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나] [통의동서 새 대통령 임기 시작하는.. ] ....

뚝섬 2022. 3. 23. 06:35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나]

[통의동서 새 대통령 임기 시작하는 파행은 막아야]

[북 위협 내내 눈감던 文, 尹 공격 위해 “군 통수권 책무 한다”니]

[대선 끝나도 ‘허니문’커녕 政爭 일관, 이런 적 있었나]

[증오 키우는 ‘음모론 정치’]

[165일간 110번 언론과 인터뷰한 日총리]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나

 

[송평인 칼럼]

졸속 용산 결정에 괜히 국민 들먹여.. 국민 다수 여론은 용산 이전 반대
文의 협조거부 몽니로 여기지 말고 尹은 심사숙고의 계기로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 게 불편하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제왕적 통치에서 벗어나라고 했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가 국민을 들먹이며 스스로 안 들어가겠다고 한 것이지 국민이 요구한 것이 아니다.

청와대가 공원이 되지 않아도 그 일대는 충분히 좋다.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청와대 정문 앞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은 서울 최고의 산책길 중 하나다. 성곽길을 따라 청와대 뒤편 북악산으로 오르는 길도 잘 조성돼 있어 굳이 경복궁역에서 출발해 청와대를 통해 올라갈 필요도 없다.

궁의 뒤편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공간이다. 경복궁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자칫 흉흉해질 수 있는 공간에 사람 사는 활력을 불어넣는 곳이 24시간 불 켜진 청와대다. 그곳을 비워 공원으로 만드는 게 좋은 것인지 의문이다.

 

윤 당선인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을 때 경호 보안 등의 문제를 해결할 복안이 서 있는 줄 알았다. 전혀 없었는데도 호언장담을 했다. 그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한 이유는 소통이었다. 그러나 그 팀은 이미 청와대에 대통령 집무실이 비서동에 자리 잡고 기자실과도 가깝다는 기본 사실도 몰랐다. 그런 팀이 최초 아이디어 이후 닷새 만에 결정한 용산 시대가 졸속이 아니라고 한다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여론조사 결과 용산 이전에 58%가 반대를, 33%가 찬성이다.

윤 당선인은 500억 원이면 이전이 완료될 것처럼 말했다. 다음 날 합동참모본부를 남태령으로 옮기는 데 1200억 원이 든다는 발표가 따로 나왔다. 대통령 관저를 새로 짓는다면 또 큰돈이 들어갈 것이다. 정말 그 돈만 들 것인지도 의문이다.

승효상 유홍준 씨 등 문재인의 친구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청와대 흉지(兇地)론을 들먹였다. 청와대 옛 본관이 있던 수궁 터는 예로부터 길지(吉地)로 꼽힌다. 그래서 일본의 조선총독이 그곳에 관저를 지었다. 대통령들의 불운은 청와대가 흉지여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잘못해서다. 대통령 개인과 달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 길지여서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미사일 시대다. 이런 시대에 북한 쪽으로 가파른 북악산이 솟아 있고 양 측면으로 대공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는 산들에 둘러싸인 청와대야말로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입지할 최적의 장소다. 10년 전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5년 전 광화문 시대를 추진한 원조는 문 대통령이다. 광화문 시대는 문 대통령도, 윤 당선인도 실패했다. 당초 천혜의 길지를 두고 광화문으로 간다는 구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고 그 잘못된 구상이 다시 용산으로 간다는 더 잘못된 구상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안보 공백을 이유로 윤 당선인의 용산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 임기 내내 한미 연합훈련을 지휘소 훈련으로 대체하고 연대급 이상 기동훈련을 없앤 대통령이 안보 운운하는 것이 기가 막힐 따름이고 문-윤 만남을 앞두고 인사 뒷거래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소문도 있지만 안보 공백이라는 빌미를 준 데는 윤 당선인이 책임 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특히 안보와 같이 빈틈이 없어야 하는 일에는 시간이 걸려도 순서를 밟아야 한다. 용산 시대를 열려면 남태령의 수방사가 먼저 이전해야 하고, 이전 완료 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될 때 합참이 남태령으로 이전해야 하고, 다시 이전 완료 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될 때 국방부가 합참 자리로 들어가고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이 시작돼야 한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의 예비비 지출 결정을 몽니로 여기고만 있지 말고 지나치게 성급히 추진된 용산 시대 구상을 시간을 갖고 숙고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취임 이후 용산 집무실이 완공될 때까지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일하겠다는 무모한 고집은 접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잘 알지 못한다.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서 경험해보라. 들어가면 못 나온다는 자세로 무슨 실사구시적인 개혁을 하겠는가. 간혹 토리와 함께 경복궁 주변을 산책하고 간혹 광화문에 나와 식사도 하면서 국민과의 소통도 시도해보라. 윤 당선인같이 혼밥을 싫어하는 성격이 해봐도 안 되면 정말 안 되는 것이다.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하자.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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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서 새 대통령 임기 시작하는 파행은 막아야

