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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끝나면 미국의 LNG 수출 잔치도 끝… 트럼프의 대책은?]

뚝섬 2024. 11. 21. 09:26

[러·우 전쟁 끝나면 미국의 LNG 수출 잔치도 끝… 트럼프의 대책은? ]

[제 꾀에 넘어간 곰… 러시아의 에너지 전략이 흔들린다] 

[급소 찔린 크렘린, 믿을 건 만리장성 뿐]

 

 

 

러·우 전쟁 끝나면 미국의 LNG 수출 잔치도 끝… 트럼프의 대책은?

 

EU가 수입한 LNG 중 미국産 비율
2020년 23%서 2023년 47%로 증가
러가 천연가스 수출재개땐 큰 타격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의 공약은 화끈하다. 그런데 하나씩 뜯어보면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 모순된다는 이야기다. 관세를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정부 지출을 대폭 축소하면서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미국을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기료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화석에너지와 관련한 모든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규제가 풀리면 에너지 기업들이 더 많은 채굴과 생산에 나서면서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인하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런데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규제 완화보다는 이익이다. 미국 에너지 혁명을 주도했던 셰일 업계는 오랫동안 저유가로 어려움을 겪었다.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와 같은 국영기업이 있으면 모를까, 민간 기업이 에너지 자원 탐사부터 생산까지 모든 것을 담당하는 미국에서 손실을 감내하고 증산에 나설 기업은 없을 것이다.

 

천연가스의 경우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 가스가 다시 유럽에 공급되기 시작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미국의 천연가스 업체들이다. 러시아는 PNG라고 불리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의 EU 수출 대부분을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로부터 공급되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바다를 건너온 액화천연가스(LNG)였다. 러시아발 PNG가 사실상 막히면서 EU 천연가스 공급 가운데 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0%에서 현재는 42%까지 증가했다. 현재 유럽에 가장 많은 LNG를 공급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EU가 수입한 LNG 가운데 미국산 비중은 2020년 23%에서 2023년에는 47%까지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천연가스 업계로서는 대규모 물량과 높은 가격을 보장하는 노다지였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은 카타르와 호주를 제치고 세계 1위의 LNG 수출국이 되었다.

 

PNG와 LNG 등을 모두 합쳐 EU가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비중으로 따지면 미국은 노르웨이(30.3%)에 이어 19.9%로 2위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러시아 역시 14.8%로 3위의 공급 국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러시아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LNG 방식으로 유럽에 가스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EU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총량은 42.9bcm인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에 25.1bcm 규모의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친러시아적 성향의 국가에 대해서는 공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17.8bcm 분량은 LNG로 EU에 수출되고 있다. 러시아도 확대된 EU의 LNG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EU에 대한 러시아 LNG 수출량의 87%는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로 향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23년 10월 카타르와 LNG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홍해를 항해하는 가스 운반선에 대한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안정적 공급이 어려워지자 러시아산 LNG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EU로 수출된 러시아산 LNG가운데 20% 이상은 환적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재수출되고 있다. EU의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가 시행되는 와중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EU와 러시아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트럼프는 다시 러시아가 유럽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 재임 시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 2 건설이 완료되면 독일이 러시아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다고 강력히 경고했고, 건설에 관련된 업체들을 제재하여 사업을 중단시킨 바 있다. 대통령으로 돌아온 트럼프로서는 EU를 군사적으로 지켜주고 싶지는 않지만, 미국산 천연가스의 좋은 수요처로서는 계속 남겨놓고 싶을 것이다. EU 역시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의 결과를 체감했기 때문에 무조건 전쟁 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미국산 LNG에 대한 EU의 수요가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부과 위협에 직면한 여러 국가들이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언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미국산 LNG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업체들로서는 국내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LNG 수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은 증가하더라도 국내 공급이 감소하면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트럼프의 구상과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트럼프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국내 천연가스 가격 인하, 그리고 미국 천연가스 업계의 이익 유지라는 3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LNG 관련 제재 해제를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북극 LNG 생산시설에 대한 각종 제재를 통해 가동을 중단시키고 있는데 이를 해제함과 동시에 EU에 대해서 파이프라인이 아닌 LNG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러시아산 도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러시아의 체면과 경제적 이익을 일정 부분 보장해줌과 동시에 미국산 LNG에 대한 과도한 해외 수요를 적절히 축소시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트럼프의 통상 압박에 대비해 미국산 LNG 도입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런 조치의 영향에 대해 보다 폭넓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LNG는 미국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EU와 러시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 고차방정식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한국도 쓰고있다… 작년 LNG 170만t 수입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로 냉각시켜 액화시킨 LNG는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장거리 수송에 유리하다. 하지만 냉각하고 다시 기체화하는 작업, 특수한 LNG 운반선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방식에 비해 2~3배 비싸다.

