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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국가가 비핵국 침략에 핵위협 전술 사용하는 현실] ....

뚝섬 2024. 11. 21. 09:26

[핵 국가가 비핵국 침략에 핵위협 전술 사용하는 현실]

[미·북·러 3국 정상회담 열린다면… ]

[90초면 방공호 피신하는 이스라엘]

 

 

 

핵 국가가 비핵국 침략에 핵위협 전술 사용하는 현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북한 평양 외곽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회담 중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 사용 문턱을 낮추겠다며 ‘핵 교리(핵 사용 규정)’를 바꿨다. 핵 없는 국가라도 핵보유국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으로 보복한다는 내용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하자 우크라이나를 핵 공격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20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정보가 있다며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현지 공수여단과 해병대에 배속돼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북한 외무상이 푸틴을 만난 데 대해선 “중요하고 민감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이날 북의 파병 대가로 ‘핵 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을 예상했다. 북이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핵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싣고 바닷속에 숨을 수 있으면 우리에겐 재앙이다. 대놓고 우리를 향해 ‘핵 공격’을 겁박할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핵 위협’ 카드를 썼다. 전쟁 초 핵무기 부대에 특별 전투 임무 돌입 명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에는 항복하라는 경고이며 미국 등 서방에는 관여하지 말고 대러시아 제재를 풀라는 협박이다.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공격하자 ‘핵 교리 개정’을 선언했다. 이번에 실제 핵 교리를 바꿔 핵 위기를 고조시켰다. 핵무기를 자위권도 아닌 다른 나라 침략에 사용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핵을 가진 독재자들이 핵을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 김정은은 더할 것이다. 핵을 완성하기도 전에 한미를 향해 ‘불바다’ ‘핵 공격’ 위협을 했다. 2013년 분쟁 상대국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핵보유국 지위 공고법’을 제정했고,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에는 한국을 향해 핵을 쓰겠다는 협박을 공공연히 해왔다. 김정은은 직접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뒤 전술핵 대량 생산을 지시했다. 최근에도 핵무력과 전쟁 준비 완성을 강조했다. 이런 북·러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은 핵도 없고, 단합된 국론도 없다.

 

-조선일보(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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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러 3국 정상회담 열린다면…

 

트럼프, 우크라 전쟁 끝내며 김정은·푸틴 불러 만날 수도
예측 불허의 트럼프 2기에 '외교적 상상력' 총동원해야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가 2019년 도널드 트럼프를 인터뷰했을 때다. 그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물었다. 트럼프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발언은 예상 밖이었다. “카메라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있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카메라를 봤는데 모두 공짜였다. 6억달러 가치의 기사에 내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우드워드는 김정은을 만난 소감을 물었는데, 트럼프는 1달러도 쓰지 않고 엄청난 홍보를 했다고 자랑했다.

 

이 동문서답은 두 측면에서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다. 첫째, 트럼프는 공짜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둘째, 트럼프는 대한민국 국민의 사활이 걸린 북한 비핵화엔 관심이 없다.

 

이런 캐릭터의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 후, 전 세계의 ‘최고 질서 파괴자(disruptor-in-chief)’로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충격 일색의 내각과 백악관 주요 인사를 매일같이 발표하며 미디어를 장악한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안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빅3′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무·국방 장관이다. 트럼프가 찍은 빅 3는 어디서도 거론된 바 없다.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접촉해 왔던 이들 중에서 트럼프의 외교·안보 라인업에 들어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트럼프를 이해하기 위한 트럼프학(Trumpology)의 요체는 전통적인 사고를 빨리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거나 그동안 사고(思考)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 ‘외교적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 1순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그는 자신이 당선되면 하루 만에 전쟁을 타결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현재 전황(戰況)은 더 복잡해졌다. 미국이 지원한 에이태킴스(ATACMS·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현실화했다. 러시아와 ‘혈맹’ 관계를 복원한 북한군 1만여 명 파병도 무시 못 할 변수로 등장했다.

