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이 쏘아 올린 ‘전쟁이냐 평화냐’]
[북핵 저지할 ‘한국판 전략사’ 창설 서둘러라]
北 미사일이 쏘아 올린 ‘전쟁이냐 평화냐’
[김대중 칼럼]
새해 미사일 7차례 쏜 北.. “전쟁 피하려면 북과 평화를 금과옥조로 삼는 쪽 찍으라”
우리 대선에 메시지 던진 것.. 나라의 정체 보존하려면 어떤 선택 해야 하나가 이번 3·9 대선의 핵심
북한은 지난 1월 한 달에 걸쳐 7차례나 미사일을 쏴댔다. 전례 없는 강도 높은 도발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럴 만한 긴박한 사정이 있었을까? 사정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미국 쪽을 보자. 바이든 정부가 취한 대북 정책은 무시(無視)와 관망이었다. 김정은이 그것을 참다 못해 ‘왜 우리를 개무시하느냐’며 ‘나 여기 있다’고 미사일 다발(多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렇게 순진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는 데다 바이든으로서는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매달리고 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 정책에 대응하느라 별 여력이 없는 상태다. 이런 미국의 콧잔등을 애써 긁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다.

북한이 전날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와 지난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각각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5일 순항미사일이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는 모습. 2022.1.28/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중국 쪽도 미사일 난무를 좋아할 까닭이 없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온 국력과 신경을 쏟아붓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시아 동북쪽, 아니 중국 바로 코앞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화약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을 반길 이유가 없다. 더욱이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보다 평양 쪽으로 집중되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김정은으로서는 그런 상황과 여건을 무릅쓸 어떤 무엇이 있었길래 미사일을 7발씩 날린 것일까? 나는 그 ‘무엇’이 바로 한국의 정권 교체가 걸린 대통령 선거라고 본다. 3·9 대선이 한국과 한국민에게 건국 이래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선거이듯이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과 김정은에게도 남쪽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북한의 제반 사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선거라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 친북 또는 김정은 우호 세력이 재집권하느냐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고 사드 추가 배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보수·우파 세력이 반격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사정, 특히 경제 사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나아가 한반도 주도권의 장악 여부가 걸려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미사일로 한국의 대선 판에 ‘전쟁이냐 평화냐’의 통첩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전쟁이라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이런 전쟁을 피하기 원한다면 북한과의 평화를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좌파 세력을 찍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 대선 판에는 곧바로 선제(先制) 공격론과 평화 공존론이 대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핵과 미사일이 없는 한국이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기 직전 선제적으로 북의 발사대를 반격하는 것”을 주장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그것을 ‘위험한 전쟁 도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 측이 말하는 평화의 논리는 ‘평화를 원한다면 총을 든 사람과 불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윤 후보 측의 논리는 ‘항구적 평화를 원한다면 총을 가진 사람과의 싸움, 즉 선제 타격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이 없는 우리로서는 지금 무슨 선택이 있는가? 그나마 선제 타격이라도 하자고 하면 ‘전쟁 도발’이라고 윽박지르고 정작 핵과 미사일을 가진 쪽에는 찍소리도 못하는 것이 저들이 말하는 평화인가? 핵은 핵으로써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오늘날 강대국들 간의 대치에서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핵도 미사일도 없다. 그나마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국내의 이런 치졸한 대립상(像)이 없다.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핵과 미사일을 가진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전쟁과 평화’의 국면에서 한국에는 세 가지 옵션만이 있다. 첫째는 우리도 핵을 갖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방인 미국까지도 우리의 핵 보유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가능성은 아주 낮다. 둘째는 핵 없는 처지에서 선제 타격 능력이라도 키우는 것이다. 민주당(이재명 후보)은 그나마도 전쟁광(狂)으로 매도하고 있다. 셋째는 우방과의 유대를 공고화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크라이나가 막강한 러시아 군사력과 맞서 있는 것은 자유와 인권과 민주를 열망하는 국민적 결속과 그들을 지원하는 미국 등 나토 국가들의 굳건한 단합력 덕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유대 강화는커녕 동맹의 우군(友軍)마저 지리멸렬해지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파기, 주한 미군 철수 주장까지 나오고 있고 정권은 온통 친북·친중 세력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3·9 대선을 맞는다. 