 

유럽으로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가스를 수출하던 러시아는 LNG 분야에 2000년대 들어 후발 주자로 참여했다. 새로 발견되는 가스전 위치가 북극권 또는 도서 지역과 같이 파이프라인 설치가 곤란한 지역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LNG 방식의 채택이 불가피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급성장하던 아시아 LNG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 LNG는 카타르 등 경쟁국에 비해 생산 거점이 북극권에 위치해 생산 비용이 높다. 또한 겨울에 얼어붙는 북극해를 겨울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쇄빙 LNG 운반선을 확보해야 하는 등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LNG는 서방기업의 기술과 장비에 의존했는데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 기업의 철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러시아는 자체 기술확보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의 설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2009년에 사할린에서 연간 960만 톤 규모로 시작된 러시아 LNG 생산은 2018년 야말에서의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급증해 2023년 말에는 3233만 톤에 달했고, 생산량 거의 전부가 수출되고 있다.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LNG 수입 국가인 대한민국은 2023년 전년 대비 13% 감소한 170만 톤의 러시아 LNG를 도입했다. 멀게만 느껴지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우리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조선일보(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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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꾀에 넘어간 곰… 러시아의 에너지 전략이 흔들린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나라다. 그 거대한 땅 아래에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이 매장돼 있다. 2023년을 기준으로 러시아는 일일 원유 생산량 1000만 배럴로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량도 586억㎥로 세계 2위다. 석탄도 연간 4억2000만t을 생산하면서 세계 6위를 점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을 세계시장에 수출하면서 국가 경제를 운영해 왔다. 2021년 러시아 최대의 수출 상품은 원유이고 2위는 천연가스, 3위는 석탄이라는 점은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러시아는 핵무기를 보유할 뿐 중동국가들과 비슷한 체제이다.

 

러시아의 석유산업은 19세기에 카스피해 인근에 있는 현재의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시작됐다. 19세기 후반 조명용 등유 수요가 확대되면서 이뤄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발전하였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등장한 소련은 풍부한 석유에 의존해 경제를 발전시켰고,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석유자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경제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필요성을 저해시켰다. 1980년대 중반에는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큰 타격을 가져와 결국 소련 몰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풍부한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막대한 전비를 부담하면서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는 점차 러시아를 어렵게 하고 있다. 석유 및 가스에 부과되는 세금은 2021년 전체 국가 예산 세입의 35.6%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비율이 2023년에는 30.9%로 감소했다. 각종 제재 조치로 인한 수출량 감소와 수출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에너지 자원 가운데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천연가스다. 2022~23년 겨울을 앞두고 EU(유럽연합)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유발하기 위해 러시아는 EU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EU가 대체 공급지 확보에 성공하면서 러시아는 최대 가스 판매 시장인 EU에서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잃었다. 2023년 러시아의 가스 독점 기업인 가스프롬은 69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유럽으로 가는 수출량이 2022년의 639억㎥에서 2023년 55% 급감한 283억㎥에 그친 데 따른 타격이 결정적이었다. 

 

러시아로서는 EU에서 감소한 천연가스 수요를 다른 지역에서 메워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판매가 감소한 356억㎥만큼을 중국이 대신 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량을 늘리기보다는 구매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3~2024년 중국에 공급된 러시아 가스는 백만영국열량단위(mmBtu)당 6.4~6.6달러에 공급되었는데 이는 2023년 유럽에 대한 판매 가격 12.9달러와 비교해보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로부터 추가 수입이 가능한 중국이 다급한 러시아의 상황을 이용하면서 가격을 후려치고 있는 것이다.

