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정치인이 가는 지옥]
[文 판결까지 불복하며 정보공개 거부, 그 자료들 곧 다 묻힌다니]
부패한 정치인이 가는 지옥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단테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운 탐관오리들을 본다. 그들은 펄펄 끓는 역청 속에 잠겨 벌 받으면서 무시무시한 악마들의 감시를 받는다. “이놈이 관리였어. 거기는 죄다 도둑놈들이지. ‘아니오’도 돈이면 금방 ‘네’로 바뀌거든.” 마귀는 죄인을 밑으로 던지고는 소리를 질렀다. “쇠갈퀴가 싫으면 역청 위로 대가릴 내밀지 마!” 그러더니 백 개도 넘는 쇠갈퀴로 그를 찔러댔다.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중에서
청와대가 시켜 먹은 호텔 도시락이 얼마짜리인지, 배우자의 몸치장에 얼마나 많은 세금이 쓰였는지 알려줄 수 없단다. 현 정부가 특수활동비 등의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을 거부했다. 공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 그동안 속았구나 하는 배신감에 화병이 난 국민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킬까 걱정된다는 뜻일까?
대통령이 되면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썼는지 아무도 모르게 유용할 수 있는 특권을 받는다. 월급 외 별도의 세금으로 배우자를 마음껏 먹이고 입히고 사치스럽게 꾸밀 수 있는 특혜도 누린다.
국회의원 300명도 그에 못지않은 특권을 갖는다. 오죽하면 저승에 간 국회의원이 생전에 누린 혜택을 늘어놓자 “그래도 나라가 안 망한단 말이냐. 나도 신 노릇 때려치우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나 해야겠다”며 하느님이 노여워했다는 농담까지 생겼을까.
1320년에 완성된 단테의 ‘신곡’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차례로 돌아본 저승 세계 여행기다. 지옥은 아홉 층으로 나뉘어 음욕, 식탐, 사기, 폭력 등의 죄를 지은 자들을 벌한다. 그중 국민의 고혈을 짠 부패한 정치인은 뜨거운 기름지옥에 떨어진다. 허우적거리다 고개라도 내밀면 악마가 쇠갈퀴로 갈기갈기 사지를 찢어버린다.
정치권의 부정부패에 분노해봐야 그들의 특권은 계속해서 늘어만 간다. 선거 때는 공익을 위해 일하겠다며 엎드리지만 선출되면 자신들만의 사익을 도모한다. 5년 전보다 세금을 40%나 더 내야 하는 국민은 사후 그들을 데려간다는 지옥이나 상상하며 한숨 쉴 수밖에.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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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판결까지 불복하며 정보공개 거부, 그 자료들 곧 다 묻힌다니

한국납세자연맹 회원들이 지난 2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청와대 특수활동비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가 특수활동비와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청와대는 2018년 납세자연맹이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 등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하자 “국가안전보장·국방·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국가 중대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국가 이익을 해할 우려나 공무 집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없다”며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이를 끝까지 감추기 위해 항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를 먼지 털듯 수사해 전직 대통령과 국정원장 3명을 감옥에 보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특활비는 법원 판결까지 거스르며 숨기고 있다. 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비 내역도 국가 기밀인가.
문 대통령은 2017년 환경부가 정보 공개 소송에서 패소하자 “(판결에) 그대로 따르면 되지 왜 항소하느냐”며 항소 자제를 지시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과 관련된 문제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작년 말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소각된 사건과 관련, 당시 상황과 정부 대응에 관한 자료를 공개해 달라는 유족들 요구를 거부했다. 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불복해 항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씨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해놓고 거꾸로 행동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대놓고 거짓말한 사례도 드물 것이다.
청와대의 거듭된 정보 공개 거부와 항소로 특활비·의상비 논란과 서해 공무원 피살 경위를 둘러싼 진실은 묻히게 됐다. 정보 공개 2심 재판에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리는 데다 5월 퇴임 후엔 이들 문서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최장 30년 동안 공개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남의 잘못은 먼지 털듯 하더니 자신의 허물은 철저히 틀어막고 있다.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렇게 숨기는 건가.
-조선일보(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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