 

새 대통령이 통의동 ‘임시’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초유의 일이 실제로 벌어질 듯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했다. 전날 “촉박한 계획” “안보 공백과 혼란” 등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건 데 이어 같은 취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은 “난관을 이유로 꼭 해야 할 개혁을 우회하거나 미래에 국민 부담으로 남겨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5월 10일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은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엔 안 들어가고 당분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쓰면서 용산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전에 용산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한 윤 당선인 계획에 무리한 대목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물러가는 권력이 새로 들어설 정부의 청와대 이전 계획을 가로막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당선인 측의 용산 이전 방안에 실질적으로 우려되는 점이 있거나 조언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조용히 비공개로 전달하면 될 일 아니었나.

 

그사이 여야 주변에서 “무속의 영향” “대선 불복” 등 감정 섞인 공방을 벌이는 것도 볼썽사납다. 국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구 권력이 속히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윤 당선인은 너무 날짜를 못 박기보다는 예상되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해소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청와대도 ‘협조’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당선인 측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상호 신뢰 아래 합리적 결론이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새 대통령이 통의동 임시 집무실로 들어가는 상황은 적절치 않다. 예기치 않은 국가적 차원의 안보 및 재난 위기가 닥칠 경우 대응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청와대 지하벙커의 국가위기관리센터만 사용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굳이 임시 집무실을 따로 둬야 하는지, 그게 과연 효율적인지도 의문이다. 청와대 이전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지와 진정성은 그 정도면 충분히 확인됐다. 이젠 국민 다수가 끄덕일 만한 단계적 ‘실행 로드맵’을 내놓길 바란다.

 

-동아일보(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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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위협 내내 눈감던 文, 尹 공격 위해 “군 통수권 책무 한다”니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22.3.2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임기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거의 참석도 않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갑자기 열더니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에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했다. 5년 내내 북 도발과 위협에 눈감고 있던 문 대통령이 갑자기 이러는 것은 안보는 핑계일 뿐 대통령실 이전 반대를 위한 정치적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북한이 ‘화성-12형’과 ‘북극성-2형’을 연달아 발사한 다음 날 휴가를 갔다. 북이 탄도미사일을 쐈을 때 청와대 혼자 “방사포”라고 주장했다. ‘불상의 발사체’라는 이상한 말도 만들어 냈다. 2019년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을 연달아 쏘고, 작년 김정은이 핵추진 잠수함과 전술핵, 극초음속무기 개발을 공언했을 때 문 대통령은 침묵했다. 김정은이 “남조선에 보내는 경고”라며 10여 차례 미사일을 쏴도 “북은 군사 합의를 한 건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장관은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작년 “북한 핵 개발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 선언을 하자”고 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해 경고 사격을 하는 초유의 사태 때도 NSC에 불참했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불태워지는 끔찍한 상황인데 잠자느라 몰랐다고 했다. 김여정이 한미 훈련을 문제 삼자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훈련 없는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었다. 외교·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주장에 연일 맞장구를 쳤다.