 

석유의 경우 천연가스보다는 괜찮지만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EU와 G7(주요 7국) 국가들의 제재로 인해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반까지 러시아의 원유는 국제시세보다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거래됐다. 이후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주요 러시아 항만으로부터 먼 곳에 위치한 특성으로 인해 배럴당 10~15달러의 추가적인 운송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원유 판매 수익성은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더해 배럴당 60달러로 정해져 있는 제재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서류상 가격을 낮춰야 한 것도 타격이었다. 이로 인해 수출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의 액수도 감소하면서 재정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물론 러시아는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대신해 LNG(액화천연가스) 수출을 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2023년 EU로 수출된 러시아산 LNG는 2021년에 비해 38% 증가했다. EU에 LNG를 많이 공급하는 국가 순위로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파이프라인을 통한 EU 우회 수출을 위해 튀르키예와 협력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되는 아제르바이잔과 이란산 천연가스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튀르키예에서 혼합해 원산지를 세탁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EU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LNG의 경우 생산설비 상당수를 서방 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량 확대가 곤란하다. 튀르키예와의 협력 역시 양국의 주도권 갈등으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자원 생산에 필요한 핵심 설비와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서방 기업에 의존하던 러시아는 서방 기업들이 떠난 자리를 중국 기업과의 협력으로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북극권에 위치한 LNG 생산설비가 중국 상하이 인근에서 제작돼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의 장비 및 기술은 기대와 달리 서방 기업에 비해 오히려 비쌀 뿐만 아니라 신뢰성도 낮아 러시아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대규모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 중국, 인도 등이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개발을 위한 재원 확충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까 두려워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유보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의 다급한 상황을 이용하여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의 에너지 자원만을 수입하는 모습은 냉정한 국제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막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은 EU를 비롯한 주변 국가에 대해 러시아의 전략적 레버리지를 강화시키는 자산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레버리지를 상실하고 있는 것은 큰 전략적 실패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에너지 보유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러시아는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 대국’ 러시아의 1등 공신은 노벨 가문

 

러시아의 석유 개발은 노벨상을 만든 위인으로 기억되는 알프레드 노벨과 그의 형제들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지금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카스피해 연안의 바쿠는 마르코 폴로가 ‘먹을 물은 없고 사람들은 연못에서 불을 긷는다’고 적었을 만큼 오래전부터 석유와 가스가 분출하는 지역이었다. 노벨 형제 가운데 큰형인 로베르트는 석유의 매력에 빠져 유전을 인수했다. 둘째인 루드비그가 러시아군에 납품할 소총의 개머리판 제작을 위해 숲을 매입하라고 준 돈으로 이런 투자를 했다. 

 

1876년 바쿠에서 생산된 석유가 당시 러시아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자 루드비그는 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조명용 등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루드비그는 노벨형제석유사(브라노벨)를 설립했다. 또한 미국의 엔지니어들을 초청해 과학적 탐사와 석유정제 기술을 발전시켰고, 세계 최초의 유조선을 제작하는 등 발명가로서의 자질을 발휘했다.

 

루드비그의 전략이 적중하면서 러시아는 1884년 연간 1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며 미국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까지 추격하게 됐다. 1889년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의 석유생산 국가가 됐다.

 

러시아 석유산업의 성장을 지켜본 로스차일드와 스탠더드오일도 바쿠에 진출했고, 자본을 앞세워 브라노벨을 자신들에게 매각하도록 압박했다. 루드비그 노벨은 석유운반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해 운송 비용을 낮춰 유럽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맞섰다.

 

이 과정에서 동생 알프레드 노벨이 개발한 다이너마이트가 대량으로 사용됐다. 1920년 러시아 혁명 과정에서 바쿠가 적군에 점령되자 노벨 가문은 라이벌인 스탠더드오일에 지분의 절반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이렇게 해서 노벨 가문과 러시아의 인연은 막을 내렸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조선일보(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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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하나 남은 연탄 공장 철거하고 그 자리에 IT 기업 들인다고. 어려운 이웃 데우던 온기만은 남기를.

