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우크라 시민들의 저항] [금융 핵폭탄, 스위프트(SWIFT)] [전쟁]

뚝섬 2022. 2. 28. 06:14

우크라 시민들의 저항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연인 아리에바(21)와 푸르신(24). 둘은 러시아가 침공해온 24일 공습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키예프 수도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조국을 잃을 위기에 처한 두 사람은 식이 끝난 뒤 국토방위군에 자원입대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사는 이 땅을 위해 함께 싸우다 죽을 것이다.”

▷당초 1∼4일이면 함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러시아가 고전하는 이유는 시민들이 겁먹고 도망가기는커녕 결사적으로 항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맨몸으로 러시아 탱크 부대를 막아서고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을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중년 여성이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에게 “내 나라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호통치고, 80세 남성이 속옷과 칫솔을 챙겨들고 “내 손주들을 위해” 자원병 대열에 합류했다. 테니스 스타도 “온몸으로 내 나라 지키겠다”며 라켓을 집어던지고 총을 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징병소에선 20∼50대 남녀 수천 명이 소총 지급을 기다리고 있다. 군복도 군화도 없다. 운동복이나 평상복 차림에 테니스화, 하이킹화를 신은 이들은 노란색 완장으로 자원병임을 표시하고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을 외치며 전장으로 달려 나간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 엔지니어, 나이트클럽 댄서 등 직업도 다양하다. 회사원인 올레나 소코란 씨는 “폭격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난 건강한 성인 여성이고 이건 내 의무”라고 했다. 58세의 키예프대 역사학과 교수는 “아내와 딸들이 걱정하면서도 말리진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는 정규군이 90만 명, 우크라이나는 19만 명이다. 무기나 장비도 러시아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3국은 개혁을 단행한 후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은 2000∼2008년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돈벼락을 맞았다. 비슷한 행운에 올라타지 못했던 우크라이나는 사회 인프라는 물론 실제 군사력도 2005년 이후로는 서류상 숫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그래도 우크라이나가 좀 더 버텨준다면 희망이 없지 않다. 러시아는 매일 200억 달러(약 24조 원)를 이 전쟁에 쏟아붓고 있다. 무기도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전쟁 중단” “우크라이나 만세”를 외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수만 명이 반전 시위에 나섰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며 러시아군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인을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2-02-28)-

_______________________

 

 

금융 핵폭탄, 스위프트(SWIFT)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2005년 미국이 북한 김정일의 통치 자금 2500만달러가 은닉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사건을 두고 나중에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이 한 말이다. 최고 권력자의 비자금이 묶이자 북한은 1차 핵실험을 단행하는 등 강력 반발했지만, 미국과 막후 협상에선 BDA 제재 해제를 통사정했다. 독재자의 약한 고리는 ‘돈줄’이라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난해 1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별안간 한국 화물선을 나포했다. ‘해양 오염’ 핑계를 댔지만, 실제 이유는 ‘돈’이었다. 한국은 금융 제재를 받는 이란 원유 수입을 위해 ‘원화 결제 계좌’라는 우회로를 만들었다. 원유 수입 대금을 이 계좌에 예치하고, 한국 기업이 이란에 수출한 대금을 빼 가는 상계 결제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정부가 원화 결제까지 가로막자 70억달러가 묶였고, 화가 난 이란이 한국 화물선에 분풀이한 것이었다.

 

▶미국과 서구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를 축출하기로 결정했다. 스위프트는 200여 나라 1만1000여 금융기관이 이용하는 국제 송금·결제 시스템이다. 스위프트에서 축출되면 러시아는 달러 결제가 안 돼 최악의 경우 원유, 천연가스 수출이 중단되고,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 6300억달러도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없게 된다.

 

▶스위프트는 프랑스 재무장관이 “금융의 핵무기”라 부를 정도로, 서구 동맹국들이 아껴놓은 비장의 무기다. 하지만 원유의 26%,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EU(유럽연합)로선 상당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러시아에 한 해 40만대 이상 자동차를 수출하는 한국도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가 암호 화폐나 중국의 위안화 국제 결제 시스템(CIPS)으로 우회로를 뚫으려 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달러 결제망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일각에선 스위프트 축출에서 더 나아가 푸틴 대통령의 해외 은닉 재산까지 동결해야 ‘금융 핵폭탄’이 완성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푸틴의 아킬레스건은 1000억달러대 해외 은닉 재산”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선언하면서 “러시아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핵무기 덕에 서방의 군사 개입은 차단했지만, 서구의 금융 핵무기 공세까지 잘 막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2-02-28)-

______________________

 

 

전쟁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Simon & Garfunkel ‘Scarborough Fair/Canticle’(1966)

 

<Scarborough Fair/Canticle>(1966), Simon & Garfunkel

 

“나는 평생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웃음을 주고자 모든 것을 다해왔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었다. 이제 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최소한 울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TV 시트콤 ‘인민의 종’의 제작, 연출, 각본, 주연을 맡아 국민 드라마로 만든 코미디언 출신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2019년 취임식 연설에서 이렇게 자신의 소명을 천명했다. 평범한 역사 교사가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정치판에 들어와 대통령직에 오른다는 이 시트콤 스토리처럼 그는 단숨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 그가 창당한 정당 이름은 바로 이 시트콤의 제목이다.

 

그러고 3년이 흐른 지금, 우크라이나는 20만에 육박하는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수도 키예프는 풍전등화이고, 나토나 미국의 군사 개입은 거의 가능성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미국은 그에게 대피를 권고하며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대피할 운송 수단이 아니라 탄약이라며 수도에 남아 결사 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이런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는 러시아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백한 제1 타깃은 다름 아닌 젤렌스키인데 그가 최후까지 우크라이나군, 시민과 함께 수도를 지키다 전사한다면 영원히 순국의 영웅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에 뉴욕타임스마저 그의 정부를 아마추어 정치 집단이라고 조롱했지만, 그는 지금 푸틴을 향해 그리고 세계를 향해 최후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참혹하다. 사이먼과 가펑클이 스코틀랜드 민요에 얹어 1966년에 읊었던 것처럼 ‘장군은 병사들에게 살육을 명령하고/ 잊힌 지 오래인 대의를 위해 싸우라고’ 한다. 병사들이 총을 깨끗이 닦고 있는 숲의 언덕 한편엔 전쟁의 나팔 소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어린 소년의 주검이 놓여 있다. 그냥 아름다운 하모니라고만 생각했던 ‘스카버러 시장’엔 이런 처연한 묵시록이 숨어 있는 것이다.

 

-강헌 음악평론가, 조선일보(22-02-28)-

_______________________

 

 

○  유럽서 서울까지 지구촌 곳곳에 우크라이나 국기색 조명. 모처럼 하나 된 세계인의 염원, 부디 결실 맺길.

 

-팔면봉, 조선일보(22-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