 

문 대통령의 “군 통수권자” 운운을 묵과할 수 없는 것은 북의 도발에 희생된 우리 국군 장병에 대한 그의 태도 때문이다. 문 정부 국방장관은 천안함 폭침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우리가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이것이 바로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지구상 어떤 군 통수권자가 자신의 부하가 적에 의해 떼죽음을 당했는데 이런 태도를 취하나. 문 대통령은 북 도발로 순국한 장병을 추모하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대부분 불참했다. 선거 있는 해만 참석했다. 대신 표가 되는 일반 화재·지진·선박 사고엔 어김없이 달려갔다. ‘군 통수권자’라기보다는 ‘민주당 선거 통수권자’라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조선일보(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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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끝나도 ‘허니문’커녕 政爭 일관, 이런 적 있었나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한국의 K트럼프가 나셨다’는 말이 떠돌고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정책위의장도 “윤 당선인이 과거 손바닥에 쓴 ‘왕(王)’ 자처럼 행보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대선이 끝난 지 10여 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민주당 지도부가 매일처럼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22일 오후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이 각각 불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도 방송과 SNS 등을 통해 윤 당선인을 향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점령군 행세를 한다” “잘못된 믿음이 의식을 지배하게 되면 불행이 온다” “항간에 요상한 소리들이 돌아다닌다” “칼사위를 들이민다” “망나니들 장난질”이라는 등이다.

 

선거에서 승패가 갈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최소한 두세 달은 여야가 서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관례였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들 대부분이 지켜온 정치적 예의였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통상 이를 ‘허니문 기간’으로 부르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 안정적 국정 이양을 돕는 기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 며칠 뒤부터 당선인 측의 행보 하나하나에 대해 선거운동 때와 같은 비난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무산, 인수위 인선, 청와대 조직 개편 등 빠지는 적이 없다. 청와대 탁현민 비서관은 “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냐”고 조롱하기도 했다.

 

0.73%p 차 박빙으로 승패가 갈린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심리가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비해 민주당이 일찌감치 대치 전선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선거 직후조차 허니문은커녕 정쟁만 계속하는 모습을 보며 통합과 협치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우려까지 든다.

 

-조선일보(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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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키우는 ‘음모론 정치’

 

[특파원 리포트] 

 

“당신, 혹시 깨어있는(Woke) 것 아냐?”

 

올해 초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집회 현장에서 한 백인 남성이 필자에게 대뜸 이렇게 소리질렀다. ‘워크(Woke)’는 사전적으론 ‘잠에서 깨어난’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엔 극성 우파 지지자들 사이에서 사회·정치적으로 과도하게 좌경화 된 인식이나 행동을 공격하는 데 쓰인다. 취재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었는데도 동양인이 홀로 마스크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적대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이 한 마디에 근처 수십 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따가운 시선을 쏟아냈다. 

 

2020년 1월 6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사당 내부 돔 아래에 있는 원형 공간 ‘로툰다’를 활보하며 깃발을 흔들고 있는 모습. 이들이 들이닥치는 과정에서 4명이 숨졌다. 경찰은 13명을 체포하고 나머지를 건물 밖으로 밀어낸 뒤 오후 5시 40분쯤에야 의회의 통제를 되찾았다. /EPA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고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모토’는 단연 ‘워크’다. 흑인 사회 내에서 인종차별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지칭했던 은어가 트럼프 시대 들어 정적을 몰아붙이는 강력한 표현으로 거듭났다.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뒤 좌파 진영 일각에서 제기된 ‘경찰 예산 삭감’, 인종차별은 백인 우월주의에 뿌리를 둔 법과 제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전복해야 한다는 ‘비판적 인종 이론’ 등이 민주당 주류 내에서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받자 워크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이 워크를 앞세워 트럼프는 우파 진영의 ‘분노’를 연일 부채질하고 있다.

 

워크는 미국 내 ‘문화 내전’ 양상을 넘어 극단·파괴적 음모론으로 진화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부는 사탄을 숭배하는 소아 성애자들’ 같은 음모론이 워크와 결합하고 있다. ‘트럼프 팬덤’은 더 공고해지고,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는 더 커진다. 과거 대선에서 ‘주류 종교’인 기독교 세계관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해피 홀리데이’로 바꿔야 한다는 좌파 일각 주장을 쟁점화해 연일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친 트럼프의 반(反)PC(정치적 올바름) 전략은 실제 미 중산층을 뭉치게 했다. 그러나 이번엔 공화당 내에서도 “너무 극단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 극단이 사회를 반쪽 내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트럼프는 정권을 되찾기 위해 극단적 음모론을 이용했지만, 한국의 현 정권은 권력을 차지한 이후에도 음모론을 기반으로 국정을 운영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권 초 문 정권이 대대적으로 문제 삼았던 ‘기무사 계엄 문건’ 등 하명 수사는 대부분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직과 기능을 정권 입맛대로 바꿔 ‘권력 수사’를 봉쇄한 이후에도 “검찰 기득권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자신들 무능함을 가리려 했다.