 

-팔면봉, 조선일보(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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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 찔린 크렘린, 믿을 건 만리장성 뿐

 

美 러시아 원유 금수조치
푸틴은 이미 시진핑 손 잡았다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 조치를 쏟아내던 서방 진영이 에너지 제재라는 ‘최후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세계 경제가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자 2위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에너지를 거부할 경우, 초인플레이션이 벌어짐과 동시에 글로벌 공급·생산 체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對)러시아 에너지 제재는 적군뿐 아니라 아군에게도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양날의 검’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자유주의 대 비자유주의 체제 간 대결 양상으로 치닫자 결국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원유·가스 거래를 비롯한 각종 경제·금융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담 3주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주도의 에너지 제재

 

일단 현재까지는 서방 진영에서 미국만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금수 조치를 발표한 상태다. 지난 8일(현지 시각) 이러한 내용을 발표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는 물론 가스, 석탄까지 수입 금지 대상에 포함되며,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미국인이 자금을 대는 것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럽은 나라마다 태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에너지 제재 동참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제 금융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는 것을 비롯해 러시아 은행·공공기관 및 주요 인사들의 자산 동결, 러시아 국채 거래 전면 중단 등 대부분의 경제·금융 제재 조치를 발맞춰 시행해 온 그간 행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만 할 수 있고, 유럽은 못 하는 이유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 차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러시아산 비율은 3%에 불과하고, 석유 제품까지 포함해도 7% 정도다. 반면 유럽은 원유 수입량 25%, 가스 수입량 40%가 러시아산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오지 않더라도 자국 내 셰일오일을 더 채굴하거나 남미 등 인근 유전에서 들여오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나 유럽은 지정학적 여건상 러시아산을 대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7일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몇 달간 러시아 에너지 대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하룻밤 사이에 이뤄질 수 없었다”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많은 동맹이 (에너지 제재에) 동참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한다”고 한 것을 보면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전체가 에너지 제재를 하기는 어렵고, 향후 영국과 프랑스 등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그나마 낮은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낙인’찍힌 러시아産 원유...中이 돌파구

 

석유·가스 수출은 러시아 국가 예산의 36%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전체 하루 수출량(작년 기준 720만~780만배럴)의 8%인 62만배럴 정도이기 때문에 미국이 에너지 금수 조치를 한다 해도 당장 크렘린궁의 숨통을 끊어놓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낙인’을 찍는 일 자체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조치가 있기 전부터 시장에서는 향후 서방 진영의 제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은행들의 신용장 발급 거부 등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이러한 ‘셀프 제재(Self-sanction)’의 강도가 훨씬 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진호 연구원은 “브렌트유 대비 배럴 당 2달러 정도 저렴했던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최근 22.7달러나 낮은 가격에 풀렸으나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조치까지 겹치면서 이러한 현상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팔리지 않는 원유를 우방(友邦)인 중국에 대량으로 공급하며 위기를 헤쳐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제로 정책과 부동산 위기 등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값싼 원유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사태를 예견한 듯 지난달 열린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원유·가스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즈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연간 100억㎥의 천연가스를 거래하고, 러시아 국영 석유 회사 로스네프티는 CNPC에 10년간 1억톤(t)의 원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턱없이 부족한 원유...인플레이션 폭등 우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보이콧함으로써 전 세계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대한 우려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9일 기준) 3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은 130%가량 폭등했다. 미국과 유럽이 치솟는 물가에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에너지 제재를 발표하며 “자유를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든다”고 말한 이유다.

 

에너지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면 다른 산유국들의 적극 증산이 필수적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모임인 OPEC+(오펙플러스)는 이달 초 열린 정례 회의에서 작년부터 지속해온 ‘일간 40만배럴 증산(전월 대비)’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급등하는 유가를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하지만 산유국들은 나이지리아·앙골라·리비아 같은 나라가 원유 생산량 목표치를 여전히 채우지 못하고 있는 데다 OPEC+ 내 입김이 강한 러시아 눈치를 봐야 하는 탓에 쉽사리 증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생산을 늘릴 능력을 가진 나라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베네수엘라 정도인데 다 합쳐도 하루 480만배럴 증산에 그친다. 올해 세계 원유 수요량이 하루 1억70만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되고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유가 급등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 슈로더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너지 제재가 시작되면 인플레이션 쇼크가 일어나고, 공급망 제약이 확대되며 글로벌 기업 실적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섭 기자, 조선닷컴(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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