 상황에 놓일 때 그 본심과 진면목이 나온다. 한계 상황에 빠지기 전에는 본인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선하지 않다는 것을 기초로 해서 쓴 책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그는 “사람들은 사소한 피해를 입었을 때는 보복을 꾀하지만,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때는 복수할 생각조차 못합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을 가혹하게 다뤄야 한다면 복수를 걱정할 필요 없게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왕에게 조언한다. “군주는 비난받을 만한 일은 남에게 미루고 자비를 보일 수 있는 일은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한 행동과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믿는 하이에크 같은 철학자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쪽을 믿든, 우리를 ‘와락’ 안아주고, 우리를 위해 ‘왈칵’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뭉클’하게 해주는 것만으로 결코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늘 그랬지만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아야 하는 우리가 안쓰럽다.

 

-백영옥 소설가, 조선일보(22-01-15)-

_______________________

 

 

여론조사 

 

기원전 472년 그리스 아고라에서 페르시아와의 살라미스 해전 승리의 주역 테미스토클레스에 대한 도편(도자기 조각)추방 투표가 시작됐다. 그가 추방될 거라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정적과 선동가들은 그가 독재자처럼 군다고 일제히 비방했다. 실제로 6000표 이상이 나와 ‘10년 추방형’이 내려졌다. 그런데 도편에 쓰인 글씨체가 상당수 비슷했다. 여론 조작에 투표 조작까지 이뤄진 것이다.

 

▶KBS는 2007년 자체 여론조사에서 디지털 전환과 공익성 강화를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적정 액수부터 물었다. 그러곤 57%가 인상에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2014년 전교조는 신뢰도 조사에서 ‘참교육을 목표로 촌지 근절, 체벌 금지 활동을 해온 전교조를 신뢰하느냐’고 물었다. 2020년 한 방송사는 정부·야당 심판론을 물으며 ‘자기 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야당’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답정너’ 여론조사였다.

 

▶여권 입맛에 맞춘 듯한 여론조사도 많다. 2019년 여당 대표는 한 업체를 겨냥해 “여 지지율이 야당보다 10~15%는 높아야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업체는 곧바로 여당이 13%포인트 높은 결과를 내놓았다. 친여 성향의 한 업체는 조국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다고 했다가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려 하자 바로 찬반이 비슷해졌다고 발표했다.

 

▶2012년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 후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 수백 대 임시 전화를 개설하고 착신 연결을 한 뒤 당원들에게 연령을 속여 답하게 했다. 2016년 한 여론조사 업체는 특정 후보에게 돈을 받고 원하는 수치의 여론조사를 냈다가 적발됐다. 의뢰인에게 “원하는 결과를 내줄 테니 맡겨 달라”고 제의하는 경우가 지금도 적지 않다. 작년 한 업체는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하고 응답 결과까지 조작했다. 덤핑을 하거나 공짜 조사를 해주는 업체들도 많다. 그래서 일부 대선 캠프에선 “차라리 수억원 들여 여론조사 회사를 하나 차리자”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13일 코리아리서치는 3개 회사와의 공동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9%포인트 우세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같은 날 다른 조사에선 윤 후보가 6%포인트 앞섰다고 발표했다. 한 회사가 한날 발표한 조사 결과가 딴판이었다. 여론조사는 당내 후보 공천의 수단으로 정착돼 있다. 실제 표심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런 여론조사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여론 조작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01-15)-

_________________________

 

 

또 등장한 ‘후보 단일화’, 윤석열과 안철수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까

 

한국 대선 최대 변수
단일화 성패의 역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스쳐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야권 단일화는)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문제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저는 단일화에 관심이 없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거의 모든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란 말이 등장했다. 후보 단일화는 아무런 법적, 민주적 정당성이 없지만 선거 필수 전략처럼 여겨져왔다. 단일화가 이뤄진 적도, 끝내 불발된 적도 있다. 2022년 대선을 50여 일 앞둔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서는 야권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 ‘후보 단일화 게임’의 저자 황두영은 후보 단일화를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절체절명의 협상 테이블”이라 표현했다. 과연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안철수는 후보 단일화의 길을 가게 될까.

 

◇DJP는 ‘양보’, 盧·鄭은 ‘경쟁’

 

가장 많은 표를 얻는 후보 한 명이 대통령이 되는 우리 대선은 양당제와 친화적이다. 그런데 양당 후보에 만족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은 제3의 후보를 찾아왔고, 대선 판은 늘 다자 구도로 시작됐다. 그런데 선거가 진행되면서, 일부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고 나머지는 사퇴하는 단일화 협상을 진행하곤 했다. 후보 단일화는 후보들의 지지율이나 조직 규모가 대등한 경우 ‘경쟁’의 성격을, 후보 간 지지율과 조직 규모의 격차가 큰 경우 ‘양보’의 성격을 갖는다.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1987년 대선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단연 김영삼·김대중의 후보 단일화였다. 단일화의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두 후보의 협상은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양김은 각각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독자 승리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민주화의 뜨거운 열기가 자신의 득표로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한 것이다. 특히 김대중 측은 ‘사자필승론(노태우·김영삼이 영남 표를, 김종필이 충청 표를, 김대중이 호남 표를 각각 가져가고 수도권에서 지지가 가장 높은 김대중이 당선된다는 논리)을 폈다. 그러나 양김의 단일화 실패는 노태우 당선으로 이어졌다. 최종 득표율은 노태우 36.64%, 김영삼 28.03%, 김대중 27.04%였다.