우리는 지금 누구를 뽑느냐에 열중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가 어디로 가느냐는 방향이다. 이번 대선의 핵심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라 나라의 정체를 보존하려면 어떤 체제를 선택해야 하는가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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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저지할 ‘한국판 전략사’ 창설 서둘러라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1월 30일 북한 자강도 무평리에 전개된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연초부터 휘몰아친 북한의 ‘미사일 파상공세’가 심상치 않다.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미사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대남 타격무기의 ‘연쇄도발’에 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중단) 파기 위협과 4년 4개월 만의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까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사태가 이런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도발’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군은 북한 미사일을 탐지·요격할 수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형국이다. 임기 말 대선(大選) 정국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동시에 안보 불안감을 달래려는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용 무력시위를 재개한 것이라며 이럴수록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확 달라진 북한의 도발 수단과 양상을 도외시한 순진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핵을 싣고 한미 요격망을 돌파할 다양한 전략무기를 개발 배치하는 것이 북한의 최대 관심사이자 최종 목표라는 ‘팩트(fact)’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향후 전술핵을 장착한 극초음속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남 타격무기가 대거 배치될 경우 남북 간 군사력의 균형은 무너지고, 전쟁의 판도도 완전히 달라진다. 북한과의 재래식 전쟁에 국한된 현 한미연합 작전계획(OPLAN)은 무용지물이 되고, 한미연합사령부의 입지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가공할 핵위협을 갖춘 북한을 미국이 핵으로 직접 상대하면서 한미가 전쟁 수행 과정에서 충돌하거나 한국의 전쟁 주도권이 축소되는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작계 5015’ 수정에 합의한 이면에는 이 같은 우려가 깔려 있다. 2만8000여 명의 주한미군과 그 가족이 북한의 ‘핵인질’이 되는 상황은 본토에 대한 핵위협만큼이나 미국을 곤혹스럽게 할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 전략자산 전개 등 대북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조치를 머뭇거리는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북핵 대응의 요체는 어떤 경우에도 한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없도록 북한 지휘부를 강제하는 것이다. 요격 등 방어 대책도 중요하지만 핵을 쏘는 순간 최고 수뇌부를 정점으로 한 북한 지배체제를 소멸시킬 수 있는 공세적 역량과 전략을 대대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이야말로 ‘전략사령부’의 창설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필자는 본다.
각 군의 미사일 전력 등 주요 전략무기를 총괄 운용하는 전략사는 다방면에서 효과적인 북핵 억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전략사는 분초를 다투는 북한의 재래식 및 핵 도발에 맞서 그 원점과 지원·지휘세력에 대한 일사불란하고 즉응적인 대량보복을 통해 ‘작전 반응시간’을 크게 단축시키고 반격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기습효과가 기대 이하이고, 역습의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된다면 북한은 ‘핵도발’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핵이 없는 우리 군으로선 첨단 재래식 무기의 중복투자를 막고,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려 북한의 핵을 저지하는 비책을 갖게 되는 셈이다.
북한이 안게 될 전략적 부담도 크다. 북한이 핵도발을 결심할 경우 한미연합사(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는 미래연합사)와 미국의 핵전력을 지휘하는 전략사, 역내 미군 전력을 총괄하는 인도태평양사뿐만 아니라 우리 군의 전략사 등 4개나 되는 전구(戰區)사령부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ICBM과 전략핵잠수함, 핵폭격기 등 미국의 가공할 보복 핵전력뿐만 아니라 ‘핵단추’를 거머쥔 지휘부를 정조준한 우리 군의 전략사는 북한에 ‘눈엣가시’를 넘어 급소를 노리는 비수로 여겨질 것이다. 더 나아가 한미 간 전략사의 유기적 협조 체제가 구축될 경우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 조치에 한국도 참여하는 효과를 거둬 북핵 대응력도 배가될 수 있다.
전략사 창설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후보 시절 안보공약으로 제시했고, 현 정부에서 추진되다 2019년 돌연 백지화된 뒤 중장기 검토 과제로 미뤄졌다. 군 안팎에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 대북 유화 무드에 발목이 잡혀 흐지부지됐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의 대남·대미 핵무력이 ‘임계점’에 다다른 지금 또다시 오판으로 북핵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동아일보(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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