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마차]
[푸틴의 반인도적 민간인 살상, 전 세계가 함께 단죄해야]
[전 세계가 우크라 돕는데 ‘러 침공’ 한마디도 안 한 文]
사탄의 마차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다. 지난 1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민간인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다. 시 청사가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이 전 세계로 퍼졌다. 외신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인 주거지를 무차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 행렬엔 ‘사탄의 마차’ ‘악마의 무기’라 불리는 열압력탄 발사 차량이 눈에 띈다. 도시 말살용 무기다. 푸틴은 과거 체첸에서 이 무기를 쏜 전례가 있다.

▶1994년 당시 옐친 대통령은 체첸의 분리 독립을 저지하고자 기계화 군을 보냈다가 처참하게 패퇴했다. 전차 62대와 장갑차 163대를 잃었다. 체첸 수도 그로즈니 진입 60시간 만에 장갑차 42대와 전차 20대를 잃고 전멸한 여단도 있다. 구조적으로 전차 포로는 높은 곳에 있는 적을 쏘지 못한다. 체첸 반군은 건물로 올라가 위에서 휴대용 대전차포를 쏟아부었다. 러시아 전차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러시아는 도심 시가전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열압력탄이다.
▶1999년 2차 체첸 전쟁이 발발하자 푸틴은 폭격으로 그로즈니 건물부터 잿더미로 만들었다.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했는지, 지금도 포격 전후 도시를 비교하는 항공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열압력탄도 이때 등장했다. 러시아군은 반군을 향해 TOS-1M 다연장 로켓 발사대로 열압력탄을 한꺼번에 30발씩 쏘았다. 방공호에 몸을 피한 민간인도 무차별 살상 당했다.
▶열압력탄은 주변 산소를 빨아들여 초고속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진공 폭탄’으로도 불린다. 폭심(爆心)에서 살상력이 뻗어나가는 게 아니라 먼저 가연성 분진을 퍼뜨린 뒤 폭발하므로 엄폐물 뒤에 숨어도 소용없다. 폭발할 때 발생하는 높은 압력으로 내장이 파열돼 즉사하거나 화염에 휩싸여 순식간에 타 죽는다. 당시 체첸 민간인 3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5000명은 어린이였다.
▶그로즈니는 러시아어로 ‘(번개처럼) 무섭다’는 뜻이다. 무시무시한 통치자였던 이반 4세의 별명이 ‘이반 그로즈니(뇌제)’다. 푸틴도 체첸을 파괴한 뒤 ‘푸틴 그로즈니’로 불렸다. 이후 10년에 걸쳐 그로즈니에서 전쟁의 흔적은 말끔히 지워졌다. 폐허였던 도심에 거대한 모스크가 들어섰고 초고층 건물이 주변을 에워쌌다. 그러나 깨끗한 대신 자유도 독립도 없다. 수만 명 시신 위에 세워진 이 모습에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은 ‘악마의 무기’ 앞에 서 있다. 그들의 조국이 또 다른 ‘그로즈니’가 될 수도 있는 위기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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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반인도적 민간인 살상, 전 세계가 함께 단죄해야

러시아의 포격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는 우크라이나 당국 집계로 1600명이 넘는다. 주요 대도시의 인구밀집지역은 물론 유치원과 산부인과, 병원, 학교까지 무차별 포격을 당하고 있다. 러시아가 주택가에 진공폭탄과 나비지뢰가 담긴 집속탄을 발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악마의 무기’로 불릴 정도로 살상력이 높아 각종 국제협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기들이다.
의도적인 민간인 살상은 전쟁범죄다.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약 등은 이를 전쟁범죄로 명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치명적 무기를 고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러시아는 심지어 핵 위협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해야 할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에 방어 아닌 공격용으로 핵무기 사용을 협박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피해는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우크라이나식 표기)를 향해 총공세를 준비하는 정황들이 확인되고 있다. 64km에 이르는 러시아군의 장갑차와 탱크, 수송차량 행렬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특별 군사작전’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런 반인륜 전쟁범죄에 대해 러시아는 전 세계로부터 규탄받아 마땅하다. 전쟁의 총지휘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부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ICC가 전쟁범죄 조사에 착수했고, ICJ도 러시아의 이번 침공 관련 청문회를 예고하고 있다. 캐나다가 즉각 ICC에 조사 촉구 서한을 보내겠다며 힘을 실었고, 미국은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자격을 박탈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국제사회는 이런 노력을 비롯해 경제, 외교, 문화적 제재를 총동원하는 대응 수위와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명분 쌓기용 시늉내기 협상을 하면서 뒤로는 침공의 강도를 높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더 큰 비난과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이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러시아는 현대사에서 가장 끔찍한 침략국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동아일보(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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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우크라 돕는데 ‘러 침공’ 한마디도 안 한 文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에서 러시아 외교장관이 연설을 시작하려는 순간 전 세계 외교관 대부분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1시간 전 유엔 군축 회의장에서도 같은 광경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전 세계가 등을 돌리고 있는 상징적 장면이다. 회의장 밖에 있던 우크라이나 대표는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지지를 보여준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25년 만에 소집된 유엔 특별 총회에서도 193국 중 110여 나라가 러시아 규탄 연설을 했다. 중립국인 스위스까지 반(反)러 금융 제재에 동참했다. 중국·북한 정도만 예외라고 한다. 사실상 전 세계가 한 국가의 주권과 독립을 위해 연대하기는 전례가 없다시피 하다. 한국 국민도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모금에 나섰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우크라이나를 식민지로 만들려는 러시아 침공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대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한 ‘강대국’은 어디 인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미국 아닌가. 문 대통령은 ‘대화’와 ‘평화’만 강조했다. 지금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한 것이 ‘대화’를 안 했기 때문인가. ‘평화’는 러시아의 침략 명분이었다.
대한민국은 6·25 남침 이후 미국과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 위협을 막으며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왔다. 북·중·러가 협공한 6·25를 극복한 것도 미국 등 유엔 16국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우리 국민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도 국제사회였다. 그런 역사를 가진 나라의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독립을 침탈당하는 나라와 그 국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강대국 중심 질서’ 운운하며 사실을 호도하려 한다.
문 대통령과 한국 운동권은 중국, 북한, 러시아에 남다른 친밀감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했다. 한국을 침략한 마오쩌둥을 존경한다고 했다. 푸틴에겐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 김정은 심기 살피기는 정부의 일상이 됐다. 평양 경기장 연설에선 스스로를 “남쪽 대통령”이라면서 북한 체제에 찬사를 보냈다. 북한 남침 수훈자를 국군의 뿌리라고 했다. 심정적으로는 5년 내내 북·중·러 편에 서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말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자유 세계가 푸틴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 ‘자유 세계’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는가. 그럴 생각도 없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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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에 지구촌 곳곳서 도움과 응원의 손길. 낯선 나라의 재발견 넘어 치유와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길.
-팔면봉, 조선일보(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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