 

대선 막판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선 “야당 생활 미리 준비하려는 것이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대선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민주당, (음모론이라는) 본업으로 돌아왔다”는 글엔 동감한다는 댓글이 잇따라 달린다. 이 평가에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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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일간 110번 언론과 인터뷰한 日총리

 

[특파원칼럼]

총리관저 로비 기자회견, 소통의 척도
대통령 인터뷰 일상 되면 불통 해결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동일본대지진 이후 11년 만에 규모 7.4 강진이 일어난 16일. 오후 11시 36분 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히 19분 뒤인 11시 55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바쁜 걸음으로 관저에 모습을 드러냈다. 관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 앞에 선 기시다 총리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하나가 돼 긴급 상황에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뒤 집무실로 뛰어 올라갔다. 긴박한 순간, 로비의 기자들에게 던지는 총리의 코멘트는 TV로 전국에 중계되며 대국민 메시지가 됐다.

일본에서는 기자들이 관저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총리와 약식으로 갖는 인터뷰를 ‘부라사가리(ぶら下がり)’라고 부른다. ‘매달린다’는 뜻의 ‘부라사가루’라는 일본어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로 출퇴근하는 총리를 따라붙어 코멘트를 따는 약식 인터뷰를 가리킨다. 총리로서는 귀찮고 피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취재에 응하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 기자들이 따라붙는 취재에 얼마나 성실히 응하는지가 국민과의 소통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진,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이 터졌을 때 총리가 숨찬 목소리로 마이크 앞에 서는 건 정부와 국민이 소통하는 이 나라의 매뉴얼이다. ‘관료들이 써 준 대로 읽는다’ ‘보여 주기용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정부 주요 정책 상당수가 이 자리에서 총리 입으로 처음 공개되기 때문에 정부와 언론 모두 긴장감을 갖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국인 입국규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축하 인사 모두 여기서 나왔다. 공식 기자회견도 수시로 열린다. 휴대전화에 찍히는 ‘오늘 오후 7시 총리 기자회견’ 속보 메시지는 평범한 일상이다.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이제 됐나요’라고 되물으며 인터뷰를 끝내지 않는다. 일본 주요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취임 165일째인 지난주에 약식 인터뷰 100회, 공식 기자회견 10회를 채웠다고 보도했다. 주말, 공휴일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일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은 셈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1년 단명으로 물러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인터뷰 도중 질문을 끊고 자리를 뜨다가 받은 비판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소통이 부족했다”고 비판받은 스가 전 총리도 165일간 공식 기자회견 8번을 포함해 61회의 인터뷰를 가졌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연례행사가 된 한국의 눈으로는 이런 모습이 낯설다. 국가 정상과 국민이 얼굴을 마주하는 횟수의 차이가 커도 너무 크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이 2주 만에 세 번 방문했던 청와대 춘추관은 이제 비서실장조차 발길이 드물다. 장관들도 언제부턴가 기자회견장에서 발표문만 읽고 나가기 일쑤다. 박근혜 정부의 소통 부족을 비판했던 현 정부의 불통은 과거 정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1층에 기자들이 머무는 프레스센터를 두겠다고 했다. 집무실을 어디에 두건 적어도 대통령과 언론이 한 건물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국민과의 소통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출퇴근할 때마다 집무실 건물 로비에서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다고 상상해 보자. 대통령이 마이크 앞에서 불쾌해할 장면도, 때로는 기자들을 무시하며 지나칠 모습도 모두 국민에게 전해질 생생한 메시지다. 엉뚱한 질문으로 언론이 비판받는다면 이조차 건강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대통령이 언론 앞에 서는 게 일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불통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동아일보(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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