 

그래픽=김현국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은 김종필과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다. 이른바 ‘DJP 연합’이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았던 김종필은 후보를 양보하고 대신 공직 배분과 내각제 개헌 등 보상을 약속받았다. 당시 대선에서 김대중은 지지율 1위였지만 추가적인 상승 요인이 적었고, 김종필은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충청권이라는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상태였다. 김대중은 득표율 40.27%로 이회창(38.74%)을 꺾고 당선됐다. 두 후보의 표차는 39만표에 불과했는데, 이는 충청권에서의 김대중과 이회창의 표차인 41만표와 비슷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은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고, 단일화 경선의 승자인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를 한 달여가량 앞두고 선거 구도는 ‘1강(이회창) 2중(노무현·정몽준)’으로 고착화되고 있었다. 이회창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지만 계속 1위를 유지했다. 20%대 지지율을 보이던 노무현·정몽준이 이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당선 확률은 0%에 가까웠다. 노무현·정몽준은 단일화 방식을 두고 처절한 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에 도달했고, 선거 전날 밤 정몽준이 노무현 지지를 철회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노무현은 48.91% 득표율로 이회창(46.58%)을 꺾고 승리했다.

 

文·安 패배, 보수 단일화 불발은 왜?

 

2012년 대선은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가 최종 승리를 거두지 못한 최초의 대선이었다. 2012년은 ‘안철수 신드롬’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안철수의 지지율은 다자 구도 여론조사에선 박근혜와 비등했고, 양자 구도에선 박근혜를 앞섰다. 그의 대선 출마 선언은 그해 9월 19일에나 이뤄졌다. 이때 다자 구도 조사에선 박근혜 지지율이 30~40%대, 안철수·문재인은 각각 10~20%대였다. 후보 단일화 협상은 11월 초에서야 시작됐다. 단일화 룰을 둘러싸고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던 와중에 안철수는 11월 23일 돌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단일화 방식을 놓고 더 이상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안철수의 사퇴로 문재인이 단일 후보가 됐지만, 48.02%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근혜(51.55%)에게 패배했다. 순탄치 못했던 단일화 과정이 유권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이 앞서는 가운데 안철수·홍준표 등이 추격하는 다자 구도였다. 그해 4월초 일부 양자 구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가 문재인을 이기는 결과가 나왔고, 다자 구도에서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박빙을 이루는 결과가 나왔지만 안철수·홍준표의 단일화는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5월 초 양자 구도에서 문재인이 안철수를 10%포인트 이상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등 단일화의 기대 효과는 점점 떨어졌고, 보수 유권자들은 당선 가능성보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투표하겠다는 경향을 보였다. 문재인은 득표율 41.08%로 당선됐고, 홍준표(24.03%)와 안철수(21.41%)는 낙선했다.

 

尹·安, DJP연합식? 盧·鄭식?

 

최근 여론조사에는 윤석열·안철수의 단일화에 대한 질문, 양자 구도(이재명 대 야권 단일 후보) 지지율을 묻는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다자 구도에서 이재명과 윤석열은 접전을 벌이는 결과가, 양자 구도에선 야권 단일 후보가 이 후보를 누르는 결과가 많다. 여론조사상으로만 보면 윤석열·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하는 것이 두 사람이 내세운 기치인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지난 12월 10일 서울 강남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사회복지 비전선포대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많게는 20%포인트 이상 난다. 이 상태에서 단일화를 한다면 지지율이 낮은 안철수가 윤석열에게 후보직을 양보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후보 양보 경험과 대선 완주 경험이 모두 있는 안 후보가 이런 식의 단일화에 동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공동 정부 구성 등 보상을 확실하게 약속받는다면 ‘양보하는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비등해질 경우엔 ‘경쟁의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노무현·정몽준, 문재인·안철수 경우처럼 단일화 룰을 둘러싸고 치열한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단일화 없이 야권 승리는 불가능하다. 단일화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며 “1997년 DJP 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혼합 형태로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속력 있는 공동정부 약속을 바탕으로 경선을 통해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 교수는 이달 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배제된 것에 대해 “단일화를 어렵게 할 뇌관을 조기에 제거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안철수 후보가 10%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다”며 “단일화를 통해 승자는 안정적으로 승리를 견인하고, 패자는 권력 분점으로 정치적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되는 2월 15일과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월 말,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3월 4일 직전을 후보 단일화 성사 가능 시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대통령 후보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 협상 자체가 어렵고, 룰을 합의하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이 교수는 또 “단일화는 둘이 합쳐 시너지가 나야 하는데, 지금 같은 추세면 신선도도 파괴력도 크지 않아 단일화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옥진 기자, 조선일보(22-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