 

트럼프라면 이런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접근법을 구사할 수 있다.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가 언급한 미·북·러 정상회담이 그중 하나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 중인 푸틴과 김정은을 한꺼번에 불러서 휴전안을 끌어내는 모습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이다. 푸틴이 휴전하게 하면서 자신과 김정은의 회담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라고 제안할 수도 있다.

 

트럼프식으로 표현한다면, 이미 그는 김정은과 북핵을 핑계로 세 차례 만나서 ‘재미를 좀 봤다’. 북핵 문제로 단순히 둘이 만나는 그림에 식상해 있다. 1만명 넘게 파병한 김정은의 고민은 향후 어떻게 철군하느냐는 것인데, 트럼프가 이를 파고들어 거래할 수도 있다. 그 결과, 현재의 주한 미군 2만8500명이 ‘제로’가 돼 1950년 ‘애치슨 라인’과 유사한 ‘트럼프 라인’이 생길 가능성은 없나.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17년 처음 취임한 트럼프가 김정은을 싱가포르, 하노이에서 두 번 만나는 것을 상상이나 했나. 트럼프가 2019년 6월 오사카 G20 회의 참석 후, 갑자기 트위터로 김정은에게 만나자고 제안한 후 바로 그다음 날 판문점에서 회동한 것은 또 어떤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최근 “김정은은 서울 거치지 않고 워싱턴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충분히 허언(虛言)으로 만들 수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 2기의 전 세계 지도자들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힘든 대통령,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중에서도 ‘외교적 상상력’을 총동원해 고난도 기술을 펼쳐 보여야 하는 지도자 명단의 최상단에 윤석열 대통령이 위치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조선일보(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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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면 방공호 피신하는 이스라엘

 

[특파원 리포트]

 

‘여기가 정말 전쟁 중인 나라가 맞나.’ 텔아비브 도심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따사로운 지중해의 태양,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힙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 골목. 유럽의 여느 휴양지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다. 차량으로 불과 한 시간 반 걸리는 북부 도시 하이파에 매일 헤즈볼라 로켓이 수십 기씩 쏟아져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겉으로는 여유가 넘치는 것 같은 이곳에서도 전쟁을 실감하는 때가 있다. 공습 경보가 울릴 때다. 길 가던 모든 사람의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리고, 이윽고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리면 도시는 일순간 ‘전시 상황’에 돌입한다.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일제히 달리기 시작하고, 운전하던 이들은 도로에 차를 버리고 뛴다. 방공호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북적이던 거리가 불과 수십 초 만에 개미 한 마리 지나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지고, 이윽고 ‘아이언돔’이 미사일을 요격하는 소리가 ‘펑’ 하고 들려오면 그제야 깨닫는다. ‘이게 현실이구나.’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드는 일도 익숙해지면 ‘일상’이 될 수 있는 걸까. 의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습 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누구도 예외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방공호를 찾아 달려가는 훈련이 철저히 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스라엘에서는 사는 지역에 따라 15~90초 안에 방공호를 찾아 피신하고, 경보가 멈추고 나서도 10분 더 기다렸다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네 살짜리 아이도 안다. 요격률 99%인 아이언돔을 모두가 신뢰하지만, 학교에서건 직장에서건 ‘아이언돔이 지켜주겠지’ 하고 자리에 남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득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서울시에서 ‘서울 전역에 경계 경보 발령’이라며 재난 문자를 보냈고 민방위에서 경고 방송과 경보를 울렸다. 잠에서 깬 시민들은 난데없이 울린 사이렌에 우왕좌왕했다. 출근을 해도 되는 건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이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소셜미디어를 붙잡고 발만 동동 굴렀다. 이후 경계 경보는 오발령으로 정정됐지만, 실제 상황이었다면 참극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달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는 ‘한국에서 전쟁 재발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제목의 기고문이 실렸다. “북한이 향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 극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저 주장에 불과할 수 있지만, 어찌 됐든 우리는 여전히 북한과 대치중이다. 전시 국가의 국민이 공습 경보에 어리둥절해 한다는 건, 위급한 상황에 평소 대처가 안 되어 있다는 뜻이다. 8000km 떨어진 타국에 와보니 우리의 안보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김지원 기자, 조선일보(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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